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다. 한·일 관계가 역대 최악으로 가고 있는 요즘, 보통 일본인들의 마음엔 어떤 기류가 흐르고 있을까. 평소 알고 지낸 일본인 지인들에게 소셜미디어로 안부를 물었다. 안부 인사엔 반갑게 화답했지만, 정치 얘기로 화제가 넘어가는 것은 저어하는 눈치였다. 유학이나 사업 관계로 일본에 체류 중인 한국인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도 쭉 만날 사이라 그럴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뜨내기 관광객에겐 오히려 민낯을 보여줄지 모른다. 일본에 직접 가보기로 했다.시즈오카현은 오사카와 도쿄 중간에 있다
지난 8월 말 베트남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호찌민시. 중심상업지구(CBD)에 위치한 부동산 투자회사 CBRE 베트남 사무실에서는 도시 곳곳에 신축 중인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모형을 앞에 두고 설명회가 한창이었다.CBRE는 전 세계 450개 지점에 8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이다. 베트남엔 15년 전에 진출했으며 호찌민과 하노이, 다낭 등 3곳에 사무실을 갖고 있다.설명회 장소에는 베트남 현지인들은 물론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뒤섞여 있었다. 서울 강남에 산다는 40대 사업가는 “이곳 부동산이 투자가치가
LG하우시스는 1997년 바닥재를 첫 수출하면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2010년에는 인도에 판매법인을 세우고 본격 시장공략에 나섰다. 지금은 냉장고용 고광택필름을 비롯해 인조대리석, 광고소재 등을 주력상품으로 폭증하는 인도 중산층 시장을 파고드는 중이다. 인도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신영호(50) 인도법인장이다. 지난 7월 7일 LG하우시스 인도법인이 자리한 구르가온에서 만난 신영호 법인장은 “올해도 전년 대비 약 40% 이상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 수도 델리 외곽의 신도시 구르가온의 후다시티센터역 인근 델타타워
[image1]인도 최대 상업도시 뭄바이(옛 봄베이)에서 남쪽으로 450㎞가량 떨어진 서부 해변도시 고아(Goa). 아라비아해를 끼고 있는 고아는 인도의 대표적 휴양지다. 1961년 인도에 무력으로 병합되기 전까지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탓에 아직도 포르투갈의 문화적 정취가 강하게 남아 있다. 기독교 문화권이라 힌두교에서 금기시되는 소고기를 비롯 술과 카지노도 자유롭게 허용되는 인도 유일의 해방구다. 지난 7월 9일 고아의 타지호텔은 인도 전역에서 온 광고간판업계 종사자 50여명으로 떠들썩했다. 은행, 병원, 호텔, 주유소 등의 광고간
[image1]1976년 6월 1일, 5만여명이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뉴욕뿐만 아니라 인근 도시에서도 몰려들었다. 한국에서 온 종교지도자 문선명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 총재의 연설을 듣기 위해서였다. 이날 문선명 총재는 미국 사회에 도전적인 메시지를 던졌다.“공산주의 위협과 청소년들의 윤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은 희망이 없다.”“나는 미국의 의사요 소방수로 왔다.”당시 건국 200주년을 맞은 미국은 히피문화와 청소년 마약 문제 등으로 골치를 앓고 있었다. 문 총재는 미국에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가
미국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 교외 64번 고속도로 근교의 홀푸즈마켓. 유기농 식품 열풍을 일으킨 대형 식품매장이다. 오전 11시,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대형 손수레를 미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매장 진열대 식품들에는 유기농, 재래식(conventional), 지역특산(local)이란 표식이 붙어 있었다. ‘NO GMO(유전자재조합)’와 같은 표기가 붉은 글씨로 적혀 있는 식품도 있었다.미국의 식품 시장에서도 유기농은 거대한 산업군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유기농과 재래농법은 인류의 식량위기 극복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하루 벌어서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의 리서치랩(연구실)에는 몬산토가 자랑하는 ‘치퍼(Chipper)’란 장비가 있다. 치퍼는 종자의 상업화에 걸리는 기간을 2년 이상 앞당기는 몬산토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특허장비다. 종자의 일부를 가느다란 칩(Chip)처럼 긁어서 떼어내 수백만 개에 달하는 DNA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로봇이다.지난 9월 23일 미국 미주리주(州) 세인트루이스에서 64번 고속도로를 30분간 달려 찾아간 크리브코어의 몬산토 본사. 몬산토 크리브코어 캠퍼스의 리서치랩에서 치퍼와 마주했다. 몬산토의 한국인 김선란 연구원의 안내에 따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Aberdeen)항에는 어선이 보이지 않았다. 수산물 시장을 끼고 있게 마련인 한국의 전형적인 항구 모습과 달리 생선 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항구 주변에선 기름 냄새만 났다.선박의 규모와 외형도 확연히 달랐다. 1~2척의 크루즈선을 제외하고 애버딘항에 정박한 대부분의 배에는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었다. 배 후미인 고물은 그물이 아닌 수중잠수로봇(ROV) 같은 대형 기계장비로 채워졌다. 해양작업지원선(OSV·Offshore Support Vessel)이라고, 기자를 안내한 애버딘대학의 샘 배그씨는
1 로봇 뱀(Robot Snake)[image1]강군(强軍)으로 소문난 18만 이스라엘 군이 보유한 비밀무기. 이스라엘의 MIT라고 불리는 테크니온대학이 개발했다. 재해 의료 분야에도 사용된다. 1m 길이의 일자(一字)형 정밀 관측병, 척후병 로봇이라 보면 된다. 바퀴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뱀처럼 몸을 뒤틀면서 앞으로 나아가 머리에 붙은 정밀 카메라를 통해 전방의 상황을 보여준다. 로봇 뱀이 보내오는 영상을 고성능 모니터로 보면서 로봇 뱀을 원격 조종한다. 코브라처럼 몸을 똑바로 세워 전방을 관측할 수도 있고, 작은 틈 속으로 뚫고
이스라엘을 찾은 것은 20년 만이다. 방문 이유는 2009년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베스트셀러 ‘창업국가’의 내용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창업국가’는 창조경제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가 교과서처럼 모시는 책으로 한국에는 알려져 있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단 세노르 등이 쓴 이 책은 ‘창업국가=이스라엘’이란 관점에서 인구 700만명(2008년 기준)의 이스라엘이 왜 IT 강국으로 떠올랐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나섰다. 이 책이 꼽은 IT 강국 이스라엘의 비결은 군대와 이민이었다. 이 책의 설명이 맞는지,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州)의 주도 디모인에서 북서쪽으로 30분간 차를 달려 찾아간 존스턴. 존스턴에는 몬산토와 함께 미국 종자업계를 양분하는 듀폰-파이어니어의 이노베이션센터가 있다. 10월 15일 찾아간 듀폰-파이어니어 이노베이션센터의 본관인 카버센터 입구에는 ‘씨앗이 되어라(Be the Seed)’란 글자가 큼직하게 적혀 있었다.존스턴 이노베이션센터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 듀폰의 12개 글로벌 연구센터 중 한곳이다. 존스턴 이노베이션센터가 자랑하는 시설은 ‘멘델그린하우스’란 최첨단 유리온실. ‘멘델 유전법칙’의 주인공인 오스트리아
미국 시카고에서 자동차로 5시간 떨어진 아이오와주의 주도(州都) 디모인. 디모인에서 다시 차를 40분간 달려 찾아간 프레리시티의 옥수수밭에는 수확을 앞둔 누런 옥수수가 끝없이 펼쳐졌다. 프레리(Prairie)는 미시시피강에서 로키산맥 사이에 펼쳐진 대초원을 뜻하는 말. 윌 캐넌(33)씨는 프레리시티에서 동생과 함께 500에이커(약 61만2000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30대 청년 농부다. 아이오와주립대에서 농경학과 농공학을 전공하고 2개 학위를 받은 그는 수년 전부터 유전자재조합(GM) 기술을 적용한 종자를 이용해 옥수수, 대두(콩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제주도에서 서해 쪽으로 일직선을 수평으로 그으면 닿는 곳이다. 황해를 끼고 있는 이곳은 ‘소금성’이라는 도시명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수천 년 동안 소금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곳의 내륙 주민은 끝없이 펼쳐진 평원에 목화를 재배하고 쌀농사를 지었다. 20여년 전만 해도 벌판은 순백의 목화꽃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었다. 1990년대까지도 옌청은 중국 내에서 여전히 가난한 소도시에 불과했다. 단적인 예로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나온 지리부도에 보면 옌청은 표기도 되지 않았다.장쑤성은 1992년 목화
지난 3월 12일 경기도 파주시(시장 이인재)와 영국 6·25박물관 건립 지원위원회(위원장 송달용) 방문단이 중부 잉글랜드의 글로스터(Gloucester)시를 방문해 9만4000파운드(1억5600만원)를 전달했다. 6·25박물관이 들어설 글로스터 군인박물관(Soldiers of Gloucester Museum) 증축 기금 모금에 힘을 보탠 것이다.글로스터와 파주는 6·25 당시 각별한 인연을 맺은 사이다. 6·25 참전 영국군의 주력부대 중 하나였던 글로스터 연대는 1951년 4월 파주 적성면 설마리에서 퇴로가 차단된 채 중공군 3
며칠 전에 수십 년간 잘 알고 지내는 중년의 스페인 친구 부루노가 안부 인사차 필자의 사무실에 찾아왔다. 그날따라 부루노의 얼굴색이 밝았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알고 보니 20대 후반인 큰딸이 필자 사무실 바로 윗동네에 아파트 한 채를 아주 싸게 샀다고 했다. 지은 지 3년 된 방 세 칸짜리 중형 아파트를 단돈 7만유로(1억원 정도)에 은행에서 매입했다고 자랑했다. 필자도 잘 아는 이 아파트 단지는 분양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23만유로(약 3억4500만원)를 내고 입주자들이 열쇠를 받았다. 부루노의 딸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제때
‘인산인해(人山人海)’.지난 8월 11일 1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칭다오(靑島) 맥주축제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맥주축제가 열린 칭다오 라오산(崂山)구에 마련된 20만㎡의 세기광장맥주성은 사람들에 떠밀려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한여름 밤 무더위에 배를 반쯤 드러낸 주당들은 세계 유명 맥주회사들이 가설한 대형천막 아래서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가수들이 대형천막을 순회하며 춤과 함께 노래를 열창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사람도 속출했다. 돈깨나 있는 사람들은 축제장 한쪽에 설치된 ‘수정궁’에서 에어컨을 쐬가며 가족
1992년 흑인폭동이 일어났던 미국 LA 사우스센트럴의 한 주류 판매점. 회색빛 1층 건물인 이 가게의 밖에는 영어로 ‘Liquor Store’라고만 써 있다. 이 주류 판매점의 정문과 창문은 모두 쇠창살로 안전장치를 해놓아, 1980년대 한국의 전당포를 떠올리게 했다. 쇠창살문 밖으로 또 하나의 철문이 달려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가장 눈에 띄는 게 방탄유리로 둘러쳐진 계산대. 모양새가 마치 은행 환전 창구와 같다. 방탄유리 밑으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멍이 뚫려 있다. 이 계산대는 내부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외부에서는 절대 들
화순 성호경씨의 회고화순의 행정 명칭은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다. 이곳의 명물은 두 가지다. 바다 쪽으로 우뚝 버티고 선 삼방산과 황금 해변이다. 그러나 금빛으로 빛나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명품 모래는 보기 힘들었다. 그곳을 찾은 날 바람이 거셌다.성호경(55)씨는 바다올레횟집 주인이다. 그가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얽혀든 것은 2002년 2월쯤이다. 당시 그는 화순리 어촌계장을 맡고 있었다. 어촌계는 청년회와 함께 제주도의 각 마을에서 여론을 좌우하는 양대 조직으로 꼽히고 있다.“남제주군 해양수산과가 보낸 문서가 발단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