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동해에서 열린 한·미 해군 연합훈련. 가운데 가장 큰 함정이 미 해군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이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18일 동해에서 열린 한·미 해군 연합훈련. 가운데 가장 큰 함정이 미 해군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함이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9일 새벽 3시17분 북한은 75일간의 침묵을 깨고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미국 전역을 사정범위에 둘 수 있는 사정거리 1만3000㎞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We will take care of it)”이라는 의미심장하고 단호한 언급을 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12월 초 예정된 한·미 공군 연습에 파견할 스텔스 전투기 F-35B를 두 배로 늘리고, 정보를 공유하는 핵심 동맹국들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와 함께 대잠함 초계기를 적극 활용, 북한의 해상 거래를 봉쇄할 방침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도 해상봉쇄 등 전방위 대북 제재 방안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은 지난 9월 채택된 유엔 대북제재결의안 2375호의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강화, 대북 원유 감축 또는 중단, 북한의 해외 노동력 송출 금지 등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왕의 제재 방법만으로는 북한의 핵 야욕을 억제하기가 충분치 않다는 사실이 판명된 이상,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제재를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앞으로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은 미국의 대북 해상봉쇄(Maritime Blockade)가 진짜 현실화할 것이냐는 점이다. 만약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기왕의 대북정책이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수준의 대북정책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7년 봄 이후 거의 모든 종류의 미군 전략 자산들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바 있었지만 이러한 전략 자산들이 순수하게 군사적 용도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최신예 전투기들, 그리고 폭격기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활동했던 것은 힘의 과시(demonstration of power)였을 뿐이다. 즉 힘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힘을 보여준 것(show of force)이었다. 그러던 미국이 힘을 직접 사용하는(use of force) 단계로 대북정책을 한 차원 더 군사화(militarize)하겠다고 결심한 것이 대북 해상봉쇄로 봐야 한다.

방어적이 아닌 공격적인 작전

유명한 해양전략가 마한(Alfred T. Mahan) 제독은 해군작전의 두 가지 중요한 형태로 함대전투(Fleet Battle)와 해상봉쇄(Maritime Blockade)를 제시하고 있다. 해상봉쇄는 적국의 선박을 통제하고, 적국 혹은 중립국의 선박을 통해 금지된 품목이 적국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해군작전이다. 즉 미국 및 우방군의 해군과 공군이 적국으로 유입되는 적국 혹은 중립국들의 선박을 검문·검색하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나포 혹은 무력 공격을 가할 수도 있는 군사작전을 의미한다.

11월 1일부터 14일까지 3척의 항공모함이 북한 인근 해역에 집결해 있었던 것은 작전(作戰)이 아니라 훈련이었다. 하지만 항공모함 3척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의 해군이 동원되는 경우라 할지라도 봉쇄는 훈련이 아니라 작전이다. 작전은 문자 그대로 전쟁을 만든다는 의미다. 특히 봉쇄작전은 한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특정국가의 전쟁물자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해 특정지역의 물자 유통을 차단할 뿐만 아니라 적국의 해상교통을 모두 차단하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봉쇄는 일견 방어 작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공격적인 작전으로 분류된다.

봉쇄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적국의 인접 해역에 군사력이 파견되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봉쇄는 적의 항구에 근접한 곳을 차단하는 것인데 이는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적의 항구에 근접한다는 것은 동시에 적의 각종 군사력의 사정거리 범위 내에 자국의 군함과 병사들이 파견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봉쇄를 말하는 것은 그동안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해 부과된 법적인 대북 제재 조치들을 군사적 수단을 사용해 강제하겠다는 뜻이다. 말을 통한 자발적 순응이 효과 없음이 밝혀진 이상 대북 제재를 군사력을 통해 강제적으로 집행하겠다는 말이다.

독일 시민 75만명을 앗아간 봉쇄작전

봉쇄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해군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번에 자신의 ‘친구들’인 호주,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의 힘을 빌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이미 지난 6월 동해에서 훈련을 벌였던 2개의 항모전단과 11월 11일부터 14일 사이 또다시 북한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벌였던 3개의 항모전단만으로도 북한의 항구들을 봉쇄하는 데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압도적인 군사력을 이제 더 이상 훈련이 아니라 직접 작전에 동원할 태세라 할 수 있다.

봉쇄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공격전략(Offensive Strategy) 중 하나다. 일견 방어적인 작전처럼 보여지지만 적국의 항구에 해군을 파견해서 직접 작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전쟁사(戰爭史)를 살펴보면 봉쇄는 아군과 적국 모두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는 대단히 힘들고 위험한 작전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1차 대전 당시 연합국들의 독일 봉쇄작전은 독일 시민 75만명을 죽게 만들었던 처절한 작전이었다. 역사에 나타난 모든 폭격작전으로 인해 사망한 민간인 숫자가 2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데 단 한 번의 봉쇄작전이 수십 회의 폭격작전이 야기한 인명피해를 낸 것이다. 현대 해군의 경우 상황이 약간 달라지기는 했지만 영국이 프랑스, 스페인과 전쟁을 치렀던 17~18세기 약 200년 동안 영국 해군은 전투보다 봉쇄작전을 벌이면서 더 많은 전사자를 낳았다. 봉쇄작전은 대체로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장기 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도 지치고 아사(餓死)하지만 봉쇄작전을 전개하는 나라의 군인들 역시 장기간 생명을 위협받는 열악한 상황에서 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미국이 북한을 봉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제까지 힘의 과시(show of force) 혹은 무력시위(demon stration of power) 수준에 한정되었던 미국의 군사력이 직접 작전에 투입된다는 의미다. 단순히 겁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북한 및 제3국의 선박들을 검문검색하고 이에 불응할 시 나포하거나 총격 및 포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봉쇄는 주로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육지를 봉쇄하는 경우도 있기는 했다. 특히 북한이 중국과 1300㎞ 이상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해상봉쇄만으로는 완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봉쇄하기 위해 육지를 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중국 영토 내에서 미국 군사력이 작전을 벌이는 것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북한의 ‘해상’봉쇄는 북한에 대한 물 샐 틈 없는 작전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미국이 북한을 해상봉쇄한 후에도 북한이 상당 기간 도발을 지속할 수 있다면 이는 전적으로 중국의 책임이라고 말해도 될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해상이 완전히 차단된 북한이 도발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육로를 통한 중국의 지원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원유 지원을 중단해줄 것을 중국에 요구한 바 있다.

지난 11월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photo 뉴시스

원격봉쇄와 근접봉쇄

봉쇄작전 중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 근접봉쇄(Close Blockade)다. 근접봉쇄는 적의 항구를 직접 봉쇄하는 것인데 예를 들자면 미국의 해군이 원산 시가지가 바라다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에서 항구를 차단하는 것이다. 항구로 들어가는 배와 항구로부터 나오는 배 모두가 작전 대상이다.

근접봉쇄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서 미국의 함선들은 북한의 지대함(地對艦) 미사일 및 해안포 사정거리 내에 진입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현재 북한은 122㎜, 155㎜ 견인포를 장비한 해안 포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비록 그 성능이 탁월한 것은 아닐지라도 적의 군함을 위협할 수 있는 사정거리 150㎞에 이르는 HY-1(서방 측은 실크 웜 미사일이라고 부른다) 및 사정거리 110~130㎞인 지대함 순항미사일인 KN-01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근접봉쇄 작전을 시작하기보다는 덜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원격봉쇄(Distant Blockade) 작전을 먼저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봉쇄의 대표적 사례는 1차 대전 당시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U-boat)들이 먼바다에서 적국으로 향하는 상선 등을 차단하던 작전이다. 원격봉쇄를 하기 위해서는 커버해야 할 바다의 면적이 넓기 때문에 당연히 더 많은 숫자의 함정이 필요하다. 미국은 북한으로 진입하는 해로들을 차단할 수 있는 한국, 일본의 적절한 기지들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16세기 이전만 해도 당시 군함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작전이지만 현재 미국 해군의 수준으로 볼 때, 그리고 북한의 해군력이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격봉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미국의 작전일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소형 잠수함들을 동원, 봉쇄작전을 수행하는 미국 군함들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추측이라고 판단된다.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C-772 천안함이 피격되어 침몰한 사건으로 46명의 한국 해군이 전사했는데 만약 그때 북한이 격침시키려 했던 군함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 군함이었더라도 북한이 공격을 단행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 보라. 아마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보복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1976년 미군 병사가 도끼에 맞아 죽었을 때와 같은 세상이 아니다. 소련이 붕괴된 후 홀로 남은 유일한 강대국이 된 미국은 선제공격과 보복공격을 밥 먹듯 하는 나라가 되었다. 지난 4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국민을 화학탄으로 무참하게 살상한 시리아 정권을 응징하기 위해 토마호크 미사일 59발과 재래식 폭탄 중 최대 규모인 MOAB 폭탄으로 시리아를 폭격한 바 있었다. 미국의 봉쇄작전이 폭격작전으로 확전되어도 개의치 않겠다면 북한은 미국의 함정을 공격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봉쇄작전이 현실화되면 작전 성격상 북한을 향하는 중국, 일본,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리카의 북한 우호국 선박들도 모두 검문·검색 대상이 될 것이다. 북한의 ICBM 발사대가 부착되어 있는 대형 트럭은 중국제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고 중동 국가들이 북한제 미사일을 수입하고 달러를 제공하는 것도 익히 알려진 일들이다.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은 북한을 향해 항해하거나 혹은 북한에서 출발, 불특정 국가들을 향해 항진하는 선박들을 해상에서 차단하는 작전을 실시해왔다.

예컨대 2002년 12월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싣고 예멘으로 가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가 미국의 정보 제공을 받은 스페인 해군에 의해 검색을 당했다. 당시 스페인 해군은 서산호에 적재된 미사일을 찾았다. 우리나라 일부 언론들은 서산호가 합법적인 무역 신용장을 갖고 있었으며 예멘 당국이 미국에 강력 항의하자 서산호를 풀어줬다는 식으로 보도했지만, 당시 예멘은 미국의 반테러전쟁에 적극 협력해주는 우방국이었고 미국은 예멘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이 사건 뒤인 2003년 5월 미국은 대량파괴무기(WMD) 거래를 막기 위한 국제 공조의 하나로 피에스아이(PSI)를 출범시켰다. 반테러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미국은 중동에 대량파괴무기의 유입을 막는 원격봉쇄 작전에 과거처럼 적극적이지는 않다. 곧 석유를 자급할 정도로 에너지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미국은 중동을 사활적 국가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의 본격적인 봉쇄작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봉쇄작전은 미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 방법을 ‘군사적’인 것으로 바꾸었음을 의미한다. 북한 핵문제 해결방식이 ‘군사적’인 것으로 바뀌는 시점까지 온 것은 김정은 정권에 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김정은 체제의 속성상 여기까지 오지 않을 방법도 없었다.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정권이라면 애초부터 국민을 먹여살릴 생각 대신 핵폭탄과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해상봉쇄 다음 수순도 벌써 제기

미국 역시 김정은 같은 인물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손에 쥐도록 놓아둘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미국은 봉쇄가 성공하지 못할 경우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다음 단계’에 대해서도 말하기 시작했다. 트럼프와 대통령 후보직을 두고 경쟁했던 공화당 상원의원 린지 그래함은 지난 12월 6일 “지금은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들을 철수시켜야 할 때”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연설문을 작성해주던 마크 티센 현 미국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에 지난 11월 29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한 곳을 폭격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더 나아가 “미국은 북한지역을 장거리 미사일 비행 불가 지역(No ICBM Fly Zone), 핵실험 금지지역(No Nuclear Test Zone)으로 선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들은 봉쇄작전마저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때 미국이 채택하게 될 다음 수순의 군사적 조치를 의미한다. 봉쇄가 해양작전 위주라면 이들 조치는 하늘이 강조된, 즉 미국의 해군 항공력을 포함한 공군력(air power)이 동원되는 군사작전을 뜻한다. 이 같은 조치마저도 불완전하다면 그 다음은 미국 육군이 동원되는 작전일 것인데 거기까지 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은 결국 미국의 반격을 초래하고야 말 것이라는 사실이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도 북한의 핵을 제어하는 데 얼마나 진심을 가지고 임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때다. 북한 핵을 평화적인 수단으로 막지 못했다는 현실은 미국으로 하여금 군사력을 직접 사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게 만들었다. 이제 공은 북한의 손으로 넘어갔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사건 당시 소련은 미국의 봉쇄작전에 순응했고 그 결과 전쟁 없이 위기가 마무리될 수 있었다. 북한 정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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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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