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52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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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학령인구 절벽에 선 교실

3년간 3분의 2로

▲ 일러스트 이철원
경기도에 있는 A사립중학교는 최근 3년간 8개 교실이 사라졌다. 2014년 24개이던 학급은 2015년 21개, 2016년 18개로 줄더니 올해는 16개 학급이 됐다. 교실이 헐렁하면 밀착수업을 해서 좋을 것 같다는 시선도 있지만 속사정을 모르는 소리다. 학생 수에 비례해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예산이 급감하면서 예상 못한 비상사태가 여기저기 터져나온다.
   
   당장 교사 수가 줄어든다. 학급당 중등교사 수는 일정 비율로 정해져 있다. 학생 수가 줄면 교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정교사는 내보낼 수 없기 때문에 기간제교사가 구조조정 대상의 우선순위가 된다. 이 학교는 영어·역사·국어 과목 교사를 내보냈다. 역사교사가 없어진 자리는 사회교사가 메꾸었다. 사회와 역사는 동일 계열이라 이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이웃 학교 중에는 음악교사가 미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상치(相馳)교과 수업은 금지돼 있지만 해결방안이 없어 교육청 측에서도 눈감아주는 상황이다.
   
   교사의 업무는 점점 과중된다. 가난한 집 살림살이라도 숟가락 젓가락은 필요한 법, 해야 할 업무의 종류는 큰 학교나 작은 학교나 같다. 300명에서 200명으로 학생 수가 줄었다고 일의 양이 3분의 2로 줄지 않는다. 하지만 행정실 직원이 감축되면서 행정실 일의 일부가 교사들에게 넘어왔다. 이 학교 교사의 상당수는 3월 내내 야근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업의 질이다. 교사의 행정 업무량이 늘면서 수업연구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남아도는 빈 교실을 교과 교실로 활용하게 되어 교과 담당 교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이 또한 장단점이 있다. 예산은 줄었는데 교실 운영비는 충당해야 하기에 교재교구비·연구비·교육활동비의 일부가 시설유지비로 흘러들어 간다. 예산 문제로 학교 행사는 하나둘 없어지고 있다. 올해에는 체육대회를 없애고 약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2018년, 고교졸업자 < 대입정원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교 연령에 해당하는 학령인구는 지난 20년 동안 300만여명이 감소했다. 1995년 1172만여명이었던 학령인구는 2015년 875만여명으로 내려앉았다. 무려 25%가 줄어든 수치다.
   
   초등학교 학령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하다. 2010년 328만여명이던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16년엔 277만명으로 줄었다. 불과 6년 만에 16%가 감소했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고교 졸업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2018년부터는 고교 졸업자 수가 대입 정원을 밑도는 역전 상황이 벌어진다. 이 역전 폭은 점점 늘어 2015년 53만명이었던 대학 진학자 수가 2023년이면 24만명으로 떨어질 예정이다. 불과 8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토막난다는 예측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충분히 예상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이에 대비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해 각급 학교에 비상이 걸렸다. 학교 측의 민원이 빗발치면 교육청과 구청 예비비를 이리저리 돌려쓰면서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0년 들어 본격화된 학령인구 감소는 점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교실 수 급감은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간·도서·벽지에서 시작돼 빠르게 확산 중이다. 수도권으로 확대되더니 서울까지 파고드는 양상이다. 서울의 B구에 있는 세 개의 중학교가 대표적인 예다. 이 지역 인근의 중학교 신입생 수는 최근 4년간 급감했다. 2013년과 2017년 세 학교의 신입생 수는 각각 164→102명, 154→113명, 177→93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학교도 눈에 띈다.
   
   학급 수 감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와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생 수가 줄면 학교 예산이 삭감되고, 예산이 삭감되면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수업의 질 또한 낮아진다. 수업의 질이 낮아진 학교는 기피대상이 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들 학교는 방과후교실 같은 특별활동도 활성화되기 힘들다. 실제로 B구의 C중학교에서는 20개 과목의 방과후교실 수요조사 결과 단 3개 과목만 개설됐다. 나머지 과목의 신청자는 개설 가능 최소인원인 10명 이하여서 폐강됐다.
   
   초등학교도 마찬가지. B구 내에는 도보로 5분 거리에 두 개의 초등학교가 나란히 있는데, 두 학교의 분위기는 학생 수에 따라 천양지차다. 1학년이 달랑 2학급인 A초등학교는 방과후교실 대부분이 폐강됐지만, 1학년이 10개 학급에 달하는 B초등학교는 수요조사 대상인 거의 모든 방과후교실이 개설됐다. 개중에는 방과후 승마교실까지 있다.
   
   더 큰 문제는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학교 수는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다. 동탄신도시와 한강신도시가 조성되면서 학교 수요가 증가해 2015년 4561개교였던 것이 2019년에는 4932개교로 늘어날 예정이다. 4년간 무려 391개교가 증가한다. 이미 있는 학교 정원도 채우지 못해 허덕이는 판에 신설학교 설립이 꾸준히 예정돼 있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정책의 대대적인 수정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학령인구 감소하는데 학교는 증가
   
   교육부는 2015년 말 ‘적정규모 학교 육성과 분교장 개편 권고 기준’을 마련했다. 쉽게 말해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다. 권고 기준에 해당하는 학교 범위는 매우 넓다. 60명 이하 면지역 초등학교, 120명 이하 읍지역 초등학교(중등은 180명), 240명 이하 도시지역 초등학교(중등은 300명)가 해당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통폐합 대상 학교는 전국 2747개 초·중·고교에 달한다. 전국 학교 1만1809개 초·중·고교의 23.3%에 해당하는 수치로, 5곳 중 한 곳이 문을 닫는 셈이다.
   
   강원도의 통폐합 대상 학교는 초등학교 220곳, 중학교 65곳, 고등학교 21곳 등 306개 학교로 전체의 45.5%에 달한다. 무려 절반 수준이다. 특히 횡성과 영월, 화천, 고성 지역의 초등학교는 80%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인구밀도가 낮은 다른 도내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북은 997개교 중 465개교(46.6%), 전북은 763개교 중 351개교(46.0%), 전남은 898개교의 46.3%(416개교)가 대상에 포함된다. 그보다 좀 적지만 충북은 34.9%, 충남은 33.7%, 경남은 26.0%, 제주는 34.9%가 통폐합 대상 학교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중·고교 중 초등학교가 가장 많이 사라지게 된다. 절반 이상의 초등학교가 통폐합 대상인 지역도 많다. 강원도의 경우 55.8%(394개교 중 220개교), 경북은 54.7%(517개교 중 283개교), 전남은 57.0%(493개교 중 281개교), 전북은 55.8%(421개교 중 235개교)가 통폐합 대상이 된다.
   
   교육부 안은 권고 수준이라 모든 대상 학교가 통폐합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통폐합을 하지 않는 학교에 대한 제재조치도 없다. 대신 통폐합을 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인센티브는 학교나 학급 규모에 따라 40억~110억원에 달한다.
   
   교육청은 교육부의 통폐합 권고안에 대체로 시큰둥한 분위기다.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일률적 통폐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 많다. 반면 기준안을 토대로 지역별 교육여건 등을 고려, 자체 통폐합에 적극적인 곳도 꽤 된다.
   
   2012년부터 2년간 전국 246개교가 통폐합 학교로 개교했다. 전남이 68개교로 가장 많았고 경북 61개교, 강원 29개교 순이었다. 도심지역 통폐합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성남 창곡중·창곡여중·영성여중 세 학교가 통합한 창성중학교가 개교했다.
   
   대학 측의 통폐합 움직임도 보인다. 첫 테이프는 의사결정이 상대적으로 신속한 사립대가 끊었다. 부산 경성대와 동서대가 협력시스템을 구축했다. 영화·영상학과 같은 경쟁력 있는 일부 학과를 대상으로 공동학위제 협약을 맺고 도서관 등 시설을 함께 쓰는 통합캠퍼스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전국의 지방 국립대학 간 연합대학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연합대학은 광역권 국립대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 기능과 역할을 재편하는 것으로, 통합까지 염두에 둔 개념이다. 전북대·전주교대, 강릉원주대·강원대, 부산대·부경대·부산교대·한국해양대 등 5~6곳에 이른다. 충남대, 한밭대, 공주교대, 공주대, 경북대와 대구교대도 연합대학 추진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대는 전주교대에 연합대학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1차적으로 학점 상호인정,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과 운영, 학술 연구자료 공동 이용하고 차츰 교직원 교류, 대학 재정과 재정통합까지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초·중·고교에서도 통폐합 움직임이 늘고 있다. 11개 시도교육청 중 7개 시도교육청이 초·중·고 510개교를 대상으로 학교 통폐합 및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이 초등 148곳, 중학교 119곳, 고등학교 18곳 등 285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경기 84곳, 충남 60곳, 충북 27곳, 강원 24곳, 부산 20곳, 인천 10곳으로 알려졌다.
   
   학부모와 지역 내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 통폐합 과정은 수월하지 않다. 반대의 이유는 다양하다. 분교장 학생과 학생 측의 반대 이유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학교를 찾아 일부러 온 건데,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학교가 다른 학교에 통합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하다. 통학거리가 멀어져서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선후배들은 추억이 서린 모교가 사라지는 것에 반대한다.
   
   지역 간 불균형 심화도 문제다. 가뜩이나 인구가 적은데 학교마저 사라져버리면 자녀교육을 위해 해당 마을을 떠나야 하는 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학교가 사라지는 지역은 점점 발전에서 뒤처진다.
   
   통폐합을 적극 지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지난 3월 말 서울 B구의 학부모들은 구내 2개 중학교, 1개 초등학교 학부모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수렴, 구청을 찾아가 ‘C동 중·고교 교육환경 개선 제안’을 전달했다. 애매한 규모의 중·고등학교를 통폐합해 교육의 질을 제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C동 내 중·고교 학생 수·학급 수 감소 폭이 크고 이로 인한 교원 수 감소, 교육지원비 감소 문제로 교육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 또한 교육환경 질이 떨어지면서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수는 점차 줄어들고, 타 지역으로 이주도 많다. 악순환이 이어진다.”
   
   C동 내에는 반경 1㎞ 내에 중학교 2개교, 고등학교 2개교가 모여 있다. 최근 4년간 지역 중학교 신입생 수가 급감해 학생 수가 300명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곳이 꽤 된다. 학생 수가 300명 이하라면 통폐합 대상이 되지만 커트라인에 걸려 대상이 아니다.
   
   학부모 박모씨는 “5분 통학거리에 애매한 규모의 학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교사 수가 확 줄어서 수업의 질이 낮아졌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니 사교육을 받으러 학군 좋은 동네의 학원을 다닌다. 학원 근처로 아예 이사를 가는 사람도 여러 명 봤다. 학교도 빈익빈부익부다. 큰 학교에는 점점 몰리고, 작은 학교는 점점 기피한다. 애매한 사이즈의 두 학교를 합쳐서 교사의 열의도 높이고, 수준별 수업을 제공하고, 다양한 방과후활동을 개설했으면 좋겠다.”
   
   
   학생 수에 따른 일률적 통폐합은 안 돼
   
통폐합은 시대적 요구다. 학령인구가 급감해 빈 교실이 한 해가 다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늘어가는 빈 교실을 넋 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통폐합 방법론이다. 현 교육부의 정책대로 학생 수에 따른 일률적 통폐합 기준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라는 지적이다. 지리적 환경, 주변 학교 간 거리, 학교의 특색과 같은 것을 고려한 세심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외형의 변화보다 내실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작은 학교를 없애고, 이 학교를 저 학교에 통합하는 외형 위주의 정책보다 교육의 내실화에 신경을 쓸 때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학교, 작지만 특색 있는 학교를 적극 육성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경기도 A사립중학교의 김모 교사는 이런 제안을 했다. “교실당 학생 수가 적은 지금이야말로 토론수업과 실험, 학교 밖 수업 등 맞춤형 소규모 수업활동을 할 수 있는 적기다. 전격적인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 대규모 학교와 중규모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내실화에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김 교사는 또 교사수급 문제에 따른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순회교사제도를 공·사립 구분하지 말고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드라마틱하게 급감하는 지금이야말로 교육개혁의 적기(適期)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학교 교육은 급변하는 사회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학제개편을 통해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의견도 곳곳에서 들린다. 지금 우리나라의 학교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중차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교육은 한 나라의 명운이 달린 분야다. 이 변곡점 이후의 정책 방향에 따라 공교육이 제대로 설 수도, 아니면 더 망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들은 미봉책에 불과하고,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은 대부분 1차원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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