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26억1662만원에 매각한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저와 부지가 주변의 단독주택 매물과 비교해 1.5배에서 3배까지 비싸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7일 문 대통령은 연면적 329.44㎡인 2층 단독주택을 직거래로 20억6465만원에 팔았다. 이 주택의 대지면적이 1721㎡라는 점을 고려하면 평(3.3㎡)당 약 4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성사된 셈이다. 2009년 7억9493만원에 사들인 건물이 ‘너무 비싸게 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시세대로 자연스럽게 팔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
지난 12월 22일, 당진~영덕고속도로 감덕IC를 빠져나와 내포신도시 방향으로 향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만나는 40번 국도는 확장 공사로 분주하다. 창문을 열면 맡을 수 있는 매캐한 아스팔트 냄새는 이 일대가 발전과 확장에 몸부림치고 있다는 증거다.도로 위 기계들이 바쁘게 오가는 지점을 지나쳐 너른 삽교 평야를 지나면 아파트 건설을 위해 서 있는 크레인들을 보게 된다. 수도권의 신도시처럼 정방형으로 뻗은 도로, 이미 들어선 아파트와 들어설 아파트 단지, 대로 건너편에 자리한 빌라촌, 그리고 상가 건물들의 밀집 지역은 수
터키가 수렁 깊숙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사려 깊고 친절한 터키인들이 깊은 한숨과 어두운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일단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전염병이 원인일 듯하다. 8400만 인구 가운데 대략 10% 정도인 900만명이 감염됐다. 8만여명이 숨지고, 지금도 하루 약 2만여명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대략 6위의 전염병 피해국이 터키다.그러나 바이러스가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터키는 600여년에 걸친 ‘대제국(Empire)’ 오스만튀르크의 후손들이 세운 나라다. 다양한 인종·민족·종교에 기초한 대국이자 대제국
“카운트다운. 10, 9, 8…1. 발사.”지난 11월 16일 오전 11시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우주센터 내 궤도충격실험실. 이날 이곳에는 러시아 측 인공위성 기술자 10명과 KAI의 국내 연구진 여러 명이 모였다. 내년 상반기 중 발사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중형위성 2호기의 분리충격 시험을 수행할 기술자들이었다. 차세대 중형위성 2호기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으로부터 KAI가 넘겨받아 독자 설계한 첫 번째 차세대 중형위성이다. 앞서 항우연과 KAI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중형위성 1호기는 지난 3월 러시
IBS(기초과학연구원)가 대전 신동에 짓고 있는 중이온가속기(RAON)는 1조5000억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핵물리학 연구시설이다. 2011년에 사업단이 출범했고 2017년 준공을 목표로 했으나 2019년, 2021년으로 계속 준공이 늦춰진 바 있다. 올해에는 전체 준공에서 ‘단계별 건설’로 아예 계획이 바뀌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뭔가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로 보인다. 한국의 보기 드문 거대과학(Big Science) 시설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중이온가속기이용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핵물리학자 홍병식
“손 소독하고 (검진) 설문지 작성해주세요.”한마디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온종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790번을 반복하자 진이 쑥 빠졌다. 지난 8월 3일 서울 용산역 앞 선별진료소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일 체험을 하는 동안 진료소에는 총 790명이 다녀갔다. 도로 한복판에 덩그러니 세워진 임시선별진료소라 매연과 흙먼지를 마시며 일을 해서 그런지, 일이 끝나자 목에서 칼칼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오늘과 같은 중노동을 마치고 퇴근하는 의료진들은 내일도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한다.진료소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 9시. 10분
덜컹대는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농로를 한참 따라갔다. 백연리의 푸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에 섰다. 들판에 넓게 펼쳐진 논을 야트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었다. 농번기인 6월 모가 빽빽이 심겨 있는 논 옆으로 좁고 긴 논두렁길이 이어졌다. 드문드문 세워진 전봇대와 비닐하우스 하나, 가축 축사 한 군데를 제외하고 인공 구조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멀리 보이는 산 정상쯤에 도라산 전망대가 보였다. 이 초록 일색의 들판에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의 나들목이 세워질 예정이다.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에서부터 파주시 장단면의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이후 생활한 사저는 저마다의 이유로 화제를 몰았다. 전두환의 연희동, 김영삼의 상도동, 김대중의 동교동, 노무현의 봉하마을, 이명박의 논현동, 박근혜의 삼성동. 청와대를 들어가기 전과 나온 후에도 대통령들의 사저는 뉴스의 현장이 되곤 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임기가 1년4개월여 남으면서 그가 퇴임 후 머물 사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퇴임 이후 사저를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이곳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귀향을 반기고 있을까. 또 문 대통령이 거주했던 이전 사저 인근 주민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가덕도신공항에 속도를 내면서, 가덕도에 산재한 일제의 한반도 침략 증거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가덕도신공항은 당초 산지절개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덕도 동쪽에 인공섬을 조성해 추진하려다가 막대한 매립비용 문제로 인해 가덕도 최고봉인 연대봉(해발 459m)과 국수봉(해발 264m) 사이 계곡을 따라 비스듬한 동서 방향 활주로를 조성하기로 큰 틀이 정해진 상태다. 부산시에 따르면, 해상매립용 토사 확보와 활주로와 유도로, 주기장 등 에어사이드 조성을 위해 가덕도 남단의 국수봉은
인천 계양구 내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일가 소유 부지에서 운영됐던 이른바 ‘계양산 개농장’을 둘러싸고 관계인들 간 분쟁이 벌어지면서, 이곳에 있던 개 220여마리가 졸지에 갈 곳을 잃거나 살처분당할 위기에 놓였다. 1992년부터 신 회장 측과 계약을 맺고 이곳에서 개농장을 운영해 온 이모씨 부부는 자신들의 개 사육 관련 시설물이 불법이라는 구청 측의 통보를 받아 8월 안에 모두 철수해야 하는 입장이다.30년 가까이 운영되던 개농장은 동물 배설물 미처리 등의 관리 미비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그 철거비용도 만만치
“간신히 먹고사는 거야.”지난 4월 28일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 함바집을 운영하는 60대 여주인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다행히 근처에 공사 인부들이 있어, 운영은 돼. 요즈음 같은 어려운 시기에 천만다행이야.” 그는 “직원 내보내고 아침 5시에 혼자 출근해 식당 준비를 한다”며 “30년 식당 경영하면서 요즘같이 어려울 때는 없었다”고 하소연했다.그러면서도 여주인은 기자에게 “요즈음 쌀값이 별로 안 드는데 왜 그런지 아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답변이 재미있었는데, “노가다로 불리는 건설 인부들도 이제는 고기, 야채를 찾지
[image1]고대 그리스 해양도시 밀레투스(Miletus)는 현재 터키 동부에 위치한 서방 문명의 발상지다. 철학·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Thales)를 비롯한 수많은 고대 학자들이 태어나고 활동한 곳이다. ‘해양도시’라고 하지만 흥미롭게도 밀레투스에는 바다가 없다. 주변을 보면 목화밭이 끝없이 이어져 있을 뿐, 고대 그리스 도시들이 접해 있던 투명한 에게해는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유사 이래 계속된 퇴적층이 이유다. 고대도시 밀레투스는 에게해와 멘데레스(Menderes)강을 배경으로 성장한 도시다. 터키 동부를 횡으로
한국 여권이 이렇게 불안하기는 처음이다. 무비자 방문 경쟁력에서 세계 수위를 달리다가 하루아침에 격리·추방의 표적으로 변한 것이 한국 여권이다. 이유는 물론 중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다.2500달러 들여 출발 3일 앞당겨지난 2월 25일 밤 11시 일본 나리타(成田)공항에서 이탈리아 베네치아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터키항공으로 이스탄불에 26일 새벽 5시30분에 도착한 뒤, 곧바로 아침 8시35분 베네치아로 이어지는 비행 여정이다. 필자의 도쿄-베네치아 항공권은 이미 지난해 9월 결정된 상태였다. 그러나 원래 여정은 2월 25일이 아
[image1]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도에 거주하는 박덕실(68)씨는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조업을 해왔다. 그가 사는 욕지도는 경남 통영 삼덕항에서 약 32㎞, 배로는 50여분 거리에 있는 14.5㎢ 면적의 섬이다.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멀지 않은 이곳 인근 바다는 남해안 최고 어업지로도 꼽혀 여타 지역 어민들도 찾는 곳이다. 박씨를 포함한 거주 주민 2086명 대다수도 이 바다 자원을 활용해 생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이 한 달간 바다에서 생활하는 기간은 약 20일. 해안가를 따라 곳곳에 정박된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배와 양식장 등은
지난 10월 4일 대구시 동북쪽 환성산 자락의 평광동 입구.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웠을 때 멀쩡한 사과가 길 위에 뒹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평광동은 대구의 마지막 사과 산지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절대량을 차지하던 대구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사과 농가가 거의 사라졌다. 날씨가 더워져 재배를 할 수 없게 되었고, 대구 북쪽으로 산지가 이동한 지 오래다. 평광동이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가는 건, 이 마을이 외딴 산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른쪽에는 해발 807m 환성산이 있고, 왼쪽으로는 4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마을을
‘부산 완월동’. 1982년 법적 행정구역명이 충무동으로 바뀌면서 지도상에선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지명이다. 하지만 부산 주민들 사이에선 한반도 최초 성매매집결지로 아직까지 기억되고 있다. 완월동은 부산역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로 부산항 남항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저녁 9시 “완월동으로 가달라”는 말에 부산역에 대기하던 택시기사 김모씨도 곧바로 시동을 걸었다.월요일 저녁 완월동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가게를 기웃거리는 남성보다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여성이 더 많았다. 빨간색 조명은 띄엄띄엄 보였고 변두리엔 문을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에 있는 낙동동부초등학교의 전교생은 17명이다. 상주시 초등학교 중 두 번째로 적은 학생 수다. 지난 4월 2일 이 학교를 찾아갔을 때 1~4학년 학생 13명이 운동장에서 오후 ‘돌봄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그네를 타고 정글짐을 기어올랐다. 학년이 제각각이어서 많게는 3살 차가 나지만 아이들은 이미 오래된 친구 사이 같아 보였다. “친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외치는 아이들의 표정은 해맑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 학교 교장 육경숙씨의 표정은 밝지
성탄절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24일 오후 6시 제주시 제주시청 앞. 이날 이곳에서는 ‘의료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 주최로 ‘영리병원 철회, 원희룡 퇴진 2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제주시청 앞 주차장 옆 부지 한편에는 100여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여서 종이컵에 촛불을 들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들 앞에 설치된 무대에 선 한 래퍼는 “원희룡은 퇴진하라”는 랩을 하면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시청 옆 인도와 연결된 쪽에는 ‘문제투성이 영리병원 즉각 중단하라’ ‘국내 1호 숙의민주주의 파괴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 사는 권인구(62)씨는 이 동네에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그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이 마을 허름한 단독주택에 14년째 살고 있다. 이삿짐 센터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권씨는 “근래 들어 일이 줄어 집에서 쉬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부동산 대출을 규제하고 나서 이사가 확 줄었다”며 “사무실에서 아침에 연락을 주면 일을 나가는데, 한창 이사가 많은 10월에도 올해는 10번밖에 일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씨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한쪽 벽이 아
“가게마다 사정이 달라 대략 몇 퍼센트다 말하긴 어렵지만 작년에 비하면 권리금이 훨씬 낮아졌어요. 20대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오지만 예전에 많이 오던 회사원들은 좀처럼 눈에 띄질 않아요. 공단 경기가 안 좋으니까. 중심지인 여기가 이런데 외곽으로 나가면 훨씬 심하죠.”지난 8월 2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고인돌사거리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공인중개사 주재정씨의 말이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은 ‘한강 이남 최대의 유흥가’라는 별명을 지닌 곳이다. 삼면이 네온사인 간판으로 둘러싸인 건물들이 사거리를 둘러싸고 사방에 들어서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