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방류 중인 싼샤댐. ⓒphoto 신화·뉴시스
지난 6월 29일 방류 중인 싼샤댐. ⓒphoto 신화·뉴시스

중국에서 대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싼샤(三峽)댐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른다. 올해는 싼샤에서 300여㎞ 떨어진 우한(武漢)에 코로나19가 번진 데 이어 6~7월 들어 홍수와 지진, 산사태까지 발생, 싼샤댐을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만약 싼샤댐이 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30억㎥의 흙탕물이 하류를 휩쓸면 강 주변의 수많은 도시와 농촌이 수몰되어 4억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후이(安徽)·장시(江西)·저장(浙江)·장쑤(江蘇)성의 곡창지대가 매몰되면 식량난이 닥칠 수밖에 없다. 상하이(上海), 난징(南京), 쑤저우(蘇州) 등 도시의 기능이 멈추고 생산과 물류도 중단된다. 상하이와 그 주변의 2만2000여개 외자기업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하는 지역이 수몰되면, 중국 경제는 치명적 상처를 입고 이를 회복하는 데 10~20년이 걸릴 것이다. 세계경제도 그 충격파로 휘청일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시나리오가 해마다 여름이면 싼샤댐의 붕괴 가능성과 함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정말 싼샤댐은 붕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중국 정부는 이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80년 만의 대홍수 강타한 중국 중서부

올해 중국은 6월부터 시작된 남서부의 폭우와 장마로 80년 만의 대홍수를 맞았다. 7월 15일 현재 전국 27개 성(省)에서 이재민 3789만명, 사망 및 실종 141명, 가옥 파손 2만8000채의 피해를 입었다. 한국 인구의 73%에 해당하는 중국인이 집을 잃은 것이다. 장강(長江) 중하류와 둥팅호(洞庭湖), 포양호(鄱陽湖), 장시성 슈수이(修水), 우허(抚河) 등 212개 호수 및 하천에서 경보 단계 이상의 홍수가 발생했고, 그중 72개 하천이 최종 안전선을 넘었으며, 19개는 역사상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홍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장시성과 저장성은 1급 경계령이 내려졌다. 이 지역에서는 무수한 지방 도시와 농촌 마을이 물에 잠겨 호수 속에 건물이 떠 있는 듯하다. 후베이(湖北)와 안후이성은 2급, 장쑤·후난(湖南)·충칭(重慶)·구이저우(貴州)성은 3급 경계령이 내려졌다. 시진핑은 지난 7월 12일 홍수대책과 이재민 구호활동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대홍수는 싼샤댐에 어떤 압박을 주고 있을까. 싼샤댐은 지난 6월 29일 경계수위(145m)를 2m 넘긴 147m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싼샤댐을 비롯한 주변 4개 댐에서 일제히 방류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예젠춘(葉建春) 수리부 부부장은 지난 6월 11일 기자회견에서 “수해방지 대책에 의해 지금은 건국 이래 최대의 홍수를 방어할 수 있지만, 예상 이상의 홍수가 발생하면 방어능력을 초과하여 ‘블랙스완(Black Swan·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나 경제위기)’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 정부 고위 인사가 싼샤댐의 위급 상황을 언급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싼샤댐의 수위는 그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지난 7월 15일 밤 9시 현재 155.8m에 도달했다. 댐 제방 최고 높이(181m)까지는 아직 25m 정도의 여유가 있지만, 앞으로 강우량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중국 수리 당국은 매년 6~8월 장마철에 대비해 5월부터 방류를 시작해 수위를 장마철 수위인 145m 이하로 유지한다. 중국의 한 수리전문가는 이 같은 싼샤댐의 기능을 “저녁에 뷔페를 먹을 것을 아는 사람이 점심을 먹지 않고 물만 마시는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홍수기에 대비해 미리 댐을 적절히 비워 두는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동시에 하류 지역의 상황도 감안해 계획적이고 질서 있게 방류를 실시한다. 때로는 장강 중하류 제방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이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시간을 벌도록 방류를 조절하기도 한다. 중국 정부는 싼샤댐 건설 이전보다 이후에 주변 지역 제방이 무너진 횟수가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만약 올해 같은 대홍수가 일어났을 때 싼샤댐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났을 것이란 게 중국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싼샤댐의 상류와 하류 지역 모두 홍수가 발생하여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댐의 방수량을 늘리면 하류 지역 피해가 늘어나고, 방수량을 줄이면 상류의 피해가 늘어나는 형국이다. 또 싼샤의 최대 저수량은 390억㎥ 정도밖에 안 되는데 계속 유입량이 불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엄청난 저수량을 자랑하는 거대 호수 둥팅호와 포양호도 이미 만수여서 싼샤댐의 부담을 덜어줄 능력을 거의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폭우가 계속되면 싼샤댐은 버텨낼 수 있을까?

칭화대 수리전문가 “싼샤댐 10년 안에 무너진다”

싼샤댐은 1994년부터 리펑(李鵬) 총리(당시) 주도로 15년에 걸쳐 건설된 세계 최대 수력발전댐이다. 댐의 길이는 2.3㎞, 높이는 181m이며, 최대 저수량은 393억㎥이다. 이는 미국 후버댐의 저수량(320억㎥)보다 많다. 싼샤댐은 또 70만㎾ 발전기 32기(지하 6기 포함)를 갖추었으며, 총발전량은 2250만㎾에 달한다. 이는 한때 중국 총발전량의 10%에 달했다. 싼샤댐은 건설 전부터 문화계의 반대가 심했다. 장강 유역에 있는 두보(杜甫), 이백(李白), 굴원(屈原) 등 역사적 문인들의 시가(詩歌)와 삼국지 등에 얽힌 1000여개의 문화유적이 수몰될 것을 우려했다.

환경과 수리전문가들의 반대도 강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중국 최고의 수리학자 황완리(黃萬里) 전 칭화대(淸華大) 교수였다. 그는 공산 중국 건국 초기 황허(黃河)댐 건설에 반대했다가 22년의 강제노역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1990년대 초 싼샤댐 건설 논의가 본격화하자 공산당 지도부에 세 차례 편지를 써서 “30분만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외면당하자 댐 건설 이후 발생할 12가지 예측을 내놓았다. 그것은 하상침전물, 수질악화, 이상 기후, 지진 빈발, 상류지역 홍수 및 댐 붕괴 등이었다. 황 교수는 싼샤댐 완공(2009년) 8년 전 작고했는데, 임종 직전 “싼샤댐은 10년을 버티기 어렵다”며 “어떤 방법으로도 운영할 수 없게 되면, 파괴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유언을 남겼다. 싼샤댐은 황 교수의 예언 기한(2019년)을 넘겨 가동되고 있지만, 많은 중국인은 여전히 걱정한다. 그 까닭은 정부를 완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싼샤댐은 2008년 시험 저수를 시작할 때부터 날림공사와 리펑파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시끄러웠다. 당시 강벽 붕괴와 토사유출, 지반변형이 일어났고, 댐 제방에 약 1만개의 균열이 발생했다. 댐 완공 후에는 거대한 저수지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로 인해 주변 지역에 짙은 안개가 잦고 호우도 빈발하고 있다. 그로 인한 주변 생태계의 변화, 수중 생식계의 변화, 농작물에 대한 영향도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또 상류로부터 내려오는 대량의 모래가 저수지 바닥에 쌓이고 댐의 수문을 막아 녹조를 발생시키며 끈적끈적한 잡초와 쓰레기가 뒤섞인 것이 5만㎡로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도, 기술자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해 포기한 상태라고 뉴스위크 일본어판(2020년 7월 6일 자)은 지적했다.

장시성 포양호 제방 구축에 나선 인민해방군. ⓒphoto 신화·뉴시스
장시성 포양호 제방 구축에 나선 인민해방군. ⓒphoto 신화·뉴시스

싼샤댐의 엄청난 수압이 지진을 유발한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막대한 저수량에 의한 수압이다.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최근 중국 서부에서 자주 발생하는 지진이 싼샤댐의 거대 저수량에 따른 수압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 2008년 5월 발생한 쓰촨(四川)대지진은 진도 7.9였고, 파괴력은 1995년 일본 한신·아와이대지진(진도 7.2)의 30배에 달했다. 지진의 원인으로는 쓰촨분지의 서북단에 걸친 약 300㎞에 달하는 룽먼산(龍門山) 단층대의 일부가 어긋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쓰촨분지는 표고 5000m급의 산들이 이어진 티베트고원에서 급경사로 내려온 곳에 형성된 표고 500m 정도의 분지로서, 유라시아판(板)과 양쯔강판(揚子江板)의 경계선 위에 있다. 크고 작은 단층대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진 다발 지역이다. 쓰촨대지진이 발생한 2008년 5월이면 이미 싼샤댐의 저수 수위가 156m를 넘은 시점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전문가들은 댐에 모인 막대한 양의 물의 압력으로 지면에서 지하 단층대로 물이 스며들어 단층의 단차(段差)를 유발한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이것에 의해 지질변동이 일어나고 룽먼산 단층대가 새로운 활동기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앞으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싼샤댐의 수압과 지진의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2017년 6월 하순, 쓰촨성에서 산지 토사붕괴로 62채의 주택이 매몰되고 12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붕괴 현장은 2008년 쓰촨대지진과 같은 장소였다. 며칠 동안 내린 폭우로 지반이 약화된 것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폭우만이 원인은 아닐 것으로 지적되었다. 즉 지진과의 연관성이 거론되고 있다. 같은 쓰촨성 아바현(阿坝縣)에서 약 한 달 반 뒤(2017년 8월 9일)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하여 19명이 숨지고 247명이 부상당했다. 산사태와 지진이 두 달 안에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이 아바현에서 올 7월 초 규모 3.2의 지진이 또 발생했다. 곧 이어 쓰촨성에서 멀지 않은 구이저우성 비제(毕节)에서도 규모 4.5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놀라운 사실은, 구이저우성의 지진을 앞두고 6월 26일부터 비제 인근의 웨이닝(威寧)현 슈쉐이진(秀水鎭)에서 ‘용의 울음(龍叫聲)’이라 불리는 괴이한 소리가 들려 현지 주민 수만 명이 산 위로 올라가 이를 녹음하거나 동영상을 촬영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공상과학영화에 등장하는 괴기동물의 효과음과 비슷한 울음소리가 10일간이나 들렸다고 한다. 이 소리를 듣기 위해 산 위로 올라간 사람들의 놀라운 표정과 괴성을 담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여럿 올라와 있다.(사례 https://www.youtube.com/watch?v=8Fu-9Yy3d8s) 현지 정부와 전문가들은 이 소리가 새나 동물의 소리라고 분석했지만, 주민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일부 주민들은 이 괴성이 땅속의 단층대가 마찰하면서 발생하는 소리로 추정하고, 지진 발생에 대비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이 소리의 원인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작은 것을 버려 큰 것을 지킨다’

2017년과 마찬가지로 올 6~7월에도 쓰촨성에서 산사태와 지진이 번갈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쓰촨성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7월 1일에는 충칭에서 산사태가 일어났다. 7월 초 발생한 두 차례 지진에 앞선 현상이다. 이 모든 현상이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일까? 미국에 본부를 둔 반중국 매체인 대기원시보와 신세기(新世紀)TV는 7월 초 중국 당국이 은밀히 싼샤댐 붕괴 시뮬레이션을 실험하고 고위층의 도피처까지 마련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잦아지는 지진과 산사태 현상에 대해 중국 정부가 주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수리부 부부장이 언급한 ‘블랙스완’이 이를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또한 중국의 과학자들은 이들 현상의 연관성을 면밀히 연구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그런 연구결과가 나온다 해도 중국 정부가 당장 이를 공개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왜냐하면 싼샤댐 붕괴 시나리오는 장강 연안에 거주하는 6억 인구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으로 중국 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한 공산당의 무능과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국가 지도자 시진핑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무엇보다 싼샤댐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먼저 강구할 것이다. 중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댐으로 유입되는 수량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수량을 방류하여 댐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유입량을 줄이려면 댐의 상류에서 고의적으로 하천 제방을 무너뜨려 물이 농지나 민가, 혹은 도시 지역으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또 저수량을 줄이려면 하류 지역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일단 방류를 우선시해야 한다. 모두 국민의 삶의 터전을 훼손하는 일이다. 이는 중국 공산당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방식, 즉 ‘작은 것을 버려 큰 것을 지키는’ 전술이다. 중국 공산당에 가장 큰 일은 ‘당의 영도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처음에 제기했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싼샤댐은 붕괴할 가능성이 있는가?’ ‘정부는 이에 대비하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이제 분명해졌다. ‘중국 공산당은 싼샤댐이 붕괴하도록 놔두지 않는다’가 정답이다. 물론 싼샤댐은 그 자체로 크고 작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근년에 주변에서 지진과 산사태가 증가하는 것은 싼샤댐의 거대 저수량에 따른 수압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 만약 2008년과 같은 대형 지진이 싼샤 부근에서 일어난다면 댐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가 일어나지 않는 한 싼샤댐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수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희생하는 한이 있어도 싼샤댐이 무너지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해범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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