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은 비영리단체 '뉴웨이즈(NEWWAYS)'와 함께 6·1 지방선거 전까지 '청년 정치인을 찾습니다'는 연재를 싣고 있다. 이번은 5번째 주인공이다.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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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민(33)씨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세계 유명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Blizzard)’에서 근무했다. 그의 주된 업무는 블리자드 웹서비스 기획·개발. 2015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한국 공식 앱’ 개발은 그가 참여한 대표 프로젝트다. 구씨는 이를 주요 경력으로 삼아 전문 ‘프로그래머’를 꿈꿨지만, 그가 거주하는 서울 관악구의 정체된 모습은 그를 되레 정계로 뛰어들게 했다. 구씨는 “내가 근무했던 기업의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나날이 발전하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붓는데도 10년이 넘도록 변화하지 않았다”며 “내 아이는 미래가 있는 곳에서 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구씨는 블리자드 퇴사 후 각종 프로그램·웹 기획 업무를 새롭게 시작했는데, 지난해 이를 모두 중단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서울 관악구의원(관악갑)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계획에서다. 그는 “내 손으로 동네를 바꿔 보자”는 각오로 선거를 준비 중이다.

게임 랭킹 4위 ‘열정’ 내세워 입사

돌이켜보면 구자민씨는 원래부터 프로그래밍 일을 꿈꿨던 건 아니다. 그저 게임을 무척 좋아했고 고교 시절엔 태권도를, 20대 초반엔 대학로 극단을 전전하는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러다 2012년 내가 좋아하는 게임사인 블리자드 채용 공고를 우연히 접했다. 입사 조건은 대졸 이상이었다. 당시 나의 신분은 고졸. 하지만 무작정 넣고 봤다. 면접까지 운 좋게 올랐고, 면접 자리에선 남들과는 다른 답변들을 내놨던 것 같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랭킹 4위에 공대장(길드장)을 했었다는 걸로 나의 매력을 어필했다. 당사의 게임 사랑을 열렬히 표현한 거다. 회사에선 나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고 결국 블리자드에 입사할 수 있었다.”

블리자드에서 구씨는 웹서비스 팀 내에 ‘프로그램 매니저(PM)’로 일했다. 팀 업무 스케줄링이 그의 전담 업무였다. 프로그래밍을 비롯한 이곳에서의 업무는 모든 게 낯설었지만, ‘바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묻고 배웠다고 한다. 그는 2016년 블리자드를 퇴사했고 국비 지원교육을 통해 본격적으로 프로그래밍 공부에 나섰다. 2019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입지지원시스템 총괄 업무를 도맡을 수 있던 건 그의 이런 노력 덕이었다.

그의 진로는 프로그래머로 좁혀지는 듯했지만, 커리어를 쌓을수록 눈에 밟히는 게 한 가지 있었다고 한다. “내가 사는 서울 관악구, 이 동네였다. 원래는 경북 예천에 살다가 18살 때 태권도에 전념하기 위해 상경했다. 방향은 달라졌지만 20년 넘게 나름 경력을 쌓고 성장했다. 관악구에서 신혼집까지 마련하는 등 잘 자리 잡은 덕도 있었다. 근데 동네는 그 어떤 것도 변화하지 않더라. 심지어 내가 일하는 기업의 프로그램이나 서비스 질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지역에선 어떤 정책, 사업이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도통 알 수 없는 키워드만 난무했고 필요 정보, 혜택에 대한 접근성은 한없이 떨어졌다. 조금만 손보면 될 일인데 제자리걸음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구의 발전은 도모조차 할 수 없어 보였다.”

그는 서울 상경 후 당에 대한 호기심, 사회문제에 관한 관심 등으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에 가입, 탈퇴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었다고도 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강민구 국민의힘 서울 관악갑 당협위원장과 우연히 주고받은 안부 문자메시지가 정치와 연을 만들었고, 그의 문제의식을 더 키웠다. 구씨가 직접 구의원이 되어 지역을 바꿔보자고 마음을 먹은 것도 이즈음이었다.

지난해 여름 그는 하던 일을 모두 중단했다. 그러곤 국민의힘 서울 관악갑 청년위원장직을 맡으며 지역에서의 대선 선거운동부터 뛰어들었다. 관악구는 본래 진보세가 강한 지역이었지만 그는 이번 선거에선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를 5%포인트대까지로 좁히면서 나름 성과를 냈다고 본다. “지역에서 열심히 뛴 노력이 민심의 결과로 나왔다고 본다. 6월 지방선거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씨는 선거 기간 동안 국민의힘 중앙캠프에서 온라인 홍보를 도와달라거나 청년 인사로 활동해 달라는 연락을 적지 않게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역에 남을 것을 고집했다. “중앙에서부터 정치 활동을 하는 건 내가 처음 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와도 맞지 않았고, 또 그런 식으로 정치를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지역 일을 돕고 싶었다.”

“기술 활용해 정보 접근성 높이겠다”

현재 구씨가 주목하는 서울 관악구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관악구를 보면 인헌동과 남현동이 인접했는데도 지형적으로는 분리돼 있다. 가로지르는 터널이나 길이 마련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다. 이로 인해 구민들은 적지 않은 교통 불편을 겪는다. 가령 인헌동 주민들은 사당역을 곧바로 갈 수 없으며, 남현동 주민들은 서울대학교로 곧장 향하기 어렵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지역 문제다.” 그는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관악구의 정보나 정책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구씨는 구의원에 당선되면 이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살면서 느꼈던 불편, 불만을 중심으로 하나하나씩 고쳐나가고 싶다. 조금만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지역 정보도 각종 디스플레이 창구를 활용하면 지자체가 먼저 구민들에게 알리고 소통할 수 있다.”

그는 또 낙성대공원에 대한 브랜드화도 기획 중이다. “올림픽공원처럼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 인접한 서울대의 인프라를 접목하면 생각지 못한 공원 모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낙성대 전체 공원의 일부만 활용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와 관련해선 구청장 후보와도 지속해서 논의 중이다. 또 내가 정치에 직접 뛰어들게 된 이유인, 관악구 1년 전체 예산 1조2000억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왜 이것이 동네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게 했는지 그 사용처를 세세히 분석하고 비판해 지역 성장의 기회를 만들고 싶다.”

구씨의 올해 단기 목표는 구의원 당선, 장기 목표는 구청장 당선이다. “내가 사랑하는 거주지인 서울 관악구를 ‘살기 좋은 동네’로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 구의원, 구청장이 국회의원보다 지역을 위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본다. 구의원으로 경력을 쌓아 구민들에게 인정받고 향후엔 관악구청장으로 일하고 싶다. 관악구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열세지만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얻어 전례 없는 기록을 내보겠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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