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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중기획 | 나는 체인지메이커다] 아파트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양동수 더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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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8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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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나는 체인지메이커다]아파트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양동수 더함 대표

커뮤니티와 공간이 만나면? 거대한 주거실험이 시작됐다

▲ 커뮤니티를 통한 다양한 공간 실험에 도전하고 있는양동수 ‘더함’ 대표.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아파트=집. 당연한 이 등식이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사람 사는 곳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변질된 아파트를 ‘집’으로 되살리기 위한 거대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건설사가 주인이고 개발이익을 가져가는 아파트 건설의 공식을 거꾸로 뒤집어 소비자가 주인이 되고 개발이익도 소비자가 챙길 수 있다면?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탄생한 것이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인 ‘위스테이’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정부가 지원하고 민간이 만든 임대주택인데 협동조합형이라는 말이다. 그 뿌리는 기업형 임대주택 ‘뉴스테이’, 보다 업그레이드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무주택 중산층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사업이다. 8년 주거 보장, 임대료 상승 제한 등을 조건으로 건설비 96% 융자보증, 세제 감면 등 건설사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그런데 취지와는 반대로 임대인들의 주거안정 효과는 별로 없고 개발이익은 고스란히 시공 건설사에 돌아갔다. 아파트 건설의 구조적인 한계였다.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양동수 대표는 이 문제를 주목하고 국토교통부에 새로운 방식의 주거 실험을 제안했다. “만일 4%의 나머지 건설 비용을 입주민들이 낸다면.” 이런 가정에서 출발해 ‘위스테이’ 모델을 만들었다. ‘위스테이’는 정부 지원을 받아 ‘더함’이 사업을 주관하고, 입주민들이 협동조합을 꾸려 출자하는 방식이다. 공동구매라고 생각하면 쉽다. 협동조합이 출자하는 만큼 이익도 조합원에게 돌아온다. 아파트 건설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바꾼 것이다. 건설사가 가져가는 개발이익이 없으니 임대료도 낮아지고, 8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경우 분양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첫 번째 위스테이는 경기도 남양주 별내에 들어선다. 491가구 규모로 지난해 8월 입주민 모집을 마치고 내년 6월 입주 예정이다. 최고경쟁률이 55 대 1에 달했다. 두 번째는 고양시 지축에 539가구 규모로 오는 5월 착공 예정이다. 1차 모집을 끝내고 올 상반기 중 2차 모집에 나선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가 떴다
   
   관련 업계에서 ‘핫피플’로 주목받고 있는 양동수 더함 대표를 서울 중구 명동 위스테이 견본주택에서 만났다. 양 대표는 부동산개발업자 이전에 현직 변호사이다. 부동산 현장 근처에도 안 가본 양 대표가 어떻게 아파트 건설의 판을 바꾸게 됐는지, 그가 걸어온 길이 설명을 해준다.
   
   “로펌에서 M&A, 금융자문 등을 하다 로펌에서 만든 공익 재단법인을 맡게 됐습니다. 공익변호사로 법률지원 등을 하면서 사회적 경제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좀 더 많은 약자를 돕기 위해 어떻게 사회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고민하다 보니 ‘공간’이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간을 통해 사람 관계망을 회복시키면 많은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정책들을 들여다보니 뉴스테이 관련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이 보이는 겁니다. 공공자원이 엄청나게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구조였어요. 사회적 기업이 나서서 구조를 바꿔보면 어떨까. 새로운 주거실험을 담은 안을 들고 관련 기관들을 찾아가 정책 제안을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개발, 운영을 총괄하고 입주자가 주도해서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아파트형 마을공동체’가 양 대표가 그린 그림이었다. 양 대표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개념 설명도 어려웠지만 듣도 보도 못한 정책을 실행할 조직 자체가 없었다. 시범 사업을 해서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사회혁신기업 더함’을 만든 배경이다. 사회혁신기업과 사회적 기업은 어떻게 다를까. 양 대표는 사회적 기업이 현재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면, 사회혁신기업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혁신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 대표의 실험은 아파트 건설에서 돈의 흐름을 바꾼 것만이 아니다. 커뮤니티를 통해 공간과 사람을 회복하는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커뮤니티가 공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혼밥, 혼술을 권하고 1인 가구로 분화하는 시대에 공동체 문화가 해결책이 될까.
   
   “협동조합 출자금으로 건설사의 개발이익을 막아내고 자산의 결정권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임대아파트지만 8년 거주 이후 의사결정권도 협동조합이 결정하는 구조이니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겁니다. 또 주거안정뿐만 아니라 육아, 보육, 먹거리 등을 공동체에서 해결하면 비용을 낮추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500가구의 경우 임대 관리, 시설 관리, 커뮤니티 관리 등 아파트 안에서 13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그 혜택도 입주민에게 돌아갑니다. 예를 들어 공동 육아를 하면서 보육교사가 되면 돈도 벌고 육아도 해결하는 거죠. 모두 커뮤니티 방식이니 가능한 일입니다.”
   
   위스테이 별내의 입주 조건을 보자. 조합원이 1가구당 낸 출자금은 2500만~3500만원 정도다. 60㎡형은 출자금 포함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32만원이다. 84㎡형은 1억5000만원에 45만원이다. 주변 시세보다 20% 정도 싸다. 보증금을 1억원 정도 올리면 월 임대료는 10만원대까지 떨어진다. 주관사인 ‘더함’은 용역 수수료로 최소한(일반 시행사의 10% 수준)만 가져가고 나머지 개발이익금은 공동체에 30%, 조합원에게 70%를 돌려줄 계획이다. 양 대표는 위스테이 모델로 2017년 부동산 혁신 부문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다. 건설사도 자본 투자 없이 안정적으로 도급 마진을 노릴 수 있으니 오히려 환영한다고 한다. 별내 현장은 계룡건설이 나섰다.
   
   
▲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플랫폼 ‘더함’의 양동수 대표와 직원들. 아파트 견본주택을 재활용한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의 다목적홀에 모였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벌어진 일
   
   양 대표의 목표는 커뮤니티 방식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공간을 재설계하고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주거공간인 ‘위스테이’다. 현재 ‘위스테이’에서는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에 기반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위스테이 견본주택은 그 실험의 전진기지이다.
   
   견본주택 주소는 서울 중구 명동 1가 1-1번지(명동 11길 20)이다. 명동 한복판 고층빌딩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삼각형 모양의 박공지붕을 얹은 3층 건물은 주변과는 아주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의외의 공간에 의외의 건물이다. YWCA 주차장 자리를 임대해 지난해 8월 위스테이 별내 견본주택으로 만들었다. 대부분 견본주택이 분양과 함께 사라지는 반면 이곳은 분양 이후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마실’이라는 간판을 달고 예비 입주자들과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무료 개방한 때문이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자. 1층은 주차장, 2층은 견본주택을 살려 소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3층에는 통유리창과 높은 천장 아래 100~200명은 거뜬히 모일 수 있는 다목적홀이 있다. 작은 무대 한쪽에는 수백 권의 책이 꽂혀 있는 서가가 있고 곳곳에 소파가 놓여 있다. 테라스가 있는 옥상 정원에서 내려다보는 명동 풍경도 이색적이다. 지난해 8월 입주자 모집이 끝난 후 9월부터 12월까지 시범운영 기간 동안 이곳에서 270여건의 행사가 열렸고 6000여명의 사람들이 ‘마실’을 다녀갔다.
   
   주차장에서는 농부시장 ‘마르쉐’ 장터가 열렸고, ‘명상 클래스’ ‘뜨개질 공원’ ‘채식 한끼’ ‘유튜브 콘텐츠 페스티벌’ 등 다양한 소모임과 프로그램들이 매일 공간을 채우고,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리사이클링 작가, 상상의 숲을 구현한 작가의 전시가 공간을 색다르게 만들기도 했다. 일회용인 견본주택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2월부터는 위스테이 지축 견본주택으로 돌아가 ‘마실’의 운영은 잠시 쉰다.
   
   이곳은 1970년대 한국 포크음악 시대를 열어젖힌 곳으로 청년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청개구리의 집’이 있던 자리이다. 포크살롱, 연극공연, 토론회, 명사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매일 저녁 열렸고 군사정권 아래 탈출구가 필요했던 청춘들은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가요평론가 이백천이 운영했던 포크살롱은 대학생 포크가수들의 데뷔 무대였다. 김민기와 양희은이 만나 ‘아침이슬’을 탄생시켰고 송창식, 윤형주, 서유석 등 포크송의 전설들이 매일 출석도장을 찍었다. 5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이 땅의 본래 용도를 되찾은 셈이다.
   
   
   그의 실험은 계속된다
   
   무엇보다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은 예비입주자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로서 커뮤니티를 미리 경험하게 하고, 어떤 아파트를 만들어갈지 논의가 시작되는 곳이다. 그중 하나가 ‘참여형 설계 워크숍’이다. 커뮤니티 카페, 헬스케어, 도서관 등 5개 팀으로 나눠 지난해 10월부터 모임을 시작했다. 위스테이 별내의 경우 커뮤니티 공간이 일반 아파트의 2배가 넘는 규모이다.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조합원들의 뜻에 달렸다. 설계 단계부터 입주자들이 참여해 공간디자인, 운영 방안부터 집기, 가구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아이디어를 냈다. 모임에는 설계사무소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입주자들의 요구를 공간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보육시설의 경우 입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할 것이냐, 어린이집을 유치할 것이냐에 따라 공간의 위치도 설계도 달라져야 한다.
   
   공간의 힘은 양 대표가 생각한 그 이상이었다. “좋은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훨씬 더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일들이 일어나는구나, 그 샘플을 보여줬습니다. 견본주택 자체가 혁신인 거죠. 수없이 말로만 할 때는 이해를 못 하던 사람들도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실감하더라고요.”
   
   500가구 규모가 움직이는 만큼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합원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들이 필요하다. 리더 후보자를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 모집을 1차와 2차로 나눴다. 25%에 해당하는 1차 조합원은 비영리나 사회적 경제에 종사한 사람, 공동체 주택을 경험한 사람을 위주로 뽑았다. 리더 그룹 조합원들은 열정적이다. 갈등 관리를 위한 8주간 교육에 꼬박 출석하고 일부는 모임을 꾸려 일본의 공동체 사례를 배우러 가기도 했다. 자체 라디오 방송국도 만들었다. 생협, 공유주차장, 주민병원 등 조합원들이 의기투합하면 도모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만들려는 커뮤니티는 소모임을 중심으로 한 느슨한 형태입니다. 우리는 큰 틀을 잡아주고 지원해주는 역할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성장시킬 것인지는 사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양 대표의 설명이다.
   
   ‘위스테이’ 모델을 보고 정부, 지자체 등에서 다양한 제안이 들어온다. 산업단지,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부지 등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공간 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의 마지막 택지지구인 고덕강일지구에는 소셜커뮤니티 플랫폼을 스마트 시스템과 결합해 커뮤니티를 살리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북한 개방에 대비해 모임을 만들고 과거의 개발 방식이 아닌 사회적 경제를 중심으로 한 개발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에 3000억원을 쏟아붓기 위해 만든 ‘사회가치연대기금’ 설립준비위원장을 맡아 재단을 출범시켰다. 그의 구상대로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덕분에 그는 점점 더 바빠지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장애물이 높다. 그는 법에 막히면 뚫고 필요하면 제도를 바꾼다. 변호사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기존의 틀에서 50%가 바뀌어야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10%도 못 바꿨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공간을 혁신하고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그의 실험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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