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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4호]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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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청년 유감]정세균의 힙합패션과 샌더스의 아재패션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당협위원장·전 최고위원  2021-06-28 오후 12:25:40

▲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알록달록한 털장갑과 등산점퍼를 입고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photo 뉴시스·AP
최근 여권의 굵직한 대선주자들이 연이어 ‘청년 코스프레’를 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온라인게임을 하고, 정세균 전 총리는 힙합 패션을 뽐내며 ‘틱톡’에 동영상을 올리고, 최문순 지사는 로커가 되어 뮤직비디오를 찍고, 박용진 의원은 ‘롤린’ 춤을 따라 추며 젤리를 먹고 편의점 음식을 리뷰한다. 그러면서 ‘MZ 표심 잡기’ ‘젊은 세대와의 소통’ 같은 서술로 스스로를 치장한다. 청년으로서 모욕감과 수치심이 들었다. 일자리 참사와 최악의 주거난을 겪으며 빈사상태에 빠진 청년들을 어설픈 흉내 내기로 기만한다고 느꼈다. 다들 비슷하게 생각했는지, 젊은 세대의 반응은 싸늘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난 2030의 표심, 이준석 돌풍에 청와대와 여당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대선을 앞두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권은 부랴부랴 문제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준석을 따라잡고자 젊은 정치인을 전면으로 내세우거나, 젊은 세대의 문화를 따라 하면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싶다. 아쉽게도, 진단이 틀렸으니 처방이 좋을 리 없다. 벼락치기 대응은 ‘헛발질’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선주자들의 청년 코스프레에 이어, 청와대는 최근 학사학위조차 마치지 않은 대학생을 청년비서관에 깜짝 발탁했다. 정무비서관직에도 ‘0선’의 젊은 정치인이 배치됐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에는 청와대에서 직접 ‘2030 청년 TF’를 만들어 발족한 적도 있다. 정무수석을 필두로 한 이 팀은 ‘특단의 대책’으로 밀도 있게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최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송영길 대표는 청년특임장관까지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6월 17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에 ‘독도’ 티를 입은 영상을 게재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벌의 옷을 입는 ‘패션쇼’를 보여줬다. photo 정세균 틱톡 캡처

   헛발질로 이어진 ‘벼락치기’ 코스프레
   
   청와대와 민주당의 연이은 구애에도 청년들의 표심은 요지부동이다. 정부·여당의 정책과 인사 행정에 공감할 수 없어서다.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연봉 5000만원 이상의 1급 공무원 자리다. 최악의 구직난 속에서 올해에만 40만명 이상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수년간 9급 시험에 도전한다. 당연히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청와대의 인사조치로 인해 연일 게시판이 마비되고 있다. 청년특임장관 역시도 현재의 정부 조직 체계상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10년의 학습효과의 결과로, 정치권에서 ‘청년OO’라는 이름으로 된 자리 중에 힘을 갖고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책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구성원 전원이 4050으로 이루어진 ‘2030 청년 TF’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젊은 세대에 관심을 기울이려는 정치권의 노력 전체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국정운영이나 정책집행 과정에서 홀대받았던 2030세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는 청년 세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정치권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하는 것이 맞는다. 그럼에도 민주당 대선후보들의 청년 코스프레나 청와대의 청년 내세우기를 비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청년을 향한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으로 젊은 세대를 위한 정치를 한다고 말하려면, 청년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정치적 난제에 치열하게 도전했어야 했다.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 악화, 연공서열적 인사체계의 부작용, 늘어나는 국가부채가 미래세대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것을 모르는 정치인은 없다. 다만 장년층의 표를 의식해서, 또는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해당 문제 다루기를 금기시하거나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대선후보를 자처하며 ‘청년 코스프레’를 했던 정치인 중에 이 문제들을 해결해 보겠다고 자신 있게 싸워왔던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이 높고 경제성장을 구가하던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인구구조가 노령화되고 경제성장이 둔화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구조다. 2048년에는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질 만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40%라도 유지하려면 2070년에는 보험요율을 30%까지 올려야 한다고 한다. 많이 내고 돌려받지 말라는 소리다. 5060세대가 장악한 연공서열적 인사체계는 미래세대의 일자리와 임금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청년들이 소외된 경제질서 속에서 시장은 활력을 잃게 될 것이다. 국가부채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4년간 440조원이 늘면서, 역대 정부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과 청와대는 이에 대해 여전히 함구한다. 다만 질 낮은 흉내 내기와 ‘불공정한’ 인사가 있었을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고 88%에 육박하던 때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압도적 지지율로 180석을 차지했을 때에도 미래세대를 위협하는 정치적 난제들은 철저하게 방치됐다. 그동안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되고 있고, 청년들의 일자리는 더 불투명해지고 있으며, 국가부채도 늘었다. 의지가 없거나 비겁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앞다투어 청년을 말해도 진심을 의심하게 되는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어설픈 따라 하기로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보겠다는 기획이 통할 리 만무하다. 마침 이철희 정무수석은 이번에 발탁된 청년비서관을 두고 “청년정책을 좌지우지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보여주기식 인사행정임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샌더스는 MZ세대를 위해 싸웠다
   
   청년들이 대통령이나 대선주자에게 바라는 건 ‘힙하고 트렌디’함이 아니다. 보여주기식으로 특혜를 받은 소수의 청년들을 요직에 배치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임기응변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진지한 개혁을 청년들은 원한다. 2030세대가 이준석을 당대표로, 오세훈을 시장으로 만든 것은 이 두 사람이 청년의 문화를 다른 후보보다 더 잘 이해해서가 아니다. 젊은 세대가 겪는 경제적 불안정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고, 그간 정치가 무시했던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버니 샌더스가 ‘버니 브로스(Bernie Bros)’라는 팬덤이 등장할 정도로 청년층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 역시, 그가 일생에 걸쳐 밀레니얼 세대의 상대적·절대적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기 때문이다. ‘배바지’의 ‘아재 패션’을 고수하는 버니 샌더스는 결코 젊은 사람을 따라 하거나 맵시를 뽐내려 하지 않는다.
   
   모처럼 우리 정치에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그들에게 많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같은 청년정치인으로서 참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치 밖 청년들의 삶에는 여전히 두려움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정치가 젊어진다는 것은 정치인 자체가 어려지거나, 정치인이 젊은 사람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다. 정치 밖에 있는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그들을 위해 부단히 싸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정치가 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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