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2일 오후 7시,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에 있는 맥키코리아를 찾았다. 전의산업단지 가장 안쪽에 있는 이 회사 주변은 흰색 화물차가 이따금 드나들 뿐 인적이 드물었다. 대부분의 직원이 퇴근할 시간이지만 주차장에는 차가 수십 대 있었다. 회사 부지 둘레에는 연두색 철조망이 쳐져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Mckey’라는 회사 로고가 적힌 갈색 건물 뒤로 패티 제조공장으로 보이는 은색 건물 몇 동이 눈에 띄었다.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초소에는 안경을 쓰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경비원이 있었다. 그에게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여기가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를 만드는 곳이 맞냐”고 묻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렇다”며 “그런데 무슨 일이냐”고 반문했다. 경비원은 “빨리 돌아가라”면서 “직원들 보시면 내가 욕먹는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패티 국내서 제조

이 회사는 최근 소비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한국맥도날드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를 만드는 곳이다. 이 회사의 감독관청인 세종특별자치시청에 따르면, 현재 한국맥도날드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는 20가지 햄버거 패티 모두를 이 회사에서 만든다. 품목제조보고서에 등록된 패티는 총 35종류다.

맥키코리아는 맥도날드와 같은 유한회사로 외국인 투자 법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키스톤 푸즈그룹이 2001년 설립했다. 이 회사 법인등기부등본에 적시된 사업 목적은 ‘한국 내에서의 치킨너겟, 쇠고기패티, 치킨패티, 포크패티, 생선패티 등을 포함한 냉동육고기 관련 제품의 제조, 상기 제품의 유통·판매 등’이다. 회사 대표이사로 등록돼 있는 말레이시아인 웡백키옹씨는 지난 3월 대전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인크루트에 올라온 이 회사 채용공고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50명이 재직하는 중소기업이지만 매출액은 약 1000억원이다.

지난해 9월 25일 경기도 평택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네 살 A양이 신장질환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걸렸다. 소와 돼지의 위나 대변에서 주로 발견되는 O-157균이 원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7월 5일 A양의 어머니인 최은주씨는 덜 익은 햄버거 패티로 인해 딸이 병에 걸렸다며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일주일 뒤인 7월 12일에는 서울 송파구 맥도날드 매장에서 맥모닝세트를 먹은 세 살 B양이 출혈성장염에 걸린 사건도 뒤늦게 알려졌다. 이날 B양 가족이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B양 가족을 대리하는 황다연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아동은 올해 5월 17일 오전 송파구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 패티가 든 맥모닝세트를 먹고 어린이집에 갔다가 이틀간 수십 번 설사를 한 뒤 3일째 되던 날에는 혈변이 나와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고 한다. B양은 이후 증세가 호전돼 퇴원했다. 황 변호사는 “B양의 경우 다행히 HUS 합병증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뿐 초기 진행 양상은 A양과 거의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장출혈성대장균에 감염돼 신장 기능이 마비되는 질환인 HUS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병이다.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에선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에게 이 병이 집단 발병하면서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병은 O-157균에 오염된 덜 익힌 고기나 채소 등을 먹었을 때 주로 걸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O-157균은 70도 이상 가열 시 사멸한다.

아직까지 피해자 측의 주장처럼 맥도날드 패티가 발병 원인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햄버거에 든 패티나 치즈 외에도 야채나 도마에 묻어 있었던 대장균이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햄버거 패티에 들어 있던 균이 발병 원인이었는지가 문제의 핵심인 만큼 맥도날드 패티의 생산, 유통경로를 추적하는 것은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패티에 어떤 원재료를 쓰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패티는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종종 일고 있는 식품이다. 미국 월간지 ‘아틀란틱’의 기자 에릭 슐로서는 2001년 펴낸 저서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미국 내 패티 제조공장의 실태를 파헤치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상당수 패티 공장들은 위생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소의 내장 등을 패티의 원료로 쓰고 있었다. 살코기뿐 아니라 내장 등이 함께 갈아져서 패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이번에 한국에서 문제가 된 O-157균도 패티 속에 들어간 소의 내장이 원인이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O-157균은 동물 내장에서 주로 발견된다.

현재 쟁점은 A양과 B양이 먹은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에 진짜 O-157균이 있었는지 여부다. 고소인을 대리하는 황다연 변호사는 “역학조사에서 O-157균이 발견됐으며 이는 수입육을 사용한 맥도날드사의 문제”라고 했다. 이에 대해 맥도날드는 “어느 패티에도 내장을 섞어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이 햄버거병이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당일 패티 온도 등이 적힌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는 정상적으로 기록됐고, 불고기버거 312개가 판매됐지만 이상이 접수된 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기계가 자동으로 패티를 조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은 내용이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 패티 중 돼지고기를 원료로 쓰는 패티가 있다는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A양이 먹은 해피밀세트의 불고기버거와 두 번째 피해자인 B양이 먹은 맥모닝세트의 소시지맥머핀에는 모두 돼지고기로 만든 패티가 들어가 있었다. 버거킹, 롯데리아 등 다른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은 불고기버거에 쇠고기로 만든 패티를 쓴다. 문제가 된 불고기버거와 소시지맥머핀 모두 치즈가 들어가는 햄버거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패티뿐 아니라 치즈도 O-157균에 오염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맥도날드의 일부 패티가 돼지고기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맥도날드 측이 스스로 밝힌 내용이다. 맥도날드는 이번 사건 이후 불고기버거 패티의 원료가 수입육인지, 혹은 내장이 섞인 분쇄육인지 논란이 일자 지난 7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고기버거에 쓴 돈육은 모두 국내산 돼지고기”라고 밝혔다. 불고기버거 패티에는 국내산 돼지고기만 쓰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맥도날드 측은 해당 불고기버거 패티는 한국 정부가 인증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프로그램이 적용된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졌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피해아동이 먹은 불고기버거의 패티 원료가 국산 돼지고기라 해서 HUS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보건 당국은 돼지고기도 HUS를 유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7월 1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보도 참고자료에서 “돼지고기도 소고기처럼 HUS를 유발할 수 있으며 내장을 섞지 않았다고 해도 병원성대장균이 다른 경로로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2일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맥키코리아의 모습.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7월 12일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맥키코리아의 모습.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일부 패티는 돼지고기로 만들어

한국맥도날드는 자사 홈페이지 ‘맥도날드의 품질’ 코너를 통해 ‘두툼한 식감과 더불어 소금과 후추만으로 끌어올린 진한 소고기 맛이 일품인 맥도날드의 비프 패티는 호주 뉴질랜드 청정지역의 100% 순쇠고기로만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코너에 돼지고기 패티에 대한 설명은 없다. 돼지고기 패티로 만든 불고기버거를 클릭하면 패티 대신 치즈에 대한 설명만 측면에 뜬다. 맥도날드가 자사 햄버거에 돼지고기 패티를 쓴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리기를 꺼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로 맥도날드는 1998년 자사 불고기버거에 돼지고기 패티를 쓴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팔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맥도날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사전적으로 햄버거 패티(patty)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갈아 원반 모양으로 뭉친 고깃덩어리를 그릴에 구운 것을 의미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패티 무게는 100~120g이다. 이를 구우면 70~80g으로 줄어든다. 지방이 기름으로 빠지면서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다. 패티는 축산물가공처리법상으로는 식육가공품에 속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가열 후 섭취해야 하는’ 분쇄가공육으로 분류된다.

축산물 가공업계 종사자들은 패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소금 배합이라고 말한다. 소금을 얼마나 넣는지가 패티 맛을 결정하는 첫째 요소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패티의 결정 크기다. 고기를 갈아낸 결정체의 직경이 작아질수록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예를 들어 수제버거로 한때 인기를 끌었던 ‘크라제버거’는 8㎜ 크기로 간 고기를 패티로 사용했다. 고기를 씹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는 5㎜로 간 고기를 쓴다. 고기 질이 좋을수록 결정체의 직경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호텔의 수제버거는 10㎜로 간 패티를 사용하기도 한다.

27년간 축산물가공업에 종사한 양현경 ‘메아푸드’ 전 대표는 “맥도날드를 포함한 햄버거 전문점들은 일반적으로 패티용으로 트리밍육을 수입해 쓴다”고 밝혔다. 트리밍육은 등심, 갈비, 안심, 양지 등의 부위가 여러 공정을 거친 후 남는 자투리 고기를 부르는 명칭이다. 트리밍육은 화학적 살코기 함량을 뜻하는 CL(Chemical Lean)이라는 값을 매겨 분류하는데, 75CL이라고 표기된 경우 고기 함량이 75%라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보통 한국은 50CL 이상의 트리밍육을 수입한다.

패티 함량비 어디서도 확인 불가능

이런 패티가 안전한 먹거리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에서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취재 결과 국내 400여개 점포에 패티를 독점 공급하는 맥키코리아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맥키코리아 공장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서는 세종특별자치시 농업축산과. 그런데 이곳의 담당관리자는 맥키코리아와 맥도날드의 연관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세종특별자치시청 농업축산과 관계자는 지난 7월 12일 오전 기자와의 통화에서 맥키코리아를 “(전의)산업단지 내에 입주한 햄버거 만드는 회사 정도로 상식 수준에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로부터 이 회사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맥도날드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를 만드는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난 후 “정기점검을 한 번씩 하지만 오늘 한번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같은 날 오후 6시쯤 세종시 연서면 농업기술센터에 있는 세종시 농업축산과를 직접 찾았다. 이 부서에서 가축 방역을 맡은 실무 담당자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2시간 동안 맥키코리아 공장을 찾아 위생 상태를 점검했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한 일일업무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제조공정·위생 관련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이 담당자는 이날 올해 세 번째로 맥키코리아를 방문했다고 했다. 이 담당자에 따르면 대형 업체의 경우 1년에 3~4번 방문해 위생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이날 세종시 농업축산과의 또 다른 담당자로부터 맥키코리아가 제출한 품목제조보고서, 원료수불대장, 생산판매일지를 시청이 모두 확보하고 있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식품은 식약처 고시에 따라 주원료의 함량비와 칼로리를 표기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항이 담긴 자료를 맥키코리아로부터 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담당자는 “맥키코리아가 제출한 해당 자료들에 업체의 영업비밀 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는 사항을 검토 후 자료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품목제조보고서, 원료수불대장, 생산판매일지 모두 업체가 제출한 자료라 공개할 수가 없다”며 “업체(맥키코리아)에 연락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맥도날드 패티에 어떤 원료들이 쓰이는지 구체적인 함량비를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는 셈이다.

제대로 구워졌나 논란 계속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패티가 매장에서 제대로 구워졌는지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7월 10일 “패티의 경우 정해진 조리 기준에 따라 그릴을 통해 상단 플레이트 218.5도 및 하단 플레이트 176.8도로 세팅돼 동시에 위아래로 구워지며 한 번에 8~9장이 구워진다”고 설명했다. 매일 점장 또는 매니저가 ‘식품 안전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그릴 및 조리된 패티의 온도를 측정해 기록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패티가 덜 익을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매장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체크리스트가 있어도 실제로는 덜 익은 패티가 나올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한다. 전·현직 맥도날드 근무자들은 지난 7월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할 때 종종 덜 익은 패티가 나왔다”며 “체크리스트에 조리 상태가 정상으로 기록되고 수백 개가 정상이더라도 일부 패티는 덜 익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4년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부점장까지 지낸 10년 근무 경력의 전직 직원 박모씨는 “형식적 체크리스트만으로 패티가 덜 익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없다”며 맥도날드의 해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매일 아침 그릴과 패티의 온도를 측정하고 체크하지만, 온종일 그 온도가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일부 직원은 체크리스트를 대충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맥도날드의 패티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한 맥키코리아의 설명을 듣기 위해 지난 7월 12일 맥키코리아 유한회사로 전화해 언론 담당자와 통화했다. 이 담당자는 “햄버거 패티 관련 담당자에게 전달하겠다”며 기자의 연락처를 받아갔지만 이후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같은 날 오후 7시쯤 맥키코리아 회사 입구에서 만난 직원 역시 “윗분들이 전부 밖에 계신다”며 기자의 명함을 “전달하겠다”고 했을 뿐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다. 7월 13일 오후 기사 마감 때까지 맥키코리아 측으로부터는 아무런 답변이 오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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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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