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북한 함경북도 경흥군의 아오지 탄광. 두만강만 건너면 중국 땅인 이곳은 1월 평균 기온이 -10도인 한반도의 최북단 지역이다. 국군포로 고 허재석씨는 이곳에서 겪은 수용 생활을 자서전에서 이렇게 묘사했다.‘그야말로 탄광에서의 생활은 지옥이었다. 제일 낮은 막장에서는 기온이 영상 40도까지 올라가 숨쉬기도 힘겹고 땀은 비 오듯 했다. 한참 일을 하다 보면 사람인지 짐승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눈만 반들반들 빛났다.… 지압이 제일 센 밑바닥에서 탄을 캐다 보니 발파도 할 수 없고 레일을 놓지 못해 밀차도 들어갈 수 없는 형
대한민국 태양광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크게 ‘폴리실리콘(규소를 주성분으로 만든 태양전지 원재료)→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결정으로 만든 원통형 덩어리)→웨이퍼(잉곳을 얇은 판으로 절단한 것)→셀(태양전지)→모듈(태양전지를 모아 놓은 패널)→발전(시공·운영)’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각각의 단계들이 모여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런 태양광 산업 생태계에서 그동안 한국은 폴리실리콘부터 모듈을 넘어 발전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태양광 산업이 가장 저부(底部), 기초부
2012년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건설사 취업준비생 1284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회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22.4%가 두산중공업을 꼽았고, 두산건설이 20.6%로 2위였다. 두산 계열사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때 취준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지난 3월 10일 회사로부터 날벼락과 같은 통보를 받았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사장 명의로 노조에 보내진 공문에는 경영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근로자들의 ‘일부 휴업’을 통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문이 같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리스크가 다시 고조된 상황이고, 중국 기업들의 악성 부채와 지방 금융사들의 부실까지 본격화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들이 우리 경제, 특히 자본시장으로 빠르게 전이되며 외국계 자본의 한국 시장 대규모 이탈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한 해 불안함을 이어오던 외국계 자본 이탈이라는 악재가 2020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역시 깊어지고 있다.도대체 얼마나 많은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빠져나갔기에 ‘불확실성 우려’라는 표현까지
전라북도 군산시와 부안군, 김제시 일대에 약 409㎢ 규모로 조성된 국내 최대 간척지 새만금. 서울 여의도의 약 140배 땅에 태양광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열풍의 시작은 지난해 10월 30일이었다. 이날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새만금의 태양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새만금의 바람이 미래를 여는 자원이 될 것”이라며 느닷없이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 사업을 벌이겠다는 언급을 하면서부터다.하지만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새만금 지역 태양광 사업 광풍 뒤로, 이 사업에 대한 낮은
김예나(가명)씨의 이름이 15명 남짓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화제에 오른 것은 2015년의 일이었다. 김씨의 전 남자친구 박민규(가명)씨가 갑작스럽게 저지른 일 때문이다. 2015년 12월 김예나씨와 박민규씨는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상견례를 하고 결혼식장도 예약했지만 곧 파혼했다. 파혼 일주일 후 김씨는 자신과 박씨가 함께 참여하고 있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끔찍한 영상’ 여섯 개가 업로드된 것을 확인했다.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는, 김씨와 박씨의 성관계 영상이었다. 박씨의 뒤통수만 나오는 대신 김씨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다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집단 중 하나는 의료인이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 이진용 교수가 지난해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문직종 직업인에 대한 신뢰도’ 중 가장 높은 것은 의사였다. 응답자의 90.7%가 의사를 신뢰한다고 대답했는데 초·중·고 교사에 대한 신뢰도 89.3%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CSR연구소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조사한 바를 보면 병원에 대한 신뢰지수는 가족, 친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가족에 대한 신뢰가 6.14점, 친구들에 대한 신뢰가 5.24점이었는
한때 X세대의 존재감은 막강했다. 1990년대 초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소비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 세대의 취향과 사고방식은 파격이었다. 천편일률적 문화에서 벗어나 개성을 존중하고 표현하기 시작한 이들은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오죽하면 ‘신(新)세대’ ‘신인류’로 불렸을까. 산업화·민주화 물결이 한차례 휩쓸고 간 X세대에게 관심사는 ‘나 자신’이었다. 개인주의 세대의 탄생을 알리며 등장한 이들은 기존 질서를 전복해 세상을 바꿀 것처럼 떠들썩했다.2018년 현재, 그 많던 X세대는 어디로 간 것일까? X세대는 언제부터인가 세
경기도 과천시의 지역번호는 02다. 02는 서울특별시의 지역번호지만 엄연히 경기도 관내인 과천시는 02 지역번호를 사용한다. 과천시 경내에 있는 대공원의 이름은 ‘서울대공원’이다. 그 옆에 있는 놀이공원의 이름은 ‘서울랜드’. 그 옆에 있는 과천경마장의 공식명칭 역시 ‘렛츠런파크 서울’이다. 과천에 있는 서울대공원을 관할하는 서울대공원장을 임명하는 임명권자도 서울시장이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경기도 과천에 있는 돌고래의 생사여탈권을 쥔 까닭은 여기 있다. 심지어 과천시에 사는 외국인을 관할하는 출입국관청도 서울 양천구에 있는 서울
“카톡!”소리에 잠을 깼다. 아직 해뜨기 전. 시계를 보니 5시45분이다. 어제 업무로 만나 명함을 주고받은 60대 지인에게서 온 톡이다. ‘스승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 중국 고대 송나라 때 재상에 얽힌 이야기가 읽기 좋게 정리돼 있다. 짧은 호흡의 문장이 적당한 단락으로 나뉘어 있고, 중간중간 중요한 부분은 압정 모양의 이모티콘이 박혀 있다. 작은 폰트로 조정을 해두었는데도 두 화면이 훌쩍 넘는 긴 글이다. 맨 마지막 단락엔 ‘오늘의 명언’이 한 번 더 정리된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지난 11월 27일 오후 의정부성모병원 경기북부권역응급의료센터 중환자구역의 한 병상.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머리 아래의 흰 시트가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두피는 피투성이였다. 트럭에 치여 병원에 실려온 지 40분 정도 된 환자였다. 그의 몸은 성한 곳이 없었다. 갈비뼈는 여러 개가 부러졌고, 왼쪽 눈 부분은 푸른 멍으로 부풀어 얼굴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팔다리처럼 생명과 직결되지 않은 부위의 골절은 아직 확인조차 못한 상태였다. 환자의 상태를 표시하는 표
“체벌이 전면 금지되고, 상벌점도 유명무실해지면서 사실상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사회적 합의 없이 너무 급진적으로 학생인권이 강조되다 보니 교실에서 난감할 때가 많아요. 말로 훈육을 해야 하는데, 이것도 잘못하면 언어폭력이 될 수 있거든요.” (울산 A초등학교 박모 교사)“너무 급작스럽게 학생인권과 교권의 위상이 역전됐습니다. 이 둘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학생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교사의 인권도 보호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합니다. 교사로서 사명감이 유독 투철했던 한 젊은
“청와대 핵심 인사 A씨가 민정수석실 관계자에게 일부 민간기업의 첩보와 비위 자료를 넘겨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를 최근 들었다. 민정 쪽 인사가 이런 요구를 정중히 거절했는데도 A씨는 관련 자료를 재차 요구해 결국 손에 넣었다고 한다. 해당 민간기업에는 포스코와 KT가 포함되어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최근 포스코와 KT의 CEO 교체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청와대 사정에 밝은 모 인사의 말이다. 적폐(積弊)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서 과거 정권에서나 벌어질 법한 이런 일이 가능할까. 기자는 합리적 의심을 품고 포
‘최순실 태블릿PC’ 논란이 재점화되었다. 포문을 연 이는 신혜원씨다.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SNS 팀원으로 일했던 신씨는 지난 10월 8일 최씨 소유로 알려진 문제의 태블릿PC가 “본인이 사용했던 것”이라고 폭로했다. 신혜원씨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그간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이 있다. 우선 태블릿PC 사용자다. 그동안 태블릿PC는 ‘김한수 개통 → 최순실 사용’이란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신씨는 문제의 태블릿PC 사용자 중 알려지지 않은 몇 사람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신혜원씨의 폭로에 따르면, 태블릿PC 관련 인물은
지난 9월 18일 오후 강원 춘천시 동면 만천리. 차를 타고 카페가 몰린 언덕 위 길을 달리다 보니 길 양옆으로 특이한 모습을 한 건물 몇 동이 보였다. 구봉산 자락을 따라 깎아서 만든 양지 바른 언덕 위에는 초록빛 잔디밭이 깔린 건물 지붕이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형태로 구불구불 휘어져 있었다. 검은 육면체 모양의 건물 여럿이 겹친 형태의 건물 위로는 철제 울타리가 쳐진 모습이 보였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원이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다. “견학차 왔다”고 하자 그는 “여기는 회사라 외부인 출입은 안 된다”며 제지했다.이
지난 8월 28일 충남 홍성군 은하면에 들어서자 가축 분뇨 냄새가 코를 찔렀다. 축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냄새가 실려왔다.멀리서 맡아도 이 정도인데 축사 내부는 얼마나 냄새가 심할지 미리부터 겁이 났다. 홍성군은 국내 최대 양돈단지다. 홍성에서 키우는 돼지만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4만3174마리에 달한다. 국내에서 사육하는 돼지 1043만여마리 가운데 5%를 넘는 숫자로, 단일 지자체로는 가장 많다. 인근 보령시와 합치면 국내 돼지의 약 10%가 이 일대에서 크고 있다. 한 농가에서 5000마리 이상의 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J노믹스는 크게 두 개의 축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재정, 즉 정부가 돈을 더 써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자는 이른바 케인스식 모델이다. 가계에 돈이 유입되면 소비가 늘게 되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하게 됨으로써 궁극적으로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에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슘페터식 모델이다. 재정투입이 단기적 경기부양책이라면, 슘페터식 공급혁신은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다는 논리다. 아이폰,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새로운 혁신이 결국 국가 경제
지난 7월 12일 오후 7시,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에 있는 맥키코리아를 찾았다. 전의산업단지 가장 안쪽에 있는 이 회사 주변은 흰색 화물차가 이따금 드나들 뿐 인적이 드물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할 시간이지만 주차장에는 차가 수십 대 있었다. 회사 부지 둘레에는 연두색 철조망이 쳐져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Mckey’라는 회사 로고가 적힌 갈색 건물 뒤로 패티 제조공장으로 보이는 은색 건물 몇 동이 눈에 띄었다.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초소에는 안경을 쓰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경비원이 있었다. 그에게 기자라는 신분을 밝
지난 6월 4일, 금강을 건너 충남 부여군 규암면의 백제문화단지 초입에 들어서자 백제문(百濟門)이란 커다란 솟을대문이 나타났다. 백제문을 통과하자 329만㎡(약 100만평) 부지 위에 조성했다는 백제문화단지가 펼쳐졌고, 사비궁(泗沘宮)이란 대궐이 보였다. 사비궁의 정문인 정양문(正陽門)을 통과하자 천정문(天政門)이란 또 다른 대문과 천정전(天政殿)이란 정전이 차례로 나타났다. 궁궐 옆으로는 백제의 사찰을 복원했다는 육중한 5층 목탑을 갖춘 능사(陵寺)가 위용을 드러냈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압도적인 규모에 지나가던 한 아동
[image1]부산 강서구 송정동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망산도(望山島).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와 부산신항(新港) 사이의 좁은 수로에 있는 작은 바위섬인 이곳은 약 2000년 전 김해평야가 형성되기 이전 옛 김해만(灣)의 일부였다. 지금은 섬이라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바윗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이곳은 금관가야(가락국)의 시조인 김수로왕의 왕비 허황옥(許黃玉)이 한반도에 첫발을 디딘 곳이다. 서기 48년, 인도 아유타국(阿踰陀國)의 공주였던 허황옥은 배를 타고 한반도로 건너와 망산도에 상륙했다. 망산도 앞에서 250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