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심상찮다. 1989년 천안문사태 이후 처음으로 청년 대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시위대는 당국에 체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경찰 앞에서 정부 정책을 직접 비판했다. 심지어 지도자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도 터져나왔다. 청년 시민들은 아무런 글자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白紙)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스스로 ‘백지혁명(白紙運動)’이라 이름 붙인 자발적 시위는 베이징과 상하이뿐만 아니라 난징, 우한, 청두 등 전국 10여개 대도시로 번졌다. 반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들이, ‘시진핑 황제’ 3기 체제가 출범
‘낯선 중국’이 등장했다. 그동안 봐오던 중국이 아니다. 지난 10월 말 출범한 시진핑 3기 체제는 지금까지의 중국과 다른 미래를 예고한다. 새로운 행로의 중심에 시진핑(習近平)이 있다. 그의 리더십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절대권력자의 모습이다. 그의 얼굴에는 역사 속 여러 인물이 모자이크처럼 합쳐져 있다. 전통시대 서양 사신을 무릎 꿇리던 중국 황제의 도도한 얼굴이 거기에 있다.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여 공산국가를 세운 마오쩌둥의 자신감도 드러난다. 공포정치로 수백만 국민을 죽음으로 몬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모습도 엿보인
4년마다 실시되는 대만의 지방선거는 흔히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린다. 9명의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한 번의 선거로 뽑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에는 직할시 시장, 직할시 의원, 시장과 현장, 시의원과 현(縣)의원, 향진시(鄕鎭市)의 수장, 향진시의 주민대표, 직할시 원주민구 수장과 대표, 이장과 촌장이 포함된다. 오는 11월 26일 실시되는 올 지방선거에 1만9000여명의 후보자가 이미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앞서 유권자 단체들로부터 특별한 문서, 이른바 ‘불항복서약서(不投降承諾書)’에 서명을 요구받
한국의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월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 산둥성 칭다오(靑島)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왕이 부장은 한·중 수교 30년을 논어(論語)의 ‘삼십이립(三十而立)’에 비유했다. 공자가 나이 삼십이 되어 확고한 신념을 세웠듯이, 한·중도 수교 30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굳건히 세우자는 의미였다. 왕이는 이어 미래 30년의 양국 관계 원칙으로 ‘5개의 응당(應當·마땅히 해야 하는 것)’을 주장했다. 그것은 ①독립 자주의 견지와 외부 간섭의 배제 ②선린우호의 견지와 상호 중대 관
중국은 올가을 중대한 정치행사를 앞두고 있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20대)다. 10월 중하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정치행사는 현대 중국 정치사에서 몇 안 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나 암살, 병사 같은 돌발적 사건이 없는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그에 그치지 않고 사실상 종신 지도자로 군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지난 40여년 동안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로 이어져 오던 순리적인 권력 교체 전통은 깨질 것이 확실하다.
한국에서 ‘중국 공포증’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 강화의 외교 노선을 분명히 하자, 중국의 추가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학자들도 “윤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깨졌다”며 ‘중국 공포증’ 확산에 한몫 거든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보복’이 가해지면, 코로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중국의 추가 보복은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 수단은 무엇이고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공포’란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때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1992년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3025억달러에 달하고, 한국의 대중국 무역의존도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25%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간 인적 교류는 연간 1000만명을 상회하며 누적 투자액은 1000억달러에 이른다. 외적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올 연말 코로나 상황이 풀리고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해제되면, 양국 간 교류는 다시 폭발할 것이다. 한·중 관계 뒤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양적으로
“선생님, 미안해요.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요.”지난 4월 13일 중국 상하이의 한 퇴직교사가 거민위원회(居委) 직원과 통화하는 내용이 필자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 상하이가 코로나19로 봉쇄된 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거민위원회는 우리의 주민센터와 비슷한 말단 행정조직이다. 퇴직교사(A)와 젊은 거민위원회 직원(B)은 이전부터 알던 사이로 보인다. 3분9초가량 이어지는 이 통화는 집안에 갇힌 연로한 퇴직교사가 식료품 조달 등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민위원회 직원이 “도와줄 수 없다”고 대응하는 내용이다. 두 사람의 대화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공산당 일부 원로들(party elders), 즉 정치적 담론에서 여전히 발언권을 가진 몇몇 퇴직 지도자들이 기존의 권력승계 시스템을 깨려는 시진핑의 욕망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 가운데 주룽지(朱鎔基·94) 전 총리도 포함돼 있다.”미국의 경제 권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15일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하는 놀라운 뉴스를 보도했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던 시진핑의 3연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그 주체는 바로 이전 정부의 지도자들, 즉 공산당 원로들이라는 기사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끝내 한국에 오지 않았다. 5년 내내 그의 방한을 학수고대하던 문재인 정부는 베이징만 바라보다 목이 빠질 지경이 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중국 정상이 답방(答訪)하지 않은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유일하다. 돌이켜보면 문 정부의 대중 외교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중요 이슈에서 중국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며 머리를 숙였지만, 돌아온 것은 모멸 찬 냉대(冷待)와 지속적인 경제보복뿐이었다.중국에 가장 고분고분했던 문 정부는 왜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 5년간 한·중 관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 27일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대만 외교공관을 자국에 설치한 리투아니아에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제소를 공표하면서 “베이징은 정치적 이유로 수출품 통관 저지와 같은 무역압력 수단으로 EU 회원국에 위협을 가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EU는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는 작년 11월 18일(현지시각) 수도 빌뉴스에 대만의 외교공관인 ‘대만대표부’ 설치에 동의했다. 중국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새해 첫날은 대다수 사람에게 꿈과 희망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중국의 한 가족에게 2022년 1월 1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의 날이 되고 말았다. 중국 시안(西安)에 사는 임신 8개월의 여성 A씨는 1일 오후 7시쯤 갑자기 복통을 느꼈다. A씨 가족은 응급구조대인 120(한국의 119에 해당)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이에 가족은 공안국(경찰청)으로 전화(110)를 걸었다. 간신히 경찰의 도움을 받아 A씨가 시안 가오신(高新)병원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그러나 병원은 A씨의 입원을 거절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12월 16일 ‘워싱턴은 중국과 잘못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Washington is preparing for the wrong war with China)’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대만해협 갈등으로 촉발되는 미·중(美中) 전쟁의 가능성과 전개 양상을 분석·예측한 글이다. ‘갈등은 길고 지저분할 것(long and messy)’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필자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문제연구소(SAIS) ‘키신저 석좌교수’이자 기업연구소(AEI)
중국의 전력난이 가중되던 지난 9월 말,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는 국영 에너지기업 책임자들을 불러놓고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그는 긴급회의에서 “그 어떤 정전사태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운영에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 부총리의 위압적 지시가 나온 이후에도 중국의 정전(停電)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10월 들어서도 중국 곳곳에서 단전과 제한 송전으로 도시는 암흑천지가 되고 기업은 가동을 멈췄다. 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한 중국의 전력난이 ‘윗분의 명령’ 한 번으로 쉽게
한 국가의 외교수장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그 나라 외교전략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지구촌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못지않게 바쁜 외교수장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일 것이다. 필자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살펴봤더니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51일 동안 왕이 부장이 소화한 공식 대외활동은 117회에 달했다. 하루 평균 2.3회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하루에 8개의 행사를 치른 날(8월 5일)도 있었다. 그는 지난 7월 12일 투르크메니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회담한 것을 비롯해 인도 외무장관(7월 14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鄧朴方公開信)’에서 제기한 15개 문제는, 그가 직접 썼든 안 썼든 관계없이 모두 정곡을 찌른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것은 대륙의 앞날과 대륙에 사는 가족·친지들의 삶과 직결되는 일이다.”지난 8월 7일 미국에 거주하는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 차이샤(蔡霞·69)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차이샤 교수는 중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저명한 사회주의 이론가다. 그녀는 2020년 초 미국 체류 중 훙얼다이(紅二代·공산혁명 원로의 2세) 비공개 모임에서 시진
“창밖의 물이 불어나더니 지하철 문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지하철 안의 물도 점점 올라왔다. 우리는 모두 의자 위로 올라섰지만, 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정말 무서웠다.”지난 7월 20일 중국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 지하철 5호선 수몰사고 현장에서 탈출한 생존자의 말이다.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은 500여명.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정저우 지하철 5호선은 이날 오후 5시45분쯤 시내 중심부 구간에서 멈춰 섰다. 도로에서 넘친 물이 지하철 입구를 타고 폭포처럼 쏟아져 열차를 세운 것이다. 물은 빠
‘유럽의 무대책에 직면한 아프리카에서 중국 백신 제조사 생산시설 확장’.중화(中華)민족주의를 대표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7월 6일 자 기사 제목이다. 이 매체는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업체들이 이집트와 모로코에서 현지 생산을 개시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유럽의 공허한 약속(empty promises)으로 아프리카인들이 실망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돕는다”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인 시노팜(Sinopharm)은 지난 7월 5일 모로코에서 현지
1997년 6월 말 필자는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의 일원으로 ‘홍콩 반환’의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 6월 30일 밤 9시, 높다란 철제장벽 위로 나선형 철조망이 휘감은 홍콩 록마차우(落馬洲) 검문소 저편으로부터 군용트럭의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일렬로 다가오더니 검문소 앞에 멈춰 섰다. 간단한 서류 확인과 힘찬 경례 소리에 이어 무거운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 철모에 소총으로 무장한 중국 인민해방군 500여명을 태운 39대의 트럭이 선전(深圳) 쪽에서 홍콩 경계선을 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았다. 새로운 역사의 한 장이 짧
일본 문부과학성이 5월 말부터 와세다(早稻田)대학,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등 자국 내 14개 사립대학에 설치된 ‘공자학원(孔子學院)’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닛케이(日經)아시아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자학원의 교육 내용, 참여 학생수, 활동자금과 조직운영 실태, 해당 대학의 교육과 연구 개입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대학 측에 요구했다. 그동안 일본 대학은 학위 취득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한 해외 기관과의 연계 교육사업에 대해 정부의 허가를 받거나 등록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공자학원은 예외로 취급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