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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8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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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계몽군주? 애민 지도자? 김정은은 여전히 ‘진싼팡’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 함경북도 어랑천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당 간부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신문이 지난 7월 17일 김정은이 현지 지도했다면서 보도한 사진이다.
‘진싼팡(金三胖)’은 중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지칭하는 단어다. ‘김씨 집안 3대 뚱보’라는 뜻의 이 단어는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를 비판할 의도로 중국인들이 사용해왔다. 북한이 지난해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실시하자 중국에선 ‘진싼팡’이라는 이름의 아동용 장난감 로켓들이 팔리기도 했었다. 중국 네티즌들이 웨이보(微搏) 등에 김 위원장을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로 묘사한 그림을 올리는 사례도 있었다. 또 중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타오바오는 김 위원장의 얼굴과 ‘나는 최고 존엄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와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을 판매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 정부는 김 위원장에 대한 이런 ‘불경한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중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 간의 3차례 정상회담 이후 인터넷과 SNS, 검색사이트 등에 대해 김 위원장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모든 댓글이나 단어를 전면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선 ‘진싼팡’이라는 단어가 금지어로 선정돼 검색이 중지된 상태다. 웨이보에서도 김 위원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과 그림, 동영상 등이 모두 삭제됐다.
   
▲ 2016년 1월 8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핵실험 성공 축하 집회. photo KCNA

   3차례 북·중 회담 후 진싼팡 금지어로
   
   특히 시 주석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3차례 만날 때마다 “전통적인 중·조 친선은 피로써 맺어진 친선으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것”이라며 북·중 ‘혈맹’의 역사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나의 아버지 시중쉰 부총리도 생전에 김일성 주석, 김정일 총비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1983년 6월 김정일 총비서가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아버지가 역전에서 맞이하고 모진 더위를 무릅쓰고 고궁 참관에 동행했다”고 밝혔다. 시중쉰 전 부총리는 중국의 혁명원로로 북한 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물이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이 생전에 40여차례 중국을 방문했던 일도 언급했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를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을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인정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의 나라이지만 마오쩌둥 이후 최고지도자가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으로 4번이나 바뀌었다.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권력 세습을 인정하는 것은 공산주의의 원칙과 이념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주석이 공산주의 국가라고 말할 수도 없는 전제왕조인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를 인정한 것은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문제는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온 미국의 최고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세습 독재를 미화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은 재능 있는 지도자”라면서 “26세에 권력을 승계해 국가를 터프하게 통치해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은 자신의 나라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유능한 사람”이라면서 “좋은 성격을 갖고 있고 매우 똑똑하며 영리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독재자인 김 위원장의 폭정을 국제사회에 대놓고 용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젊은 나이에 권력을 세습받아 고모부를 총살하고 이복형을 독살하고 수많은 주민들을 공개처형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감금해온 김정은의 폭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호평했다는 것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체제에 대한 협상의 전술이라기보다는 무지의 소치에서 비롯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한국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물론 상당수 국민들까지 김 위원장에 대해 호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과 두 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젊은 나이와 달리 상당히 솔직담백하고 침착한 면모를 보였다”면서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주 예의 바른 모습도 보였다”고 높이 평가했다. 심지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나는 이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좋은 길동무가 되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전 세계 최악의 독재자 중 한 명인 김 위원장과 함께 어떻게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 술 더 떠 김 위원장을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에서 큰 기업의 2·3세 경영자 가운데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느냐”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권력을 다르게 써서 바꾸려고 하는데 그게 혁신”이라고 칭찬했다. 유 전 장관은 과거에도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김정은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호감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보다 높게 나왔다.
   
▲ 북한 주민들이 평양 만수대의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절을 하고 있다. photo 위키피디아

   2018년 세계노예지수 보고서
   
   그렇다면 미국과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인정한 3대 세습 독재자인 김정은이 과연 북한 주민들을 잘살게 만들 수 있을까. 김씨 세습 왕조가 북한 주민을 인간 이하의 노예로 짓밟고 있다는 것은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은 최근 발표한 ‘2018년 세계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라는 보고서에서 “260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국내외에서 강제노동을 하면서 ‘현대판 노예’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은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WFF는 “조사 대상 167개 국가와 지역 가운데 북한의 현대판 노예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면서 북한을 세계 최악의 ‘현대판 노예 국가’라고 지적했다. WFF의 피오나 데이비드 국제조사국장은 “현대판 노예란 위협과 폭력, 강요, 물리적 힘에 의해 자유를 착취당하는 사람을 말한다”면서 “피해자들은 그런 상황을 거부하거나 피할 수 없다”며 북한의 잔악한 강제노동을 비판했다. 데이비드 국장은 “북한 주민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임금도 지불받지 못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위험한 공사현장, 농장 등 노동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강제로 일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정권은 ‘천리마운동’이라는 선전용어를 통해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강제노동을 강요해왔는데,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만리마운동’으로 탈바꿈해 부당한 노동력 착취를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치적은 경제적으로도 미림 승마장, 마식령 스키장, 평양 여명거리 건설 등 전체 북한 주민은 누릴 수 없는 1%만을 위한 대규모 위락시설을 건설한 것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를 보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3.5%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예상)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548만t으로 2016~2017년 같은 기간 대비 5%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쌀이 240만t으로 전년보다 6% 감소했고, 감자와 콩의 생산량도 각각 33%, 20% 줄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는 “김정은이 관리들을 질타하며 집중적인 경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비교해 새로운 게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김정은이 기업의 자립적 현대화와 기술 개선을 강조하는 것은 옛 공산권 국가들이 공산주의 조직 체계를 고수하기 위한 핑계로 자주 강조했던 선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일부 인정하거나 국영기업소에 정상적인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 한 북한의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을 잘살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고도의 선전·선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주민들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강조했고 주민 생업과 직접 관련된 시설들을 시찰하면서 애민 지도자상을 과시했다. 심지어 김정은은 ‘악어의 눈물’로 북한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악어의 눈물’은 거짓 눈물 또는 위정자의 거짓말 등 위선적인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5월 30일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김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지난 4월 노동당 지방조직과 국영기업 말단조직의 간부들에게 상영했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에는 김정은이 눈물을 흘리며 해변에서 수평선을 멀리 바라보고 서 있는 장면과 함께 “강성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개혁이 잘 되지 않은 것에 눈물을 흘리고 계시다”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이 신문은 “3대 세습 독재체제인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눈물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경제 개혁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당 간부들에게 김 위원장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의식을 심어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민학교 교과서에 묘사된 김정은
   
   김정은은 최근에는 평안북도 신도군과 신의주 일대 공장을 시찰하면서 낡은 승용차를 타고 양복 앞단추를 풀어헤치는 등 소탈한 모습을 강조했다. 김정은이 이런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3대 세습에 의한 취약한 정통성 및 권력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이렇게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애민정치를 앞세우는 것은 북한 주민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체제가 붕괴되고 자신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 김정은이 청진의 가방공장에서 학생용 가방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7월 17일 노동신문 보도사진.

   김정은은 다른 한편으론 자신에 대한 우상화 작업도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다. 북한 학생들이 배우는 인민학교 교과서를 보면 김정은에 대해 이런 내용이 있다. “3세 때 총을 쐈고, 3초 내에 10발을 다 목표에 명중시켰다. 3세 때 자동차 운전을 시작했으며 8세 이전에 도로를 질주했다. 6세 때 사나운 말을 길들여 타고 기마수보다 더 잘 달렸다. 10대에 정치·경제·철학·역사·수학·물리·군사·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보통 사람이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각종 행사를 통해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까지 대를 이은 충성이 강요된다. 심지어 북한 헌법상 최고지도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을 ‘조선의 위대한 태양’이라며 떠받들고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회의에서 졸았다는 등의 이유로 당·정·군 간부 200여명이 처형되거나 숙청되는 등 공포정치가 판을 치고 있으니 살아남으려면 충성을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공포정치 때문에 당·정·군 간부들조차 김정은의 눈치만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일반 주민들은 파리목숨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정은은 절대로 애민 지도자가 아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삶을 알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고단한 생활을 경험한 적도 없다. 북한 주민의 주식인 강냉이밥조차 먹어본 적이 없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석좌는 “김정은은 아주 어릴 적부터 김정일에게 후계자로 선택된 이후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면서 “강한 자존심과 자신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우러르며 떠받드는 환경 등은 김정은에게 어릴 적부터 자신이 ‘왕’이라는 무의식을 심어주었다”고 밝혔다. CIA 북한 분석관 출신인 박정현 석좌는 “김정은이 조부와 부친이 수십 년 넘게 사용해왔던 주민들에 대한 억압, 공포정치 수단을 사용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런 성장과정과 환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조부와 부친과 달리 부인 리설주를 공개석상에 데리고 나오는 것이나 북한 주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 화장품산업이나 관광레저산업의 육성을 강조하는 것 등은 북한을 정상적인 국가로 보이게 하려는 전술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벌써 스톡홀름증후군인가?
   
   남·북, 북·중, 미·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김정은에 대해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스톡홀름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스톡홀름증후군은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는 비이성적인 심리 현상을 말한다. 6·25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한국 국민들은 평화를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애호한다. 특히 지난 25년간 북한 핵무기의 인질로 살아온 한국 국민들은 전쟁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전쟁을 벌일 것처럼 ‘말 폭탄’을 쏟아내자 한국 국민들 중 상당수는 ‘제2의 6·25전쟁’이 발발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위기를 느꼈다. 이를 간파한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의 제스처를 보내자 한국 국민들 중 일부는 이를 진정으로 믿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3대 세습 독재자로서 자신의 권력과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핵 개발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 중 일부는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까지 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지난 5월 27일 통일각에서 정상회담 후 서로 껴안고 있다. photo 청와대

   아무튼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과 중국의 마오쩌둥도 감히 생각하지 않았던 권력세습을 3대에 걸쳐 구축해온 북한은 절대 정상국가가 될 수 없다. 지구촌의 어떤 독재자도 ‘선의(善意)’를 갖고 국가를 통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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