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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4호] 2020.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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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육군 ‘컨테이너 막사’ 입찰 비리 의혹

▲ 육군이 병사들이 생활할 컨테이너 막사 계약을 특정 업체에 밀어주기 위해 무리한 발주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photo 뉴시스
육군이 2018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93억원이 들어간 임시숙영시설(일명 ‘컨테이너 막사’) 사업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제품을 발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육군은 위와 같은 사실이 헌병대 조사 결과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입찰공고를 또 추진했다. 군이 병사들의 편의와 안전을 담보로 군납비리 정황이 의심되는 계약을 진행한 것이다.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 3군사령부(현재는 ‘지상작전사령부’로 통폐합)는 2018년 5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1262동의 컨테이너 계약을 7차례에 걸쳐 제조업체 A사, B사와 각각 3건과 4건씩 번갈아 체결했다.
   
   이로 인해 A사는 총 52억6000만원, B사는 41억1000만원의 계약을 따냈다. 병사들이 이용하는 생활관과 사무실, 화장실 등을 컨테이너로 제작해 납품하는 계약이었다.
   
   이 과정에서 육군은 사실상 A사와 B사가 아니면 맞출 수 없는 사양을 조건으로 걸어 입찰공고를 냈다. 컨테이너 납품 기한 역시 수량에 비해 과도하게 짧은 기간(3개월)을 설정해 다른 업체들은 입찰에 뛰어들기 어렵게 했다. 그러나 정작 계약을 따낸 A사와 B사 역시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공기(工期)는 지연을 거듭해 1년 가까이 길어졌다.
   
   
   지휘감독 맡은 대령은 징계불요구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한 육군본부 헌병대는 입찰에 관계된 이들의 통신 및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했다. 이미 계약이 완료되고 공사가 시작된 이후였다. 육군본부 헌병대는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조사를 진행했지만 뇌물과 유착 등에 관한 직접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해당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특혜를 제공한 내용은 사실로 확인돼 업무담당자 군무원 2명과 해당 과장이었던 C대령을 현재 소속된 관할 부대에 비위 통보했다. 군무원 2명은 성실의무위반(직무태만) 등으로 징계의뢰를 받고 현재 징계심의 계류 중이라고 전해졌다. 다만 해당 업무의 지휘감독을 맡은 C대령은 소속 군단 법무부에서 징계불요구 처분으로 경고장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육군은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또다시 비슷한 계약을 추진해 구설을 낳았다. 지난해 12월 말 육군 모 군단은 11억원가량의 컨테이너 315동에 대한 입찰공고를 냈는데, 이때도 ‘무리한’ 조건을 걸어 특정업체와 결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군내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육군은 이 입찰을 중단한 상태다.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2018년부터 군이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전방 지역의 상당수 부대가 ‘부대개편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지역의 3군 사령부와 강원 지역의 1군 사령부가 통합돼 ‘지상작전사령부’로 개편된 것이 대표적이다. 잦아진 부대개편사업뿐만 아니라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전력투자사업 등이 활발해지면서 기존의 막사를 허물고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상당수 병사들은 임시숙영시설, 즉 컨테이너 막사에서 생활하게 됐다. 육군은 현재 전방지역 부대에서 총 900여동의 컨테이너 막사를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컨테이너 막사 생활은 상대적으로 위생 문제와 화재, 감전 등의 위험에 취약하다. 병사들은 열악한 생활 여건을 ‘그냥’ 견디는 수밖에 없다. 2층으로 쌓아올린 컨테이너 막사는 붕괴 위험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컨테이너 2동을 겹쳐 쌓는 방식은 태풍이나 지진에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육군 부사관은 “일부 병사는 자대 배치를 받아 전역할 때까지 컨테이너 막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더운 게 군생활이라지만 컨테이너 막사 생활은 정도가 심해 안쓰러워 보일 정도”라고 했다.
   
   
▲ 전방 지역 모 부대에서 운용 중인 컨테이너 막사 모습.(기사 본문과는 관계없음)

   병사들 안전이 걸린 문제인데…
   
   병사들의 안전과 생활환경이 걸려 있는 컨테이너 막사 계약에 비위 논란이 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컨테이너 막사 설치와 관련해 군이 외부의 개입을 전혀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컨테이너로 된 가설건축물을 설치하기 위해선 건축법에 따라 해당 지자체에 이를 신고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군은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국방시설사업법)’을 이유로 지자체에 따로 신고하거나 허가를 구하지 않고 있다. 육군은 “국방시설사업법 제8조(국방·군사시설의 건축 등의 특례) 4항에 ‘건축허가, 건축신고 또는 용도변경 허가 신고가 있거나 협의한 것으로 보는 국방·군사시설에 대하여는 국방부 장관이 해당 규정에 따른 허가 등을 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국방부 장관의 허가로 공사를 진행한 후 지자체장에게는 통보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법과 국방시설사업법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러한 육군의 해명에는 다소 부족한 점이 드러난다. 육군이 말한 ‘국방시설사업법 8조 4항’에서는 건축법 제20조의 1항, 2항에 대해서만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건축법 제20조 1항과 2항은 ‘가설건축물을 건축하려는 자는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건축법 제20조 3항과 건축법 제15조 5항에 따르면, ‘컨테이너 또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된 가설건축물로서 임시사무실 임시창고 또는 임시숙소로 사용되는 것’은 해당 지자체장에 신고 후 착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육군은 국방시설사업법을 근거로 ‘신고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만 이야기했지만, 국방시설사업법이 특례로 정하지 않은 건축법 조항에는 컨테이너 막사에 대해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는’ 조항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신고 감독의 사각지대
   
   지난 2016년 6월 당시 국민안전처(현재 행정안전부로 통합)는 ‘다수 컨테이너로 조립된 가설건축물 소방안전대책 추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컨테이너를 이용한 가설건축물은 정규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장에게 간단한 신고 절차만으로 설치가 가능하고, 관할 소방서장의 동의를 받는 의무가 없어 화재 발생 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전국적인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때도 군은 제외됐다. 육군 관계자는 “컨테이너는 법률에서 규정하는 특정 소방대상물이 아닌 가설건축물”이라며 “현재 소화기, 유도등, 단독 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하고 매월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군은 어떤 규모의 임시숙영시설 공사에도 지자체의 안전점검을 받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군이 ‘수상한’ 계약을 통해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컨테이너 막사를 지어도 이를 검증할 안전장치가 없는 셈이다. 현재 전방 지역에 운용 중인 900여동의 컨테이너 막사에 대한 안전 역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군 관계자는 컨테이너 입찰 비리 의혹과 관련 “전문성 있는 현장별 감독관과 검수관을 임명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관련 부서를 통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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