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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9호]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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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왜 빠졌나?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yoodr113@hanmail.net

▲ 작년 4월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13기 제6차 회의. photo 뉴시스·조선중앙TV 캡처
지난 3월 10일 북한에서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선거가 진행되었다. 3월 12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중앙선거위원회의 선거결과 발표에 의하면 전체 선거자의 99.99%가 선거에 참가하여 대의원 후보자에게 100% 찬성투표하였다. 이날 687명의 대의원 명단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북한의 최고통치자인 김정은의 이름이 보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김정은의 권력 위상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닌가 하는 술렁거림도 있다.
   
   김정은이 대의원 명단에서 빠진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국회 격으로 소개되고 있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의 위상과 기능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 사회주의 헌법을 보면 최고인민회의(제87조-제99조)는 북한의 최고주권기관으로 이른바 입법권을 행사한다. 최고인민회의는 헌법과 법령을 제정 또는 수정·보충하며 대내외 정책의 기본원칙을 세우고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위원, 내각 총리, 중앙재판소장 등을 선출하고 소환한다. 또한 내각 총리의 제의에 의한 내각 성원 임명 및 중앙검찰소 소장 임명·해임 기능을 갖는다. 국가의 인민경제발전계획 및 국가예산 심의·승인과 조약의 비준·폐기권을 가진다.
   
   이 같은 북한 헌법만 보면 최고인민회의가 우리 국회와 같은 입법권과 각종 인사권한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른바 최고 존엄이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 거수기’에 불과하다.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은이나 당의 지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정확히 표현하면 김정은 승인하에 당에서 지시한 사항을 꼭두각시처럼 결정하고 이행하면 되는 것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조선노동당도 역시 김정은의 지시와 방침에 따라 움직이는 하수인에 불과하다. 당도 김정은의 방침하에서 허가된 권한만 집행, 행사할 뿐 자기 의지를 가지고 권한행사를 할 수 없는 구조인데, 하물며 최고인민회의가 독자적인 입법권과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입법·사법·행정 분리 정상국가 시늉
   
   북한에서는 헌법과 개별법 위에 존재하는 것이 ‘조선노동당 규약’과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2013년 6월 19일 제정)이다. 이 위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수령’이라는 김정은의 방침(과거 김일성의 교시, 김정일도 방침)이다. 수령 유일영도체계의 속성상 어떠한 법규나 헌법, 당 규약도 김정은의 방침을 넘어설 수 없는 것이다. 수령의 방침이 북한의 최고 절대법인 것이다. 따라서 이를 간과하고 북한의 실정법을 가지고 북한 체제를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것은 아마추어적 접근이다.
   
   북한 헌법에 의하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일반적·평등적·직접적 선거원칙에 의하여 비밀투표로 뽑히며 임기는 5년이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북한 주민의 의사에 관계없이 김정은(당)이 미리 선정한 대의원 후보에 대해 찬반 투표하여 선출할 뿐이다. 이번 제14기 대의원선거에서도 99.99%가 선거에 참가하여 687명의 대의원 후보에게 100% 찬성투표하는 전 세계에 유례없는 북한식 기획선거의 한 면을 보여줬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최고지도자(김일성-김정일-김정은)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직책을 갖지 않는 선례는 없다. 김정은도 제13기 대의원에 선거형식으로 추대된 바 있어 이런 선택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명단에서 김정은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전적으로 김정은의 의지에 의한 것이다. 즉 대의원에서 제외된 것도, 빠진 것도 아니라 김정은 본인이 그런 직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의원이라는 직책을 맡지 않아도 수령의 유일영도체계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권력장악과 통치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라고 해석된다.
   
   이러한 결정에는 몇 가지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첫째, 김정은은 선대(김일성·김정일)들과 달리 정책결정 등 정권운영에 있어서 대내외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보여주어 북한이 정상적 국가(대한민국 헌법상 국가가 아닌 반국가불법단체에 불과)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즉 북한도 입법(최고인민회의), 사법(중앙재판소), 행정(내각)이 수령의 영도하에 분리 작동되는 정상적인 국가임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김정은 통치시대 들어서 북한의 3대 권력 기둥인 당·정·군의 운영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36년 만에 소집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당 규약을 전면 개정하여 이른바 ‘당 제1비서’가 아닌 ‘당위원장’ 체제를 구축하며 그동안 사장된 정치국 전원회의 등을 다시 열기 시작했다. 물론 형식적 절차에 불과하지만 이 역시 당 정책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은 북한의 상징조작 용어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북한은 그동안 내세웠던 ‘우리민족제일주의’라는 구호를 ‘우리국가제일주의’로 변경 사용하고 있다. 이 용어가 처음 나온 것은 2017년 11월 30일자 노동신문 사설인데, ICBM급 화성15형 시험발사 이후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직후이다. 2019년 김정은의 신년사를 비롯해서 각종 언론매체와 현수막(글발)에서도 ‘국가’ 이미지를 강조하는 구호들이 확산되고 있다.
   
   둘째, 김정은은 자기가 북한의 최고통치자인데 선대(先代) 수령들과 같이 자동적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직책을 갖기에는 격(格)이 안 맞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북한에서 최고인민회의의 수장은 서방세계 상식으로는 당연히 최고인민회의 의장(최태복)이어야 하나, 최고인민회의의 실력자는 상임위원장(김영남)이다. 의장은 사회자로서 단지 회의만 주재할 뿐 허수아비 중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물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김정은과 당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하수인에 불과하지만,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최고인민회의에 소속된 일개 대의원 직책을 맡는 자체가 유일영도체계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것이다.
   
   
▲ 지난 3월 10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대의원선거에서 투표하는 김정은. photo 뉴시스

   정상국가化 위해 헌법 바꿀 수도
   
   김정은은 앞으로 열릴 제14기 1차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을 수정하여 정상국가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예를 들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며 다른 나라 외교사절들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하도록(헌법 제117조) 되어 있는 구조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명목상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권한을 ‘국무위원장’(김정은)으로 돌려놓아 실제화하는 것이다. 향후 김정은식 통치방식을 제대로 이해해야 북한의 실제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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