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관심사 중 하나가 귀(耳)다. 하루도 빠짐없이 한국 신문·방송에 오르내리는 낯뜨거운 ‘아첨’을 보면서 용비어천가에 목을 매는 간신보다 오히려 달콤한 말 한마디에 넘어가는 인간의 귀가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주부전’ 속 토끼 귀라고나 할까? “잘생기고 똑똑해 보인다”는 거북의 아첨 한마디에 용궁 속 죽음의 향연도 불사하는 토끼가 자꾸 생각난다. 난세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귀를 씻고 또 씻어야 한다.3개월째 터키에 머물고 있지만 오감 가운데 유독 귀가 발달한 느낌이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리는 ‘절규’가 원인이다. 새벽
이카로스(icarus) 불사론(不死論)이라고나 할까. 결코 추락하지 않고, 영원히 하늘로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고 믿는 ‘간이 배 밖에 나온’ 세계관이다. 2020년 한국 신문·방송에 넘쳐나는 비상식·몰상식적 행태가 이런 세계관과 닮았다. 새 깃털 날개를 이용해 하늘 끝까지 오르던 중 바다에 떨어져 죽는 것이 신화 속 이카로스의 운명이다. 아버지 다이달로스(daedalus)는 태양 가까이 갈 경우 깃털을 연결한 아교가 녹아내릴 것이라 경고한다. 아들은 아버지 말을 무시한다. 날개를 단 순간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하늘 중심의 태양을
‘희망을 찾아서(Finding Hope)’.지난 4월 16일 자 미국 타임지 특집판 제목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맞선 글로벌 지도자들의 메시지가 특집판의 주된 내용이다. 바이러스 방역에 나선 의사, 종교지도자, 냉전을 극복한 정치가, 환경·여성·평등 운동에 투신한 사회사업가 등 100명의 ‘희망 전사’들이 등장한다. 바이러스만이 아니라 차별, 편견, 폭정, 환경오염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행적과 비전을 파악할 수 있는 기사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이 특집판이 간판으로 내세운 인물이다. 다름 아닌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금권정치’. 지난 4월 15일 치러진 한국의 총선거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다. 이번에 각 정당이나 총선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이 뭔지, 공약이 무엇인지는 생각나지도 않는다. 선거판에서는 5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르는 공짜 돈 얘기만 난무했다. 청년수당, 재난지원비, 긴급생활비에 이르기까지 메뉴도 다양했다. “용돈도 안 주는 아들보다 공돈 몇십만원씩 덥석 안겨주는 정부가 훨씬 효자”라는 말도 들린다. 썩은 치아투성이 아이에게 사탕이 얼마나 나쁜지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단맛은 이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빈정,
‘최후의 만찬(Ultima Cena)’.모두에게 친숙한 성화(聖畫)다. 대부분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으로 알고 있을 듯하다. 당연하지만 ‘최후의 만찬’은 다빈치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유럽 교회나 뮤지엄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는, 근세 이전 유럽 화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가진 성화의 주제다. 개인적으로 이미 수백 점은 접했을 듯하지만, 화가의 수준이나 구도만 다를 뿐 근본적으로는 전부 비슷하게 와닿았다. 중·고등학교 당시 새겨진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최후의 만찬=배신자 가롯 유다’
코로나19라는 역병(疫病)을 만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 지 벌써 1개월째다. 항공편이 막히고 세계 각국으로의 출입국이 제한되면서 터키에 발이 묶인 상태다. 무리해서 뉴욕의 집에 돌아간다 해도 강제 검역이 기다리고 있다. 요즘 코로나19 최고 창궐지로 떠오른 곳이 미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예 터키에 ‘역병 망명’을 하는 것이 차선책일지 모르겠다. 차이나타운은 코로나19 창궐과 관련한 공통점 중 하나다. 유럽 최대 전염병 창궐지로 떠오른 이탈리아 밀라노와 주변의 롬바르디아 지방, 미국의 3대 창궐지인 뉴욕, 시애틀, 로스앤젤레스의 공통
유난히 가을비가 잦다. 편의점에서 산 1회용 우산을 켜고 투명한 우산 지붕에 부딪치는 빗방울을 쳐다보며 일터로 향한다. 노랑으로 환하던 은행잎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통창이 있는 찻집에 들어가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은행잎과 이리저리 흔들리는 빗방울을 오래오래 바라보고 싶다. 그러나 ‘은행잎 따위’ 하며 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어른이니까.나는 언제부터 어른이 되었을까? 언제부터 더 이상, 첫눈을 기다리지 않게 되었을까?카톡 대신 독수리다방 메모판지금부터 꼭 30년 전에 나는 만 스물이 되었다. 휴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