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photo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photo 연합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0년 8월 2일 사담 후세인의 군대가 쿠웨이트에 진입, 단 몇 시간 만에 쿠웨이트를 점령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당시 미국의 부시 대통령(41대)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쿠웨이트 인근 국가들에 군사력을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1990년 8월 2일 이후 1991년 1월 16일까지 군사력을 집중하는 작전의 이름은 ‘사막의 방패작전(Operation Desert Shield)’이었다. 무려 35개국의 군대가 연합군에 가담했으며 연합군의 총 병력숫자는 95만6600명에 이르렀다. 미군만도 70만명에 이르는 대군이었다.

사막의 방패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세계인들의 관심은 과연 미국이 전쟁을 결심할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당시 한국에서도 국제정치학자나 군사전문가 등이 과연 전쟁이 진짜 발발할 것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당시 필자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막 정규 학자의 삶을 시작하던 때였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S 연구소는 한국 국제정치학의 본산이라고 불릴 수 있었고 연구소 소장 역시 한국 국제정치학의 태두로 추앙받던 교수였다.

어느 날 기자들이 연구소에 와서 소장께 “과연 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당시 소장은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반반”이라고 대답했다. 기자들은 대단히 못마땅해했다. 언제라도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답은 예스(Yes) 혹은 노(No)이지 반반이라는 애매한 답이 아니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기자가 ‘전쟁’을 전공했다는 필자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솔직히 필자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나. 그때 “51 대 49로 미국이 전쟁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 미국은 1991년 1월 17일 사상 최대의 공습작전을 시작했고, 1개월11일 후인 2월 28일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완전히 추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작전은 ‘사막의 폭풍작전(Operation Desert Storm)’이라고 불렸고 방패작전과 폭풍작전을 합쳐서 걸프전쟁(Gulf War)이라고 불린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시작하는 데까지는 1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3월 20일 미국과 영국군이 이라크를 침공할 것인가에 대해서 또다시 논쟁이 있었다. 이라크전쟁 당시 다수의 학자들은 걸프전쟁 때보다 미국이 전쟁을 개시할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이때의 논란거리는 이라크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냐 말 것이냐에 관한 것이었지 전쟁이 발발할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었다.

이라크전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필자는 아들 부시가 벌이는 전쟁의 목표는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이며, 후세인을 제거하는 데는 별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미국은 전쟁 개시 1개월 만에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했다. 그러나 미국은 2011년 12월 18일 이라크 전쟁터에서 철수할 때까지 총 8년8개월28일 동안 전쟁을 치렀다.

많은 미국 사람들이 미국은 이라크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라크가 이겼다는 말일까.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에서 이긴 나라도 진 나라도 없다는 말인가.

걸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다. 전쟁이 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물론 그 전쟁에서 어느 나라가 승리했느냐조차 잘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이 또 하나의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예상하고 있다. 그 전쟁터는 바로 한반도로 예상되는데 놀랍게도 한국인보다 외국 사람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더 큰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답한다는 것은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트럼프의 미국은 김정은의 북한을 무력 공격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답하는 일이다.

전쟁 진행은 ‘바보들의 행진’

미국이 북한을 어떻게 할 것이냐 혹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무력 공격할 것이냐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조금 복잡한 머리운동이 필요하다. 이 머리운동을 위해서는 간단치만은 않은 국제정치학 이론과 지식도 필요하다. 더불어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성, 북한의 속성,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개인의 속성, 양측의 국력 등과 함께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등 주변 당사국의 입장 등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게다가 복잡한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인간들이 모두 완전한 이성(理性)을 가진 사람들인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방에 관한 데이터는 정확하고 올바른 것인지, 그들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채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인지도 고려해야만 한다. 실제로 과거 역사를 보았을 때 수많은 정책 결정자들은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도 못한 상태에서, 결국 완전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쟁을 결정하고 말았다. 바버라 터크맨(Barbara W. Tuchman) 같은 역사학자는 역사상 나타나는 수많은 전쟁들을 연구한 후 전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바보들의 행진(March of Folly)’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반드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심리학적 변수들은 사실상 측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무력 공격할 것이냐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내린다는 일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업무(impossible task)’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상황에 대해 예측하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나라의 삶과 죽음이 걸려 있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의 대부분, 그리고 거의 모든 한국 언론들은 지난해 11월 8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현재 한반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공격할 것인가의 문제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의 문제보다 훨씬 더 어려운 문제인 동시에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변수들을 생각해 보자. 우선 가장 쉬운 변수인 미국과 북한의 목표부터 살펴보자.

➊ 김정은은 궁극적으로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이미 김정은은 2017년 신년사에서 상황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고 7월 4일, 7월 28일에 행했던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성공, 그리고 9월 3일의 수소폭탄 실험 성공으로 북한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에 상당히 가까이 근접했다. 북한은 눈앞에 다가온 현실가능하게 된 염원을 포기할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미국은 다른 방법이 다 소진될 경우 김정은을 제거하기 위한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미국의 핵 항모 레이건함. ⓒphoto 연합
미국의 핵 항모 레이건함. ⓒphoto 연합

트럼프와 김정은의 운명적 충돌

➋ 트럼프는 자신의 임기 중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는 상황을 결코 방치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김정은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게 될 핵과 미사일을 갖추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It Won’t Happen)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해를 2020년으로 예상했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북한 핵에 대해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2017년에 벌어진 상황들을 관찰한 미국의 전문가들은 2018년이면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 기간을 대폭 앞당겼다. 트럼프는 전략적 인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당면하고 있다.

성질이 훨씬 다혈질이고 괄괄한 트럼프가 자신의 임기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미국의 본토가 노출되는 상황을 허락할 수 있을까. 허락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걸 허락한다면 트럼프는 재선 가능성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트럼프와 김정은의 목표는 운명적으로 충돌하게 되어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의 목표만을 변수로 간주한다면, 양측은 반드시 무력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군사력, 주변국의 군사능력 또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➌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함으로써 북한 핵시설과 여타 군사력을 초토화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군사능력은 하시라도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상태이며 북한 정권을 향한 참수공격도 가능하다. 다만 트럼프가 8월 11일 국가안보 브리핑에서 “평화적 해결을 누구보다도 원하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말했듯이 군사적 옵션은 최후의 궁극적인, 그러나 언제라도 테이블 위에 쓸 준비가 항상 되어 있는 수단이다.

➍ 북한은 트럼프의 공격을 억제 혹은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을 가지고 있는가. 즉 북한 능력에 관한 변수를 고려해야만 한다. 북한은 현재 저들이 매일 말하듯 ‘미국을 아프게 함’으로써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북한의 군사력은 미국을 억제(deter)하거나 미국의 공격을 방어(defend)할 만큼 강하지 못하다.

다만 북한은 이라크 등 중동국가보다 유리한 군사적 조건이 있는데 바로 한국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느냐의 여부를 북한이 한국을 공격, 한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으로 판단하는 괴이(怪異)한 상황이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얼마나 고려해 줄까. 그리고 북한이 한국을 아프게 할 능력이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공격 의지를 꺾을 만큼 강한 것일까.

➎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때 중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던져봐야 한다. 중국은 현재 북한을 가장 강력하게 옹호하는 나라다. 북한의 사멸(死滅)을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운 나라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의 대북한 군사공격을 사전에 꺾을 수 있을 만큼 능력과 의지가 모두 강력한가.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시간을 주지 않았나? 지난 4월 이후 중국 역시 미국에 북한 문제 해결에 협조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던가. 트럼프는 7월 29일 트윗에서 중국에 시간을 충분히 주었지만 중국은 말만 했지 도와주지 않았다고 실망을 표시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그동안 시간을 주었는데 도와주지 않았으니 내가 혼자 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 두고 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➏ 러시아의 입장은 무엇인가.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중국과 함께 북한 편을 드는 것 같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러시아는 중국과 지정학적 라이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러시아가 미국의 북한 공격을 억제하는 큰 변수는 아니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1994년과 2017년은 다르다

➐ 대한민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이 아주 양호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행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동맹이 양호할수록 한국은 미국에 대해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말이다. 1994년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군사공격하려 했을 때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를 반대했고 미국의 행동을 억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전쟁을 막았다’는 사실을 자부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이 원했던 바는 결코 아니었겠지만 ‘북한을 살리는 데’도 기여, 오늘과 같은 ‘더 어려운 상황’을 만든 원인이 되었다. 1994년과 2017년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2017년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도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문제로 비화했다는 점이다. 즉 미국은 한국이 뜯어말려도 스스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➑ 다음 고려 사항들은 크게 보아 ‘다른 방법은 없는가’이다. 미국은 현재 유엔(UN)을 통한 경제제재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가급적 강력한 UN 제재를 원하고 중국은 가능한 한 UN 제재를 가볍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N 등 다른 수단에 의한 대북제재가 북한의 핵을 제거할 수 있다면 미국은 애써서 무력 공격을 단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제제재가 먹히지 않을 경우 무력 공격 가능성은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 수위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은 미국의 대북한 무력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 아닐까.

종합한다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것이냐의 여부는 결국 ‘다른 방법이 있느냐’의 여부, 미국의 공격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냐의 여부, 미국이 공격한 후 북한의 정치 상황이 미국에 유리한 것이 될 수 있느냐의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9월 11일 안보리 결의안은 처음에는 막강한 것 같아 보였지만 모 신문의 지적대로 솜방망이가 되고 말았다. 북한 핵을 저지할 다른 방법이 줄어들고 있다. 안보리의 실망스러운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는 좋아할지 모르지만 미국의 대북 무력 공격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야기함으로써 수많은 한국인의 인명피해를 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참화 여부를 고려할 가능성은 1994년보다 훨씬 줄어든 상태다. 2017년 북한 핵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심각한 국가 안보 문제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이 말린다고 미국이 결코 하지 않을 문제가 더 이상 아니라는 말이다. 물론 미국도 한반도가 처절한 전쟁터가 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시설이 아니라 북한의 지휘부(command)를 제거하는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미국은 그럴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북한 체제의 전체주의적 통치구조로 인해 지휘부가 제거되었을 경우 북한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을 ‘트럼프는 김정은을 무력 공격 할 것인가’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있다고 보인다.

김정은과 지휘부가 제거될 경우 북한 체제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인데 그것이 미국에 불리하게 전개될지도 모른다는 상황은 미국의 대북한 공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점령한 북한을 원치 않을 것이다. 미국은 솔직히 북한에 대해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으로 현 상황이 종료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무한정 시간을 끌 수 없는 이유는 2018년 북한의 핵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는 현실 때문이다.

수많은 변수가 더 고려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리고 반반이라는 애매한 말을 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현 상황은 미국이 김정은 제거작전을 할지도 모를 가능성이 51%는 되지 않을까 생각되는 상황이다. 마침 7월 초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국민 51%가 북한 핵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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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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