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2016년 8월 북한의 SLBM인 북극성-1호 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photo 노동신문
김정은이 2016년 8월 북한의 SLBM인 북극성-1호 발사를 참관하고 있는 모습. ⓒphoto 노동신문

북한 함경남도 신포에서 동쪽으로 2㎞ 떨어진 마양도(馬養島)는 섬 전체가 거대한 잠수함 기지다. 면적이 8㎢, 둘레가 40㎞인 마양도에는 여섯 개의 잠수함 부두가 있으며, 해저에는 천연동굴까지 있어 잠수함들을 은폐할 수 있다. 조선시대 말을 길렀다고 해서 이름이 마양도가 된 이 섬은 일제강점기 때 포경(捕鯨)의 중심지였다. 고래잡이 어선들이 수심이 깊은 동해로 쉽게 나갈 수 있는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대 잠수함 기지인 이 섬에 기항하고 있는 잠수함은 20~30척이나 된다. 북한은 잠수함과 잠수정 84척을 갖고 있는 세계 최다 보유국이다. 잠수함과 잠수정의 차이는 배수량을 기준으로 한다. 우리나라 해군은 300t을 기준으로 잠수함과 잠수정을 구분한다. 300t 이상이면 잠수함, 그 이하면 잠수정이라고 부른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은 2000t 고래급(신포급) 1척, 1800t 로미오급 20여척, 350t 상어급 40여척 등이다. 북한은 또 130t 연어급, 90t 유고급 등 잠수정도 운용하고 있다.

마양도 잠수함 기지

마양도는 신포의 방파제 역할도 해왔다. 함흥에서 동북쪽으로 60㎞ 떨어진 신포는 예전부터 수산업으로 이름난 항구도시다. 면적 43㎢, 인구 15만명의 이 도시에는 각종 선박 수리공장과 수산물 가공공장 등이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신포에는 북한의 비밀 잠수함 조선소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봉대보이라 공장’이라는 이름의 비밀 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4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북한은 비밀 조선소의 활동을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철저한 보안조치를 해왔다. 실제로 비밀 조선소의 지붕에는 대형 덮개가 있어 정찰위성으로 내부를 탐지할 수 없다. 대형 잠수함 건조에 동원된 과학자·기술자들은 외부와 일절 접촉이 차단된 채 집단 기숙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2015년 5월 8일 김정은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포 앞바다에서 고래급 잠수함에 탑재된 SLBM 북극성-1호를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북한은 또 2016년 4월 23일 북극성-1호의 콜드런치(cold launch·수직으로 발사된 미사일을 공중에서 점화·비행시키는 방식) 기술 및 30㎞ 비행에 성공했으며, 같은 해 8월 24일 신포 앞바다에서 북극성-1호를 ‘고각발사’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당시 북극성-1호는 500㎞를 비행했는데, 정상 발사할 경우 2500㎞를 비행할 것으로 추정됐다. 고래급 잠수함의 제원을 보면 수중 배수량 2200t, 길이 68m, 폭 6.5m이며 수중속도 10노트, 수상속도 16노트로 운항하고 승조원 50명이 탑승한다. 어뢰 발사관 2~3개와 미사일 수직발사관(VLS) 1개를 장착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고래급을 ‘신포 B급’이라는 암호명으로 부른다. 고래급 잠수함은 실전배치되지 않았지만, 북극성-1호를 발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SLBM을 발사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잠수함은 통상적으로 선체 중앙 부분에 위치한 수직발사관에 탑재된 SLBM을 발사통제장치(FCS)를 통해 수중의 일정 심도에서 콜드런치 방식으로 쏘아 올린다. 발사관 내부에서 증기발생기나 고압의 압축공기 시스템을 이용해 미사일을 사출시킨 다음 수면 밖에서 고체연료 부스터에 점화해 발사한다. 이런 방식으로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인도밖에 없다. 기술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3~1994년 옛 소련에서 골프급 잠수함을 들여와 역설계한 뒤 고래급 잠수함을 독자개발했고, SLBM 발사에도 성공했다. 당시 골프급 잠수함의 SLBM 발사 시스템이 파괴되지 않은 채 북한으로 고스란히 넘어갔다. 골프급 잠수함은 D5U 수직발사관으로 R27이라는 SLBM을 발사한다. 북한은 골프급 잠수함의 수직발사관 D5U를 통해 관련 기술을 익혔을 뿐만 아니라 재활용까지 했다. 골프급을 역설계한 고래급 잠수함이 수중 사출 시험 1년 만에 콜드런치 기술을 비롯해 비행시험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국방과학원을 시찰했을 때 북극성-3형 개념도가 벽에 붙어 있는 모습. ⓒphoto 노동신문
김정은이 국방과학원을 시찰했을 때 북극성-3형 개념도가 벽에 붙어 있는 모습. ⓒphoto 노동신문

소련서 들여온 골프급 잠수함

그런데 문제는 고래급 잠수함으로는 SLBM 1기밖에 발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래급 잠수함은 수심이 20m만 넘어도 SLBM을 발사할 수 없다. 때문에 북한으로선 SLBM 2~4기를 탑재할 수 있고 적의 탐지를 피해 수심 50m보다 깊은 곳에서 발사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 건조가 절실하다. 북한으로선 또 북극성-1호보다 사거리가 늘어난 SLBM을 보유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한은 그동안 3000t급 디젤 잠수함과 SLBM 개발에 적극 나서왔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5월 “최고의 발사능력을 갖춘 우리 식의 해군무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형 잠수함을 건조해 그 어떤 조건과 수심에서도 항행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비밀 조선소의 시설이 크게 확장됐고 인원도 늘어났다고 한다. 김정은은 또 신포공업대학에 2년제 특수 교육반을 개설,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북한은 현재 3000t급 잠수함에 탑재할 북극성-3호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2017년 2월 북극성-1호를 기반으로 개발한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김정은은 북극성-2형의 실전배치를 지시한 바 있다. 북극성-2형은 최대 고도 560㎞까지 올라가 500여㎞를 비행해 사거리가 2000㎞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북극성-2형 개발을 완성한 만큼 북극성-3형 개발도 상당히 진척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7년 8월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을 보도하면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형’의 개념도 사진을 공개한 적도 있다. 북한은 개발 중인 미사일을 ‘~형’, 개발을 완료한 미사일을 ‘~호’라 부른다. 북극성-2형은 이미 북극성-2호로 불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새뮤얼 그리브스 미국 미사일방어국(MDA) 국장은 4월 3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SLBM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SLBM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옛 소련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이 개발한 SLBM 설계도와 연구진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은 소련 붕괴 이후 SLBM 개발을 주관해온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 과학자들을 포섭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북한은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의 과학자들에게 높은 급여와 주택, 차량 등 온갖 편의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대거 평양으로 끌어들였다. 당시 러시아 정부는 이들에게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들의 평양행을 통제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 북한은 마케예프 로켓 설계국의 SLBM 설계도를 입수했다면서 북극성-1호가 옛 소련의 SLBM인 R-27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급 탈북자도 “옛 소련 출신 미사일 과학자 20〜30명이 북한에 머물며 미사일 개발의 핵심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건조하려는 SLBM 탑재 3000t급 잠수함.
북한이 건조하려는 SLBM 탑재 3000t급 잠수함.

북한이 대만에 팔려 한 잠수함 기술

3000t급 잠수함도 상당 부분 건조가 진행됐거나 이미 건조됐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보기관은 3000t급 잠수함을 ‘신포 C급’이라는 암호명으로 부르고 있다. 잠수함 엔진은 평안북도 용천 북중기계공장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된다.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고 연속 잠행이 가능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 기술도 적용됐다는 정보도 있다. 북한이 과거 대만이 추진하는 ‘잠수함 도입사업’(IDS)에 소형 잠수함 및 AIP 기술 판매 의향을 타진했다고 대만 상바오(上報)가 보도하기도 했다.(2019년 4월 9일자) AIP를 장착한 디젤 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과 달리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최장 4주간 수중에서 작전할 수 있다. 재래식 디젤 잠수함이 기껏해야 며칠 동안 물속에서 견딜 수 있는 것과는 크게 다르다.

북한이 첨단 AIP 기술을 판매하기 위해 대만군 당국과 접촉한 것은 2016년 8월이었다. 대만군의 잠수함 전문가는 진위 여부와 함께 북한에 사업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했었다. 당시 대만군은 유엔의 제재 조치를 위반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북한의 기술을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북한은 대만 측에 330t 상어급 잠수함과 130t 연어급 잠수정 관련 자료와 함께 AIP 설계도 등을 제출했다고 한다.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북한은 AIP 기술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3000t급 디젤 잠수함에도 이를 장착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역시 최근 북한이 신포에서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 건조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38노스는 지난 4월 11일 촬영된 사진에서 SLBM의 사출 시험을 실시하는 수직 실험대가 지지대와 분리됐다가 다시 합쳐지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3000t급 디젤 잠수함 개발과 함께 핵잠수함도 건조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 대만에서 핵잠수함용 특수강판을 밀수해 평양으로 가져왔지만 물리적 성분 미달로 완성품을 생산하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이유는 3000t급 디젤 잠수함의 생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은 대잠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한 잠수함이 환기를 하기 위해 수면으로 스노클링(디젤엔진 작동용 산소 공급을 위해 전용 환기통을 물 밖으로 꺼내놓는 것)할 경우, 초계기 레이더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은 동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모든 경로를 통제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핵잠수함을 보유한다면 장기간 노출되지 않은 채 항해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군사기지가 있는 괌이나 하와이 등을 타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은밀하게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해안까지 진출할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 조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입장에선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적 옵션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국은 영변 핵시설 이외에도 북한이 숨겨놓은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지들을 초토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의 지하 핵시설과 벙커 및 ICBM 기지와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등 핵심 표적 700여개를 일시에 완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도 미국의 이런 작전 계획과 전략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미국의 공격에 대비한 ‘히든 카드’를 준비해왔다. 김정은이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건조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SLBM 3000t급은 진정한 게임체인저

SLBM은 지상에서 발사되는 ICBM과는 달리 해저의 잠수함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발사 장소와 시점을 알 수 없는 치명적인 무기다. 북한이 SLBM 2~4기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잠수함을 전력화할 경우 ‘진정한 게임체인저(Real 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 은밀하게 침투하는 SLBM 탑재 잠수함을 탐지, 추적, 타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존 루드 미국 국방부 차관은 지난 4월 9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지난 1년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도로 이동식 ICBM과 고체추진 중거리탄도미사일, SLBM 등의 미사일 기술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 SLBM의 경우 발사 위치와 탄도가 유동적이어서 이에 대한 새로운 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게다가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과 ICBM 기지들을 공격할 경우 북한이 반격에 나설 수도 있다. 북한이 SLBM 탑재 잠수함을 보유했을 경우 미국으로선 북한의 ‘2차 핵 보복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고려해야 한다. 심지어 북한이 수중에서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조지타운대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은 북한에 진정한 게임체인저의 능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냉전 시절 소련과의 ICBM 경쟁에서 뒤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SLBM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핵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중국도 마오쩌둥 전 주석이 몇십 년이 걸리더라도 SLBM만큼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해 1980년대 개발을 완료했다.

잠수함은 특유의 은밀성 때문에 적국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 잠수함은 일단 항구를 벗어난 후에는 포착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1982년 4월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은 제해권을 장악한 상태였지만 아르헨티나의 디젤 잠수함을 1척도 격침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잠수함의 탐지와 격침은 어렵다. 동해는 평균 수심이 2000m에 달하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복잡한 수중환경 덕에 잠수함의 활동에 적합한 해양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동해는 ‘잠수함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잠수함들도 물밑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바다다. 특히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은 디젤이든 핵이든 적국에 엄청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김정은이 ‘군사적 한 방’으로 사용할 수 있는 SLBM 탑재 잠수함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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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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