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의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 7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의 모습. photo 뉴시스

휴가에서 복귀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예상해 왔다. 인적 쇄신은 비단 야당의 요구만은 아니다.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3선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임기 초반 20%대 지지율이면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듣는다"며 "가장 근본적인 것은 대통령 본인의 문제인데 당에서도 직무 대행이 그만 뒀고, 대통령실도 비상상황이니 비서실장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던 조경태 의원도 마찬가지. "대통령실부터 인적 쇄신을 하지 않으면 분위기 반전이 어렵다"고 말했다. 

안팎으로 대통령실의 변화를 요구할수록 윤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인위적 물갈이’를 쉽게 하지 않는 쪽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대통령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장 확실한 방법 역시 사람의 교체라는 점에서 인사스타일과 해법이 서로 충돌한다.

없어진 자리에서 노출되는 대통령실의 문제

인적 쇄신만큼 문제가 되는 건 인적 공백이다. 대통령실 내에 생긴 빈 공간에서 잦은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시스템을 비판하며 '슬림한 대통령실'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고 공언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3실 8수석 체제에서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구조로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실장과 3수석(민정·인사·일자리)이 없어졌다.

당장 민정수석의 공백이 느껴진다. 최근 문제가 된 건진법사 전 아무개 씨의 이권 개입 소문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이 대기업에 주의를 당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당사자를 조사해야지 왜 기업에 주의하라고 하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원래라면 민정수석실이 들여다볼 문제다. 대통령실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나서면 된다고 밝혔지만 어울리지 않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민정수석실이 없어져서 조사를) 담당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나서서 예방 조치한다, 건진법사를 조사한다 그러는데 다 맞지 않다. (맞는) 도구가 지금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사라는 건 명확한 범죄 혐의가 있어야 되는데 상당한 기초조사가 돼야 될 거 아니겠나. 잘못하면 또 민간인 사찰이라고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크게 느껴지는 공백은 정책실장의 자리다. 이번 정부는 초반부터 대통령실과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혼선을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6월23일 등장한 '주 52시간제 개편'이 그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안을 두고 대통령실이 “보고받지 못한 게 언론에 나왔다"라고 말해 혼란을 불러왔다.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만 6살에서 5살로 낮추는 교육부의 '취학연령 하향'은 그런 혼선의 정점이다. 부처간 충분한 공론화 작업 없이 정책을 먼저 발표해버려 학부모의 반발을 불러왔고 그 여파가 커지자 대통령실이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 정책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은 셈이 됐다.

게다가 교육부의 발표는 보육 등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조율 없이 이뤄졌다. '대통령실-교육부-보건복지부'를 조율하는 정책 컨트롤타워가 부재해서 생긴 일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인사 참사 4인방(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윤재순 총무비서관)을 문책하는 것은 물론 참모 전반에 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며 대통령실 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보도는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비서관이 최근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지만 대통령실은 8월 2일 브리핑에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단 “어떤 방식으로든 대통령실에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중요해졌다.

※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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