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 마드리드) 간 혈전이 예고돼 있는 2015-2016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5월 29일로 예정된 이번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스페인의 두 마드리드 클럽의 자존심 대결만큼이나 축구팬의 관심을 모으는 대결이 또 하나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44)과 AT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46), 두 감독이 보여줄 자존심 대결이다.

펠레와 크루이프, 마라도나를 잇는 자타공인 세계 축구계 전설 중 한 명이 바로 지네딘 지단이다.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유벤투스와 2001년부터 2006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수많은 우승을 일궈낸 지네딘 지단. 프랑스를 월드컵(1998년)과 유럽선수권 우승(2000년)을 거머쥐며 최고로 올라선 이가 바로 지네딘 지단이다. 화려한 개인기와 강력한 게임 장악력으로 역대 공격형 게임메이커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고 있다. 감독으로 변신한 그가, 2016년 5월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선다.

그런 지네딘 지단의 맞상대로 만만치 않은 터프가이, 디에고 시메오네가 나선다. 디에고 시메오네 역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선수로 그라운드를 누비려 세계 축구 팬들을 열광시켰던 주인공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이탈리아 명문 클럽인 라치오와 인테르나치오날, 스페인의 AT 마드리드와 세비야에서 뛰며 거친 수비형 미드필더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1998년 16강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 전에서 잉글랜드 에이스 데이비드 베컴을 질식수비로 흥분시켜, 퇴장을 시켜버린 월드컵사(史)에 손꼽히는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가 2년 전 레알 마드리드에 뺏겼던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되찾기 위해 5월 29일 지단과 상대한다.

완벽히 다른 축구 색깔

지단과 시메오네는 선수시절은 물론, 감독으로서도 서로 완전히 다른 축구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지단은 선수시절 미드필드를 장악해 속도를 조절하는 축구를 했다. 미드필드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풀어 나갔다. 특히 탁월한 게임메이커를 활용한 경기 조율에 큰 비중을 둔 플레이를 했다. 그 스스로 탁월한 게임메이커로서 경기를 주도했다. 공수의 폭을 좁혀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도 지단에게 익숙한 플레이다.

지단의 축구 하면 떠오르는 탁월한 게임메이커를 활용한 축구와 강한 압박 모습이 아직 레알 마드리드 축구에는 녹아 있지 못하다. 올 1월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물러나며 프리메라리가 시즌 중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된 지 4개월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의 기존 전술과 선수운용을 크게 손대지 않은 상태다. 호날두를 중심으로 벤제마와 베일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에 카세미루와 모드리치, 크로스가 버티는 미드필드라인, 이들의 뒤를 받치는 라모스와 페페, 마르셀루와 카르바할의 수비라인으로 구성된 포백까지 소위 ‘4-3-3’으로 불리는 기본 전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전술을 바탕으로 상대와 경기 흐름에 따라 미드필드를 두껍게 하는 전술로 전환하기도 한다. ‘4-1-4-1’로 불리는 포메이션으로 사실 이것이 오히려 지단의 축구에 가까운 모습이다. 지난 4월 3일 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진 맞수 FC 바르셀로나와의 엘클라시코 대결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서 지단의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준 대표적인 경기다. 메시와 수아레스, 네이마르로 대표되는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을 막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의 4-3-3 전술을 변형해, 미드필드진을 두껍게 세우는 강한 압박 전술을 보여줬다. 호날두와 벤제마, 베일까지 수시로 미드필드로 내려 바르셀로나 공격진을 압박했다.

강한 공격 성향의 바르셀로나와 달리 AT 마드리드는 두꺼운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에 능한 전략을 구사한다. 그럼에도 지단은 AT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FC 바르셀로나와의 대결에서처럼 호날두와 벤제마, 베일로 이어지는 공격진을 수시로 미드필드진까지 내리는, 변형된 이 전략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단이 추구하는 축구의 핵심은 탁월한 게임메이커를 중심으로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이 축구를 완성시킬 수 있는 탁월한 게임메이커 성향과 능력을 가진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스피드와 개인기를 가진 호날두나 베일이 최전방에서 조금 내려와 경기를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SBS스포츠 장지현 해설위원은 “지단이 강한 공격보다 조심스러운 경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며 “카세미루를 중심으로 AT 마드리드에 버금 갈 만큼 미드필드와 수비진을 탄탄하게 세우는 전략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기회가 났을 때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을 효율적으로 쓰는 전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장 해설위원의 설명이다.

지단과 시메오네의 복수혈전

반면 디에고 시메오네는 시메오네표 축구로 불리는 강하고 거친 수비를 기본으로, 킬 패스 앤 러시(Kill-pass And Rush)로 불리는 역습 축구를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시메오네 축구가 강한 것은 이 뻔한 축구를 그 누구도 쉽게 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하고 매우 거친 수비가 비밀이다. 선수 시절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또 이탈리아와 스페인 클럽에서 보여준 시메오네식의 질식 축구를 감독이 되고서도 그대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 4명의 수비에 미드필드 역시 4명을 세우는 ‘4-4-2’ 전형에 최전방 공격수와 미드필드들이 상대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축구를 한다. 깊숙한 태클과 격한 몸싸움도 포지션을 막론하고 즐겨 사용한다. 디에고 고딘과 후안 프란, 히메네스가 버티는 수비진과 코케와 가비로 이어지는 미드필드 핵심 라인은 시메오네의 강하고 거친 압박축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시메오네가 이들에게 결승에서 호날두, 벤제마, 베일로 이어지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을 거칠게 몰아붙일 것을 주문할 게 분명하다.

거친 압박을 통해 공격 기회를 얻게 되면 공격 투톱인 그리즈만과 토레스를 향해 빠르게 찔러주는 역습을 노릴 것이다. 거친 수비와 압박, 그리고 역습으로 이어지는 이 시메오네표 축구에 FC 바르셀로나(8강전)와 바이에른 뮌헨(4강전) 모두 무너졌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시메오네의 압박과 거친 축구는 이미 신뢰할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점유율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특기인 기회가 있을 때 역습을 통해 게임을 풀어가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이후 레알 마드리드와 AT 마드리드 간 상대전적은 10전5승4무1패로 AT 마드리드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프리메라리가와 국왕컵, 수페르코파 등 거의 모든 대결에서 일방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두 팀 간 대결 중 AT 마드리드의 유일한 1패가 재미있다. 바로 2년 전 시메오네가 첫 우승을 노렸던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패배다. 덕분에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시메오네에게는 2년 전의 복수전이 된다.

반면 초보 감독 지단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선수로서 들어올렸던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감독 부임 첫해에 들어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선수 구성에서 앞서 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더구나 올해 2월 있었던 AT 마드리드와의 대결에서 지단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가 패했다. 수퍼스타 지단의 자존심에 시메오네가 굵은 상처를 내놓은 것이다. 그래서 지단에게도 이번 결승은 역시 복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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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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