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 활용될 언어적 센스와 표현법이 주된 내용이다.”나폴리에 사는 이탈리아 친구와 소셜미디어로 대화하던 중 들은 얘기다. 언어학자 파울로 볼자키엘로(Paolo Borzacchiello)가 쓴 요즘 이탈리아의 최고 베스트셀러 ‘마음을 안정시키고 최적의 말을 사용하자(Stai calmo e usa le parole giuste nel giusto)’에 관한 얘기였다. 원래 2년 전에 출간된 책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판매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왜 팔리냐고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었다. “흔히들 오해하는데, 이탈리아 문화 문
‘미인화(美人畵)’라는 말을 듣는 순간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동양화 속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부터 생각날 듯하다. 매끄러운 이마, 가지런하고도 풍성한 속눈썹, 맑고 깊은 눈동자, 붉고 도톰한 입술과 뺨…. 이웃 일본은 어떨까? 미인화의 어원이 원래 일본에 있듯이, 양적으로 전 세계 미인화의 수위에 올라선 나라가 일본이다. 400여년 전 에도(江戸)시대부터 미술계의 중요한 장르이자, 대중적 히트 상품에 올라선 것이 미인화였기 때문이다. 나무 판화로 찍어 판매한 ‘우키요에(浮世絵)’ 간판 그림이 바로 미인화였다. 기모노 정장 차림에서
“이쯤해서 그만두면 어떨까, 어떻게 생각합니까?”질문이 건너왔다. 채 자리에 앉기도 전이었다. 진지한 눈빛에 도리어 말문이 막혔다. 답할 시간도 벌 겸 주위를 둘러봤다. 지난 3월 16일, 김상철(71) 디엔피코퍼레이션 회장을 만나러 온 참이었다. 서울 역삼동에 있는 집무실은 소박했다. 회의용 테이블과 업무용 책상 정도다. 책장에 단행본 몇 권이 보인다. 거개가 경영에 관한 실용서다. 그 아래칸에 나란히 꽂힌 ‘21세기 문학’이 보인다. 계간 문예지다. 김 회장을 만나러 온 이유이기도 하다.21세기 문학은 1997년 탄생했다. 올해
생강나무 가지에 봄이 웅크리고 있었다. 3월 6일,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을 찾은 참이었다. 실레는 ‘시루’의 강원도 사투리다. 금병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마을의 모양이 꼭 떡시루 같다며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 김유정문학촌이 있다. ‘봄·봄’을 쓴 소설가 김유정(金裕貞·1908~1937)이다. 생가와 김유정이야기집, 기념전시관을 갖췄다. 실레마을은 1908년 김유정이 태어난 곳이다.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연희전문을 중퇴한 뒤 ‘금병의숙’을 설립해 농촌계몽활동을 펼친 곳이기도 하다.그러고 보니 올해는 김유정이 태어난 지 110주년이 되는
가끔은 조르바 같은 친구가 그립다. 매일 새로 태어난 듯 사는 사람,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 영혼을 팽개친다’며 식사를 강권하는 사람, 죽은 애인의 영혼을 하늘로 보내주는 사람. 니코스 카잔자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그 조르바 말이다.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올해는 카잔자키스 서거 60주기를 맞는 해다. 그는 1883년 크레타섬에서 태어났다. 아테네와 파리에서 공부했다. 사업가, 장관, 작가, 신문특파원으로 전 세계를 누볐다. 평생 가난하게 살다 환갑 즈음에 발표한 ‘그리스인 조르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무엇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묘비에 새겨진 절창(絶唱) 하나로 세계인의 가슴속에 영원한 자유인으로 숨 쉬고 있는 거인. 올가을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자키스가 세상을 떠난 지 60년이 되는 가을이다. 그는 10월 26일에 세상을 떠났다. 육십갑자의 세월이 흘렀다. 그의 영혼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오매불망 짊어지고 다니던 조국 그리스는 이제 좀 내려놓으셨는가? 자유란 놈을 찾긴 했을까? 부디, 하늘나라에선 무량한 안식 누리시길…. 130여개국 지부를 거느린 국제문학단체
지난 7월 12일 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가 3주 만에 50만부를 돌파했다. 하루키가 7년 만에 쓴 장편소설인 이 책은 예약판매 기간 동안 총 30만부를 제작했고, 4쇄 10만부, 5쇄 10만부를 추가했다. 하루키 소설을 읽는 독자는 충성도가 높다. 2013년 나온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예약만 50만부가 팔렸다. 발매된 지 6일 만에 100만부를 돌파해 2013년 종합베스트셀러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1949년생인 하루키의 나이는 올해 예순여덟이다. 서른이 되던
올해는 시인·소설가 이상(李箱)의 80주기가 된다. 그의 본명은 다 아시다시피 김해경(金海卿)이다. 191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실험과 전위예술의 상징으로 꼽혀왔다. 이상은 1937년 4월 17일 새벽 4시 일본 도쿄 제국대 부속병원에서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이상은 1936년 10월 새로운 문학을 모색하러 도쿄에 갔다가 죽기 두 달 전 ‘거동 수상자’라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본명 김해경이 아닌 이름으로 ‘그리 온건하달 수 없는 글귀’를 적은 공책이 그의 하숙집에서 나왔다. 한 달 동안 조사를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짙게 파인 주름과 우수에 찬 눈빛과 뻣뻣한 머리와 거친 수염. 얼핏 배우 같은 인상의 이 사내는 사실 글을 쓴다. 그 글은 문학이지만 어떤 문학적 도식도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집요하게 기억해내고 진력이 날 정도로 상세히 기록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가 그 ‘기억’과 ‘기록’에 열광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자신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을 쓴다는 이 작가, 바로 노르웨이의 젊은 거장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48)다. 그의 책 ’나의 투쟁’ 6권 중 제1권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과도 만났다.노르웨
[image1]‘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인간을 몰아내고 매너 농장을 장악한 돼지들은 농장을 다스리기 위해 7계명을 만든다. 그중 일곱 번째 계명이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였다. 돼지들은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계명을 하나씩 없애고 마지막 계명에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이 계명은 독재 권력자는 현란한 수사(修辭)를 동원해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평등을 강조한 권력은 독재화와 전체주의화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후략)’.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달·포도·잎사귀’란 시로 유명한 초애(草涯) 장만영 시인의 전집 4권이 출간됐다.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서다. ‘국학자료원’에서 출간된 ‘장만영 전집’(총 4권)에는 장만영 시인의 시 584수를 비롯 미발표 작품과 산문, 일기 등이 희귀 흑백사진과 함께 수록됐다.앞서 교보문고 대산문화재단은 2014년5월부터 한국작가회의와 공동으로 ‘탄생 100주년 문학인’을 기념하는 ‘나
포털사이트에 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팬 카페를 개설한 날짜가 2005년 4월 12일이다. ‘일본미스터리즐기기’(이하 일미즐) 카페를 만든 건 2004년 3월 21일. 이 무렵부터 이 일본 작가의 한국 내 독자는 조금씩 늘어났다. ‘비밀’과 ‘백야행’ ‘짝사랑’이 나와 있었지만 그의 작품이 본격적으로 출간되기 시작한 해는 2005년으로 보아야 한다. 이제 햇수로 10년이다.그 시절 13만엔이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선(先)인세는 소문에 따르면 2014년 우리 돈으로 3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2004~2005년부터 일본 미스터리 소설 붐
“이 격려가 저를 두렵게 하고 긴장하게도 합니다. 저는 호의적인 사람을 만나면 긴장합니다. 호의적인 사람의 호의를 잃게 될까 봐 조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뜻밖의 벅찬 호의를 긴장으로 받겠습니다. 그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더 긴장하며 글을 써 나가겠습니다.”2013년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1월 20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열렸다. 수상자는 장편 ‘지상의 노래’를 쓴 소설가 이승우(54)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 이날 시상식장에는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었다”는 본인의 고백이 민망하게, 역대 어느 동인상 시상식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4)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가 한국 출판 시장에서 8월 1일 현재 5주 연속 베스트셀러 정상을 지키며 서점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 뒤를 정유정의 ‘28’(은행나무)과 조정래의 ‘정글만리’(전 3권, 해냄)가 한국 문학의 도약과 붐을 꿈꾸며 바짝 뒤쫓고 있다.2009년 8월 하루키의 앞선 작품 ‘1Q84’(문학동네)는 같은 해 12월에 출간된 권비영의 ‘덕혜옹주’(다산북스)와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태현(가명)이는 한 달 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 문을 밟았다. 심한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아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가 직접 데리고 왔다. 태현이는 밤늦게까지 온라인게임에만 몰두했다. 공부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학교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싫어하는데 간식거리를 손에서 놓지 않아 얼마 전에는 고도비만 진단을 받았다. 상담사는 태현이의 문제가 ‘헬리콥터맘’ 성격을 가진 어머니에게 있다고 봤다. ‘헬리콥터맘’은 아이가 성장해도 아이의 주변을 맴돌며 온갖 일에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등학생이 나와 인사를 했다. 소설가 장정욱이었다. 올해 18세. 서울 개포고등학교 3학년인 그는 무표정한 얼굴에 변성기를 갓 지난 듯한 목소리를 가진 전형적인 ‘고딩’처럼 보였다.장정욱군과 만나기 전 주말, 그의 신간 ‘잃어버린 날개’(문학수첩리틀북)를 읽으면서 그의 나이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문장력이 단단하기도 했지만 책 속에 담긴 주제의식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소설의 앞부분에 전개되는 무거운 내용에 그만 책 읽기를 잠시 멈춰야 할 정도였다.다소 진
중국 문학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광인일기’ ‘아큐정전’ 등의 작품으로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魯迅·1881~1936)’의 작품이 교과서 개편과정에서 줄줄이 제외된 것이다. 2010년 초중등 교과서 개편으로 사라진 작품은 루쉰의 대표작인 ‘아큐정전(阿Q正傳)’과 ‘약(藥)’등 2개 작품이다. 대신 신예 작가들의 작품이 루쉰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가장 주목을 끄는 중국의 신예 작가는 위화(余華·50)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위화는 현존하는 중국 작가 가운데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