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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0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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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김정은이 선택한 두 가지 카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29일 북한 노동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photo 노동신문
김정은 통치 이후 북한에서 매년 1월 1일 발표되어 온 신년사가 올해는 나오지 않았다. 신년사는 북한이 지난해를 회고하고 새해 시정방침을 밝히는 공개지침서라는 점에서 내외의 주목을 끌어왔다. 북한은 신년사 대신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진행했던 ‘조선노동당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보도를 새해 1월 1일 내보냈다.
   
   
   전원회의 보도문 분량 작년의 두 배
   
   올해 신년사를 내보내지 않은 이유는 전원회의 보도문에 향후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정책노선이 구체적으로 담겼기 때문에 재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러한 결정은 당연히 북한의 최고 수위라는 김정은의 판단에 의한 것이다. 이번 전원회의 보도문은 무려 200자 원고지 100매 분량이다. 이는 지난해 4월 10일 개최된 당 제7기 4차 전원회의 보도문 분량(200자 원고지 40매)의 두 배가 넘는다. 그만큼 이번 회의가 중요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북한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베트남 하노이회담(2019년 2월 27~28일) 결렬 후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4월 10일)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4월 11일)를 연이어 개최하고 당 노선과 조직을 대폭 정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7기 4차 중앙군사위회(2019년 12월 21일)를 개최하고, 연이어 4일간 당 전원회의를 개최하며 당 노선과 조직을 정비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내외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 전원회의 통한 절차적 정당성 연출
   
   이번에 개최된 전원회의의 공식 명칭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이다. 전원회의는 당 규약 제26조에 의하면 당의 중요한 문제에 대한 토의 결정, 당 정치국과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부위원장 선거, 정무국 조직, 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직, 당 검열위원회 선거 등 당의 노선 및 인사를 결정한다. 당 전원회의는 김정은의 지시를 받아 북한의 정책노선 및 권력구도(인사)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회의체이다. 제7기 제5차라는 접두어는 제7차 당 대회 이후 5번째 열리는 전원회의라는 의미이다.
   
   김정일 시대와는 달리, 김정은은 이미 자신이 다 결정한 사안이지만 정치국 회의나 전원회의 등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연출하여 당과 정권기관의 정책결정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대내외에 정상국가(집단)임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당 전원회의도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김정은의 결정사항에 복종하는 거수기에 불과할 뿐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세 가지 의제, 즉 ①대내외 정세에 대응한 당면 투쟁방향 ②조직 문제 ③당 중앙위원회 구호집 수정보충 ④당 창건 75주년 문제가 토의, 결정되었는데 이 중 당면 투쟁방향에 대해서만 분석하겠다.
   
   
   북한의 비핵화 요원함을 재확인
   
   북한은 이번 회의를 ‘전대미문의 준엄한 난국을 정면 돌파하고 나라의 자주권과 최고 이익을 수호하며 자력부강의 기치를 높여 주체혁명 위업 승리를 열기 위한 불멸의 대강을 제시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정은은 첫날 회의에서 “전진 도상에 직면한 주객관적인 장애와 난관들을 전면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평가하고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촉진시키기 위한 결정적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음을 밝혔다. 김정은이 언급한 ‘주객관적인 장애와 난관’과 보도문의 ‘준엄한 난국’에 대해 북한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합동군사훈련과 첨단 전쟁무기의 남조선 반입 등으로 인한 자주권과 안전 위협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분일 뿐 실제는 지난해 미국과의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강화되는 대북제재로 인한 체제위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김정은은 이른바 자주권과 안보 위협이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장애요소라고 규정하며 장황한 분석과 토의를 행한 후 정면돌파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한 투쟁구호로 ‘우리의 전진을 저애(저해)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 나가자’로 정했다. 당면한 투쟁방향으로는 8가지를 제시했는데 ①경제토대 재정비와 생산잠재력 총발동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 보장 ②과학기술 중시, 교육보건사업 개선 ③국가적인 위기관리체계 수립 ④정치외교적, 군사적 공세로 정면돌파전 ⑤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강화 ⑥당의 영도력 강화 ⑦당 일꾼들의 책임과 의무 제고 ⑧당 정치기관들의 결정서 과업 집행 지도 등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현 위기 극복의 돌파구로 내세운 것은 ‘자력갱생’과 ‘전략무기 개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를 ‘자력갱생’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인데 향후 경제 문제는 내각에 맡겨 운용하겠다며 내각책임제와 내각중심제를 강조했다.
   
   또한 미국에 의한 안보 위협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 강화로 대응하겠다며 ‘전략무기 개발’를 내세웠다. 여기의 전략무기란 핵무기의 경량화와 고도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 방사포를 의미하며, 이의 실전 배치와 타격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보도문 내용대로라면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함을 재확인할 수 있다. 필자는 판문점 선언 직후부터 강조했지만, 북한이 절대 만능의 보검이라는 핵을 폐기할 의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가 김정은을 믿은 것이 오판이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대남 관계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은 현재의 판이 미국과 북한과의 판이지, 미국의 하수인에 불과한 문재인 정권과 상종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전통적인 한국 정부 배제정책을 견지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김정은의 현상 타파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서방세계의 지속적 대북제재 국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자력갱생 노선이 경제위기와 주민 불만을 얼마간 무마할 수 있겠지만 자력갱생 노선만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또한 전략무기 개발을 내세워 미국을 위협하지만 군사적 대응은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촉발한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고뇌가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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