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스타트업계의 빅이슈가 터졌다.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인수됐다는 뉴스였다. DH는 배민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4조7500억원)로 평가했다.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에 시작해 불과 9년 만에 15만배 이상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배민 이외에도 1조원 가치가 넘는 국내 유니콘기업은 올해만 5개가 늘어 11개에 이른다. 올해 스타트업계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유니크에서 유니콘으로!’ 지난 11월 22일 열린 에스피오오엔지(SPOONG·소풍
# 1인 화덕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2018년 4월 가맹사업을 시작해 전국 가맹점이 60개를 넘어섰다. 인도에도 진출한 데 이어 내년 홍콩 진출을 앞두고 있다. 피자 혁명을 일으키며 글로벌 브랜드를 꿈꾸고 있는 ‘고피자’는 하마터면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했다. 카이스트 출신인 임재원 대표는 200만원을 들고 푸드트럭부터 시작했다. 햄버거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글로벌 피자 브랜드를 목표로 시스템을 갖추고 투자자를 찾아다녔지만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 한 사람의 투자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다.# 독
지난 11월 19일 카카오발(發) 뉴스가 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21년까지 비영리단체 ‘아쇼카한국’에 주식 2만주를 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카카오 주식 2만주는 이날 종가(15만6500원)를 기준으로 하면 30억원이 넘는 규모이다. 김범수 의장은 2016년에도 ‘아쇼카한국’에 본인 소유의 카카오 지분 3만주를 기부했다. 당시 주가로 30여억원이었다. 총 60억원이 넘는 통 큰 기부를 이끌어낸 사람은 이혜영 아쇼카한국 대표이다.김범수 의장과 이혜영 대표를 묶은 키워드는 ‘교육 혁신’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교육 패러
‘본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화가 엄정순에게 이 질문은 삶과 예술을 관통하는 오랜 숙제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지 않았다. 녹슨 수도 펌프가 쿨렁거리면서 뱉어내는 녹물을 보고 ‘오렌지 주스’를 상상했다. 볼록한 수저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괴물을 상상했다. 그러나 그의 상상은 비웃음만 살 뿐이었다. ‘별난 아이’ 혹은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았다. 더 이상 자신의 상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보이는 것 너머에 대한 궁금증은 마음속 질문을 점점 키웠다. 그 질문이 그를 화가로 만들었는지도
“네 잘못이 아니야.”이 한마디가 한 명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누구보다 이 말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 수감자의 자녀들이다. 이들은 가장 취약한 환경에 있으면서도 세상에 자신을 드러낼 수 없는 이중의 굴레에 갇혀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시선은 수감자와 그 자녀들을 동일시한다. 부모의 잘못은 그대로 자녀들에게 덧씌워져 ‘죄인의 자식’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시달려야 한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는 아이들, 제2의 피해자이면서 숨은 피해자들이다. 그동안 이들의 고통을 주목하는 이는 없었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3번 출구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미어터진다. 출구를 빠져나온 인파의 방향은 비슷하다. 현재 서울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연남동을 향하는 사람들이다. 뉴욕 센트럴파크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는 경의선숲길공원은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길맥, 보틀숍, 버스킹, 돗자리족이 요즘 연남동을 대표하는 키워드들이다. 병맥주를 파는 보틀숍에서 맥주를 사들고 경의선숲길공원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길맥(길거리 맥주)’을 하면서 버스킹을 즐긴 적이 있다면 연남동을 좀 아는 사람
서울지하철 3·7·9호선이 겹치는 고속터미널역은 하루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하철역으로 꼽힌다. 사람에 떠밀려갈 만큼 붐비는 이곳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지하철 9호선에서 7호선 반포 방면으로 갈아탈 경우 어떻게 가야 할까.‘9호선 1-4칸 쪽에서 좌측으로 이동 후 엘리베이터(B5) 탑승→지하 2층 엘리베이터 하차 후 우측으로 꺾어 직진→역무원 호출 후 개찰구 통과→환승통로 지나 휠체어 리프트 이용 지하 2층 7호선 대합실로 이동→휠체어 리프트 하차 후 우측으로 직진→직진 후 좌측 엘리베이터 탑승→지하 3층 7호선 승강장 이동’.이 경
한국인도 아니고 미국인도 아니었다. 그 경계에서 가수 인순이(본명 김인순)의 사춘기는 어둡고 길었다. 40~50년 전의 일이니 당시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편견 투성이였다. ‘혼혈아’ ‘튀기’ 같은 차별적 용어가 난무했다. 그 단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인순이의 마음에 상처를 냈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일었다. ‘어느 나라가 내 조국일까?’ 해답 없는 질문을 붙들고 지옥 같은 시간을 건너야 했다. 강인했던 엄마는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딸을 위로했지만 딸이 겪어야 했던 정체성의 혼란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고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나왔다. 김종기 ‘푸른나무 청예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 명예이사장이 2019 막사이사이상 수상 소식을 알렸다. 2007년 김선태 목사 이후 12년 만으로, 한국인으로서는 16번째 수상이다. 그동안 수상 소식이 뜸한 것을 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한국인들 로비가 심해서 아예 한국인은 배제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막사이사이상은 필리핀의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록펠러재단이 기금을 출연해 지난 1957년 만들었다.오는 9월 4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시상식 참석
지난 7월 21일 일요일 저녁,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 지하에 있는 샴페인바 ‘르 캬바레 씨떼’에 셰프 140여명이 모였다. 한식·중식·일식은 물론이고 프렌치, 이탈리안, 제과 제빵 등 장르를 총망라했다. 아르헨티나·스페인 출신의 외국인 셰프가 있는가 하면 특급호텔의 총괄셰프, 파티셰, 파인다이닝의 스태프, 오너셰프 등 국적 불문, 직위 불문, 나이 불문이었다. 군대식 위계질서와 인맥 중심의 서열 문화가 확실한 요리업계에서 계급장 떼고 장르 무시하고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더 기가 막히다.
조희연 교육감발(發) ‘특목고·자사고 폐지’ 발언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문재인 정부는 특목고·자사고를 ‘고교 서열화의 주범’으로 몰고 있지만 특목고·자사고를 죽인다고 교육의 미래가 살아날지, 기승전 입시인 기형적인 교육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더기가 되도록 대입제도를 개편했지만 입시경쟁의 무한질주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공교육의 붕괴와 함께 일반고는 입시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자사고·특목고를 없애기 전에 일반고부터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지방에 있는
나는 2013년 서울 이태원의 한 술집에서 탄생했다. 나를 만든 건 세 명의 ‘쎈 언니’들이다. 여름과 가을 사이 비 오는 저녁이었다. 막걸리 몇 잔에 기분 좋게 취한 그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다.“우리 함께 의미 있고 좋은 일을 해보면 어떨까요?”“우리나라에 멋진 여성들이 많은데 여성 스타트업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기존 기업에서 버티거나 집에 가거나. 그 이외에 옵션은 없는 걸까요?”“다른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을 텐데.”“여성 스타트업 창업자를 초청해 그들의 경험을 듣고, 여성들이 창업을 꿈꿀 수 있는 모
2016년 겨울밤, 서울 홍익대 인근, 한 모임공간에 93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농산어촌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답 없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던 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모임은 2018년 7월, 지역 청소년들과의 작당모의를 꿈꾸는 사회적 협동조합 ‘멘토리’ 창립으로 이어졌다. 조합원은 모임에 참가했던 93명. 이들을 불러모은 주동자는 권기효(34) 멘토리 대표이다. 이들이 던진 질문은 그동안 농산어촌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10여년 전, 서울 광화문 일대에 불도저 소리가 요란했다. 종로 1가 곳곳에는 공사용 가림막이 세워졌다. 600여년 역사를 간직한 ‘피맛골’도 그 뒤에서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엔 현재 고층 오피스빌딩들이 올라서 있다. 종로뿐만 아니라 서울은 재개발, 재정비라는 이름으로 헌것 부수고 새것을 지어 올리기 바빴다.대형 타워크레인이 종로 일대에 세워지기 시작한 2007년.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생긴 ‘보안여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70년 넘게 여관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문화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야근에 지친 정부부처
1000만달러(120억원) 상금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인류의 문맹 퇴치를 과제로 내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의 최종 우승자가 지난 5월 16일(한국시각) 미국 LA 플레이야비스타에서 가려졌다. 학교도 선생님도 없는 환경에서 태블릿만 가지고 아이들이 스스로 글을 읽고 셈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라! 이 미션을 내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장장 5년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전 세계에서 198개 팀이 도전해 최종 결선에 오른 것은 5개 팀. 2017년 12월부터 지난 15개월간 아프리카 탄자니아 남쪽 음투와라 지역에서
“저는 월요일을 좋아합니다. 뭔가 시작하는 것, 어려워 보이는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깁니다.”그가 내민 명함에는 큼지막하게 이름 석 자만 적혀 있었다. 양석원.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자유란 자기 이유로 걷는 것’이라는 글귀가 보였다. 직함이 아닌 ‘자기(自己)의 이유(理由)’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글을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양석원씨는 최근 명함을 바꿨다. 이전 명함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국내 창업 생태계의 허브인 디캠프(D.CAMP)의 사업운영팀장이었다. 양씨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
#주3일근무 #프리랜서 #플라잉웨일 #낯선프로젝트 #100일프로젝트 #리뷰빙자리뷰 #TOM #인천to판교 #스타트업처럼_휙휙 # 남자아이들_육아.소셜미디어에서 ‘록담’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백영선씨(43·카카오임팩트 매니저)가 페이스북에 해시태그(#)로 자기소개를 적어놓은 것이다. 해시태그로 묶인 단어들은 ‘백영선’의 현재를 그대로 연결해준다.그는 지난 3월까지 카카오 기획자로 일하다 카카오에서 만든 공익재단인 카카오임팩트로 옮기면서 자발적으로 ‘#주3일근무’ 계약직을 선택했다. 덕분에 주 2일은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아들
진영(가명)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이미 술, 담배를 했다. 나쁜 형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범죄를 배웠고, 다른 아이들에게 범죄를 가르치는 범죄 영재가 됐다. 엄마는 불치병으로 누워 있고, 장애를 안고 노동으로 삶을 연명하던 아버지는 걸핏하면 진영이를 때렸다. 가출을 밥 먹듯 하며 길거리에서 살았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과 치료감호소를 들락거렸다. 본드 중독으로 여섯 번이나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조치를 당했다. 자살한 아버지의 시신을 거두고 장례를 치르면서도 본드를 흡입했다. 올해 스물네 살이 된 진영이는 비행청소년을 돌보는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연극동아리 ‘토굴’. 건물 지하계단 아래 남은 공간을 이용한 동아리방에선 매일 저녁 술판이 벌어졌다. 연극 대본과 술병을 앞에 놓고 토론으로 시작해 민중가요 ‘떼창’을 불러젖히다 격한 논쟁으로 밤을 새곤 했다. 붙어살다시피 하며 술로 다져진 선후배 관계는 졸업생 재학생 할 것 없이 끈끈함을 자랑했다. CJ ENM의 나영석 PD를 비롯해 방송·영화판에 ‘토굴’ 출신들이 많다.15년 전 창문 하나 없이 토굴처럼 어두침침한 동아리방으로 자그마하고 얌전해 보이는 여학생이 신입으로 들어왔다. 02학번 정치외교학과 3학년
논일 밭일로 굳은 손가락 마디에 연필을 쥔다. 비뚤배뚤 글씨가 춤을 춘다. 호미질은 프로지만 연필 쥐는 근육은 다른 모양이다. 전북 고창군 해리면 월봉마을. 독실댁, 나주댁, 백양댁, 화룡댁…. 꽃다운 나이에 신랑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시집와 월봉마을을 지키면서 여든을 넘거나 바라보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본 적 없던 아짐(아주머니)들이 고단한 몸을 끌고 목요일 밤이면 마을 폐교로 모여든다.‘오늘 띠풀이 파느라고 디질 번해다 파모 하니라고 디지는 중 알았는디 다행 디지진 않았다 나는 일하는디 경화가 와서 이야기 동무 햐줘서 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