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살, 학교도 군대도 취업도 빨랐다. 화학공학 전공을 살려 졸업과 동시에 경남 김해에 있는 선박용 페인트회사 연구소에 입사해 1년이 채 안 됐을 때다. 일은 적성에 딱 맞았다. 팀 분위기도 좋았다. 연구소에서 살다시피 하며 직장 다니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던 만큼 체력은 자신 있었다. 젊고 패기만만했다.어느 날부터 마른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주일쯤 지나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렵기 시작했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네 병원에 갔더니 식중독을 의심했다. 엑스레이, 피검사 결과도 이상이 없었다.
2007년 여름, 57세의 남자는 청바지를 입고 알록달록 색동모자를 눌러썼다. 66㎏이던 체중은 47㎏으로 줄었지만 남자는 패션감각을 잃지 않았다. 헐렁해진 옷은 수선집에 가서 줄여 입었고, 깡마른 몸으로 쏟아지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모자에 더 힘을 줬다. 위암 4기. 생존율 10%라는 진단을 받고서도 남자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아무 일 없는 듯 일상을 유지했다. 위의 4분의 3 이상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여섯 차례 받으면서도 매일 출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연장을 찾았다. 비슷한 예후의 환자들은 하나둘
“의사들 사이에서는 내가 돌팔이처럼 생각될지도 몰라요.”김선규(62)씨가 농담처럼 던진 첫마디였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씨는 현재 대한제암거슨의학회 환우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제암거슨의학회는 암을 비롯한 만성 난치성 질환자를 위한 식이요법 등 생활습관 개선을 치료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의사들의 모임이다. 그가 이 모임에 참가하는 암 환자를 대표해 환우회장을 맡은 것은 그 역시 남다른 암 투병 경력을 지녔기 때문이다.김씨는 한창 건강할 44세 나이에 직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무려 18년 동안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
암 정복 시대가 머지않았다. ‘암은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암 환자 5년 상대생존율(이하 생존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5년 생존율 100%’란 5년 동안 암 환자 생존율이 일반인과 동일한 것으로 완치에 해당한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서 발표한 ‘국민 2013년 암발생률, 암생존율 및 암유병률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9~2013) 발생한 암 환자 5년 생존율이 69.4%다. 바야흐로 암 환자 10명 중 7명이 완치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오는 2월 4일은 UICC(국제 암 억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