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이 끝내 자살했다.’1981년 영국 노동당이 당내 이념 투쟁 끝에 분당으로 치닫자 데일리텔레그래프지가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당시 노동당은 극심한 좌우 이념투쟁을 겪었습니다. 당내 좌파는 기간산업 국유화 확대, 미 핵무기 배치 반대 등을 밀어붙였고, 중도우파는 ‘과격한 노조지도자들이 당을 망치고 있다’며 좌파와 대립했습니다. 결국 중도우파는 사회민주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당을 떠났습니다. 중도우파를 쫓아내고 당을 장악한 노동당 좌파들은 이후 승승장구했을까요.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대처리즘을 앞세운 보수당에 번번이 패하면서
강원도가 꿀벌 살리기에 나선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2025년까지 89억원을 투자해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밀원(蜜源)수림을 조성한다는 겁니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는 꿀벌 실종사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아카시아 등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수를 과거처럼 많이 심지 않는 것도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강원도는 아카시아를 비롯해 헛개나무, 마가목 등 꿀벌들이 좋아하는 밀원수 131만5000그루를 심겠다는 건데, 전체 밀원수림 규모가 축구장 620개에 해당하는 443㏊나 됩니다.‘그까짓’ 꿀벌을 살리겠다고 헛돈을 쓰는 게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러시아군의 만행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조작이라며 발뺌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을 무차별 학살한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로 보입니다. 유튜브에 들어가 조금만 검색하면 끔찍한 동영상들이 넘쳐납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월 5일 유엔 안보리 회의 화상연설에서 자국 민간인 희생자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줘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영상 속 희생자들은 모두 손을 뒤로 포박당한 채 머리를 땅에 박고 엉덩이를 치켜든 모습으로 죽어 있습니다. 그들이 느꼈을 죽음의
6·1 지방선거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던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곳, 저곳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던 정치인들이 마지막 계산을 굳힌 듯 결연한 모습으로 기자들 앞에 섭니다. 아버지의 고향이나 특정 지방에서의 경력은 출마 명분으로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아무리 봐도 정치적 계산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지방발전을 내세우면 그야말로 견강부회로 비칩니다. 물론 서울, 경기 등 지방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전략지의 경우는 중앙의 정치적 고려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습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 최다를 기록하고,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도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는 요즘, 한편에서는 해외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억눌려 왔던 여행 욕구가 터져나올 조짐입니다. 며칠 전 한 홈쇼핑 채널에서 진행한 ‘하와이 패키지여행 상품’은 방송 편성 1시간 만에 1200여건, 금액으로는 90억원이 넘는 주문 신청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가히 폭발적입니다. 지난 3월 21일부터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면제하는 정부 방침이 시행되면서 해외여행의
대선이 끝나자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승자가 선거 기간 약속했던 것들이 언론의 헤드라인에 실려 하나씩 무게감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그런 약속들을 실현시킬 새로운 사람들의 면면도 연일 언론을 장식합니다. 새로 뽑힌 대통령으로서는 아마 지금이 제일 행복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심지어 반대표를 던진 쪽에서도 당선인이 뭐를 어떻게 해나갈지 군말 없이 지켜보기 때문입니다. 허니문 기간은 달콤하기 마련입니다.당선인을 둘러싼 장밋빛 풍경 속에서 5년 전 이맘때의 사진 하나가 피어오릅니다. 탄핵의 여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20대 대선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이와 함께 10년 주기 정권 교체설도 깨져버렸습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하에서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던 보수·진보 정권교체 주기가 반으로 줄어든 겁니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민의의 심판이 그만큼 무서웠다는 방증입니다.사실 모든 선거는 심판입니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묻고 또 다른 정파에 기회를 주는 것이 책임정치의 제일 중요한 작동원리일 겁니다. 이 작동원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순간 민주주의는 끝나고 독재가 시작됩니다. 요즘 하
한 페친의 권유가 떠올라서 지난 삼일절 아침 넷플릭스에서 ‘윈터 온 파이어(Winter on Fire)’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삼일절 기념사를 읽는 대통령을 무료하게 지켜보다가 넷플릭스에 접속했는데 1시간40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습니다. 삼일절이 안긴 뜻밖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한 수작이었습니다.‘Ukraine’s Fight for Freedom, 2015’라는 부제가 붙은 이 다큐멘터리는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오렌지 혁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2004년의 1차 혁명 뒤
최근 오마이뉴스에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진보 진영의 원로가 이번 20대 대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 인터뷰를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백 교수는 이번 대선을 “촛불혁명의 진전이냐, 엘리트 카르텔의 복귀냐”가 결판 나는 ‘건곤일척의 대회전’으로 규정하더군요. 2017년 대선의 경우 대통령 탄핵과 함께 갑자기 치러진 선거라 “이쪽도 준비 없이 ‘어어어’ 하는 사이에 정권을 잡았고, 저쪽도 ‘어어어’ 하는 사이에 정권을 뺏겨 버렸기 때문”에 이번 대선이야말로 “양 세력이 전열을 가다듬고 치르는 최초의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만명에 근접하던 2020년 5월 뉴욕타임스가 인상적인 기사를 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1면을 포함해 4개 면에 걸쳐 코로나19 사망자의 약 1%에 해당하는 1000명의 부고를 실었습니다. ‘웃음이 많았던 증조할머니’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었던 아내’…. 이름과 함께 소개된 망자의 생에 대한 짤막한 소개는 매일같이 갈아치우는 죽음의 숫자에 가려 있던 ‘사람들’을 끄집어냈습니다. 그야말로 ‘그 누구도 단지 숫자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None were mere numbers)’
지난주 주간조선 막내인 조윤정 기자가 103세 철학자인 김형석 교수를 인터뷰하겠다고 했습니다. 얼마 전 ‘김형석의 인생문답’이라는 신간을 펴낸 출판사의 주선으로 모처럼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고 했습니다. 조 기자는 나이가 아직 20대입니다. 김 교수가 70년 넘게 살아온 뒤에야 조 기자가 태어났습니다. ‘입사 2년 차 기자가 자기의 4배 가까이 살아온 인터뷰이를 만난다?’ 편집장으로서 당장 감이 오면서 이 인터뷰를 적극적으로 응원했습니다. 처음에는 평소 습관대로 조 기자에게 이것저것 주문하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2
지난 설 연휴 기간 한국 축구가 큰일을 해냈습니다. 시리아를 꺾고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겁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너무나 당연시되는 요즘이지만 10회 연속 진출은 사실 대단한 기록입니다.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따져 10회 연속 진출에 성공한 나라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이 전부입니다. 이 전통의 축구 강국 리스트에 한국이 6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린 셈입니다.한국의 대기록 달성을 가장 부러운 눈으로 지켜볼 나라는 중국이 분명해 보입니다. 중국은 이번에도 그렇게 고대하던 월드컵 본선 진출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대선은 처음 본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에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그렇다 쳐도 도대체 판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조차 종잡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날그날 이슈에 따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살얼음 판세가 이어지는 건 맞는데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는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주장을 무색게 하는 ‘이상한’ 조사 결과들이 자주 눈에 띕니다. 같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조사 결과가 의뢰기관에 따라
마감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돌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정의당 선대위는 “심상정 후보는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 ‘심각한 상황’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조한 지지율 탓 아니겠느냐는 추측만 나돌고 있습니다.대선 국면에서 후보와 당을 좌지우지하는 건 당연히 지지율입니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 사태에서 보듯 후보 지지율이 정치적 갈등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느냐 마느냐도
최근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일본인 기자를 만났더니 “한국 대선은 진짜 흥미진진하다”는 말부터 꺼냅니다. 무미건조한 일본의 총리 선출과는 차원이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얘긴데, 덕담인지 흉인지가 불분명해 보였습니다. 어쨌든 이 일본 기자의 말은 진실에 가깝습니다. 일본의 총리 선출은 예측을 벗어난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민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집권당 내에서 의원들이 선출하니 결과가 요동칠 이유도 많지 않습니다.그에 비하면 우리의 대선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승기를 잡고 있던 불과 한 달 전을
어렸을 때는 세상이 흥미진진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밥만 먹고 나면 집 밖으로 뛰쳐나갈 이유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옆집 강아지 출산은 반드시 기웃거려야 할 대형 이벤트였고, 친구들이 아직 발견 못 한 개미집은 매일 가서 살펴야 할 보물이었습니다. 동네 친구들과의 다툼과 화해를 겪을 때마다 세상도 자꾸 달라져 보였습니다. 특히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뭔가 더 새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가슴이 벌렁거렸습니다. 달력의 숫자 몇 개가 바뀌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새해 첫날부터 코가 쨍하게 시린 혹한의 세상으로 뛰쳐나가 뭔가 달라진 세
얼마 전 동네 미장원에 갔더니 머리를 다듬어주던 원장이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곧 가게 문을 닫는다”고 하더군요. “월세가 감당 안 돼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단골손님에게 이런 말을 건네는 40대 원장의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속은 분명 우는 듯했습니다. 텅 빈 미장원 한쪽에서는 함께 미용사로 일하는 부인이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이 가족의 앞날이 걱정스러워 “또 어디다 미장원을 여느냐”고 물었더니 “집사람은 다른 미장원에서 일자리를 찾고 당분간 배달로 먹고살 작정”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동네
K방역이 비틀거리는 요즘, 다른 나라의 코로나19 통계를 가끔 들춰봅니다. 40여일간의 ‘위드코로나’가 막을 내린 12월 16일의 통계를 비교해보니까 우리의 급박함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리나라에서 신규 확진자가 7622명이 나온 이날, 주변 아시아국들 중 우리보다 확진자가 많은 나라는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날 말레이시아가 3900명, 태국이 3370명을 기록했고 필리핀은 47명에 그쳤습니다. 2억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도 어찌된 일인지 확진자가 205명에 불과합니다. 홍콩, 대만은 각각 1명, 7명으로 깜짝 놀랄 만큼 적습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주변에서 ‘당선 후’를 상정한 얘기가 솔솔 나오나 봅니다. “큰 실수만 안 하면 정권 탈환을 확신한다”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말처럼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걸까요. 아니면 자신감을 북돋우려는 일종의 부스터샷 전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당선 후’를 떠올려보면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정권을 되찾아온들 대통령이 106석의 여당으로 169석의 거대 야당에 맞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뾰족한 해법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는 겁니다.그래서인지 요즘 국민의힘 안팎에선 벌써부터 협치니 거대
격화되는 대선전에 오미크론 사태까지 더해져 연말이 어수선합니다. 한 해를 정리할 때면 지나온 날을 되돌아보지만 다가올 날을 점쳐보기도 합니다. 새해는 좀 더 편안하고 조용한 날이 이어질지 궁금해 십이간지상 띠부터 들춰 보니 임인년(壬寅年)이라네요. 호랑이 해라는 얘긴데,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검은 호랑이라고 합니다. 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주간조선에 영지순례를 연재하고 있는 강호동양학자 조용헌 선생한테 검은 호랑이는 보통 호랑이랑 뭐가 다른지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을 합니다. “검다는 건 방위상으로는 북(北)을 가리키고, 오행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