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75호]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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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ADHD를 장점으로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bonghack@chol.com 

서늘한 바람이 불고 하늘이 맑아 창밖 풍경이 잘 보이는 완연한 가을아침이다. 모처럼 창밖으로 북악산을 보며 철민(가명)이와의 일을 회상하는 여유를 가져본다.
   
   철민이는 일명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병원을 다니며 심리치료를 받고, 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철민이가 1학년 때 참가한 가을 사생대회 및 백일장에서의 일화는 유명하다. 철민이는 이날 그림을 그리거나 글은 전혀 쓰지 않고 물에 뛰어들어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끼얹고 물총에 물을 담아 학생들에게 쏘고, 심지어 유치원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며 큰소리로 “오리 꽥꽥” 하고 외쳤다. 철민이는 행사장에서 방송으로까지 주의를 받았다. 덕분에 다음해부터는 백일장 장소를 바꾸었다.
   
   철민이가 3학년 때 우리 반에 배정되었다. 학급에서의 철민이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과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하였다. 함께하는 조별 작업을 특히 어려워했다. 감정 표현을 적절히 못 하고 종종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선생님이나 급우들에게 내뱉었다. 갑자기 교실을 벗어나거나 이유 없이 다른 학생의 일을 방해하고 식당에서도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끼어들어 종종 다툼이 일어났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수업시간에는 의자에 앉아 있기를 힘들어했고 엎드려서 잠을 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철민이는 장점도 많이 있었다. 감정 살린 노래를 잘 부르고 목소리가 크고 우렁찼다. 얼굴과 몸짓으로 감정 표현을 잘하였다. 심부름을 시키면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듯 쉬지 않고 뛰어다녔다. 질문이 많았다.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식물이 자라면서 보이는 작은 변화를 잘 알아차렸다. 다른 학생들의 감정 변화도 잘 읽는 것 같았다. 나는 교사와 학생들과의 협조를 통해 적극적으로 철민이를 도와주기로 했다. 철민이 스스로도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철민이의 장점은 잘 살리고 단점이 되는 행동은 줄여나가기로 했다. 자리부터 배려해 뒷문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로 앉혔다. 충동을 이기지 못해 밖으로 뛰쳐나갈 때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적고 철민이에게도 편리했다. 잘못된 행동을 한 후에는 반드시 사과하기로 하고, 학생들은 철민이의 과도한 반응에 침착하게 대해주기로 했다. 반 체육대회의 응원단장은 에너지가 많은 철민이 몫이었다. 철민이는 모두가 놀랄 만큼 훌륭하게 응원단을 구성하고 이끌었다. 특색 있는 분장과 복장으로 와서 과장되고 큰 몸짓 큰 목소리로 응원하니 효과 만점이었다. 독창의 기회를 자주 갖도록 음악 선생님이 도와주시고, 방과 후에도 성악반에 들어가 노래를 배웠다. 시간이 지나면서 철민이의 노력만큼 행동이 점점 좋아졌다. 학생들과의 어울림도 자연스러워졌다. 결국 노래 재능을 잘 살려 예술 계통의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 철민이는 뮤지컬을 하고 싶다며 새벽에 일어나 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고 학교에 등교했다. 밤 12시까지 공부와 노래, 춤 연습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칭찬도 많이 듣게 됐고 약도 끊게 되었다. 이제 철민이는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해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오봉학
   
   서울 동성중학교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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