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양사학과 이주연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두께를 보고 놀랐다. 1140쪽. 그는 14세기 후반 아시아 한복판의 패자였던 티무르(재위 1370~1405)의 역사서를 세계 최초로 전문 번역, 서울대에서 지난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 7월 20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박사가 가방에서 꺼낸 묵직한 논문의 제목은 ‘티무르조(朝)의 사서(史書), 야즈디 찬(撰) ‘승전기(Zafar-nama)’의 역주(譯註)’였다.논문 제목에 담긴 뜻을 찬찬히 보면 이렇다. 번역한 책 이름은 ‘승전기’이고, 저자 이름은 야즈디이며, 티
“여러 번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면 아예 읽을 필요도 없다.(If one cannot enjoy reading a book over and over again, there is no use in reading it at all.)”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의 유명한 이 말은 이제 조금 수정돼야 할 것 같다. “여러 번 들어도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면 아예 들을 필요도 없다.”2018년 글로벌 출판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듣는 책, ‘오디오북’이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로 시작했던 오디오북 시장은 하락세를 걷던 출판계의 돌파구로 각
소규모 동네책방이 하나둘 사라지는 요즘 서울 지하철역에 작은 서점이 부활하고 있다. 33㎡(10평) 남짓한 작은 서점에는 잡화품과 참고서 대신 신간도서와 베스트셀러, 여행, 어학, 건강도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 3000여권이 전시돼 있다. 지난 11월 28일 서울지하철 6호선 약수역 환승 통로에 위치한 지하철 서점 ‘한우리문고’에서 엄철호(63) ㈜한우리 대표를 만났다. 한우리문고 매장 소개에 나선 그의 얼굴에서 묘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엄 대표는 “서점이 책을 파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한우리가 운영하는 한우리문고는 수익창
등산 레저전문지 ‘월간산(山)’이 ‘한국의 100대 명산’을 단행본으로 발간했다. 월간산은 국내 최초로 5개 기준, 11개 세부기준을 적용해서 100대 명산을 엄선했다. 월간산이 100대 명산 선정에 적용한 5개 기준은 ‘역사적 가치, 경관적 가치, 지리적 가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 지정 자연공원으로서의 산’ 등이다. ‘한국의 100대 명산’에는 개별 산에 대한 스토리가 주제별로도 담겨 있다.한국의 산은 수천 개에 이른다. 2018년 기준 국토지리정보원이 등재한 한국의 산은 모두 7414개. 이 중 100대 명산을 선정하는 일
국립수목원의 전국 현지답사를 통해 실체가 확인된 ‘한국의 구곡’ 102개가 월간산 여름특집 7월호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지역적으로 경북이 53개로 압도적으로 많고 충북 27개, 전북 4개, 충남·경기·경남·전남 각 3개, 강원·울산 각 2개, 서울·대구 각 1개 등으로 확인됐다. 구곡의 자세한 위치는 월간산 7월호에 실린 ‘한국의 구곡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image1]구곡(九曲)은 계곡의 다른 이름으로, 강이 굽이쳐 흐르는 절경을 지닌 계곡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구곡을 ‘자연과 더불어 은둔생활하면서 후학을 가르
지난 5월 27일 서울 마포구 지하철 2·6호선 합정역 인근에 새로 문을 연 교보문고 합정점. 주말을 맞아 서점으로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한번씩 꼭 들러 보는 코너가 있었다. 서점 한구석에 자리 잡은 만화책 코너다.이곳에서 사이좋게 만화책을 살펴보던 30대 직장인 커플 김정혁·한희영씨는 오후에는 만화카페에 가서 만화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최근 몇 년 사이 만화책을 사는 일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어릴 때는 만화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러다가 대학생 돼서 거의 안 읽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다시 만화책을 많이
“탈고가 끝난 후엔 허탈한 마음에 파울 클레, 세잔의 작품을 간간이 찾아보며 지내고 있어.”지난 3월 31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 자신의 작업실 앞 카페에서 만난 철학박사 강신주(48)씨는 편안하고 소탈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최근 출간된 마크 로스코 해설서 작업을 마친 뒤 휴식을 가지는 중이라고 했다.민음사에서 펴낸 미국의 유명 화가 마크 로스코(Mark Rothkor·1903~1970) 해설서는 여러모로 화제다. 일단 베스트셀러 저술가이자 인기 철학자인 강신주가 쓴 미술 해설서라는 점에서 그렇다. 강신주의 팬들은 “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외국소설 코너에 쌓인 책 가격을 확인해 봤다. 1만3800원, 1만5000원, 1만4800원, 1만2000원. 매대에 놓여 있는 35종의 책 중 정가 1만3800원짜리 책은 모두 11종. 12종의 책이 1만5000원이었고, 1만3800원인 책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던 대학생 유현미(22)씨는 “1만4800원은 1만5000원보다 싸게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 같지만, 지금 보니 1만3800원은 굉장히 애매한 가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유씨의 말처럼 애매하기 그지없는 1
출판 시장에 ‘쌤앤파커스’ 매각설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 떠다닌다. 쌤앤파커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김난도), ‘혼창통’(이지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스님), ‘장사의 신’(우노 다카시)을 출간하며 최근 3년간 가장 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한 출판사 중 하나다. 출판 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업계에서 몇 안 되는 ‘돈 버는 출판사’가 출판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처음 이 소식을 전했던 출판업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 “쌤앤파커스가 최근 출판사를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놨고, 관심이 있는 측
‘1Q84’ ‘해변의 카프카’ ‘상실의 시대(노르웨이 숲)’ 등 쟁쟁한 작품을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42개국에서 번역 출간한 일본 문학의 자존심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4). 오에 겐자부로 이후 해마다 노벨문학상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그는 전후 일본 문학의 상징이자 일본 출판 시장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한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12일 신작을 출간했다. 뉴욕타임스와 아마존닷컴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이기에 신작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세계적이다.370쪽 분량의 신작 제목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
새물결출판사(대표 홍미옥)가 낸 ‘마하바라따’ 1~5권을 보고, 참 대단한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책은 산스크리트 원전을 직접 한글로 옮겼다. 산스크리트어 원본이 번역된 건 세계에서 세 번째란다. ‘마하바라타’는 고대 인도의 장편 서사시.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보다 내용이 길다. 그러니 이번 한글 번역본의 길이가 엄청나다. 5권으로 번역이 다 끝난 게 아니고, 전체 20권 규모로 기획한단다. 책을 넘기며 출판사가 사고를 쳤구나 싶었다. 돈을 생각했다면 낼 수 없는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조형준
지난 1월 18일 저녁 7시, 서울 신촌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의 1, 2층 약 1000석이 가득 찼다. 에세이집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의 저자인 김난도(48) 서울대 교수(소비자학과)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 책은 지난해 12월 말에 출간된 이후 한 달 만에 10만부가 팔렸다. 이날 김 교수는 “청춘은 원래 불안하다. 조급해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어라”는 내용으로 두 시간 강연을 했다. 강연을 들은 대학생들은 입을 모아 “누군가에게 이처럼 위로받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어머니와 함께 강연회를
“춘추전국시대에 중국의 원형(原型)이 탄생했습니다. 중국적 스타일, 지배층의 사고 등 중국의 원형을 알기 위해서는 춘추전국시대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합니다.”작년 8월부터 ‘춘추전국이야기’(위즈덤하우스)를 내고 있는 중국 역사 연구가 공원국(38)씨는 자신이 춘추전국시대 여행이라는 장정(長征)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스로도 첫 권에서 ‘장정을 떠나며’라는 출사표를 쓸 만큼 실제 그의 저술 작업은 지난한 여정으로 보인다. 1권부터 시작해 4개월 간격으로 무려 12권의 대 시리즈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시크릿 두 번째 이야기 TEEN POWER폴 해링턴. 살림. 1만2000원론다 번 시크릿팀이 3년 만에 내놓은 이 책은 끌어당김의 법칙을 소개한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갖는 법, 머릿속으로 원하는 것을 직접 그려보는 법 등 누구나 직접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한다. 전작과 주제는 같지만 2편에서는 시크릿 실천법과 다양한 성공사례를 담고 있다.꿈은 박동한다송명근. 시작. 1만2000원국내 인기 의학드라마 ‘뉴하트’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2009년 5월 로이터 통신은 국내 최고의 심장전문의인 송명근 교수의 수술
2009년 방송가와 출판계에서 ‘선덕여왕’의 인기는 대단했다. 드라마는 연말 시상식을 장악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연기자들의 열연도 영향을 미쳤지만, 여왕이 되기까지의 역경과 지략들이 독자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 ‘선덕여왕’은 역사를 바탕에 뒀지만 현대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정치, 대범한 여성상, 그리고 승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입체적 인물 묘사와 함께 현재 시점에서도 울림이 있는 내용은 팩션(faction·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소설 장르)이 주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팩션의 열풍은 계속되
[image1]이 장면을 아시나요김동규·정혜진. 생각을 담는 집. 1만8500원오페라가 근엄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마치 유랑극단에서 변사가 들려주는 것처럼 오페라 이야기를 풀어냈다. 클래식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 주파수를 맞춘 것이다.[image2]산사의 숲, 생명을 품다 김재일. 지성사. 1만7000원전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성과물이다. 산사를 누빈 저자의 7년간 행적을 따라나선 것이지만 사찰에 대한 기록만은 아니다. 동식물을 비롯하여 그곳에 놓인 전각이나 탑부터 바위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image
어느 나라든 남성의 평균 수명이 여성의 평균 수명보다 짧다. 왜 그럴까? 이 책의 저자는 그 이유 10가지와 남자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법 10가지를 소개한다. 마리안 J. 레가토 지음. 송설희 옮김. 홍익출판사. 1만5000원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 10가지 이유1. 남자에게는 선천적으로 유전적 결함이 있다.2. 자궁 자체가 남자 아이들에게 불리한 구조다.3. 남자 아이는 발달장애 위험이 높다4. 남자 아이는 생물학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높다.5. 관상동맥질환이 남자를 일찍 죽게 한다.6. 우울증이 남자를 죽음으로
‘20세기가 국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도시의 규모가 커졌고 그만큼 도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도시 순위를 매기는 설문조사가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2010 동계올림픽이 열린 캐나다 밴쿠버는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뽑히는 단골 도시로 유명하다. 흔히 사람들은 대도시에 주목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중소도시에 시선을 두고 있다. 중소 도시는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중소도시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친환경적인 도시로 만들 수 있을까?저자 김민주씨는
“샘터라는 이름은 제 아버지(김재순 전 국회의장)가 지었습니다. 작명을 잘한다고 알려진 분을 만나 ‘우물터’라는 이름을 받았는데, 한동안 고민하시다가 ‘샘터’로 바꿨습니다. 아버지는 ‘샘터’ 창간 이전에 잡지 ‘새벽’의 주간을 맡은 적이 있었고, 지금은 ‘샘터’ 고문 역을 맡아 대외적인 업무를 하십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라는 구호를 내걸고 1970년 창간된 월간지 ‘샘터’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지난 11월 23일 서울 대학로 샘터 3층 사무실에서 김성구(50) 대표를 만났다. 사무실에는 도산 안창호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