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영근 조선일보 기자
photo 김영근 조선일보 기자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이른바 ‘삼민투’ 공동위원장을 지내며 1985년 5월 서울 미문화원 점거 사건을 주도했던 함운경(59)씨의 현재 직업은 ‘네모선장’ 대표다. 전북 군산에 위치한 횟집 ‘네모선장’에서 그는 직접 횟감을 손질하며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미문화원 점거 사건으로 6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그 이후에도 두 차례 더 투옥되며 반미, 반제국주의 운동에 헌신하던 그의 입에서 이제는 낯선 말이 나온다. “내가 1만3000원짜리 생선탕을 파는데, 나도 못 사먹을 것 같다” “인건비가 문제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고, 하다가 나가니 그냥 내가 주방장 한다”…. 횟집 사장답게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걱정한다.

지난 3월 10~15일까지 그와 수차례 통화한 것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는데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어떤지 묻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최근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단체(바른언론시민행동)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그 배경 역시 궁금했다.

-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요즘 장사가 어떤가. “횟집을 시작한 지 6년 정도 되었다. 장사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해서 형편이 어렵다.” 

- 원자재 가격 등 물가가 많이 올라서 힘들겠다. “그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제일 큰 건 인건비다. 물건을 사는 가격은 정해져 있다. 물건 파는 사람들은 가격 경쟁력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싸게 팔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인건비다. 횟집도 인건비가 문제다. 우리 가게는 주방장이 없다. 사람 구하기도 힘들어 그냥 내가 한다. 열심히 벌어서 인건비 대느니 차라리 내가 한다. (사람을) 구해도 그만두기 일쑤다. 감당하기 너무 힘들다. 모든 가게나 사업은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쉽지 않다.”

- 직장인들이 식당 음식 가격이 오른다고 불만이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나도 식당 운영하면서 음식을 파는데 고민이다. 만약 내가 사먹으려 해도 오른 가격이 부담이 될 것 같다. 내가 파는 1만3000원짜리 생선탕도 못 사먹을 것 같다. 경기가 위축되고 사람들 씀씀이가 줄어들고 있다.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사람들이 주머니를 닫고 있다.” 

- 최근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가짜뉴스를 잡는 것이 목적이라는데 왜 참여했나. “선거 때 흑색선전에 내가 당했다. 흑색선전이 한번 퍼지면 사람들이 믿어 버린다. 내가 이혼과 재혼을 했는데, 과거 선거운동 당시 ‘처자식을 버렸다’는 흑색선전이 돌았다. 사실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믿더라. 친구 어머니가 ‘함운경이 그런 사람인지 몰랐다’며 나를 안 찍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가짜뉴스가 한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망칠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서, 이번에 좀 걸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 ‘팩트 체크’를 할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잘했다. 이 문제는 너무 오래되었다. 한·일 관계, 한·미·일 관계의 걸림돌이다. 이 걸림돌을 제거하는 걸 긍정적으로 본다.” 

-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에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했다고 보나. “지금 우리나라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해찬 전 총리가 국제관계는 생존문제라고 하며 미·중 등거리 정책을 이야기했다. 나는 한·미·일 진영에 서서 미국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 우리나라 생존에 중요한 지점이라는 입장이다. 국제관계가 재편되는 마당에 한·일이 불편한 관계로 남는 것은 문제다. 한·미·일 자유 진영 강화를 기본으로 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번 조치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 다음 총선에서 보수 정당이 호남에서 한 석이라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국민의힘은 여기(호남)서는 도저히 안 된다.”

- 왜 그렇게 생각하나. “공화당, 민정당, 한나라당, 신한국당 이런 정당들은 호남을 핍박해온 정당이라는 역사성이 있다. 그래서 마음이 안 가는 것이다. 그렇지만 2016년 이전의 국민의당처럼,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으면 전폭적으로 밀어주었다. 다른 정당을 선택한 경험이 있다는 데서 가능성은 본다.” 

- 실제 호남의 모 시민단체가 ‘제3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현재 민주당은 호남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보여줬듯이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다. 관심이 없는 것이다. 강력히 지지할 이유가 없다. 민주당은 포퓰리즘에 빠져 있는 정당이다. 포퓰리즘은 공화국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무원 정당이다. 무엇을 지키거나 무엇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 아니다. 우파 보수 정당이 자신의 가치 지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대목에서 함 위원은 “한국의 보수에서 주목할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며 이런 말도 했다. “보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김대중과 아무 관련이 없다. IMF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IMF의 강요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편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실제로는 김 대통령의 원래 생각이 그랬다. 경쟁을 도입하고 독과점 폐해를 막아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원래 생각이었다. 민주당은 세금 많이 걷어서 나눠 주자고 하지만 김대중은 기업가와 상공인의 성공이 우선이었다.”

-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가 함 위원의 횟집을 방문했었는데, 윤 캠프에서 먼저 연락이 왔었나.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페이스북에서 이야기했다. 방문하고 싶다고 하기에, 식당에 오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했다. 당시 윤 대통령의 개인적 호기심으로 방문한 것이다. 특별히 상의한 것도 없었다. 그냥 왔다. ‘왜 왔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관심이 있어서 만나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더라.” 

- 무슨 이야기를 했나. “기자들 앞에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을 했다. 다만 둘만 있을 때는 김건희 여사 이야기를 했다. 윤 후보가 ‘억울하다’고 하더라. 내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김 여사 문제를 뭉개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런 말을 했다. 윤 후보는 학력, 논문 이런 등등의 문제에 대해 설명해줬다. 당시 윤 후보는 정치판 싸움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실과 사실의 싸움이라고 보더라. 정치 싸움이 아닌 법적 논리로 보면서 굉장히 억울해 했다. ‘학교에서 (김 여사 관련) 자료를 빨리 내줬으면 좋겠는데, 학교에서 자료를 내주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 취임 1년이 됐는데 윤 대통령이 가장 잘한 것과 가장 아쉬운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 “대통령이 된 것이 가장 잘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와 같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이 집권하는 것은 나라를 거덜 내는 일이다. 이것을 막은 것이 윤석열이다. 선거에 나가기로 결심하는 것은 사실 힘들다. 가족들이 다 싫어한다. 당시 윤석열 후보가 나에게도 ‘김건희 여사가 무진장 반대했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어려운 결심을 해서, 민주당의 집권을 막은 것은 나라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쉬운 것은 대통령을 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는 점이다. 정치라는 것이 수년의 경험과 훈련의 산물인데, 윤 대통령은 그런 것이 없었다. 그러나 외교, 에너지 등 큰 사안만 잘 잡아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다음 총선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나. “지금 국민들이 쪼개져 극단적 싸움을 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지켜보고만 있다. 그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먹고사는 문제다. 고정 지지층 아닌 캐스팅보터, 중도성향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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