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의 70%를 차지하는 탈북 여성들은 억척스러운 경향이 있다. 자유와 생존을 위해 사선(死線)을 넘어선 그들은 원하는 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성향이 강하다. 이들의 출신지역을 보면 이런 성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탈북 여성들은 함경북도의 무산, 회령 등 국경 근처의 두메산골 출신이 많다.탈북민 출신 제1호 인문학 강사인 최금희(41)씨는 그동안 기자가 만난 탈북 여성들과는 달랐다. 최씨는 북한에서 손꼽히는 대도시인 함북 청진시의 지식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1남4녀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최씨는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
#지난 4월 21일 저녁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성주그룹의 MCM 플래그십 스토어에 국내외 패션리더들이 총출동했다. 세계 패션 업계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수지 멘키스 보그 에디터, 주얼리 브랜드인 마커스 랭거스 스와로브스키 회장 등을 비롯해 국내 패션 관계자, 모델, 연예인 등 참석자는 700여명에 달했다. 패션계의 다보스포럼이라고 할 수 있는 제2회 컨데나스트 럭셔리 콘퍼런스(4월 20~21일) 서울 행사의 마지막 일정이 이곳에서 열린 것이다. 이 날 파티의 주연은 재단장한 MCM 하우스였다. 독일 작가인 토비아스 레베르
산 아래보다 1~2주 늦게 만개한 벚꽃이 집 입구에 꽃 터널을 만들었다. 개 세 마리가 벚꽃 길을 뛰어나와 낯선 손님을 경계하며 짖어댔다. 20그루 가까이 늘어선 벚꽃 길 옆으로 또 다른 길이 집으로 이어졌다. 자갈 길을 따라 펼쳐진 정원에 색색 꽃들이 한창이다. 조팝나무, 수선화, 튤립, 민들레, 황매화를 비롯해 노랑, 분홍의 야생화들이 앞다퉈 봄볕을 즐기고 있다. 작약, 데이지, 아이리스, 양귀비, 수국 등도 정원 여기저기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 칠현산 자락에 자리 잡은 이곳은 ‘한국의 타샤’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산비탈에 18채의 집이 들어서고 있는 더불어마을. 경사진 땅에 집을 짓는 탓에 땅도 집 모양도 제각각이다. 자연녹지 지역으로 건폐율은 20%에 불과하다. 대지가 330㎡(100평)라면 건축면적은 66㎡(20평)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만큼 설계가 중요하다.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비탈에 들어선 집들은 마치 주택 전시장을 보는 듯하다.마을 입구에 위치한 김미경씨 집도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2층 주택 옆에 한옥 모양의 별채가 있고 테라스가 두 건물을 연결하고 있다. 본채는 밖에서 보면 2층이지만 내
1996년 경북 김천의 한 작은 초등학교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전교생 숫자가 70명 남짓한 곡송초등학교 학생들이 도 단위·전국 단위의 백일장을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전국 단위 백일장에서 1위를 한 학생만 한 해 세 명이 나왔다. 그런데 이는 일시적인 게 아니었다. 1996년부터 시작된 학생들의 수상 행진은 1999년까지 무려 4년 동안 그칠 줄 몰랐다. 곡송초 문예반은 해마다 20명 이상의 수상자를 내놨다.이 작은 학교 문예반이 우수한 성적을 낸 데는 한 교사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이 학교 문예반 담당이었던 서순
사랑샘은 2012년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대한변협사랑샘재단으로 시작해, 지난해 11월 대한변협으로부터 독립한 재단법인이다. 주로 젊은 변호사들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지난 3월 22일 서울 서초구 2호선 교대역 근처에 위치한 재단법인 사랑샘 사무실을 찾아 오윤덕(74) 변호사를 만났다. 20여년간 판사 생활을 했던 오 변호사는 현재 재단법인 사랑샘의 이사장이다. 1994년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재단법인 사랑샘은 오 이사장의 아이디어가 단초가 됐다. 2001년 어느날 오 이사장의 부인 권혜옥씨가 일중독에 빠져 지내던 남편에
“첨단기술산업 사회로 갈수록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다.”지난 3월 22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만난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 로젠 소머스(62) 총장은 “가상현실과 3D프린팅의 핵심 콘텐츠는 결국 눈에 보이는 그래픽의 구현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먹거리로 떠오르는 첨단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디자이너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의미다.그가 총장으로 있는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RISD)은 미국 최고의
2000년부터 모교에 총 10억원을 기부한 교수가 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틈틈이 기부해온 이유에 대해 “제자들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교수다. 주인공은 빅데이터 전문가인 차상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지난 3월 21일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에서 만난 차 교수는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 창의적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성공한 선배들의 나눔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차상균 교수는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In-memory Database)’ 기술인 ‘SAP HANA’의 공동 개발자로 알려져 있다. SAP HANA는 인텔, HP, P&G
13년 지기 26살 동갑내기 친구 3명이 뭉쳤다. 그들에겐 중학교 때 입버릇처럼 말했던 꿈 하나가 있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뱉은 말이었지만, 언젠가 친구들 모두 꼭 함께하자던 세계일주의 꿈. 그렇지만 서로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하며 꿈은 조금씩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교에 입학하며 모두 모이게 됐다. 다시 학창 시절 그 꿈을 떠올렸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녹록지가 않았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다 보니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평생 못 이룰 것 같았다. 문득 친
“하월곡동 88번지에서 ‘건강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이미선입니다. 하월곡동 88번지 일대는 집창촌이 자리하고 있는 쓸쓸한 도시공간입니다. 이 속에서 힘들게 버티어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나다움의 의미를 만나게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후원금은 교육프로그램 진행 비용과 어려운 주민 긴급 생활비 보조를 위해 쓰일 예정입니다.”크라우드펀딩에 나선 약사 이미선(55)씨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내용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스토리 펀딩’을 통해 모금을 하고 있는 이씨는 미아리텍사스촌에서 ‘약사 이모’로 통한다. 프
낯설었다. 그림의 색감·붓 터치가 한국 작가의 작품이 아닌 것 같았다. 오래된 목재 느낌이 나는 작품의 프레임도 생소했다. 작품을 보는 순간 요절한 오스트리아 화가인 에곤 실레가 스쳐갔지만 그와는 다르게 작가의 개성이 살아있었다. 강렬한 선이 만들어 낸 인물들은 어두우면서도 생동감이 넘쳤다. 서울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서 첫 전시를 열고 있는 고경애(38) 작가는 그림처럼 이력이 독특했다. 미술계에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주로 전시해온 갤러리에서 생판 무명 작가를 초대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작가도 그림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고경
고려인 화가 변월룡(1916~1990)의 전시가 화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지난 3월 3일부터 한국미술거장전 시리즈를 시작했다. 변월룡을 시작으로 이중섭, 유영국전이 내년 2월까지 차례로 이어진다. 세 거장은 모두 1916년생으로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다. 이중섭과 유영국은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변월룡은 낯선 이름이다.변월룡은 남에서도 북에서도 잊혀진 화가이다. 연해주 유랑촌에서 태어나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살았던 변월룡의 유언은 “내 묘비에 한글 이름을 새겨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러시아 이름으로 개명하지 않고 ‘변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생각의 탄생’의 저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로봇 박사 데니스 홍, 이어령, 장하성, 이외수, 황석영…. 쟁쟁한 인사들이 지난 1월 말 한자리에 모였다.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빅 퀘스천 2016’ 무대에 서기 위해서였다. 이들을 불러 모은 주최는 강연 콘텐츠 업체인 마이크임팩트이다. 지성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삶의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주고받는 이 행사는 올해로 3회째, 매년 연사들은 바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연사들의 화려한 명단이다. 마이크임팩트가 보유한
[image1]“나와 레슬링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내 삶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가 바로 레슬링이기 때문이다.”지난 3월 1일 대한민국 건국 이후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양정모(63) 희망나무커뮤니티 이사장이 전화통화에서 한 말이다. 양씨는 현재 부산에서 살고 있다.40대 이상은 누구나 그의 쾌거를 기억한다. 그는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종목(자유형 페더급)의 금메달리스트다. 그뿐만 아니라 몬트리올올림픽 전후 두 번의 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마추어 레슬링선수로 세계 최정상
“전국~~~노래자랑!”관중의 우렁찬 함성 소리 끝에 딩동댕동, 실로폰 소리가 울리고 익숙한 리듬이 흘러나왔다. 전국노래자랑은 1980년부터 KBS의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를 장식하는 프로그램. 매주 13~15% 사이의 꾸준한 시청률을 유지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씨를 안다.전국노래자랑 팬이라면 방송을 보다 드는 의문이 있다. 방청객 맨 앞자리, 분명 지난번에도 봤던 것 같은 사람들이 또 연속해서 보여서다. 매회 빨간 등산복 커플티를 입은 채 방청객을 지키는 부부. 그들은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
한국의 남자 간호사 수는 지난 2월 16일 1만명을 넘었다. 1962년 최초의 남자 간호사인 조상문(80)씨가 간호사 면허를 발급받은 이래 54년 만이다. 최근 남자 간호사의 급증세는 무섭다. 현재 일선에 배치된 남자 간호사의 수는 전체 간호사 중 3% 내외지만, 최근 치러진 ‘간호사 국가시험’의 합격자 중 남자는 10%에 달한다. 2001년에는 전체 간호학과 정원 대비 2.8%에 불과하던 간호학과 재학생 중 남학생 비율도 2014년에는 전체의 15%로 증가했다.지난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소아수술실 앞에서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의 가벤시스 마을, 문명의 시계가 비껴간 이곳 원주민들을 깨우는 노래가 있다.‘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새벽 6시면 울려 퍼지던 새마을노래를 이제는 열대정글의 원주민들이 부르고 있다.네팔 히말라야 마나슬루계곡에 위치한 프록마을. 수도 카트만두에서 버스 타고 하루 반, 간 졸이며 아슬아슬 산길을 달려 도착한 아루갓 마을에서 다시 4~5일을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태극기와 함께 원주민 언어로 부르는 새마을노래를
“내가 돌 미친개이(돌에 미친 사람) 아닙니꺼!”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자택에서 만난 송계환(82)씨. 만나자마자 송씨는 자신을 그렇게 소개하면서 2층 구조의 양옥집 안으로 “들어오라”며 내부 나무계단을 걸어올라가 2층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2층에는 작은 마루가 있었고, 마루와 이어진 송씨의 방이 있었다. 마루와 방은 크고 작은 수석(水石)들로 가득했다. 송씨는 방에 앉음과 동시에 오동나무 상자에 보관 중이던 ‘돌’을 꺼내 들었다. “이게 오체석(五体石)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보면 ‘바위 위의 초가집’, 여기서 보면 ‘독
일흔을 목전에 둔 춤꾼 국수호(68)씨는 자줏빛 의상으로 나타났다. 바지와 니트, 머플러까지 자주색이었다. 그를 만난 건 지난 2월 17일 오후. 부산에서 기차로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국립부산국악원이 주관하는 외국인을 위한 한류상설공연 ‘왕비의 잔치’의 총괄안무를 맡았다.국수호씨(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는 한성준예술상 2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근대 전통무악의 거장 한성준 선생(1984~1941)의 예술적 업적과 춤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제정한 이 상은 심사가 엄정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무용자료관 연낙재(대표 성기숙
“혹시 장애아동이 모여 있는 치료실에 가보셨나요?”유아특수교육 전문가인 최진희 서초구립 한우리정보문화센터 조기개입연구소 부소장이 물었다. “매일같이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은 일단 치료실 밖에서 대기해요. 치료사들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죠. 적게는 5명, 많게는 10명 넘는 아이들이 한데 모여 같은 작업을 반복해요. 더러는 효과적이어서 지체장애 아이가 블록을 능숙하게 쌓기도 하죠. 그런데 엄마들의 고민은 해결되지 않아요. 치료실에서는 잘 노는 아이가 집에 오면 그렇지 않다는 거예요.”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최 부소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