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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0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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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수소는 ‘개발’이 필요한 미래 에너지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난 6월 10일 충남 논산시청에서 열린 수소경제도시 전환 협약식에 참석해 양승조 충청남도지사, 황명선 논산시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와 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환경부
자동차에서 시작된 수소 열풍(熱風)이 이제는 광풍(狂風)으로 돌변하고 있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정유사와 제철기업도 발 벗고 나섰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어도 뛰고 있는 형국이다. 화려한 수소산업의 ‘메카’를 만들겠다는 지자체들도 넘쳐난다. 모두 누구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야단법석이다. 살아남으려면 명함이라도 내밀어 놓아야만 한다는 절박감이 느껴진다.
   
   수소 광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탄소중립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는 현 정부의 작품이다. 탈원전의 대안으로 수소를 만지작거리던 정부가 임기 말에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세계 최고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탈원전에 이은 한국판 그린 뉴딜을 이제는 세상에서 제일 가볍고, 우주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수소’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필요한 기술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구호만 외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이 정부의 신념이다.
   
   수소경제를 육성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모든 일을 정부가 단단히 틀어쥐겠다는 소위 ‘수소법’을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수소법이라고 한다.(어쩌면 마지막 수소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장작법·휘발유법·반도체법도 없다.) 정부가 수소 전문기업을 지정하고, 수소 판매가격을 관리하고, 수소 충전소도 허가하고, 수소특화단지도 지정한다고 한다. 어차피 시끄러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발전은 안중에 없는 정부다. 부동산과 달걀 값도 잡지 못하는 자신들의 능력에도 관심이 없다.
   
   수소를 생산·운반·저장·활용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모두 환경과 안전을 강조한다. 제철공장도 당장 내일부터 시커먼 석탄(코크스)을 쓰는 용광로를 부숴버리고 깨끗한 ‘수소 제철소’로 탈바꿈할 태세다. 발전 공기업도 LNG에 수소를 섞어서 사용하는 친환경 ‘혼소(混燒)’ 발전을 도입한다고 한다. 탄소섬유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운반·저장 기술도 등장했다. 심지어 수소를 액체로 만들겠다는 기업도 있다.(참고로 수소를 액체로 만들려면 섭씨 영하 240도의 냉각기가 필요하다. 당연히 가정용 냉장고보다 훨씬 더 비싸고 어려운 기술이다. 자동차에 장착할 수 있는 장비도 아니다.)
   
   물론 수소를 에너지로 활용할 수는 있다. 수소를 공기 중의 산소와 함께 연소(燃燒)시키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작·숯·석탄·석유·천연가스(LNG)·석유가스(LPG)를 연소시키는 것과 똑같다. 장점도 많다. 온실가스(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고, 시커먼 매연이나 미세·초미세 먼지를 걱정할 이유도 없다. 현재 사용하는 자동차의 엔진을 간단하게 수소 엔진으로 튜닝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수소를 태우면 온도가 너무 많이 올라간다. 공기 중의 질소까지 산화되어 질소산화물(NOx)이 배출된다. 연소 온도가 높은 디젤(경유) 자동차가 질소산화물을 포함한 초미세먼지를 쏟아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수소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도 도무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전 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이 모두 수소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기해버린 이유다.
   
   
   수소연료전지 효율 65%에 불과
   
   수소연료전지를 대안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전기화학적으로 결합시키는 과정에서 이동하는 전자(電子)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충전 시간이 길고 무거운 기존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소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의 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도 금상첨화다. 연료로 사용하는 수소를 충전하는 시간도 짧다.
   
   그런데 에너지 효율, 즉 연비가 나쁘다. 최대 65%를 넘지 못한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일반 전기자동차보다 연비가 3배나 더 나쁘다. 앞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크지 않다. 폭발 위험이 있는 700기압의 초고압 수소연료탱크도 걱정스럽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도 사실은 전기모터로 구동된다. 그렇다면 굳이 수소를 써야 할 이유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보급하려면 자신의 주머닛돈을 털어서라도 환경을 지키겠다는 확실한 각오를 가진 헌신적인 소비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나 제한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만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우주의 75%가 수소로 채워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주에 나가기만 하면 수소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빛의 속도로 가더라도 8분30초나 걸리고, 표면온도가 6000도가 넘는 태양에 우주의 수소가 집중되어 있다. 결국 우주의 수소는 우리에게 그림의 떡이다.
   
   
   수소가 깨끗하다고?
   
   지구에서의 사정은 딴판이다. 지구상에서 10번째 흔한 수소가 모두 탄소·질소·산소에 단단하게 붙어 있다. 그래서 수소를 ‘생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유사와 제철공장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를 자동차 연료로 쓰기는 쉽지 않다. 비료공장과 화학공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사와 화학제품을 포기하면 자동차를 탈 일도 함께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옥수수를 발효시켜서 자동차 연료로 쓸 바이오에탄올을 만들었던 미국의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천연가스를 뜨거운 수증기로 열분해해서 ‘개질(改質)’ 수소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온실가스가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마구 뿜어내는 개질 수소도 ‘그레이(grey) 수소’일 수밖에 없다. 결국 개질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와 연료전지 발전소는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한 ‘수전해 수소’도 블루(blue)라고 보기 어렵다.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하더라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규모 신재생 발전 설비는 어쩔 수 없이 인구 밀집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그런 곳에서 생산한 수소를 운반·저장하는 과정에서의 사고·오염도 심각하다. 물의 전기분해에서 에너지 효율이 75%를 넘지 못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수소는 여전히 미완성의 미래 기술이다. 송전망만 갖추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굳이 적지 않은 낭비를 감수하면서 수소로 전환시켜야 하는 이유가 없다.
   
   생산·운반·저장·활용의 모든 면에서 다양한 기술의 완성도를 개선해야 한다. 충분히 성숙되지 않은 설익은 기술을 너무 성급하게 풀어놓으면 오히려 독(毒)으로 전락해버릴 수 있다. 수소는 ‘실용화’가 아니라 ‘개발’이 필요한 미래의 기술이다. 너무 서두를 일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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