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 기조를 앞세우며 국내 콘텐츠 시장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최근 방송가에선 넷플릭스가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및 지상파·종편 소속의 스타PD를 적극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러브콜을 보낸 대상의 이름과 숫자까지도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수준인데, 넷플릭스가 PD 한 명에게 제안한 연봉 규모가 수억원대에 달한다는 말도 나온다.넷플릭스의 콘텐츠 전략은 검증된 제작진과 연기자를 동원한 물량공세다. 기존 제작업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앞세
드라마 만드는 사람들에게 안방은 휴식처가 아닌 전쟁터다. 안방극장에서 매주 방영되는 드라마 수는 20편이다. 더구나 이 전쟁의 성적표는 실시간으로 나온다. 시청률 50%를 넘기는 국민드라마는 옛말이다. 현재 30% 시청률을 넘기는 드라마는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이 유일하다. 나머지 월화·수목·금토·주말 드라마는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만 넘어가도 축제 분위기다. 현재 두 자릿수 시청률 드라마는 월화에 정려원이 출연하는 KBS ‘마녀의 법정’, 수목에는 하지원이 주연을 맡은 MBC ‘병원선’이 유일하다. 시청
백영옥의 소설 ‘아주 보통의 연애’에는 영수증 관리 직원이 등장한다. 그는 연모하는 남자의 영수증을 모으며, 그의 삶을 짐작하고 간직한다. 작가는 말한다. “한 장의 영수증에는 한 인간의 소우주가 담겨 있다”고. 그 작은 코팅지에 적힌 지출 항목과 숫자는, 주인의 취향과 습관, 현재의 관심사를 비춘다. 최근 이 영수증으로 데뷔 25년 만에 전성기를 누리는 남자가 있다.김생민은 1992년 KBS 특채로 개그맨이 됐다. 동기로는 유재석, 조혜련, 지석진 등이 있다. 이들이 제각각 전성기와 침체기를 겪는 동안 김생민은 한결같이 시청자 곁
신년 초 후드티셔츠를 입고 콘칩을 먹으며 텔레비전으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지켜보던 한 평범한 남자가 있다. 아내와 함께 워싱턴의 안전주택에 머물던 그는 하루아침에 대통령이 된다. 창문을 열어 보니 백악관은 폭탄테러로 불타고 있고 연두교서에 참석한 고위 공직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 미국 대통령이 그 위치를 유지할 수 없을 때 대통령의 권한이 계승되는 인물을 뜻한다. 보통 국무위원 중에 한 사람이 지명되는데, 대통령과 상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취임식, 연두교서 등의 행사
2016년 하반기 방송가 최대 기대작이라 불리는 두 편의 드라마가 닻을 올렸다. 하나는 ‘인어 이야기’를 소재로 한 ‘푸른 바다의 전설’, 다른 하나는 도깨비를 주인공으로 한 ‘도깨비’다. 구전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뿐 아니라 ‘별에서 온 그대’를 쓴 박지은 작가와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전면전을 벌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현재로서는 두 드라마 모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는 평을 받으며 순항 중이다.먼저 출연진의 면면이 그렇다. ‘푸른 바다의 전설’에는 ‘별에서 온 그대’로 대륙을
뉴스가 최강 콘텐츠인 시절, 중국의 한류 콘텐츠 제재 조치까지 겹쳐 요즘 드라마는 안팎으로 춥다.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등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에선 23편의 드라마가 본방송 중이지만 반 이상이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22.8%를 기록하며 순항하는 드라마가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SBS). 체제를 지배하는 게임의 규칙을 따른 자와 이를 어긴 자의 이야기이다.외딴 시골 ‘돌담병원’의 괴짜 의사 김사부(한석규 분)와 국내 최대 규모의 ‘거대병원’ 병원장 도윤완(최진호 분)이 선
멍석을 깔아주었을 때 제대로 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정석은 멍석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는다. 보는 이도 신나게 만든다. 이는 끼나 순발력이 아닌 연습과 훈련의 결과다. 수목 드라마 1위를 놓치지 않고 종영한 ‘질투의 화신’은 조정석이 멍석 위에서 얼마나 잘 놀 수 있는 배우인가를 보여준 드라마다. ‘1시간짜리 조정석 쇼’라는 시청자의 평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뉴스룸에서 그는 똑 부러지는 앵커였고, 병원에서 그는 홀로 신음하는 유방암 환자였다. 그 와중에 한 여자를 만나 3년 짝사랑에도 꿈쩍 않던 철벽남에서 질투의 화신으로 변
“아이고 미스 고, 나 오는 건 어떻게 알고 이렇게 환영을 해줘? 미스 고 평소에 그렇게 안 봤는데 품 안에 안기는 감촉이 쫄깃쫄깃하다.”이는 지난 주말 방송된 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의 한 장면이다. 그 후 미스 고(권유리 분)는 어떻게 됐을까. 미스 고를 짝사랑하는 김 팀장(김영광 분)이 나타나 광고주의 팔을 꺾어주어 상황은 일단락될 수 있었다. 광고주는 “내가 누군지나 알고 이래?”라고 소리를 질렀고 미스 고는 가까스로 직원 회의실로 대피한다. 로맨스드라마의 외피를 쓰고 소녀시대 유리, 모델 출신 배우 김영광 등을
지난 9월 29일 오전 7시, 아침 라디오인 SBS ‘파워FM’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대타로 DJ에 나선 박은경 아나운서는 “호란씨가 개인 사정으로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호란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그 개인 사정은 다름 아닌 음주운전이었다. 아침 생방송을 위해 달려오던 호란은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 호란의 소속사 측은 “변명과 핑계의 여지가 없다”며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로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아침 라디오는 오후·저녁·심야 라디오와는 다른 성격을 띤다. 심야의 라디오
효명세자는 역사가 잊은 이름이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1752~1800)의 손자이자 순조(1800~1834)의 아들이었던 그는, 스물둘이라는 짧은 생을 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실록을 보면 ‘그가 조금만 더 살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절로 든다. 그가 조선 최고의 꽃미남 왕세자여서만은 아니다. 실제로 헌종은 조선시대 손에 꼽히는 미남 군주였는데, 그의 아버지인 효명세자는 더한 미남이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효명세자(1809~1830)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사극이 ‘구르미 그린 달빛’이다. 원작자인 작가 윤이수씨는
그의 이름은 익숙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영화 연출 공부를 하다 얼떨결에 출연한 영화 ‘깡패 수업’이 데뷔작이라고 하니 벌써 20년 차 배우다. 작품이 적었나 싶었지만 그것도 아니다. 데뷔 이후 연평균 5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심지어 2012년엔 영화 8편, 드라마 4편에 출연했으니 이름 석 자 익숙할 만도 한데 얼굴만 눈에 익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임진왜란 1592’(KBS)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완벽하게 연기해내며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확실히 알렸다. 더 이상 “있잖아 그 사람”이 아니라 “배우 김응수”로 불리는 그의 요즘은
개그맨 김준현은 매주 토요일 밤 서울 상암동에서 땀을 흘린다. 국내 유일의 생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tvN)에 출연 중인 그는 셔츠가 흠뻑 젖을 정도로 아침부터 시작된 방송 준비에 몰입하지만, 생방송이 주는 긴장감에선 자유롭지 못한 듯했다. 잠시의 틈도 없었던 토요일을 보낸 다음 날인 9월 25일 오후 그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밤 12시가 다 되어 끝났으니 피곤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유쾌 상쾌했다.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인 백종원은 그를 일컬어 ‘국수 먹방의 1인자’라고 부른다. 밤 12시가 넘어 TV
오토바이 타고 온 왕자는 손가락 몇 번 흔들었을 뿐인데 20년 넘게 여심(女心)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설렐 것도 없었는데 색소폰 연주엔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는 1993년 MBC 공채 22기 탤런트로, 데뷔 1년 만에 별이 된 배우 차인표다.뜨거웠던 여름이 있었나 싶을 만큼 하루아침에 가을로 들어선 요즘, 그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KBS)의 배삼도로 살고 있다. 한때 최고의 재단사였고, 몇 번의 양복점 사업 실패 후 아내와 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역할이다 보니 전통시장에서의 촬영이 많다. 사람들의 북적거림이 활기찬
그가 범인임을 알아채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어디로 보나 그는 치밀하고 거대한 계획을 용의주도하게 이끌어갈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아동학대, 가정폭력, 불법 임상실험, 가습기살균제 피해 등 사회 부조리를 조목조목 폭로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단죄해 나갔다. 리얼리티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 드라마 ‘원티드’(SBS)에서 PD 출신 방송사 국장 최준구로 나온 배우 이문식. 생각보다 주도면밀했다.‘장르 드라마’는 의학, 범죄 수사, 정치, 사회 부조리 등 특정 주제에 집중한다.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얽힌 실마리
이번엔 로맨틱코미디다. 어떻게 저런 코믹성을 숨기고 살아왔을까 싶을 만큼 배우 김희애의 변신은 유쾌하다. 마흔여섯 골드미스의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린 ‘끝에서 두 번째 사랑’(SBS). 그녀는 지금 중년의 로코퀸(로맨틱코미디의 여왕)에 도전 중이다.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워질지, 그녀의 로맨스는 어떤 설렘으로 다가올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제일 먼저 시선이 머문 것은 그녀의 짙어진 쌍꺼풀이었다. 얼굴 성형에 중독되어 표정 연기가 되지 않는 일부 여배우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워낙 우아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녀이기에 짙어진 눈
영화 ‘무뢰한’(2015)에 이어 ‘굿와이프’(tvN)에서도 김혜경이다. 여자 이름으로는 평범하고 흔할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녀는 범상치 않았고, 함부로 넘볼 수 없었다. 그녀는 배우 전도연. 텔레비전 화면은 그녀를 담아내기에 좁았다.‘굿와이프’는 전업주부가 15년 만에 변호사가 되어 일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칸의 여왕인 그녀뿐만 아니라 상대역인 유지태 또한 텔레비전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이기에 처음부터 화제가 된 드라마다. 원작은 미국 CBS의 인기 드라마 ‘더 굿 와이프(the good wife)’. 2009
KBS의 ‘겨울연가’ ‘여름향기’, MBC의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한국을 넘어 일본과 중국까지 ‘심쿵’하게 만들어 한류의 교두보가 된 로맨스 드라마들이다. 이 드라마의 뒤에는 드라마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가 있었다. 팬엔터테인먼트의 김희열 부사장은 “영화가 감독의 예술, 연극이 배우의 예술이라면 드라마는 작가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작가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트렌드에 반응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판가름난다는 뜻이다. 그리고 최근 팬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이 또 한 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SBS에서 방영 중인 ‘
드라마로는 ‘로비스트’(2007)가 마지막 작품이었으니 9년 만의 안방 복귀다. 영화 ‘이끼’(2010) 이후로는 어디에서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한인방송 DJ를 하며 뮤지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부였다. 그는 예전보다 야위어 보였다. 하얀 의사 가운 때문인지 깊게 팬 얼굴 주름은 더 굵게 선을 드러냈다. 그 선들 사이로 많은 생각이 부침을 거듭하는 듯했다. “앞만 보고 전진하며 저돌적으로 살아온 내 삶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새로운 삶을 어떻게 살지 삶 공부하며 지냈습니다.” 배우 허준호가 의학 드
중저음으로 낮게 울리는 목소리엔 삶의 고비를 여러 번 넘어온 노곤함이 묻어 있었다. 세상 부귀영화 다 뒤로하고 은둔의 삶을 찾아나선 사람 같기도 하고, 자신에게만 곁을 내어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섭섭함을 참아내는 사람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이제 갓 스물한 살 된 배우 여진구였다. 아직도 성인 배우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꼬마일 것 같은 그가 벌써 약관의 나이를 넘어선 청년이 되었다.성인 배우의 대열에 합류한 여진구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박’(SBS)은 영조 이야기이다. 영조는 무수리의 아들로 태어나 형을 죽여 왕이 되
이번엔 급이 달랐다. 일할 땐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퇴근하고 나면 술과 함께 나사가 느슨해진다. 풀어헤친 머리 때문에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 구별도 안 되고, 비틀거리며 걷다가 담벼락에 기대 앉아 펑펑 울 때는 반쯤 정신도 나가 보인다. 뜬금없이 하늘을 쳐다보며 프랑스어로 뭐라 뭐라 떠들기도 한다. 졸다가 버스 의자에서 굴러떨어져도 잽싼 몸놀림으로 폼 나게 자세를 잡는다. 낮은 목소리로 짧고 명료하게 이어가는 대화는 상대를 제압하는 힘도 있어 보이지만,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해 매일매일 술을 찾고 아침이면 1.5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