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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241호] 201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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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먹방’을 찾는 사람들

인터넷 먹는 방송 보면서 밥 먹고 외로움 달래고

심하늘  인턴기자·고려대 서어서문학과 4년 

▲ 아프리카TV의 한 BJ가 배달된 중국음식을 먹으면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1월 14일 오후 9시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TV’에서 아이디 B모 BJ(방송자키)가 컴퓨터 카메라 앞에 앉아 생방송을 시작한다. 생방송 장소는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그의 집이다.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시청자로부터 ‘별풍선’이 쏟아진다. 별풍선은 시청자가 BJ에게 보내는 일종의 자발적인 시청료. 별풍선 하나는 100원인데 이 중 40원은 아프리카TV 측의 몫이고 60원은 BJ의 몫이다. 모니터 한쪽에 떠 있는 채팅창을 보니 시청자 일인당 적게는 10개에서 많게는 1000개까지 별풍선을 보냈다고 나와 있다. 방송을 시작한 지 15분 됐는데, 얼핏 따져봐도 수익이 20만원 이상은 쌓인 것 같았다. BJ가 시청자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자신이 먹었으면 하는 메뉴를 추천하도록 했다. 그에 따라 BJ는 ‘뼈 있는 훈제 치킨’을 전화로 주문했다. ‘빠름 빠름’의 나라답게 30분 만에 주문한 치킨이 도착했다. 그가 치킨을 먹기 시작하자 2000여명이던 동시 시청자 수가 순식간에 7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방송 제목이 치킨을 먹겠다는 내용으로 바뀌면서 이를 본 사람들이 몰려온 것이다. 20대인 그가 치킨을 맛있게 먹을수록 별풍선은 계속해서 쏟아졌다.
   
   오후 11시 ‘술자리 생중계’라는 제목의 다른 아프리카TV 방송에 접속했다. 한 부부가 집 앞의 편의점을 찾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 편의점에 도착한 그들은 스트링 치즈, 불닭, 족발 등의 주전부리와 병맥주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30대 초반의 신혼부부 같아 보인다. 집안이 아닌 편의점에서의 이동 장면까지 중계가 가능한 건 이들이 아프리카TV 방송 기능이 있는 캠코더로 현장 촬영을 하기 때문이다.
   
   식탁에 앉은 이들은 사들고 온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친한 친구 이야기, 동네 치안 상태 이야기, 아내의 직장 동료 이야기, 요즘 방영되는 아침 드라마 이야기 등 부부 간 평범한 대화가 흘러나온다. 이 방송도 동시 시청자 수가 1000명을 웃돌았다.
   
   
   식탁을 생중계하는 사람들
   
   인터넷을 통해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개인방송을 ‘먹방(먹는 방송)’이라 부른다. 먹방은 아프리카TV에서 한 개인이 2008년을 전후해 ‘먹쇼(먹는 쇼)’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던 방송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이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개인방송을 시작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지금의 먹방이라는 일반명사로 불리게 되었다. 처음 먹방이 등장했을 때는 BJ 혼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방송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요즘은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먹방, 부부가 나오는 먹방, 가족과 같이 식사하는 먹방,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중계하는 먹방 등 종류가 다양하다.
   
   아프리카TV에 나오는 개인 인터넷 방송 숫자는 실시간 평균 5000개 정도인데, 먹방은 이 중 10~15%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니코동’이나 미국의 ‘Ustream’ ‘저스틴TV’ 등 외국에도 인터넷 개인방송국이 존재하지만, 먹방과 같은 포맷의 방송이 다수 운영되는 곳은 한국의 아프리카TV가 유일하다. 먹방은 보통 집 PC에 부착된 웹캠으로 영상을 찍어 내보내지만, 집 밖에서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장면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첨가하는 경우도 있다.
   
   비단 먹방뿐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을 생중계한다거나 친구와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서 보여주는 방송, 청소하고 빨래를 개는 모습 등 평범한 집안 풍경을 생중계하는 BJ도 있다.
   
   작년 3월부터 아프리카TV에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작한 A(26)씨는 매일 저녁 배달음식을 시켜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먹방을 운영하고 있다. 매회 평균 4000~5000명의 동시 시청자가 A씨가 야식을 먹는 모습을 시청하고 별풍선을 쏜다. 먹방을 왜 시작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냥 먹고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웃었다. 직장인인 그는 “회사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방송으로 푼다”고 했다. 먹방을 통해 올리는 수익을 묻자 정확하게는 공개할 수 없지만 “월급보다는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리왕 비룡’이라는 닉네임으로 아프리카TV 먹방을 운영하는 최지환(24)씨는 군대에서의 취사병 경험을 살려 국군 활동복 차림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고 이를 먹는 모습을 방송으로 내보낸다. 최씨가 진행하는 먹방은 요즘 가장 인기가 있다. 기름에 튀기던 떡이 마치 ‘수류탄’처럼 튀어나가는 사고가 일어난 방송 영상이, ‘떡류탄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인터넷상에 화제가 되면서 인기가 급상승했다. 유명세 덕분에 ‘VJ 특공대’ ‘화성인바이러스’ 등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길을 지나다니면 알아보고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청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게 그의 말이다. 최씨에게 평균 동시 시청자 수를 묻자 “그날 요리하는 메뉴에 따라 다르다”면서 “보통은 6000명 정도인데, 수제버거같이 만들기 어렵고 많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택할 때에는 1만명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루 누적 시청자 수는 10만명에서 15만명가량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나 BJ가 될 수 있다
   
▲ BJ 최지환씨가 진행하는 먹방의 한 장면.
인터넷 개인방송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컴퓨터와 기초적인 방송 장비만 있다면 누구나 BJ가 될 수 있다. 매일 저녁 배달음식 먹는 장면을 내보내는 A씨의 경우,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때 마이크와 컴퓨터 카메라를 구매하기 위해 10만원가량을 투자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장비만 마련되면 그냥 영상을 찍어 방송국을 통해 방송을 진행하면 된다. 시청자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나 홀로 방송을 즐기면 된다. 최근에는 모바일 방송이라고 하여 컴퓨터 없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BJ가 될 수 있다. 시청자가 별풍선을 보내 수익을 올릴 경우 이를 방송국과 나눠 가지는 데에도 아무런 자격 제한이 없다. 철저하게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게 먹방인 셈이다.
   
   다만 아프리카TV의 경우 ‘베스트 BJ’를 따로 선정해 수익을 더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반 BJ가 별풍선 하나당 60원을 가져가는 반면, 베스트 BJ는 이보다 10원 더 많은 70원을 가져간다. 베스트 BJ의 경우 닉네임 옆에 ‘BEST BJ’라고 명시된 마크를 달아주기 때문에 일반 BJ보다 방송을 홍보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아프리카TV 측에 방송 녹화분과 방송 소개 글을 제출해서 심사에 통과하면 베스트 BJ로 선정될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베스트 BJ는 500명가량이다.
   
   인터넷 개인방송만의 특장점을 묻는 질문에 BJ들은 한결같이 ‘쌍방향 방송 시스템’을 꼽았다. 시청자들 간의 실시간 온라인 채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를 통해 BJ는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먹거리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먹방’이라는 소재가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BJ들은 자신들의 식탁을 방송으로 공유함으로써 시청자들과 더욱 친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내가 먹방을 보는 이유
   
   먹방을 보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어떤 내용의 먹방이냐에 따라 다양하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10대나 20대지만, 부부가 함께 진행하는 먹방 등 장년층을 겨냥한 방송의 경우 30대나 40대 시청자도 많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먹방을 볼까. 10대의 경우 대체로 단순한 인터넷 놀이문화의 일부로 생각한다. 반면에 20·30대 시청자는 외로움을 달래는 게 주된 이유다. 다수의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TV 방송과는 달리, 인터넷 방송은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더 친밀하고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먹방을 시청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방송을 지켜보던 몇몇 시청자에게 쪽지를 보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 일을 하는 임모(30)씨가 쪽지에 답을 보내왔다. 그는 매일 밤마다 먹방의 BJ가 먹는 음식을 같이 시켜 먹는다고 했다. 먹방을 보는 시간이 그의 식사시간이고, 그에게는 BJ가 일종의 ‘밥친구(밥을 함께 먹는 친구)’다. 임씨는 “강사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이라 감정노동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면서 “먹방을 틀어놓고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루를 마감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룸에서 혼자 살기 때문에 쓸쓸한 기분이 들 때가 많은데, 먹방을 보면서 다른 시청자들이나 BJ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런 기분이 많이 해소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청자-BJ 끈끈한 유대관계
   
   서울에서 혼자 하숙하고 있는 대학생 김모(23)씨는 먹방을 보는 이유에 대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보든 안 보든 항상 TV를 켜놓고 있는 심리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항상 TV를 틀어놓는 이유가 다른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계속 들으면서 홀로 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서인데, 그런 측면이라면 인터넷 방송이 TV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에 다니면서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어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면서 “인터넷 개인방송 특유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에 공감하면서 위로받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임씨나 김씨와 같은 1인 가구는 작년 기준 453만9000가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가구 중 25.3%에 해당하는 수치로, 12년 전에 비해 9.8%가 증가했다. 이렇게 홀로 사는 이들이 소외감을 달래는 수단, 특히 식사시간의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의 하나로 먹방을 택하게 되는 셈이다.
   
   먹방 BJ들은 “기존 TV 방송이 하지 않았던 일상적인 소재를 가감없이 다루다 보니, 이에 공감하고 BJ와 유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대다수”라고 입을 모았다. 먹방은 ‘식사 행위’라는 내밀한 일상을 공유하는 방송이기 때문에 시청자와 방송자 간 유대의식이 두텁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BJ 최지환씨는 전화 통화에서 “입대를 앞둔 시청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시청자들이 하룻동안 겪은 사연들을 들으며 사소한 잡담을 나누기도 한다”면서 “친한 친구 사이처럼 밥을 먹으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보니, 밥친구가 필요한 외로운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식탁문화의 인터넷 확장판”
   
   서울대 인류학과 강정원 교수에게 먹방 현상에 대해 물었다. 강 교수는 “인류 역사에서 식탁은 언제나 친밀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공간이었다”면서 “먹방 역시 인터넷상에서 이야기가 오간다는 점이 다를 뿐 기존 식탁문화와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파편화된 개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먹방이라는 ‘인터넷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먹방 시청자와 BJ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 역시 “전통적인 식탁문화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먹는 행위는 가장 동물적이고 원초적인 행위인 만큼, 식사를 함께 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강력한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역사적으로 어떤 집단이건 간에 함께 식사하는 과정을 통해 소속원들에게 유대의식과 집단 정체성을 부여해왔다”면서 “천주교에서도 포도주 등의 식사 행위를 갖춘 제의식을 통해 신과의 합일을 이루고 신도들 간의 일체감을 형성해 왔다”고 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들여 BJ에게 별풍선을 쏘는 것도 먹는 행위를 공유하면서 형성된 유대감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개인방송의 유행에는 스마트폰의 보급도 한몫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상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짐에 따라, 일부 매니아층에 한정됐던 인터넷 개인방송이 확고한 인터넷 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아프리카TV 홍보실의 최해월 대리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용 앱이 출시되면서 인터넷 개인방송에의 접근이 수월해짐에 따라 전반적인 시청자 수가 크게 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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