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송무진(52)씨는 2017년 6월 해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1991년 해군 소위(학군 36)로 임관해 장교생활을 시작한 그는 26년간 군에 있으면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천안함 폭침, 세월호 참사 등 해군이 연관됐던 여러 사건에서 주요 임무를 맡아왔다. 해군 최고의 잠수 전문가이기도 했던 그는 전역 후 인테리어 가게를 오픈했다. 도배가 그의 주된 일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인테리어 업체 명함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명함 뒷면을 보고 깜짝 놀란다. ‘도배, 장판, 데코타일, 조명 전문’이라고 적혀 있는 명함 앞면을 뒤집으
“산악인이 산에서 죽는 것도 운명이다.” 지난 10월 12일 히말라야 등반 중 숨진 고(故) 김창호 대장이 생전 술자리에서 기자에게 한 말이다. 2014년 조선일보가 기획한 ‘뉴라시아자전거평화대장정’ 당시 100일 동안 24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는 히말라야 등반에 얽힌 에피소드를 자주 들려주었다.최근 네팔행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김창호 생각이 났다. 이번 네팔행(12월 8~16일)은 엄홍길(58) 대장과 함께했다. 히말라야 등반이 항상 그렇듯 이번에도 위급 상황이 있었다. 히말라야 골든 트래킹코스로 불리는 푼힐(해발 3200m) 등반
역사학자 전원철(54) 박사는 29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한다. 비교적 ‘흔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는 기본이다. 스페인어, 라틴어, 아랍어, 몽골어, 터키어, 티베트어, 우즈벡어, 만주어, 페르시아어, 카자흐어, 키르기스어, 오롱키어, 어웡키어, 다와르어, 부랴트어, 타타르어, 거란어 등을 구사한다. 전 박사가 지난해 낸 책 ‘고구려-발해인 칭기스 칸’에는 15개 언어로 쓰인 150권의 책이 참고서적으로 언급돼 있다.기자는 이 언어의 장인(匠人)을 검증해 보겠다며 몽골인 지인을 동원한 적이 있다. 의
“제가 살아본 대한민국은 노동자, 농민의 아들, 아파트 관리원의 아들이 대통령의 꿈을 꿀 수 있는 나라였습니다. 북한은 그 반대죠. 꿈을 꾸어도 노동자, 농민의 꿈을 꾸어야 하고 대통령의 아들은 당연히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나라입니다.”탈북민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매체 자유북한방송(FNK)의 김성민(55) 대표가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린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그는 북한에서 34년을 산 뒤 1996년 탈북해 1999년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 정착한 지 올해로 18년이 된다.김씨는 현
[image1]소년은 달음박질했다. 장난감 비행기를 줍기 위해서였다. 저 봉우리에 아까 본 비행기가 놓여 있을 터였다. 소년은 흥남철수 때 외삼촌의 손을 잡고 북한을 탈출했다. 거제도 피란민수용소를 거쳐 부산에 살던 소년은 서울에 올라온 후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얼마나 달렸을까. 정상, 비행기는 보이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건 처음 보는 장관이었다. 이날 북한산 보현봉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전경은 소년을 산사람으로 만들었다. ‘악돌이’ 박영래(70) 화백 이야기다.박 화백은 ‘월간 산’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지금은 월간 산 대기
한국 아이스하키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새 역사를 썼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지난 4월 29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끝난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 대회(세계 2부리그 격)에서 6팀 중 2위(승점 11)로 톱 디비전(1부리그) 승격을 이끌어낸 것이다. 지난 1928년 국내에 아이스하키가 소개된 지 89년, 1979년 처음 국제대회에 출전한 지 38년 만에 이룬 일이다.톱 디비전은 캐나다, 러시아 등 아이스하키 최강 16개국이 겨루는 ‘꿈의 무대’였다. 랭킹 23위의 변방 한국은 이 무대에 발조차 디뎌 보지 못했다
한국인에겐 ‘영원한 2인자’였을 수 있지만 일본인에겐 소중한 ‘피겨 여왕’이었다. 아사다 마오(淺田眞央). 지난 4월 11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건 아니었다. 2014년 김연아가 은퇴한 후에도 아사다는 시즌을 이어왔지만 어쩐지 아슬아슬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2018 평창올림픽까지 어떻게든 버티는 걸까 싶기도 했지만 세월의 벽을 이기지 못했다. 1990년생, 아사다의 나이도 벌써 스물일곱이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로선 충분히 노장이다. 일본 내에서도 신예들에게 밀리기 시작한 지 한참 됐다. 올림픽 출전 티켓을 확보할 가능
“설마 굶어죽기야 하겠어?”자신만만했다. 2007년 6월, 홍현수(40) 대위는 호기롭게 군복을 벗었다. 이왕이면 장교로 가자는 생각으로 학사장교에 지원해 6년 중기복무를 마쳤다. 부부 군인으로 하사관이었던 부인 방혜정씨도 그보다 4개월 먼저 전역했다. “부대 쪽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복무 기간 부부는 얼굴 맞대면 군대 욕하느라 바빴다. 군대는 비합리적이고 답답하고 말 안 통하는 조직이었다. 오죽하면 초록색과 얼룩 무늬라면 꼴도 보기 싫었을까. 군대만 나오면 전혀 다른 세상이 자신들을 환영해줄 것이라 기대
광주광역시 광산구에는 고려인마을이 있다. 고려인 3~5세 4000여명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지난 1월 고려인 연구차 이곳에 머무르고 있던 정막래(51) 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는 짧은 머리의 60대 고려인 남성을 만났다. 마을의 다른 고려인들처럼 일용직노동자인 그는 겨울이라 일거리가 없다고 했다. 인근 공단의 일은 젊은이들 차지고 농장, 밭일 등을 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러시아어를 하는 한국인을 만나 반가웠던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냈다.“나는 펜 말고는 무거운 걸 들어본 적이 없어요.”고려인 3세 김블라
“북한의 ‘궁수(archer)’들을 죽일 수 없다면 결코 ‘화살’을 충분히 잡아낼 수 없을 것이다.”빈센트 K.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육군대장·59)이 지난 2월 7일 미 육군협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미사일 방어 토론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한의 ‘궁수’들은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미사일 발사시설을, ‘화살’은 북 미사일을 의미한다. 북한의 미사일(화살)을 요격하기에 앞서 발사 시설(궁수)을 선제타격해 발사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돼 최근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고 있는 예방적 선제타격론에 기
유엔난민기구의 ‘2015년 글로벌 리포트(UNHCR Global Report 2015)’에 따르면 분쟁과 박해로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이 매일 3만4000여명씩 발생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등록된 난민 수는 1610만명이지만 매일 발생하는 실향민과 비호(庇護) 신청자를 포함할 경우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의 숫자는 653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들만으로 나라를 세운다고 가정할 경우, 지구상에서 21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이들 난민들은 지구촌의 아픔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특히 병마에 시달리는 난민들을 치료하고 고향을 떠난 난민들
20대 경찰청장 내정자 이철성(58) 경찰청 차장. 청와대는 “이철성 내정자는 경찰 전반에 다양한 업무 경험이 있고 치안비서관을 거쳐 대통령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해 간부후보생을 거쳐 치안총감 후보에 오른 이철성 내정자는 경찰 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받는다.경기도 수원 출신인 이 내정자는 1974년 유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다음해인 1975년 학교를 자퇴했다. 그의 모친은 수원시 지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으나 슬하의 5남매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당시 지동은 수원에서
지난 11월 23일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무지산에서 한국 등산로(한국길) 개통식이 열렸다. 이번 한국길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관계자 100여명이 모였다. 무지산 한국길은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개통된 공식 한국 등산로이다. 이렇게 해마다 중국에서 한국길을 내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주인공은 산악투어 양걸석 대표다. 한국길이란 중국 산에 양걸석 대표가 직접 개척한 한국식 등산코스 명칭이다. 등산 개념이 거의 없는 중국에는 한국처럼 자연길을 이용한 등산로가 없다. 이에 양걸석 대표는 직접 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등산코스를 만들었고,
어릴 때부터 소녀 이인선은 “너는 독립운동가의 손녀야”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이는 독립운동가 이준석의 손녀 이인선에게 축복이자 족쇄였다. 소녀 이인선의 조부인 독립운동가 이준석 선생은 3·1운동 당시 포항 지역에서 태극기를 만들어 나눠주고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서울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돼 1년 동안 옥고를 치렀다. 그 뒤에도 일본 순사들은 이준석 선생을 끊임없이 감시했고 그 아들이 공부하는 학교까지 찾아왔다. 이를 견디다 못한 그는 아들을 데리고 만주로 건너갔다. 이준석 선생의 독립운동은 뒤늦게 인정이
동휘 스님은 빛의 스님이다. 빛의 씨앗인 ‘옴’ 그림을 그리는 만다라 수행을 20여년 해 왔다. 특히 5~6년 전부터는 창작 만다라를 그려 전국 각지를 돌고 미국 뉴욕까지 가서 전시회를 열며 만다라 수행을 전파하고 있다. 강원도 홍천에 ‘해피 만다라’ 성지인 ‘여래사’를 둔 데 이어 최근엔 서울 압구정동 한복판에 만다라 문화원이자 절인 금광명경 여래사를 열었다. 그가 낸 책 ‘빛나는 해피불’(민족사)에는 창작 만다라 30여점이 수록돼 있는데, 그림의 색감과 터치가 남다르다. 서양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서양화를 전공한 재능이
[image1]한국 최초의 여자 의사였던 박에스더(본명 김점동·1876~1910), 최초의 여자 간호사 이그레이스(1882〜미상)에게는 같은 스승이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890년 처음 조선 땅을 밟아 1933년까지 43년 동안 남편, 아들과 함께 의료 선교를 펼쳤던 로제타 셔우드 홀(Rosetta Sherwood Hall·1865〜1951)이다.43년간 로제타 홀이 남긴 흔적은 아직도 한국 곳곳에 남아 있다. 조선인을 치료하려 서울 동대문에 설립했던 볼드윈 진료소는 현재 이화여대 부속병원으로 발전했다. 남편 윌리엄 홀이 평양
[image1]경부고속도로 목천IC를 빠져나온 자동차가 독립기념관 옆을 지났다. 유관순길, 아우내길 등의 이정표를 뒤로하며 진초록 논 사이로 난 포장도로를 달렸다. 병천면사무소가 보였다. 병천순대로 유명한 그 병천이다. 다시 시골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김영만미술체험공간-아트 오뜨’ 가는 길이 맞는가 싶었다.동행한 이경민 사진기자는 어렸을 때 ‘김영만 종이접기’를 보면서 자랐다고 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종이접기 전문가 김영만’으로 옮겨갔다.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아카데미원장 김영만씨가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 20
개그맨 윤형빈. 격투기 선수, 음반 낸 가수 등 ‘도전의 아이콘’인 그가 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 청소년을 위한 왕따 예방 연극 ‘친구야 놀자’를 만들어 청소년의 ‘수호 삼촌’으로 나섰다. 그는 이 연극에서 극본·연출·배우 등 1인3역을 맡았다. 공연도 자신의 이름을 딴 ‘윤형빈소극장’에서 한다. 지난 7월 3일에 문을 연 ‘윤형빈소극장’ 홍대점은 부산에 이어 2호점이다. 현재 이 극장에서는 ‘관객과의 전쟁’을 공연 중인데, 8월 중순께부터 ‘친구야 놀자’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지난 7월 17일 서울 홍익대 부근에 있는 ‘윤
지난 7월 15일 10시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을 출발한 전세버스 한 대가 경기도 포천시 성동삼거리 ‘38선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다. 성동삼거리에는 육군 6사단 헌병대에서 나온 호송 지프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 전세버스에서 ‘6·25참전 전우회-육종 전우회’ 모자를 쓴 노병(老兵)들이 하나둘씩 내렸다. 도로 이정표에는 포천, 철원, 김화 등이 보였다.김정규 육군종합학교 전우회장을 비롯한 노병들은 ‘고 육군대위 김교수 및 제2연대 6중대 장병 추모식’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었다. 추모식은 매년 거행하는 일이지만 이날만큼은 감회
“어린이날, 성년의날, 어버이날은 있는데 청소년의 날은 왜 없을까요? ‘학생의 날’이 한때 있었습니다. 그런데 11월 3일 광주학생의거일의 본래 의미를 살리자며 ‘항일학생운동 기념일’로 바뀌었죠. 청소년기본법 16조에 의하면 5월이 ‘청소년의 달’입니다. 하지만 ‘가정의 달’로 인식돼 왔습니다.”지난 6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프렌딩’ 사무실에서 만난 백두원(42) 대표는 ‘청소년의 날’ 지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렌딩’은 ‘행복한 학교 만들기’를 표방한 비영리단체. 백 대표는 “7월 9일이 소위 친구데이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