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들의 골프 스코어는 고무줄이다. 워낙 자기 마음대로 치니 실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오너에는 기업의 사장·회장부터 대통령까지 포함된다. 얼마 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광이니 대통령 골프에 관해 알아보자.

미국에서는 골프가 대중적인 레저여서 그런지 한국과 달리 골프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2차 세계대전 중 아이젠하워 장군이 전투 지역에서 골프를 쳤다는 기록이 있고 주한미군 용산기지에 9만평(29만7500㎡)에 달하는 골프장이 있었을 정도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골프를 애호하는 트럼프의 라운드 기록은 정말 놀랍다. 최근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 후 10개월도 되지 않는 기간 중 골프장을 73번 방문해 62차례 라운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현재 추세로 골프를 즐길 경우 취임 1년 동안 80라운드를 기록하게 된다. 이는 미국프로골프 투어 선수가 연중 20개 대회에 출전해 커트 탈락이 없을 경우 기록할 수 있는 라운드 수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골프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지만, 트럼프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오바마는 8년 재임 기간 306차례 라운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 대통령은 재임 8년간 1200회,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800회 라운드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골프를 ‘귀족 스포츠’로 여기는 문화 탓에 골프를 좋아하는 대통령이 드물다. 군 출신 대통령인 박정희·전두환·노태우가 즐겼을 정도다. 1993년 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후 청와대 경내에 150야드가 넘는 드라이빙 레인지가 있는 걸 보고는 바로 폐쇄 조치를 내려 지금은 흔적도 없다.

오너들의 골프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트럼프부터 살펴보자. 최근 미국골프협회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10월 17일 68타를 쳤다. 71세인 트럼프가 ‘에이지 슈트’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에이지 슈트는 골프에서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타수를 기록하는 것을 골퍼의 최고 영예로 여기는데 과연 사실일까. 트럼프와 라운드해 본 프로골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80타 정도 친 것 같다”고 했다. 렉시 톰슨(미국)은 “나이를 감안하면 꽤 멀리 친다. 티샷 거리가 250야드 정도”라고 평가했다. 배우 새뮤얼 잭슨은 “트럼프와 당신 중 누구의 골프 실력이 더 좋은가”라는 질문을 받고는 “나는 스코어를 속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미국의 스포츠저널리스트 릭 라일리는 “트럼프는 자기 스스로 컨시드를 주고 공을 두 개 친 뒤 좋은 쪽 스코어를 카운트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른바 ‘알까기’를 하며 스코어를 속이는 일이 너무나 잦다고 한다. 한국의 기업체 오너인 회장들은 ‘알까기’는 거의 않지만, 동반자들이 잔디가 잘 자란 곳으로 공을 옮기거나 잘못 칠 경우 두 번씩 치게 해 ‘흡족함’을 맞춰준다고 한다.

이럴 경우엔 70대타를 곧잘 기록한다. 하지만 오너들끼리 내기가 붙으면 인정 사정이 없으므로 자신의 실력대로 80대를 치거나 90대를 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오너들의 스코어는 고무줄인 것이다.

김수인 골프칼럼니스트·전 스포츠조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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