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한국 국가대표팀이 거둔 준우승 성적은 갑자기 일어난 ‘기적’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는 방치에 가까웠던 한국 유소년 축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부터 한국 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겨루기 위해서는 유소년 축구 시스템부터 차근차근 만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번 U-20 월드컵이 낳은 스타 이강인도 2007년 방영한 유소년 축구 방송 프로그램에서 주목받기 시작해 성장한 선수다. 2000년생 안팎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던 이번 U-20 대표팀이 거둔 놀라운
‘비가 오면 슬퍼지도록 감각이 약동한다. 살아오는 동안 죽도록 일만 해온 습성 때문인지 내 신경은 잠시도 나를 무심상태로 놓아주질 않고 쉬지도 놀지도 못하는 불행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래, 나는 오직 꿈을 파먹고 살아왔다. 지나온 길이 평탄하지 않아 눈이나 비, 꽃과 친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에서 얻어지는 고독한 행복감에 젖어 오직 작업하는 일만이 편한 길이었다.’지난 8월 미국 뉴욕에서 별세한 것으로 알려진 천경자 화백(1924~2015)이 1995년 수필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에 남긴 글이다. 꽃과 여인의 화가 천경자
지난 9월 16일 서울 중구 순화동 라마다호텔&스위트에서 드디어 구양옥(33) 변호사를 만났다. 거의 일주일 전부터 수차례 전화를 하고 이메일 문답을 주고받았지만 얼굴은 처음 봤다. 구 변호사는 작고 호리호리한 몸매에 앳돼 보였다. 다소 날카로운 눈매를 제외하면, 일본 법정에서 일본 극우파들을 매섭게 몰아치던 전사(戰士)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구 변호사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지만 한국말이 유창했다. 이날 오전 오사카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탄 그는 “아이가 어려서 공항에서 바로 호텔로 왔다”며 인터뷰에 빨리 응하지 못한 데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 정의화 의장이 현관에서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의장실을 둘러보았다. 오른편 창틀에 ‘섬진강시’ 조감도가 보였다. 여수, 광양, 구례, 하동, 남해를 묶어서 하나의 시(市)로 만들자는 것은 정 의장의 오랜 꿈이다. 의장석 뒤쪽의 병풍과 왼쪽의 사진도 특이했다.“내가 포은 정몽주 20대손인데, 포은이 장원급제할 때 쓴 시로 병풍을 만든 겁니다. 저 옆에는 내 사진 작품이에요. 내가 부산대학교 다닐 때 학보사 기자를 했는데, 그때부터 사진을 취미로
“(성 회장이 죽고 나서 발견된) 쪽지 자체가 미스터리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성 회장이 정치인에게 몇억원을 줬을 가능성은 낮다. 재무 담당자인 내게 그 정도 규모의 현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1991년부터 2009년까지 대아건설 재무담당(2003년까지)과 경남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며 성완종 전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전모(53)씨는 4월 15일 주간조선과 만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성완종 리스트’에 적혀 있던 돈의 액수와 관련해 “평상시 성 회장의
“너무 크면 삼키기가 어려워요. 한 번에 500위안 정도? 지폐를 돌돌 말아 최대한 작게 만든 다음에 비닐로 꽁꽁 묶어야 합니다. 그걸 갖고 있다가 중국 공안에게 잡히면 바로 삼켜버립니다. 그 돈은 내 생명줄이니까요. 그게 있어야 북송된 다음에도 다시 탈북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1998년부터 2005년까지 탈북과 북송을 네 차례나 겪으면서도 자유를 찾아 다시 국경을 넘었던 한송화(55)·조진혜(25)씨 모녀. 한씨 가족의 탈북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한씨 가족은 지난 2008년 중국에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곧장
“노무현 정권 막바지에 청와대 있던 친구들이 정권 끝나면 나갈 자리가 없으니까, (경인지역 지상파 방송사업자 선정에 개입해) 자리를 만들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당시 정권 말기에는 언페어(unfair)한 상황이 많았습니다.”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지난 4월 8일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영안모자 본사에서 주간조선과 만나 2006년 초부터 경인지역 민방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한 뒷얘기를 털어놨다. 특히 그는 당시 청와대 일부 고위인사들이 민방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백 회장이 20
이 사람 진짜 괴물이다. 4월 8일 서울 중구 태평로의 코리아나호텔 건물 1층의 한 커피 전문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박문호 박사를 인터뷰하는 중이다. 그는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이라는 783쪽짜리 두툼한 책을 냈다. 박씨는 뇌 관련 베스트셀러의 저자. 그가 2008년에 쓴 ‘뇌, 생각의 출현’은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뇌과학 최고의 책’ 순위 1위에 올라 있다. 뇌 전문가로서 이름을 올린 그가 5년 만에 수없이 많은 그림이 들어가 있는 뇌과학 책을 또 낸 것이다.불과 몇 주 전 ‘뇌, 생각의 출현’ 책을 읽어
‘한국에는 왜 헤리티지재단이나 브루킹스연구소와 같은 민간·독립적 종합 싱크탱크가 없을까?’국가미래연구원 웹사이트 안내문에는 이런 문장이 굵은 글씨체로 떠 있다. 헤리티지재단이나 브루킹스연구소를 지향한다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지향점이 읽힌다. 국가미래연구원(IFS·이하 ‘국미연’)은 2010년 12월,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밝히고 결성된 싱크탱크다. 알려진 대로 국미연은 4월 12일 현재까지 박근혜 정부의 장·차관급만 6명을 배출했다.이런 국미연이 지난 4월 5·6일 거의 모든 신문으로부터 호되게 비판을 받았다. 사설 제목만 옮겨 보면,
그는 고인돌을 찾아 떠난다고 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촌역 2번 출구로 나가면 강화도 고인돌 유적지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수천 년 전 인류의 무덤 앞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4월 9일 보름간의 한국 일정을 끝내고 인천공항으로 가기 전에 고인돌을 꼭 보고 가야겠다는 그의 짐은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그 전날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한옥 골목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백발에 쇼트커트를 하고 검은색 캐시미어스웨터를 걸친 그는 소탈해 보였다. 목소리는 80대 같은데 잡티 하나 없는 피부는 60~70대로 보여
그는 왼손 가운뎃손가락 한 마디가 없다. 미국 유학 첫해 생선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잘렸다. 1984년의 일이었다. 그때까지 그의 인생은 암흑이었다.2012년 3월. 그는 한국인 최초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채로 뽑은 정교수가 됐다. 68세 정년보장, 교수 2명 추천권. 80만파운드(14억원) 연구비 지원 등 정교수 최고대우 였다.삼성종합기술원 전무에서 옥스퍼드대 전자공학 교수가 된 김종민(56) 박사이다. 옥스퍼드대 신문은 2012년 “삼성의 나노테크놀러지 전문가가 옥스퍼드대로 온다”는 제목으로 그를 소개했다. 1년 만인 지
지난 7월 3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멱살을 거머쥔 사람은 전남 영광의 법성포 어촌계장 홍성수(60)씨인 것으로 주간조선 취재 결과 밝혀졌다. 홍성수씨가 부정선거와 종북논란의 장본인인 이석기 의원의 멱살을 거머쥔 사진은 다음날 조선일보 등 여러 신문의 종합 1면을 장식한 바 있다.이 의원은 지난 4·11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선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최근에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는 듯한 태도로 ‘종북(從北)’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홍씨는 2010년 7월부터 전남 영광군수협 산하
탁신 친나왓(63) 전 태국 총리는 지난 3월 6일 “총리로 재임할 때도 암살 시도를 네 차례나 당했다”며 “신변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는 태국에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잉락 친나왓 현 총리)과는 지금도 매일 통화한다”며 “당분간은 동생과 당(黨)이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측면에서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탁신 전 총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막내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45) 현 총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잉락과는 18살 차이가 나는데 사실상 내 딸과
“정부가 누구를, 어떻게 선택하든, 그 선택 기준은 우리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정부의 절대적 권한입니다. 정부의 ‘선택 기준, 판단의 잣대’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갈팡질팡하고 있는 정부의 모습은 빠른 시간 안에 정리돼야 합니다. 매각이 진행 중인 지금까지도 이곳저곳의 이해가 얽힌 의견만 듣고 있을 뿐, 매각에 대한 뚜렷한 방향을 정부는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견만 듣다가 끝낼 순 없는 거잖아요.”우리금융지주 인수에 도전장을 던진 사모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민유성(57) 회장이 정부의 태도가 못마땅하다고 지적
“봉은사 직영사찰 전환이 결정된 날 자승 총무원장이 봉은사로 명진 스님을 찾아가 ‘미안하고 참회한다. 귀신에 씌어서 그리 된 것 같다’며 사과했다고 명진 스님이 말했습니다.”‘봉은사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영국(52)씨가 4월 5일 주간조선과 단독 인터뷰를 통해 베일에 가려져 있던 사건의 내막 일부를 처음으로 밝혔다. 김씨는 지난 3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주지인 명진 스님이 총무원의 직영 사찰 결정 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불교계 외압설’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틀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사실이라고 확인해 준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