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공산당 일부 원로들(party elders), 즉 정치적 담론에서 여전히 발언권을 가진 몇몇 퇴직 지도자들이 기존의 권력승계 시스템을 깨려는 시진핑의 욕망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 가운데 주룽지(朱鎔基·94) 전 총리도 포함돼 있다.”미국의 경제 권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15일 중국 내부 사정을 전하는 놀라운 뉴스를 보도했다. 탄탄대로일 것만 같던 시진핑의 3연임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나타났으며, 그 주체는 바로 이전 정부의 지도자들, 즉 공산당 원로들이라는 기사였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끝내 한국에 오지 않았다. 5년 내내 그의 방한을 학수고대하던 문재인 정부는 베이징만 바라보다 목이 빠질 지경이 되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중국 정상이 답방(答訪)하지 않은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유일하다. 돌이켜보면 문 정부의 대중 외교는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중요 이슈에서 중국의 무리한 요구까지 수용하며 머리를 숙였지만, 돌아온 것은 모멸 찬 냉대(冷待)와 지속적인 경제보복뿐이었다.중국에 가장 고분고분했던 문 정부는 왜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지난 5년간 한·중 관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 27일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중국이 대만 외교공관을 자국에 설치한 리투아니아에 경제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제소를 공표하면서 “베이징은 정치적 이유로 수출품 통관 저지와 같은 무역압력 수단으로 EU 회원국에 위협을 가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EU는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리투아니아는 작년 11월 18일(현지시각) 수도 빌뉴스에 대만의 외교공관인 ‘대만대표부’ 설치에 동의했다. 중국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새해 첫날은 대다수 사람에게 꿈과 희망의 출발점이다. 하지만 중국의 한 가족에게 2022년 1월 1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고통의 날이 되고 말았다. 중국 시안(西安)에 사는 임신 8개월의 여성 A씨는 1일 오후 7시쯤 갑자기 복통을 느꼈다. A씨 가족은 응급구조대인 120(한국의 119에 해당)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이에 가족은 공안국(경찰청)으로 전화(110)를 걸었다. 간신히 경찰의 도움을 받아 A씨가 시안 가오신(高新)병원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그러나 병원은 A씨의 입원을 거절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지난 12월 16일 ‘워싱턴은 중국과 잘못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Washington is preparing for the wrong war with China)’란 제목의 글을 실었다. 대만해협 갈등으로 촉발되는 미·중(美中) 전쟁의 가능성과 전개 양상을 분석·예측한 글이다. ‘갈등은 길고 지저분할 것(long and messy)’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필자는 두 사람이다. 한 사람은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문제연구소(SAIS) ‘키신저 석좌교수’이자 기업연구소(AEI)
중국의 전력난이 가중되던 지난 9월 말,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는 국영 에너지기업 책임자들을 불러놓고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그는 긴급회의에서 “그 어떤 정전사태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가 운영에 충분한 연료를 확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한 부총리의 위압적 지시가 나온 이후에도 중국의 정전(停電)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10월 들어서도 중국 곳곳에서 단전과 제한 송전으로 도시는 암흑천지가 되고 기업은 가동을 멈췄다. 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한 중국의 전력난이 ‘윗분의 명령’ 한 번으로 쉽게
한 국가의 외교수장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그 나라 외교전략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지구촌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못지않게 바쁜 외교수장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일 것이다. 필자가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살펴봤더니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51일 동안 왕이 부장이 소화한 공식 대외활동은 117회에 달했다. 하루 평균 2.3회의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하루에 8개의 행사를 치른 날(8월 5일)도 있었다. 그는 지난 7월 12일 투르크메니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회담한 것을 비롯해 인도 외무장관(7월 14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덩푸팡의 공개 편지(鄧朴方公開信)’에서 제기한 15개 문제는, 그가 직접 썼든 안 썼든 관계없이 모두 정곡을 찌른 문제들이다. 이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하는 것은 대륙의 앞날과 대륙에 사는 가족·친지들의 삶과 직결되는 일이다.”지난 8월 7일 미국에 거주하는 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 교수 차이샤(蔡霞·69)가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차이샤 교수는 중국을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저명한 사회주의 이론가다. 그녀는 2020년 초 미국 체류 중 훙얼다이(紅二代·공산혁명 원로의 2세) 비공개 모임에서 시진
“창밖의 물이 불어나더니 지하철 문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지하철 안의 물도 점점 올라왔다. 우리는 모두 의자 위로 올라섰지만, 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정말 무서웠다.”지난 7월 20일 중국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 지하철 5호선 수몰사고 현장에서 탈출한 생존자의 말이다.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은 500여명.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정저우 지하철 5호선은 이날 오후 5시45분쯤 시내 중심부 구간에서 멈춰 섰다. 도로에서 넘친 물이 지하철 입구를 타고 폭포처럼 쏟아져 열차를 세운 것이다. 물은 빠
‘유럽의 무대책에 직면한 아프리카에서 중국 백신 제조사 생산시설 확장’.중화(中華)민족주의를 대표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 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7월 6일 자 기사 제목이다. 이 매체는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업체들이 이집트와 모로코에서 현지 생산을 개시했다는 뉴스를 전하며 ‘유럽의 공허한 약속(empty promises)으로 아프리카인들이 실망했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돕는다”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코로나19 백신 생산업체인 시노팜(Sinopharm)은 지난 7월 5일 모로코에서 현지
1997년 6월 말 필자는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의 일원으로 ‘홍콩 반환’의 역사적 현장에 있었다. 6월 30일 밤 9시, 높다란 철제장벽 위로 나선형 철조망이 휘감은 홍콩 록마차우(落馬洲) 검문소 저편으로부터 군용트럭의 강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일렬로 다가오더니 검문소 앞에 멈춰 섰다. 간단한 서류 확인과 힘찬 경례 소리에 이어 무거운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 철모에 소총으로 무장한 중국 인민해방군 500여명을 태운 39대의 트럭이 선전(深圳) 쪽에서 홍콩 경계선을 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3분이 되지 않았다. 새로운 역사의 한 장이 짧
일본 문부과학성이 5월 말부터 와세다(早稻田)대학,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등 자국 내 14개 사립대학에 설치된 ‘공자학원(孔子學院)’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닛케이(日經)아시아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공자학원의 교육 내용, 참여 학생수, 활동자금과 조직운영 실태, 해당 대학의 교육과 연구 개입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대학 측에 요구했다. 그동안 일본 대학은 학위 취득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한 해외 기관과의 연계 교육사업에 대해 정부의 허가를 받거나 등록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공자학원은 예외로 취급하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의외로 조용하다. 지난 5월 21일 문재인·바이든 회담이 끝난 뒤, 중국은 ‘화’를 내는 시늉은 했지만, 그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약했다. 이번 워싱턴 회담은 지난 4년간 친중(親中)·친북(親北) 노선을 걸어온 좌파 정부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결과를 내놓았다. 공동성명에는 삐걱거리던 한·미 동맹을 복원하는 내용은 물론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남중국해 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한국의 우파조차 “‘찰떡 동맹’을 강조했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2021년 6월 1일 자 조선일보 김대중칼
지난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에 영국의 한 언론과 중국 정부가 ‘중국의 인구’를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 나라의 인구는 그 나라 정부가 가장 정확히 알기 마련이다. 인구를 조사하는 주체가 각국 정부이므로, 세계는 각국 정부가 발표하는 인구통계를 믿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중국에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중국 정부의 권위에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중국 정부의 ‘인구통계’에 의문 제기한 FTFT는 지난 4월 27일 “아직 공개되지 않
지난 4월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의 글이 중화권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작년 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그의 글은 마카오 언론에 실려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의 글이 중국 국내에서 배포 및 공유 금지를 당했다는 점이다. 중국 전직 총리가 공산당에 의해 입에 ‘재갈이 물린(被上嘴套·독일 방송사 도이체벨레(DW)의 표현)’ 이 사건이 더욱 큰 화제를 몰고 왔다.국내외 언론은 원 전 총리의 글에서 ‘자유(自由)’라는 단어가 문제가 되어 배포 금지를 당했을 것으로 추정 보도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찬
1837년 영국 동인도회사는 당시 최대 제철소 겸 조선소였던 버컨헤드(Birkenhead) 철공소에 군함 6척을 은밀히 주문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배의 이름은 ‘네메시스(Nemesis)’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복수의 여신이다. 정부가 아닌 무역회사가 발주한 이 군함은 두 가지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첫째, 세계 최초로 선체 전부를 철판으로 만든 전함이었다. 둘째, 60마력짜리 증기(蒸氣) 엔진 2대를 장착한 최초의 동력선이었다. 두 개의 돛대도 달아 순풍에는 풍력을 이용하고, 거친 파도에는 증기 엔진을 가동해 7~8노트(시속
영어로는 스프래틀리 군도(Spratly Islands), 중국어로는 난사군도(南沙群島)라 불리는 남중국해의 암초 해역에서 한 달째 국제적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어선 220여척이 지난 3월 초부터 필리핀 근해에 있는 휘트선 암초(Whitsun Reef·중국명 뉴어자오·牛軛礁) 부근에 집결해 1개월 이상 꿈쩍 않고 정박해 있다. 중국 배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이와 관련 지난 4월 2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블룸버그통신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중국 어선들
지난 2월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취임 인사를 겸한 이날 통화에서 정의용 장관은 한·중 관계와 지역 정세를 논의하고,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도 협의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양국 정상과 고위급 교류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중 관계의 심화 및 발전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함께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에서는 매년 두 차례 큰 정치행사가 열린다. 봄철의 ‘양회(兩會)’와 가을의 ‘당대회(黨大會)’가 그것이다. 양회는 두 개의 회의를 말한다. 하나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약칭 전인대)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약칭 정협)이다. 전인대는 법률 제정과 수정의 권한을 가지며, 정부(國務院) 정책을 감독한다. 정협은 당과 정부의 정책 방향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명목상의 권한이다. 실제로 양회는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 전인대든, 정협이든, 공산당이 허용하는
지난 2월 21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앞에 400여명의 다국적 시위대가 모였다. 재미(在美) 미얀마인, 중국 화교, 미국인으로 구성된 시위대는 영어와 중국어로 ‘중국은 버마(미얀마)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말라(We Don’t Want Your Influence In Burma)’와 같은 구호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뉴욕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인디애나주 등에서 온 미얀마인이라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같은 시각 로스앤젤레스(LA)의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도 수백 명의 미얀마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