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창건 76년 기념강연회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photo 뉴시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당 창건 76년 기념강연회를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8일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하여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의 사상체계라 할 수 있는 김정은주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어 그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이미 당의 지도사상으로 김일성주의(주체사상)와 김정일주의(선군사상)를 정식화했으나 김정은주의란 표현은 그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필자는 주간조선 등에 여러 차례 김정은주의의 등장을 예고하는 글을 쓴 바 있다. 김정은 집권 10년 차에 등장한 김정은주의는 어떤 것이며 그 배경은 무엇일까?

김정은주의란 한마디로 ‘김정은의 혁명사상 체계’를 의미한다. 그 본질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이다. 북한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3년 1월 29일 제4차 당세포비서대회에서였다. 당시 김정은은 연설을 통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본질에 있어서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말했다. 이후 북한 언론매체에서 김정은의 연설 등을 통해 ‘인민대중제일주의’란 표현을 자주 등장시키며 그 골격을 다듬어 왔다.

김정은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라!

2015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관철할 것을 촉구하였다. 2016년 5월에 개최된 제7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당사업 총화보고를 통해 당 사업 전반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할 것을 강조하며, 당의 투쟁구호로 ‘전당이 위대한 인민을 위하여 멸사복무하자!’를 채택하였다. 특히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는 인민대중제일주의 구현의 주적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투쟁을 독려한 바 있다.

2017년 신년사에서도 똑같은 표현으로 이를 재강조하였다. 올 1월에 개최된 제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은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국가의 공고한 정치풍토, 당풍, 국풍으로 고착시키자고 강조하였고, 결국 당사업 총화 시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공식 채택하였다. 이로써 당의 지도사상으로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에 이어 김정은주의가 추가되었다. 북한은 올 11월 22일 노동신문 논설을 통해 당과 온 사회를 김정은의 혁명사상(김정은주의)으로 일색화할 것을 강조하며 김정은의 절대적 권위를 정치사상적으로 목숨으로 결사보위하라고 독려해오고 있다.

청주간첩단은 민중제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그러면 김정은주의의 본질인 인민대중제일주의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이를 체계적으로 정의한 글은 2021년 4월 21일 노동신문 1면에 게재된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의 본질’이라는 논설이다. 여기서 인민대중제일주의란 첫째 인민대중의 존엄과 권익을 절대적으로 옹호하는 정치방식이며, 둘째 모든 문제를 인민대중의 무궁무진한 힘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는 정치방식이고, 셋째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정치방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는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서 김정은이 한 연설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북한의 선전에 의하면,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인민사랑, 인민중시, 인민존중으로 상징되며, 멸사복무(滅私服務·인민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한다) 정신, 이민위천(以民爲天·인민을 하늘처럼 소중히 여긴다), 위민헌신(爲民獻身·인민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친다) 정신으로 표현된다. 〈표〉에서 보듯이, 김정은주의는 독자적 사상체계가 아니라 김일성주의와 김정일주의를 사상적 뿌리로 계승하며 인민대중을 제일로 여기며 인민대중을 위한 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가 김정은주의로 공식화된 것은 2021년이지만, 이미 당 내부적으로는 김정은 집권 5년 차인 2016년 제7차 당대회 때부터 정식화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올 8월에 검거된 청주간첩단(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은 북한 지령에 의해 2017년 8월 13일 결성되었는데, 당시 채택된 강령 제1조와 규약 제1조에서 ‘민중제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삼았다. ‘인민대중’이란 표현을 우리 식으로 ‘민중’으로 변경했을 뿐이다. 당시 청주간첩단의 상급조직인 225국(현 문화교류국)과 같은 대남간첩공작부서에서 국내 간첩조직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지도사상으로 하달했다는 것은 이미 김정은주의가 내부적으로 공인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기존의 지도사상인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외에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지도사상으로 채택할 순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자기의 혁명사상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정식화하고 북한 주민을 위하는 척 대대적으로 사상교양하는 배경을 이해하려면 김정은 정권의 지탱력에서 찾아야 한다. 집권 만 10년 차의 김정은 정권은 ‘안정 속의 불안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겉으로 볼 때 김정은 정권은 매우 안정적이며 단단해 보인다. 이의 동력은 공포정치와 지속적 전쟁분위기 고조이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당·정·군 간부들이나 북한 주민은 살기 위해서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충성이 아닌 강요된 충성이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김정은 정권이 장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정은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정권 공고화를 위해 이의 타개책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수차에 걸쳐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를 인민대중제일주의 구현의 주적으로 삼고 이에 대한 투쟁을 독려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유엔 등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홍수해 등 자연재해, 코로나19, 북한 사회주의의 구조적 모순 가중 등으로 인한 만성적 경제난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가중되고 결국 김정은에 대한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은 자기에게 향하는 주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정책 실패의 원인을 당·정·군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탓으로 돌리며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구호로 상징조작하고 있다. 결국 김정은주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워 북한 주민들의 지지와 충성을 유도하고 김정은 정권을 공고화하려는 술책이다.

그러나 현실은 북한의 주인이 되어야 할 주민(인민대중)은 노예로 전락하고 김정은이라는 또 다른 수령이 폭압통치하는 상황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수령절대주의 폭압사상인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계승한 김정은식 폭압통치사상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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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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