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할 예정이었던 중국 바이톤의 전기 SUV ‘M-바이트’. ⓒphoto 뉴시스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할 예정이었던 중국 바이톤의 전기 SUV ‘M-바이트’. ⓒphoto 뉴시스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할 예정이던 중국 전기차 바이톤(BYTON)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고 있다. 2018년 경영난 끝에 공장 폐쇄를 단행한 한국GM 군산공장은 지난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명신’에 매각됐다. 명신은 현대차 사장과 현대증권 회장을 지낸 이양섭 회장이 창업한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업체 엠에스오토텍의 계열사다.

그간 현대기아차를 비롯 미국 테슬라 등에 자동차 부품을 납품해온 명신은 지난해 9월 바이톤 측과 앞으로 출시될 전기 SUV ‘M-바이트(Byte)’를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바이톤과 협약을 체결한 직후인 지난해 10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송하진 전북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군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군산은 전기차 육성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며 “군산이 전기차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려던 바이톤이 중국에서 사실상 도산 수순을 밟으면서 황해 건너 전북 군산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결과적으로 “군산이 전기차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도 ‘허언(虛言)’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바이톤(拜騰)은 이름에서 보듯 중국 최대 IT기업인 ‘텅쉰(텐센트)’을 비롯해, 애플 아이폰을 위탁생산하는 대만 폭스콘, 독일의 BMW, 일본의 인피니티(닛산), 중국 최대 배터리 기업인 닝더스다이(CATL), 중국 4대 국영자동차 회사인 제일자동차(이치) 등이 앞다퉈 투자해 출범한 신생 자동차 회사다.

지금껏 바이톤에 투자된 금액만 84억위안(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유럽과 일본의 명차인 BMW, 인피니티 출신들이 창업을 주도한 덕분에 바이톤은 ‘중국판 테슬라’라는 명성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발발로 인한 중국 자동차 시장 침체와 코로나19로 인해 예기치 못한 경영난에 봉착했다. 당초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M-바이트의 양산마저 차일피일 지연되면서 임직원 월급도 수개월째 체불되고, 장쑤성 난징(南京)공장은 전기와 수도가 모두 끊어진 상태라고 한다. 상하이사무실과 베이징사무실은 각각 지난 4월과 6월 철수한 상태로 알려졌다. 사측도 지난 6월 29일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향후 6개월간 모든 조업을 중단하고, 임직원 1000여명 중 필수인원만으로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車 시장 2년 연속 역성장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콘셉트카 M-바이트를 선보여 많은 기대를 모아온 바이톤의 도산은 중국 현지에서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바이톤 도산의 가장 큰 이유로는 자동차 구매수요 감소가 꼽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은 2069만대로 전년 대비 7.4%가 감소했다. 2018년 3% 감소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이다. 코로나19가 반영될 올해 판매실적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나마 지난 2년 연속 역성장을 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비롯한 친환경차는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9년 중국에서 친환경차는 모두 103만대가 판매돼 2018년(92만대)에 비해 12%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시장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비야디(BYD)나 지리(吉利) 같은 토종 민간 기업이나, 중앙과 지방정부의 노골적인 지원을 받는 베이징차(北汽), 상하이차(上汽), 광저우차(廣汽) 같은 국영차가 생산하는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세계 2위이자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의 경우 이미 중국 전체 친환경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장의 21%가량을 차지하며 압도적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 뒤를 베이징차(14%), 지리(6%) 등이 따르고 있는데, 모두 저가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토종 업체들이다.

지난 1월 중국 상하이 푸둥신구에 현지 생산공장을 완공한 선발주자 테슬라의 기세도 무섭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6만대를 판매했는데 중국에서만 4만대를 판매했다. 상하이 현지 공장을 가동한 올해는 중국에서만 약 10만대 판매를 예상 중이다.

결국 바이톤으로서는 코로나19와 맞물린 자동차 시장 침체와 높은 진입장벽 탓에 좌초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이유로 전기차·스마트카 붐에 편승해 출범한 신생 자동차 회사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웨이라이(蔚來·니오), 샤오펑(小鵬), 웨이마(威馬) 등 신생 자동차 스타트업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받아 출범한 후 그럴듯한 브랜드와 디자인을 갖춘 차를 선보인 바 있지만,이 중 안후이성 허페이에 본사를 둔 ‘니오’만 지난해 2만대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한 정도다. 샤오펑과 웨이마의 판매량은 각각 1만6000대가량으로 목표량에 많이 밑돈다.

신생 전기차 업체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바이톤이 사실상 도산 수순을 밟으면서 양산을 앞두고 좌초한 전기 SUV M-바이트는 중국의 국영 자동차인 이치(一汽)의 전기차 모델로 재탄생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바이톤의 피인수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중국 토종차 업계 1위인 지리차 등의 이름이 거명되는 상황이다. 볼보(스웨덴), 로터스(영국) 등을 인수해 유명세를 얻은 지리의 경우 2016년 볼보와 함께 고급 SUV 브랜드인 ‘링크앤코(Lynk&Co)’를 출범해, 지난해 12만대가량을 판매했다.

바이톤 모델을 들여와 옛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위탁생산하려던 명신의 계획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명신 측은 2021년 5만대가량을 생산한 뒤, 2023년 12만대, 2025년까지 22만대로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연산 27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옛 한국GM 군산공장의 생산력을 거의 회복할 수 있는 물량이었다.

‘군산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인 군산시 일자리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바이톤의 6개월간 운영중단 결정은 추가 투자유치가 실패하면서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으로 안다”며 “난징공장도 거의 완성된 상태라서 주요 투자자인 이치 등이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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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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