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photo 뉴시스
지난 9월 9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photo 뉴시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치 10년 차를 맞이하여 군 조직을 전면 재편하고 군 고위급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김정은 통치 내내 조직 재편과 잦은 물갈이 인사가 일상화된 상태지만,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21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군 조직 개편을 언급한 이후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당시 회의에서 김정은은 새로운 부대를 조직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문제, 일부 부대의 소속을 변경하는 문제 등 ‘불합리한 기구’와 ‘편제적 결함’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문제 및 군사·정치 활동에서 나타난 일련의 결함들을 낱낱이 지적하면서 방위력 강화를 위한 관련 과업을 제시한 바 있다. 또 당시 회의에서는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및 북한군 지휘관들과 군단장들을 일부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북한군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집중 검열을 통해 문제점 분석을 마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회의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북한군의 조직 개편과 군 상층부 물갈이에 대한 실태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신설된 군정지도부는 어떤 기구?

우선 군정지도부의 신설이다. 노동당의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는 전당(일명 본부당, 중앙기관) 부문, 지방당(지방기관) 부문, 군사 부문, 행정(공안) 부문 등으로 편재되어 북한 전반을 지도, 검열해왔다. 당 조직지도부 내 군사 부문(제1부부장 김조국)에서 군을 정치 사상적으로 지도, 감독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기점으로 독립 부서인 군정지도부 신설을 토의하여 올해 반영한 것이다. 초대 군정지도부장은 인민보안상(북한 경찰 수장)을 역임한 대장 최부일이다. 어린 시절 김정은의 농구 지도교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군정지도부의 신설은 기존 조직지도부의 힘을 빼고, 군에 대한 독립적인 당의 조직지도 역량을 강화하려는 의도이다. 그동안 김정은의 방침에 따라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온 조직지도부는 군사 부문이 빠져나감에 따라 위상이 많이 격하되었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도 북한 간부들에게는 공포의 존재이다. 군정지도부의 신설로 북한군 내 당조직인 총정치국의 위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수길 총정치국장이 행사 서열에서 총참모장 다음으로 호명되는 등 위상이 많이 격하된 상태다.

이병철 당 부위원장(군수공업담당·대장)과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차수)에 대한 북한군 원수 수여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10월 5일 열린 ‘당 중앙위 제7기 제19차 전원회의’에서 당 창건 75돌 기념식(10월 10일)을 앞두고 이병철과 박정천에게 ‘조선인민군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특히 공군사령관을 역임하고 군수공업 분야에서 활약한 이병철은 차수를 거치지 않고 일약 원수로 승진했다. 당 부위원장(2019년 12월), 중앙군사위 부위원장(2020년 5월), 정치국 상무위원(2020년 8월)을 거친 그는 직책으로 보면 북한군 서열 2위이다. 이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10월 10일)에서 이병철이 같은 원수인 박정천 총참모장의 열병 보고를 받고 김정은에게 열병 준비 보고를 한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수령 유일 폭압체제하의 북한에서는 실세란 존재할 수 없으며 측근만 존재한다. 이런 속성으로 보아 김정은의 신임이 멀어지면 황병서 전 북한군 총정치국장처럼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그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 주요 지휘 성원들에게 수여한 백두산 기념 권총. ⓒphoto 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 주요 지휘 성원들에게 수여한 백두산 기념 권총. ⓒphoto 뉴시스

원수 2명 추가 임명, 김정은은 ‘대원수’로?

북한 정권 70여년 동안 북한군 원수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명과 오진우, 최광, 이을설, 김영춘(이상 사망) 및 현철해(생존)가 유일했는데, 김정은 시대에 와서 원수를 2명이나 임명한 것이다. 물론 김정은도 원수 칭호를 가지고 있으나 ‘공화국 원수’여서 ‘북한군 원수’인 이병철, 박정천과는 격이 다르다. 조만간 김정은이 ‘대원수’로 추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병철의 파격 발탁은 전략무기인 핵과 미사일 개발의 책임자로 소임을 다했고 군내 파벌을 형성하지 않고 김씨 일가에 충성을 다한 공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천의 원수 승진은 포병국장 출신으로 향후 북한군이 운용할 전략무기를 다룰 적임자로 본 것이다. 결국 이병철은 전략무기 개발, 박정천은 전략무기 작전수행의 핵심 인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으로는 핵과 미사일의 전략무기 실전화에 대한 경고를 한 셈이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재편도 주목해야 한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군사 분야의 모든 사업을 당적으로 조직지도하는 기구로 형식상으로는 북한군 최고지도기관이다.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결정하고, 혁명무력의 강화와 군수공업 발전사업 등 국방사업 전반을 당적으로 지도한다.(당 규약 29조) 그러나 실제는 북한의 모든 기구들이 그러하듯이 김정은이 하달한 군사정책을 형식적으로 결정하는 거수기에 불과한 기구이다. 김정은이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당 중앙군사위를 열어 토의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데 불과하다. 중앙군사위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맡도록 규정되어 있다.(당 규약 24조)

중앙군사위서 총리와 당 부위원장 배제

통상 중앙군사위는 무력 총사령관(김정은)과 군부의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국방상(구 인민무력상), 정찰총국장, 작전총국장, 후방총국장. 특수작전군단장, 그리고 당 부위원장, 내각 총리, 국가보위상, 사회안전상(구 인민보안상), 조직지도부 군사담당 제1부부장, 군수공업부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작년 말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7기 3차)를 기점으로 내각 총리(당시 김재룡), 당 부위원장(박봉주) 등이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 중앙군사위를 전원 군사 칭호를 가지고 있는 군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당 중앙군사위원회 정위원은 15명 내외이지만 확대회의 인원을 포함하면 70여명에 달한다. 확대회의 인원은 정위원을 비롯해 보위국장, 호위사령관 등 호위장성, 해군사령관, 항공 및 반항공군(공군) 사령관, 군단장급 지휘관 및 각 부대 정치위원, 주요 사단장(425·108·815·518·105사단 등), 각종 군사교육기관장, 총정치국 부국장, 총참모부 부참모장, 국방성 부상, 당 군정지도부 부부장 등으로 구성된다. 김정은은 올해만 해도 4차례 당 중앙군사위(확대회의·예비회의)를 개최하였다.

김정은은 북한군 직책과 부서들의 명칭도 바꿨다. 북한군 최고사령관(김정은)의 호칭을 ‘공화국 무력 총사령관’(2019년 4월)으로, 2020년에 들어와 인민무력성을 ‘국방성’으로, 북한 경찰조직인 인민보안성을 ‘사회안전성’(2020년 5월)으로 변경했다. 또 인민보안성 소속 무장대인 조선인민내무군도 ‘조선사회안전군’(2020년 5월)으로 개칭되었다. 우리의 장군급인 장령 호칭도 ‘장성’으로 개칭하였다. 이러한 호칭 변경은 당연히 김정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데, 북한이 정상국가인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군단장급 40%를 전원 50대로 물갈이

군단장급 40%(20명)를 50대로 물갈이한 것도 주목된다. 이 사실은 지난 11월 국가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알려졌다. 김정은은 여러 차례 군 개편을 통해 노령화한 북한군 지휘관을 70대에서 60대로, 이제는 50대로 물갈이했다. 군단 중 전연군단(1·2·4·5군단)은 상장으로, 후방군단(3·7·8·9·10·12군단)은 중장급으로 보하고 있다. 현재 북한군의 장성급 이상은 1100여명 수준인데 김정은의 인사 행태로 보아 조만간 북한군 장성은 계급 인플레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핵심 친위세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지난 7월 26일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에서 김정은에게 권총을 수여받은 31명의 북한군 지휘 성원이라 할 수 있다. 북한군 총참모부 소속 부서장과 핵심 군단장 및 호위 관련 부서(국가보위성·사회안전성·호위사·보위국 등) 지휘관 등이 여기에 포함되었다. 주목할 점은 김정은의 호위를 담당하는 기존의 호위사령관(상장 곽창식) 외에도 당 중앙위 호위대장(상장 현승철), 국무위원회 경위국장(상장 김철규), 최고사령부 호위국장(중장 김용호) 등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북한군의 핵심 직책인 총정치국장과 인민무력상(현 국방상)이 제외된 점도 흥미롭다. 향후 백두산 권총을 하사받지 않은 간부는 군내에서 행세할 수가 없을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북한군 조직·인사 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해주는 무장력인 북한군을 확실히 장악하여 끊임없는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이영호 총참모장, 현영철 인민무력상,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에서 보듯이 군 핵심인사들의 처형과 숙청, 군계급 강등-복권-강등, 끊임없는 직책 교체 등 공포정치를 펴왔다. 이와 함께 대규모 승진 잔치, 백두산 권총 수여, 선물 수여 등의 회유책으로 북한군을 장악해왔다.

호위부서의 신설과 분화

김정은 정권은 겉으로 보면 매우 안정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권력 유지가 어렵다는 불안감과 조급함이 내재되어 있다. 오히려 매우 불안정한 정권이라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전의 호위부서들 외에도 당 중앙위 호위대, 국무위원회 경위국, 최고사령부 호위국 등을 신설하고 분화시켰다. 그 배경은 김정은의 신변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되어 호위부서들을 상호 감시, 견제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의 공포정치와 충동적 상호모순적 정책 결정 행태가 일상화하면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 북한 급변 사태에 대한 체계적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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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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