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국회에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있었다. 참여 인원은 50명 남짓. 박병석 의장을 포함한 의장단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참석한 의원들도 연설 중에 휴대폰을 들여다보거나 중간에 자리를 뜨는 경우도 있었다. 마침 지난 3월 일본 국회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있었다. 당시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쳐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일본 국회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젤렌스키의 연설은 의원들의 뜨거운 환호로 시작해 기립박수로 끝이 났다. 앞서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거의 비슷했
선거에 패배한 정당에는 슬퍼할 시간도 사치다. 오히려 선거 이후 더 분주해진다. 우선 선거 패배에 책임이 큰 지도부가 거의 예외없이 총사퇴를 한다. 그다음으로 최대한 빠르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시작한다. 대개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면 위원장이 나머지 비상대책위원을 임명하는 방식을 따른다. 문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가 않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대표 이상의 권한을 가지면서도 ‘선출’되는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를 위원장으로 정하느냐를 두고 당내에서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만약 비상대책위원장
역사는 문재인 정부 5년을 어떻게 기록하고, 후대의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할까.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기보다 이른바 ‘문파 팬덤’과 운동권 세력의 수장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또 문 정부는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무능했던 정부로 기억되지 않을까.촛불을 들었던 온 국민의 열망으로 태어난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기대는 컸다. 한때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고 90%까지 다가가기도 했다.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에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승리를, 2020년의 총선에서도 대승을 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세계는 이번 올림픽을 두고 ‘21세기 이후에 열린 모든 스포츠 대회 중 최악’이라는 가혹한 평가를 내렸다. 올림픽이 진행되는 내내 사고가 터져나왔지만 그에 대해 중국 당국은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스포츠정신이 사라진 공간에는 정치만 가득 찼고,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 국제 평화의 증진’이라는 올림픽의 취지도 무색해졌다. 불명예로 얼룩진 베이징올림픽에 러시아가 화룡점정을 했다. 폐막식 이후에도 러시아 선수의 금지약물 사용 문제, 즉 도핑 논란이 남아 있어서 최악의 스포츠 대회라는
‘눈 뜨고 코 베이징.’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우리 선수들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화가 난 우리 네티즌들이 확산시키고 있는 말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편파 판정이 노골적으로 반복되면서 우리 국민은 분노했고, 선수단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황. 이처럼 중국이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는 몹시 후진적이다.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은 사라졌고, 경기의 룰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메달만 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국내의 실내체육 인구가 1000만명을 넘었다. 실내체육이란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헬스장, 실내 골프연습장, 요가센터, 필라테스센터, 탁구장과 같이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를 총칭한다. 이 인구만 무려 대한민국 국민의 5분의1이 넘는다는 소리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그 위력을 깨우친 불교 신자들보다도 더 많은 수다. 야구나 축구 같은 야외 스포츠 인구를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임이 틀림없다.운동이 현대인들의 삶의 일부가 된 것은 제법 오래된 일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실내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정책 경쟁이 치열하다. 중도 표심을 잡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슷한 공약을 내놓기도 하지만, 정당의 이념이나 후보의 특성만큼 정책의 차이는 확연하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뜨거운 현안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각 후보의 입장은 정반대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는 부동산 세제의 전면개편을 통해 세금 부담을 완화하려고 한다. 반면 이재명 후보의 경우 공약을 철회하거나 자주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정확한 정책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대개는 국토보유세 등을 신설하여 세금 부담을 더 강화하는 방향
1973년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었다. 탄핵 요구 여론이 들끓자 닉슨은 이듬해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이 자동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미국의 정치체제상 당시의 부통령인 제럴드 포드는 얼떨결에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다. 억세게 운이 좋았던 포드는 부패범죄로 사임한 전임 부통령 스피로 애그뉴의 자리를 이어받아 부통령으로 취임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닉슨 대통령까지 사임하면서 초고속 승진을 한 셈이다. 벼락출세를 했던 만큼 포드는 정치적 기반이 불안했다. 바로 1976
안타깝게도 ‘n번방 방지법’이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작 n번방 사건이 벌어졌던 텔레그램은 ‘n번방 방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n번방 방지법’은 오픈 채팅방에서 이뤄지는 정보만을 필터링의 대상으로 삼는데 텔레그램은 사적 대화방 기능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n번방 사건에서처럼 성착취 음란물이 유통되는 주요 통로는 사적 대화방이고 사적 대화방의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n번방 방지법’이 있든 없든 수사기관의 공조가 필수적이다. 반면 국민 대다수가 늘상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네이버 라인 등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며칠 뒤 16년이라는 긴 임기를 마친다. 독일의 첫 동독 출신이자 첫 여성 총리다. 독일 역사상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정치 일선에서 퇴장하는 총리이자 독일의 모든 총리 가운데서 비스마르크와 헬무트 콜에 이어 임기가 가장 길다. 실용주의적 태도와 뛰어난 협상기술을 바탕으로 한 그의 정치 리더십은 ‘엄마 리더십(Mutti leadership)’이라 불리며 퇴임 직전까지도 8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자랑한다. ‘포브스’도 지난 10년 내내 메르켈 총리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았다. 냉전 종식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선이다. 이렇게 뽑고 싶은 사람이 없는 대선은 처음이라고 한다. 여야 갈등도 극단적이어서, 정권교체 여론과 정권유지 여론 각각이 유례없이 필사적이다. 유력 주자 모두가 ‘0선’인 점도, 이른바 ‘사법 리스크’가 대선 정국을 장악한 점도 전에 없던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를 삼켜버리면서,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혀 다른 비전과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게 특별한(?) 대선 국면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바로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천하삼분지계’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 슬로건이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 강자에게 맞서 싸우고 약자를 돕는 로빈 후드 같은 이미지를 자신의 브랜드로 삼고 싶었던 모양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에게 투사의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점은, 이재명 후보는 15년이 넘는 자신의 정치적 여정에서 실제로 ‘강자’에게 도전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것처럼, 이재명은 정치 활동 내내 적당히 강자에게 도전하는 이미지만 만들면서 실제로는 적당히 권력과 타협해 왔다.실제
이른바 ‘대장동 게이트’로 대선판이 흔들리니 이재명 후보의 마음이 급해진 모양이다. 대장동 게이트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바람과는 다르게, 검경의 수사와 언론의 취재가 진행될수록 대장동의 배후에는 이재명의 그림자가 자꾸 어른거린다. 궁지에 몰린 이재명은 당선 즉시 강력한 대개혁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언을 했다.개혁 중독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은 후보답게, 불리할 때 재차 개혁 카드를 꺼낸 이재명 후보의 모습이 낯설지는 않다. 앞으로도 민주당은 자신의 진영과 뜻
‘중·수·청’ ‘M·여·중’.이 낯선 신조어는 치열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여야의 대선후보들이 주문처럼 외우는 구호다. ‘중·수·청’은 중도층, 수도권, 청년을 말한다. ‘M·여·중’은 MZ세대(2030세대), 여성, 중도를 줄인 말이다. 대표적으로 스윙보터(swing voter)로 여겨지는 사람들이다. 여야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하게 선거가 전개되는 경우에는, 결정적으로 이 스윙보터들이 대선의 향방을 바꾼다. 특히 청년층의 표심이 이번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이번 선거 과정에서
소위 ‘고발사주’ 의혹으로 여의도가 한동안 달아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때문에 추석을 지나며 묻힌 감이 없지 않지만 이 사건은 당분간 대선판을 흔드는 주요 이슈로 전개될 것이다.사건의 발단은 21대 총선 기간인 지난해 4월로 돌아간다. 당시 대검찰청의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가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의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에게 여권 인사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하였으며 이후 김웅 후보가 4월 3일, 4월 8일 양일에 걸쳐 당시 미래통합당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성은씨에게 해당 고발장을
많은 비가 내리던 충북 진천에서 한 젊은 사내가 정장을 입은 채로 젖은 도로에 무릎을 꿇었다. 추켜든 양손에는 우산이 높이 들려 있었고, 그 우산 안에는 방역복을 입은 법무부 차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연설이 10분 넘게 이어지는 내내 비는 그치지 않았다. 사내는 혹시나 방송 카메라에 잡힐까, 도로에 무릎을 대고 차관 뒤에서 차관의 머리 위로 우산을 받쳐 올렸다. 그 끔찍한 장면은 언론사의 카메라에 담겼다.이 에피소드는 지난 8월 27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아프가니스탄 특별입국자에 대해 지원방안을 브리핑하던
고대 중국의 전국시대에 있었던 일이다. 제나라에 패한 연나라의 소왕은 부국강병을 이뤄 제나라에 복수하기를 결심했지만, 당시 연나라에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줄 인재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곽외라는 신하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자신을 좋은 자리에 앉혀 우대한다면 천하의 인재들이 연나라로 모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 말에 반신반의하는 소왕에게 곽외는 ‘천리마 뼈다귀’ 이야기를 들려준다. ‘천리마 뼈다귀’의 일화는 ‘매사마골(買死馬骨)’이라는 고사성어가 되어 훌륭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교훈으로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데, 간단하게 소개한다
2021년 1월 17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마선언은 12년 전 시장 재직 당시 만들었던 ‘북서울 꿈의숲’에서 이루어졌다.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상징적 장소였지만 모여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나가는 행인들, 카메라 몇 대와 노트북을 든 기자들, 오래전부터 오 전 시장을 지지하던 사람들 몇몇이 전부였다. 넓은 공원 부지에 듬성듬성 흩어진 사람들의 모습이 그의 출마선언을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몹씨 추운 날이기도 했지만, 오세훈 시장이 선거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도쿄올림픽이 우여곡절 끝에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개최 당일까지 일본 내에서는 개최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압도했다. 지난해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이미 올림픽 연기 카드를 써버린 마당에 백신 부족 문제까지 심각해지면서, 올림픽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스가 총리에게 일본과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출범 초 70%가 넘었던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최근 2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올가을에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여 총리 재임을 노리려는 스가
얼마 전 싸이월드가 몇 년 만에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반가움보다 덜컥 걱정이 앞섰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허세 가득한 사진, 손발이 오그라드는 감성적 글귀, 너도나도 사랑과 우정을 말하는 낯부끄러운 방명록이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흑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싸이월드가 다시 세상에 공개됐을 때 그 민망함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와 동년배인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일 테다. 싸이월드가 대한민국의 유일무이한 소셜미디어(SNS)였던 시절이 바로, 우리 세대가 한창 ‘중2병’을 앓고 있던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