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커버스토리
[2465호] 2017.07.10

9개 쟁점으로 본 외고·자사고 존폐론

김상곤표 교육혁명 시작됐다

김민희  차장대우 minikim@chosun.com 

찬성 지난 7월 4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특권학교폐지촛불행동 관계자들이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photo 연합
‘김상곤 교육부’는 자사고·외고를 폐지할 것인가, 아니면 부작용을 개혁하는 수준에 그칠 것인가. 지난 7월 5일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와 외국어고등학교(외고)의 일반고 전환 이슈가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교육계 최대 이슈인 자사고·외고 문제에 대해서는 “특권교육의 폐해 등과 연계해 개혁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다소 두루뭉술한 입장을 내놓았다.
   
   개혁안의 수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그는 교육개혁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을 확보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방통행식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국민과 교육주체의 뜻을 충실히 담아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좋게 말하면 여론수렴이지만 자칫하면 백년지대계가 되어야 하는 교육정책이 다수 국민의 뜻에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교육 공약이었다. 문 후보는 당시 교육정책을 발표하면서 “외고·자사고·국제고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명문고가 돼버렸다”면서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 서열화를 완전히 해소하고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 교육 공약은 김상곤 당시 문재인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고·자사고 존폐 이슈가 급부상하자 교육계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다. 폐지를 찬성하는 시민단체 측과 이를 반대하는 외고·자사고 측은 기자회견과 성명발표 등을 통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원조 자사고인 광양제철고·민사고·상산고·포항제철고·현대청운고 등은 지난 6월 18일 폐지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고, 같은 날 오후 전국 31개 외고 교장 모임인 전국외국어고교장협의회도 대책회의를 열고 폐지 반대 성명서를 냈다.
   
   지난 6월 22일에는 자사고 학부모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자사고 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기자회견을 열고 외고·자사고 폐지 반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은 정치적 논리에 힘없이 당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은 실험용 생쥐가 아니다”라며 교육이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서도 폐지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지난 7월 4일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는 교육의 수월성을 담보하는 측면에 대해서는 절대 폐지하면 안 된다”며 “다만 지금처럼 입시 위주, 설립 목적에 반해 지나치게 입시 경쟁으로 흐른 측면은 수정 및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은 폐지 쪽이 강하다. 리얼미터가 한 언론사의 의뢰로 실시한 외고·자사고 존폐 여론조사에 따르면 폐지가 52.5%, 유지가 27.2%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두 배가량 많았다. 여러 조사기관에서 쏟아져나오는 조사 결과는 엇비슷하다.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보다 두 배 정도 강하다. 교육 현장 목소리는 더하다. 초·중·고 교사의 경우 88%가 폐지에 찬성해 10명 중 9명꼴로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손을 들어줬다.
   
   주간조선이 취합한 여론 동향 역시 비슷하다. 대학교수, 교육학자, 일반고·자사고 교사 및 학부모 등 10명 이상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외고·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반대보다 강했다. 평소 교육 문제에 깊이 천착해온 이들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엇비슷한 측면이 많았다. 이들 각자가 처한 입장도, 이해관계도 달랐지만 몇 가지 견해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첫째, 수월성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둘째, 교육의 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며 셋째, 현 입시제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평준화 교육이 가능하지 않다는 건 여러 상황으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수월성 교육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외고와 자사고가 대안이라고 보기엔 굉장히 어렵다. 외고는 이미 시대적 효용성을 상실했다. 인터넷 등 온갖 매체를 통해 외국어가 상식이 된 현실에서 외국어 잘하는 인재가 그렇게 중요한가. 수월성 교육의 본질부터 고민해 봐야 한다.”
   
   서울시 A일반고의 신모 교사는 “잘난 아이, 못난 아이 어울려 사는 사회를 위해 외고·자사고는 없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B일반고의 김모 교사는 “자사고는 스펙에 유리한 특색활동과 봉사활동이 많아 상대적으로 일반고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외고·자사고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일반고 교사라고 다 폐지론자는 아니었다. 경기도 성남시 C일반고의 김모 교사는 “학교 자율권이 보장되어 학생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하고 키워줄 수 있는 특색 있는 교육이 가능해야 한다”며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내놓고 폐지에 찬성하지 못하는 ‘샤이 폐지론자’도 꽤 된다. 서울시 한 자사고의 홍모 교사는 “내가 자사고 교사지만 자사고 폐지에 절대 찬성한다. 지금 같은 교육시스템에서는 자사고가 진정한 자율권을 보장받기 어렵다. 허울뿐인 자사고가 많다. 그럴 바에야 없애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D외고의 학부모 이모씨는 외고 학부모이면서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론자다. “특목고 입시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황폐화시켜 정신건강에도 해롭다. 내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시켰다. 내가 특목고를 보낸 이유는 특목고가 좋아서라기보다 일반고를 보내기 싫어서였다. 많은 특목고 학부모들이 특목고가 있으니까 보내는 것이지 차라리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박대권 명지대 교수(컬럼비아대 교육학 박사)는 폐지론자에 살짝 기울어져 있다. 박 교수는 “외고와 자사고는 선한 의도로 시작했지만 왜곡된 결과를 가져왔다. 합목적성 여부로 판단한다면 폐지가 맞다고 본다”면서도 자사고의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원조 자사고들의 경우 폐지시킬 명분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외고와 자사고가 몇 개 되지 않던 시절에는 다 같이 달려들어 고교 입시에 열을 올리지 않았다. 고교 서열화가 가속화된 시기는 외고와 자사고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 이후다. 고교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차별화된 교육 방식으로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 몇몇 자사고와 외고까지 깡그리 없애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이들 학교를 모조리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교육계의 퇴행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입학사정관을 지낸 이승섭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도 박 교수의 의견과 비슷하다. 특목고는 필요하지만 그 수를 확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능이 낮은 아이에게 특수교육이 필요하듯 지능이 높은 특별한 아이에게도 특수교육이 필요하다. 다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특수한 교육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만 가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 상황에서 외고·자사고 폐지 여부를 둘러싼 대립은 ‘주장’만 있다. 근거가 약하다. 각자 처한 이해관계 집단의 입장을 먼저 내놓고 이를 위한 근거를 끌어다 붙이는 식이다. 객관적 입장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는 시도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교육은 정치 논리에 희생되어선 안 된다. 멀리 내다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객관적 시각에서 폐지 여부를 둘러싼 판단 근거가 필요한 시기다. 과연 외고·자사고가 폐지되면 중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폐지와 유지의 경우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9개 쟁점으로 조목조목 짚어본다.
   
   
반대 자율형사립고 학부모연합회가 지난 6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01 사교육 줄어들까?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일각에서는 이들 학교가 사교육 유발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학부모와 현장 교사 대부분은 “절대 아닐 것”이라며 한목소리로 반발했다.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입 사교육은 줄 수 있지만 대입 사교육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C일반고의 김모 교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사는 외고·자사고 폐지 반대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은 잡히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외고·자사고야말로 기숙사 있는 학교도 많고, 야간자율학습도 많이 해 학원으로 덜 보낸다. 여기에 입학하기 위해 중학교 때 사교육을 많이 받았겠지만, 이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사교육을 할 부류다. 사교육을 줄이려면 대입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그렇게 되어도 사교육계는 어떻게든 변화를 모색해 살아남겠지만, 외고·자사고 폐지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
   
   D외고의 학부모 이모씨는 “기숙사 있는 외고·자사고 아이들이 사교육을 안 할 것이라는 예상은 현실을 잘 모르는 얘기”라고 콧방귀를 뀌었다. “어떻게든 사교육은 다 한다. 주말을 이용해 대치동과 목동 학원에 하루 종일 가 있는 아이들도 많고,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학교로 원정 과외를 간다. 대치동 유명 강사를 모시고 가서 학교 주차장에 대형 밴을 세워두고 그룹 과외를 하는 거다.” 이씨는 “외고에 보내지 않았다면 사교육을 더 시켰을 거다. 평일에 시간이 많을 테니”라고 덧붙였다.
   
   신모 교사는 “학력에 따라 대우가 달라지는 학력사회 구조에서는 사교육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입입시를 그대로 두고, 학력사회도 그대로 둔 채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논리는 당치도 않다. 타인과 경쟁하고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존재하는 한, 배관 수리공과 교수의 월급 차이가 많이 나는 사회구조가 지속되는 한 사교육은 줄지 않을 것이다.”
   
   이덕환 교수, 박대권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입시가 과열돼 있고 학벌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박 교수는 “사교육과 외고·자사고 폐지는 무관한 이슈다. 일반고 전성시대가 되면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사교육을 오히려 더 많이 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외고·자사고가 중학교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장기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원이 발표한 ‘고교유형에 따른 서울시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의 종단적 분석’에 따르면 외고·자사고 학생의 중학교 시절 사교육비가 일반고 학생보다 많았고, 고교 입시가 가까워질수록 사교육비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15년에 고3이었던 학생을 대상으로 중1부터 고3까지 6년치 수학·영어 사교육비 변화 분석한 연구 결과다.
   
   하지만 이 연구는 표본과 조사시기에 대한 문제점이 있어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지역 학생 중 일반고 634명, 외고 37명, 자사고 109명을 대상으로 한 협소한 표본이어서 일반화하기 어렵고, 서울지역 대부분의 자사고는 2015년 이후 내신성적 대신 추첨과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하도록 입시제도를 변경했는데, 이 연구는 이전 입시제도의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자사고들 역시 외고·자사고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억울함을 내비쳤다. 이들은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지역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과 상관없이 선지원 후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한 뒤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사교육 유발 요인을 오히려 낮췄다”고 항변했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2008~2012년 추진된 ‘외고 정상화 정책’에 따라 외고 입시에 영어인증시험점수 반영을 금지하고 있고, 영어내신과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신입생을 선발해 사교육 유발 요인을 없앴다는 이유다.
   
   하지만 외고와 자사고 측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사교육의 총량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사교육의 형태가 바뀌었다. 외고 입시가 영어내신과 학생부 서류 반영으로 바뀌자 내신학원, 자소서 첨삭학원 등이 늘었고, 자사고 입시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선발방식을 바꾸자 자기주도학습센터, 자기주도학습캠프가 급증하고 있다.
   
   
   02 강남 8학군의 부활?
   
   유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외고·자사고를 없애면 강남 8학군 등 지역 명문고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풍선효과로 설명된다. 일반고로 전환된 외고·자사고가 변변치 않으면 지역 명문고가 그 자리를 대신 꿰차고, 명문고 사이에서도 자연스레 순위가 매겨지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또 다른 양상의 고교 서열화를 낳게 된다. 이 주장에는 교육열 강한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어떤 환경에서든 최고의 학교를 찾아 움직이게 돼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양극화도 마찬가지다. 기존에는 특목고·자사고 대 일반고로 양극화됐지만, 외고·자사고가 폐지되면 양극화가 또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게 된다는 예측이다. 현재는 전국 곳곳에 외고와 자사고가 분포해 있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효과가 있다. 외고·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지방 명문고가 있으면 걱정 없다. 문제는 지방 명문고가 없는 경우다. 이 경우 지역인재의 엑소더스가 불가피하다. 우수 인재가 상당수 빠져나가 지방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진단도 가능한 부분이다.
   
   이른바 맹모(孟母)들의 이사의 범위는 광역 단위를 훌쩍 뛰어넘는다. 박대권 교수는 “2001년 경기도 전체를 평준화한 적이 있다. 이때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맞물리면서 강남 집값이 폭등했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렇게 되면 비싼 동네에 갈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만 명문고 진학이 가능하게 되어 또 다른 의미의 귀족학교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외고·자사고 폐지 이슈가 부각되자 집값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학군 좋은 강남, 송파, 양천구의 집값이 새 정부 들어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경제부양에 대한 기대감에 오르기 시작한 집값은 김상곤 장관이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더 올랐다. 강남 휘문고 주위의 아파트는 중소형을 막론하고 최근 한 달 새 무려 7% 전후로 상승했다.
   
   
   03 하향평준화 우려?
   
▲ 지난 7월 5일 취임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지론자들의 주장이자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하향평준화와 학력저하 우려는 폐지 반대론자들에게 강력한 힘을 실어주는 논리이기도 하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외고·자사고 폐지로 인한 하향평준화 우려를 지적받았다.
   
   평준화 교육으로 전환되면 학력이 저하될까.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놓은 연구는 찾기 힘들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상황. 비평준화 교육, 학교 서열화 사회에서는 입시공부에 몰두하는 학생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입시공부 자체가 학력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공부, 스킬을 다지기 위한 공부는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현장 교사와 교육학자들 역시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사고 홍모 교사는 “자사고는 겉으로 보기에만 다를 뿐, 대입을 위해 질주해야 하는 건 똑같다”, A일반고 신모 교사는 “외고·자사고가 늘었다고 해서 인재가 더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하향평준화 우려에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박대권 교수 역시 “외고·자사고 없앤다고 학력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서 잘하는 아이들은 다른 곳에 가서도 잘한다”고 했다. “일반고라고 수월성 교육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일반고에서 수준별 교육을 통해 수월성 교육을 하고 있다. 외고와 과고 내에서도 성적 격차가 나기 마련이다. 서열화된 학교 통로를 통해 수월성을 나누는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입시공부에 매달리는 한 진정한 의미의 수월성 교육은 어렵다.”
   
   그렇다면 외고·자사고의 탁월한 입시 결과는 학교 교육 덕분일까, 아니면 우수한 학생을 먼저 뽑아가는 ‘선발효과’일까? 2016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 입학생 1만1812명의 출신고교를 보면 영재학교 300명(2.5%), 과학고 230명(1.9%), 외고·국제고 1546명(13.1%), 자사고 및 자공고(자율형 공립고) 2272명(19.2%)으로 전체의 36.8%를 차지한다. 이들 학교 비율이 전체의 5%임을 감안하면 이들 학교가 명문대 진학에서 탁월한 결과를 냈음을 알 수 있다.
   
   그 비결에 대해서는 선발효과 쪽으로 기울어진다. H외고 재학생인 김모양은 이렇게 말했다. “학교가 잘 가르친다기보다 똑똑한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잘 가르치는 것처럼 보인다. 뛰어나게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극소수이고, 다른 선생님들은 중학교 선생님들과 수준이 다르지 않다.” D외고의 학부모 이모씨는 “외고만의 메리트를 크게 느끼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영어와 전공어 수업시수가 일주일에 총 16단위로 많긴 하다. 그러나 대입에서는 똑같은 과목으로 경쟁을 치러야 하다 보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사교육을 더 받아야 한다.”
   
   
   04 일반고 전성시대? 공교육의 정상화?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외고·자사고로 잘하는 아이들이 다 빠지면서 일반고가 황폐화됐으니 이들 학교가 없어지면 일반고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논리다.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한 견해는 교사 사이에서도 엇갈린다.
   
   일반고 김모 교사는 “외고·자사고가 없어진다고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는다”고 강하게 말했다. 정상화 교육은 해당 학생의 학업성취 기준에 맞는 교육을 범주 안에서 하는 것이므로 몇몇 특이성을 가진 아이들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일반고 신모 교사 역시 “외고·자사고가 폐지되더라도 지금 형태의 대입이 존재하는 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사고 홍모 교사는 반대다. “자사고가 있으면 일반고는 죽는다”고 주장한다. 내신 때문에 전략적으로 일반고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일부 있지만, 자사고가 늘어날수록 일반고는 ‘공부 안 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아이들은 자괴감에 더 공부할 맛이 안 난다”고 덧붙였다.
   
   공교육 한가운데에 있는 일반고 교사들의 “외고·자사고 폐지가 공교육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확대경을 들이댈 필요가 있다. 자사고 외고 폐지와 공교육 정상화는 상관관계는 있으나 인과관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즉 자사고·외고를 폐지하면 공교육 정상화에 한발 다가설 수 있지만 이들의 폐지가 곧 공교육 정상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사고나 특목고가 필요 없는 교육현장을 만들어 달라”는 건 양 진영의 공통된 주장이다. 자사고나 특목고를 보내는 학부모 중에는 이들 학교가 좋아서라기보다 일반고가 싫어서 보내는 경우가 꽤 된다. 일반고 황폐화의 원인부터 따져보는 것이 먼저다. 외고·자사고를 없애는 것만으로 공교육이 자동으로 되살아날 리는 만무하다. 공교육을 살리려는 노력이 선행되지 않은 채 외고·자사고를 없애면 다 같이 황폐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모 교사는 “옆의 친구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 되도록 교육시스템을 정비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교육개혁의 방점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밝힌 ‘일반고 전성시대’에 찍혀야 한다. 일반고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고교 서열화를 없애야 하고, 고교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해야지, 폐지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 상황은 알맹이는 쏙 빠진 채 변죽만 울리는 형국이다. ‘일반고의 정상화’를 위한 심도 있는 정책 논의는 배제된 채 외고·자사고 폐지 이슈만 부각된 양상이다. 마치 외고·자사고만 폐지되면 황폐화된 일반고가 자동으로 제 역할을 하게 될 듯한 분위기다.
   
   
   05 학교 자율성의 훼손?
   
   유지론자들의 근거 중 하나다. 다양한 교육 수요를 존중하고 학교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외고·자사고 역시 유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근거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코웃음을 쳤다. 우리나라 고교는 외고든 자사고든 일반고든 자율성이 없기는 매한가지라는 이유다. 영미권의 사립학교는 자율적으로 운영되나 우리나라는 재정적 문제로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교육당국의 개입 정도가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교사는 한 해 동안 오가는 공문만 2만건에 달할 정도로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가 넘쳐난다고 털어놨다. 공문 대부분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지침이다. 공문이 많다는 것은 개입이 많다는 얘기다.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 학생부 비중 강화, 생기부 비중 강화 등은 모두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분위기다. 과다한 행정업무로 수업방법론 연구할 시간이 부족해 정작 수업의 질 개선에는 여력이 없다고 한다. 이런 현실과 관련해 이덕환 교수는 “교육부의 다양성 요구는 사실상 획일화 요구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자사고들은 애초의 설립 취지와는 달리 공립과 차별화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아무리 자사고에서 좋은 교육시스템과 교과과정을 들여와도 대학입시에 막혀 기를 제대로 펼 수 없는 형국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포부 당당하게 자사고다운 교육과정을 운영해도 수능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온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능 대비 수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이유다. 현재의 대학입시에서는 아무리 좋은 교육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06 눈높이교육의 어려움?
   
   유지론자들의 논리다.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일반고의 학력 격차가 커져서 교사들의 눈높이교육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끼리 모여 있어야 수업 분위기도 좋고, 교사의 눈높이 교육이 수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장 교사들은 하나같이 “어느 학교든 눈높이 교육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B일반고의 김모 교사는 “일반고에서도 수준별 분반 수업을 한다. 주로 국·영·수 위주로 분반하고, 과학중점반 등을 따로 운영한다”고 말했고, C자사고의 홍모 교사는 “자사고 학생들 수준도 천차만별이라 수학의 경우 수준별 반편성을 할 수밖에 없다. 눈높이는 중상 수준에 두고 수업한다. 자사고에서도 특출난 아이들이 손해인 건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D일반고 신모 교사는 “교사 입장에서는 엇비슷한 수준의 아이들을 모아놓으면 수업하기 편하다. 우리 학교에서도 과학영재학급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확실히 관심과 수준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모아놓으면 눈이 반짝거린다”고 말했다.
   
   눈높이교육은 외고·자사고여서 용이하고 일반고여서 불리한 것이 아니라 학교 내 교육방식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07 사회양극화 심화?
   
   폐지론자들의 주장이다. 고교 서열화가 되면 끼리끼리 문화가 강화된다. 생활수준도, 학업수준도 엇비슷한 아이들끼리 생활하게 된다. 부자와 빈자, 힘이 센 자와 약한 자가 한데 어울려 봐야 사회를 보는 시각도 넓어지고 약자를 배려할 줄도 안다. 외고·자사고 내에서는 반쪽 사회만 경험하게 되어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논리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경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양극화와 기회불평등 해소는 우리 교육이 당면한 과제”라고 분명히 했다.
   
   D자사고의 홍모 교사는 수업료 비싼 자사고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내 자식만 잘 키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회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 학창 시절부터 일찌감치 돈을 기준으로 학교를 나누면 못 가진 자들이 가진 자들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 사회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된다. 내 아이만 잘 키우겠다고 담을 쌓으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일반고 신모 교사 역시 이 주장에 동의한다. “잘난 사람, 못난 사람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면 좋겠는데 교육이, 경쟁이 사람들을 점점 피곤하게 한다.”
   
   최근 외고·자사고가 계층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 체제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수직적 서열체계가 강고하게 구축되면서 평준화제도가 실질적으로 형해화(形骸化)했으며, 이로 인해 계층 간 분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 고교 체제는 일반고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함은 물론 계층 간 교육 격차를 더욱 심화하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는 궁극적으로 부와 신분의 세습이 일상화되는 사회를 초래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08 영재고·과학고는 존속해야?
   
   양 진영을 초월한 주장이다. 폐지론자든 유지론자든 수월성 교육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일반고교에서 적응이 어려운 진짜 공부영재들을 위한 특수 교육기관은 존속해야 한다고 본다.
   
   이덕환 교수는 “수월성 교육은 꼭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입시제도로 인해 공부가 오염됐다. 공부의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학문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최소한의 교양 교육을 하는 것이다. 누구나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다. 골프영재, 야구영재가 있듯 공부에도 영재가 있다. 학교에 ‘영재’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영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영재,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둔재라는 이분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이라는 말 대신 공부교육 정도가 무난하다고 본다.”
   
   다만 현재의 영재고·과고는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학교가 설립 목적에 부합해 운영되도록 힘을 실어주고 진짜 영재, 진짜 과학도만 갈 수 있도록 문호를 좁힐 필요가 있다. 영재교육 대상자가 많아지면 ‘누구나 영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이 인식 자체는 바람직하다. 문제는 영재 만들기 프로젝트를 위해 사교육에 열을 올리게 되는 현실이다.
   
   현 대학입시에서는 영재고·과고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수월성 교육은 어렵다. 이들 학교 역시 명문대 진학이 목표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덕환 교수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공부가 출세로 연결되는 것이 문제다. 이는 사회의 부패구조이자 비리구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교육에 대한 인식이 비뚤어졌다. 미국도 입학사정관제 중심의 입시제도에 대한 말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유는 제도가 잘 돌아가서라기보다 학교가 학생의 인생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의 서열이 졸업생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니 문제다.”
   
   
   09 정치 논리의 희생양?
   
   유지론자들의 주장이나, 폐지론자들 역시 사안에 따라 종종 같은 주장을 편다. 교육은 정치 논리를 떠나 철저히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은 진보-보수 집권에 따라 오락가락을 반복했다. 이제까지 교육정책은 전 정부 색깔 지우기 되풀이 성격이 강했다. 정치 논리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다.
   
   자사고도 마찬가지다. 서울시교육감은 그간 보수(공정택)-진보(곽노현)-보수(문용린)-진보(조희연)가 교대로 선출됐다. 교육정책 또한 갈짓자 양상이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자사고 지정을 늘리거나 줄이는 식으로 고스란히 영향을 받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교육의 수혜자인 아이들이다. 자사고·외고 폐지 문제도 그렇다. 일찌감치 외고 진학을 꿈꾸며 차근차근 길을 밟아온 아이들은 급부상한 외고 폐지 이슈에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의 조각난 꿈은 누가 책임져야 할까. 또한 정부 정책에 따라 확 늘려놓은 외고·자사고에 진학했다가 학교가 없어질 위기에 처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무슨 죄인가. 또한 ‘외고·자사고=특권층’이라는 공식하에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감내해야 하는 아이들은 어디에서 보상받아야 하나.
   
   외고·자사고 폐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구상이 나오지 않은 단계다. 이들을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기존에 해오던 외고·자사고 교육 프로그램 유지가 가능한지, 만약 가능하다면 이들 학교의 선발방식은 어떻게 달라질지, 학비로 충당하던 이들 학교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와 대상은 어떻게 되며, 어디에서 조달할지 등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줄곧 외고·자사고 폐지를 주장해오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얼마 전 재지정 취소 위기에 몰린 5개 학교를 모두 재지정 승인하면서 사실상 일괄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급격한 변화에 따른 예고되지 않은 불이익을 줄이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폐지 자체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일반고를 공교육의 중심에 확고히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였다. 일반고의 상향평준화가 먼저라는 주장이었다.
   
   외고·자사고가 애초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것은 폐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왜 애초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없는지를 따져보는 게 먼저다. 원인은 따로 있다. 현행 입시제도, 일반고 황폐화 등이 진짜 문제다. 진짜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설립 취지를 운운하며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다.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게 먼저다.
   
외고ㆍ자사고 역사와 현황
   
   외고 31곳, 자사고 46곳… 고교 서열화 주범으로 몰려
   
   현재 전국에는 31개교의 외고와 46개교의 자사고가 있다. 최초의 외고는 1984년에 개교한 대원외고와 대일외고다. 초창기 외고는 지금처럼 특목고가 아닌 대안학교 성격이 강했다. 엘리트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라기보다 외국어에 미쳐 있는 특화된 학생들이 많았다. 자연히 ‘어학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됐다.
   
   1974년 시행된 고교평준화 정책은 다양성과 수월성 교육에 대한 갈증을 낳았고, 그 결과물로 특수목적고등학교(특목고)를 확대 시행했다. 1987년에 과학고가 특목고로 지정됐고, 1992년에는 기존 외국어학교가 외국어고등학교로 개편되면서 특목고로 지정됐다. 이후 전국에 외고가 하나둘 늘기 시작했고, 외고 출신이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면서 명문고로서 지위를 굳혀갔다.
   
   초창기 외고는 해외 명문대 합격 비율이 높았다. 외고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기유학으로 깨지는 외화 유출을 막고, 우수 인재를 붙잡아 두는 효과도 있었다. 2000년 전후로 외고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러다 애초 취지와는 달리 입시사관학교로 변질돼간다는 지적과 함께 외고 폐지론이 대두됐고, 2010년대 들어 외고에 대한 선호도는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자사고 역시 평준화 이후 교육 수요의 다양성 요구로 탄생했다. 자사고의 역사는 길지 않다. 2002년 민족사관고등학교, 포항제철고가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로 탄생한 것이 최초다. 이듬해인 2003년에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상산고가 추가로 운영됐다. 2010년 들어 기존 자립형 사립고를 자율형 사립고로 명칭 변경하면서 전국에 25개의 자사고를 지정했다.
   
   초창기 외고와 자사고는 애초 설립 목적이었던 수월성 교육과 교육 형태의 다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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