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네덜란드의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극좌외선 노광장비를 살펴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두번째). photo 뉴시스 
지난 2020년 네덜란드의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극좌외선 노광장비를 살펴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두번째). photo 뉴시스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의 대중 수출통제를 시사하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탄젠(談践) 네덜란드 주재 중국대사는 최근 네덜란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따른 결과가 없을리 없다"며 "상응조치에 대해 미리 추측하고 싶지 않지만 중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탄 대사는 "네덜란드는 '작은 나라(small country)'로, 언제나 자유무역의 선도자 역할을 해왔다"며 "수출통제는 중국에 나쁘고 네덜란드에 나쁘고 세계 무역에도 나쁘다"고 강조했다. 

현지 주재 중국대사가 외교에서 금기시되는 '작은 나라'라는 말을 써가면서, 네덜란드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있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과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때 방한한 천하이(陳海) 당시 중국 외교부 아주사 부사장(부국장급)이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느냐"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 김일성대 출신의 천하이는 주한 중국대사관의 '넘버2'인 정무공사 출신으로 싱하이밍 현 주한 중국대사와 함께 당시 차기 주한 중국대사로 가장 유력했다. 하지만 당시 '소국' 발언으로 졸지에 한국에서 기피 인물로 낙인찍혔고, 현재 주미얀마 중국대사로 근무 중이다.  

중국이 네덜란드의 ASML 대중 수출통제 시사에 발끈하는 것은 ASML이 생산하는 극좌외선(EUV) 노광장비가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있서 필수적인 장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의 TSMC 등이 모두 ASML의 생산장비를 사용해 반도체를 만들기에 ASML은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乙)'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ASML의 지분 일부(1.5%)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에 호응해 네덜란드 정부가 ASML의 반도체 생산장비 대중 수출을 금지하면, 중국은 사실상 최첨단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진다.

중국이 또다시 '작은 나라'를 언급하면서 이 같은 파장이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평가되는 한국에까지 영향이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2022년 기준, 네덜란드 인구는 1750만명으로 중국(14억명)은 물론 한국(5100만명) 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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