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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8호] 202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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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미얀마 군부가 코로나19를 활용하는 법

김회권  기자 khg@chosun.com 2021-03-08 오후 4:59:08

▲ 지난 2월 13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시위에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코로나19 봉사단’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5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한 상태다. photo 뉴시스·AP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게 처음 적용했던 혐의는 ‘수출입법 위반’이었다. 등록되지 않은 워키토키 6대를 사용한 걸 문제 삼았다. 2월 16일 군부는 수치 고문에게 또 다른 혐의를 추가했다. 자연재해관리법 위반이었는데, 정부의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를 따르지 않고 공개 집회를 여는 행위를 문제 삼았다. 자연재해관리법 위반은 최고 3년형이 가능한 범죄다. 처음 받은 수출입법 위반을 더하면 수치 고문은 두 가지 혐의로 최고 6년간 감옥에서 보낼 수 있다. 자연재해관리법으로 구금된 사람은 수치 고문만이 아니다.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역시 이 법을 빌미로 구금된 상태다.
   
   군부는 코로나19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반대파들을 제압하는 명분이자 수단으로 쓴다. 관영 매체는 쿠데타가 발생한 뒤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경고와 대처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정권을 잡은 군부의 장군들은 방송에 등장해 ‘코로나19’를 자주 입에 올린다. “전염병에 대한 예방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장군들의 몫이다. 동시에 은밀한 경고 수단으로 삼는다. 대중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데 코로나19는 좋은 구실이다. 쿠데타 주도자로 알려진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공무원들은 업무에 복귀하고 국민들은 집회 참석을 피하라”고 연일 경고한다. 그가 말하는 표면적 이유는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돼서’다.
   
   
   쿠데타 명분의 시발점 된 코로나19
   
   쿠데타는 명분이 중요하다. 군이 왜 현실정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를 대외적으로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명분 쌓기에 중요한 연결고리다. 군이 제시한 쿠데타의 핵심 명분은 지난해 11월 총선이 불공정해서다. 군부는 쿠데타 직후 연방선거관리위원회(UEC) 관계자들을 급습해 체포했다.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바고 등 미얀마 전역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불공정 선거의 이유를 찾기 위한 액션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군부는 이들 관계자들을 억류하며 지난해 11월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가 열렸던 2020년 11월 8일은 미얀마가 코로나19로 가장 취약했던 때였다. 감염이 급증했고 사망자가 속출하던 시점이었다. 의료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미얀마의 방역은 봉쇄에 집중됐다. 국경을 막았고 사람들의 이동을 막는 게 전부였다. 그들이 믿던 봉쇄책이 무너진 건 지난해 8월께였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서부 라카인주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9월 21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 등이 봉쇄됐다. 상점은 닫고 사람들의 이동이 금지되며 도시의 모든 기능이 멈췄다.
   
   한국에서 진단키트를 공급받은 10월부터 검사량이 늘었고 덩달아 확진자도 급증했다. 양성률이 20%에 육박했고 하루 1000~2000명의 확진자가 쏟아졌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확진율과 사망률을 기록한 국가 중 하나로 인식되면서 주변 국가들이 오히려 국경을 봉쇄하기 시작했다. 선거가 열린 11월은 이런 국내 감염이 절정을 향하던 때였다.
   
   군부는 이미 이때부터 코로나19에서 정치적 기회를 엿봤다. 미얀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때는 공교롭게도 총선을 앞두고 시작된 선거운동 시기와 겹쳤다. 선거와 코로나19가 묶이면서 군부의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이유로 연방선거관리위원회(UEC)에 선거 연기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USDP뿐만 아니라 다른 23개의 야당이 동참했다. 반면 UEC는 과밀을 피하기 위해 투표소를 4만여곳에서 5만여곳으로 늘리면 된다며 선거를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코로나19는 미얀마 총선의 공정성에 맹점을 만들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간 정부는 권위주의 정부의 방식을 완전히 벗지는 못했다. 도시 봉쇄 하루 전인 지난해 9월 20일 미얀마 정부는 언론을 필수 사업이 아니라고 규정하며 봉쇄된 도시에서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이동하는 걸 금지했다. 선거운동은 시작됐는데 막상 선거 기사들을 쓰던 신문과 잡지들의 발이 묶였다. 결국 유명 매체 여러 곳은 인쇄를 중단했다. 반면 정부를 지지하는 관영매체 두 곳은 이런 조치와 상관없이 발행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았다.
   
   
   공공의 안전보다 선거 택한 수치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에 더해 인터넷 접속의 권리도 문제가 됐다. 미얀마 정부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오프라인 선거운동에 제한을 뒀다. 이 때문에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소규모 정당들에는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인터넷 접속이 중요했다. 약 130여 민족으로 이뤄진 미얀마는 다수인 버마족과 나머지 소수민족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문제다. 수많은 소수민족 정당은 선거 때마다 그들의 권리를 내세우며 나서는데 특히 인터넷이 차단된 서부 라카인주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들의 피해가 컸다. 이곳은 로힝야족이 많이 살고 자치권 확대를 주장하며 반군을 조직한 아라칸족도 존재한다.
   
   미얀마군은 분쟁을 이유로 2019년부터 라카인주 9개 지역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는데 미얀마 정부도 군의 차단 정책에 반대하지 않았다. 차단은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도, 선거운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될 때도 풀리지 않았다. 공정성에 문제를 야기하는 조치였지만 바로잡지 않았다.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글로벌 단체인 ‘킵잇온(#KeepItOn)’은 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해 11월 6일 수치 고문을 수신인으로 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미얀마의 2020년 선거는 국가 조작과 간섭 의혹이 일고 있다”며 인터넷 차단을 풀라고 요구했다. BBC는 “코로나19 규제는 소규모 정당과 인터넷 접속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외딴 지역에 자리 잡은 정당들에 가장 무거운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선거 연기가 엮이자 수치 고문은 단호했다. “역사적으로 선거를 조작하거나 취소한 나라에서는 어떠한 이유에서라도 선거를 연기할 경우 정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공의 안전보다 선거 실시에 무게를 실었다. 그 결과 2015년 상하원 390석을 얻은 여당과 수치 고문은 지난해 총선에서 396석을 얻어 이전 결과를 상회하며 압승했다. 과정에 흠결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야당은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반면 군부와 USDP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부터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쿠데타는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결과물로 코로나19는 그 명분을 만드는 시발점 노릇을 했다.
   
   미얀마 문제를 연구해온 로난 리 퀸메리대학 방문교수는 글로벌 대안언론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미얀마 군부의 코로나19 활용법을 두고 ‘사악한 도구’라고 표현했다. 군부에 복종할 수 없다며 일터를 떠난 공무원, 의사, 간호사들 역시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코로나19 방역은 미얀마에서 이미 전가의 보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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