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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생활
[2601호] 2020.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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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통신]미니시리즈 ‘더 그레이터’ 엘 패닝

LA= 글·사진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눈부시도록 하얀 피부에 어깨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을 한 엘 패닝(20)은 티 없이 맑고 밝은 천진난만한 소녀 같았다. 질문을 하면 신이 난다는 듯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인터뷰하는 스타들이 다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엘의 언니 다코타도 배우다.
   
   스트리밍업체 훌루(Hulu)가 만든 10부작 미니시리즈 ‘더 그레이트’에서 독일 태생으로 18세기 러시아를 통치한 여제 캐서린으로 나온 엘 패닝과의 인터뷰가 최근 LA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다. 사실에 허구를 섞어 만든 시리즈로 캐서린이 쿠데타로 내몬 방탕한 남편 피터로는 니콜라스 홀트가 나온다. 이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곧 상영할예정이다.
   
   - 작품의 각본을 읽었을 때 소감이 어땠나. “글을 쓴 토니 맥나마라는 단어의 천재다. 그의 글을 읽으면 장면들이 눈에 훤하게 떠오른다. 그의 글들은 가슴속을 깊이 파고드는 비수와도 같다. 매우 사실적이어서 매우 우습다. 우린 아주 극적인 상황에 부닥치거나 몹시 긴장했을 때 때로 히스테리컬하게 되는데 그런 것이 삶 아니겠는가. 이 작품은 역사극이지만 요즘 시의에도 맞는 얘기다.”
   
   - 캐서린은 문맹인 궁정 내 귀족 부인들을 교육하고 그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도록 독려하는데. “그는 여권 쟁취의 상징적 인물이다. 러시아에 여성을 위한 교육을 도입했으며 프랑스와 다른 곳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그는 시대의 밝은 빛이었다. 그의 통치 기간은 러시아의 계몽기였다. 시리즈는 이점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했다. 이 시리즈는 나의 첫 TV 작품으로 내가 총제작자이기도 하다. 작품을 팔려고 여러 스트리밍업체의 남성 대표들과 협상을 하면서 그들에게 나의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남자들에게 자신을 팔면서 남성들에게 둘러싸였던 캐서린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 작품을 영국 런던에서 찍었는데 런던을 좋아하는가. “굉장히 좋아한다. 지하철을 탔더니 사람들이 내 사진을 찍더라. 그런데 런던의 지상 교통은 정말로 가혹할 정도다. 쇼핑도 즐겼다. 시장을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했다. 런던에는 친구들도 많다. 난 이 시리즈를 찍은 스튜디오가 있는, 약간 거친 동네인 이스트 런던 쪽을 더 좋아한다.”
   
   - 영화 속 캐서린은 볼테르를 비롯해 책을 많이 읽던데 당신은 어떤가. “학교에서 볼테르를 가르쳐주지 않아 못 읽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캐서린은 볼테르의 계몽사상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한다. 그러나 난 시리즈 전에는 볼테르를 썩 잘 아는 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캐서린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러나 시리즈를 찍고 나서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캐서린을 연기하고 나서 그의 철학을 비롯해 많은 것을 배웠다. 캐서린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탐구자이다. 심지어 멍청하고 방탕한 피터로부터도 배웠다. 그리고 캐서린은 늘 대비책을 세워놓으면서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이 있었다. 이 역을 맡고 나서 캐서린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 옛 의상을 입고 시대극에 나온 느낌은 어떤지. “사람들은 늘 나를 보고 옛날 시대 여인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코르셋을 입고 과거 여러 시대의 인물로 나왔다. 오히려 현대의 여성 역은 많이 하지 못했다. 또다시 매일같이 코르셋을 입은 이번 역은 과거의 역을 답습한 셈이다. 그러나 시리즈에서 캐서린은 젊기 때문에 보석으로 주렁주렁 치장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옷을 입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 권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렸을 때부터 여성들에게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라고 가르쳐야 한다. 난 어렸을 때부터 ‘너는 강하며 권력을 소유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캐서린의 아름다운 점은 그가 막강한 권력을 소유했으면서도 항상 완벽하고 용감한 사람이 아니었으며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함이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 반드시 바른 결정만 내린 것도 아니었다. 따라서 권력이란 것이 반드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는 할 수 없다.”
   
▲ 미니시리즈 ‘더 그레이트’의 한 장면.

   - 언니 다코타와 함께 영화를 만든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흥분된다. 2차 대전 중의 두 자매 얘기를 쓴 ‘나이팅게일’이 원작이다. 우린 자매로 나온다. 머지않아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함께 만드는 첫 영화다. 매력적인 경험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우린 아주 가까운 사이다. 그러나 다코타와 나는 일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면서 서로 많은 것을 배우리라고 믿는다.”
   
   - 영화와 TV 출연을 번갈아 하면서 어떤 작품에 나올지 어떻게 결정하는가. “요즘은 영화와 TV의 경계선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난 밤에 랩톱으로 TV 쇼를 보는데 아주 편하고 즐겁다. 그리고 난 도전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안 해본 것을 하면서 과거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하기를 좋아한다. 이 역은 각본이 너무 좋아 맡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각본은 캐서린의 젊었을 때부터 나이 먹을 때까지의 삶을 다룬 것인데 처음에는 영화용이었다. 그것을 토니가 캐서린의 젊은 시절만을 다룬 TV 시리즈로 만들자고 하면서 내게 역을 제의했다. 그래서 승낙했다. TV 시리즈는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역이 마음에 든다면 별문제가 안 된다. 시리즈가 성공해 두 번째 시즌 시리즈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 대기오염을 비롯한 환경문제에 대해 신경을 쓰는가. “그렇다. 시리즈 세트에선 식수용을 비롯해 플라스틱을 거의 안 쓴다. 우린 모피도 안 입는다. 입은 모피는 다 가짜다. 환경문제는 세계적인 거창한 문제지만 이렇게 작은 것부터 실천해나가면 문제해결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본다.”
   
   - 피터와의 첫날밤 섹스신은 캐서린이 생각했던 것과는 전연 다른 피터의 일방적인 행위로 끝나는데 그 장면을 찍었을 때 느낌은 어땠는가. “볼썽사나운 섹스신이긴 하지만 니콜라스와 나는 아주 가까운 사이다. 우린 서로에게 안정감을 느껴 사실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우린 박장대소하며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캐서린의 삶에 있어 섹스는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는 섹스를 아주 좋아했으며 자기 몸에 대해 자신만만했다. 따라서 우린 처음부터 캐서린의 섹스에 대한 욕망과 자신감에 찬 성적 매력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의 첫 섹스는 자기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연 다른 것이었지만 어쨌든 그 연기를 하면서 편하고 재미있게 느끼려고 노력했다. 내가 한 많은 섹스신 중에 그 첫날밤이 가장 마음에 든다.”
   
   - 당신은 얼마나 로맨틱한가. “그것은 내게 아주 중요하다. 난 자신을 매우 로맨틱한 사람으로 간주한다. 난 구제불능일 정도로 로맨틱하다. 그것이야말로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 요즘 로맨스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가. “그런 것 같다. 요즘 로맨스는 너무 기계에 의존하는 것 같다. 사랑의 말을 텍스트로 보내니 말이다. 이것은 결코 로맨틱하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요즘 로맨스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러시아에 가 봤는가. 여행한 곳 중에 어디가 가장 인상에 남는가. “러시아에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가능하면 많은 곳을 여행하고 싶다. 인상에 남는 곳은 영화 촬영 때문에 갔던 남아공의 작은 마을 스프링복이라는 곳이다. 난 그때 14세였는데 상대역이 당시 21세였던 니콜라스였다. 그때 그와 처음 봤는데 당시 우린 부부로 나왔다. 스프링복에서의 경험은 거의 초현실적인 것이었다. 기온이 화씨 112도(44도)나 되는 무더위였지만 동네 사람들과 친구가 돼 함께 바비큐를 즐겼던 기억이 난다.”
   
   - 시리즈에는 상소리가 난무하는데 참한 여자로서 그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가. “시리즈는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할 입을 갖고 있지 않다. 토니가 재미를 생각해 상소리를 많이 집어넣은 것 같다. 비록 상소리가 많긴 해도 그것은 더럽다기보다는 분위기에 맞는 스마트한 것이라고 봐야겠다. 그런데 상소리를 계속해서 내뱉은 사람은 피터다.”
   
   - 낄낄대고 웃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은 무엇이었나. “많은데 가장 우스운 장면은 섹스신이었던 것 같다. 또 다른 장면은 목이 잘린 스웨덴 군인들의 머리를 디저트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을 때였다. 하도 황당무계해 모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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