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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1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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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해범의 차이나워치]문 정부가 매달리는 ‘시진핑 방한’ 막는 5가지

지해범  전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장 

▲ 2019년 12월 방중한 문재인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photo 뉴시스
지난 2월 16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가졌다. 취임 인사를 겸한 이날 통화에서 정의용 장관은 한·중 관계와 지역 정세를 논의하고,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무산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도 협의했다고 한다. 외교부는 “양국 정상과 고위급 교류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인 한·중 관계의 심화 및 발전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함께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외교적 표현이지만, 그 속에서 ‘시진핑 방한’을 간절히 바라는 문재인 정부의 속내가 느껴진다.
   
   
   중국 발표엔 ‘시진핑 방한’ 표현 없다
   
   우리 정부 발표 내용만 보면, 양국 외교장관이 ‘시진핑 방한’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그 결과 코로나19 상황만 안정되면 방문이 곧 성사될 것처럼 여겨진다. 중국 측 발표 내용을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월 16일 보도한 기사를 보면, ‘시진핑 방한’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시진핑 이름 자체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두 나라 지도자를 뜻하는 ‘양국 원수(兩國元首)’ 혹은 ‘최고지도자(最高領導人)’란 표현은 있지만, 그것도 양국 관계 발전이나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언급할 때만 등장한다.
   
   신화통신 보도에서 ‘시진핑 방한’을 암시하는 표현은 정의용 장관의 발언을 보도한 부분에서만 나온다.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정의용은 중국 국민에게 즐거운 설 명절을 축하하고,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하며, 앞으로 2년이 한·중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쌍방은 ‘다음 단계 고위층 교류(下階段高層交往)’를 공동으로 잘 계획하고, 문화교류의 해와 수교 30주년 기념활동을 잘 수행하며, 경제무역, 인문 등의 영역에서 교류 합작을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방한을 뜻하는 ‘다음 단계 고위층 교류’는 정의용 장관의 발언 단락에 들어 있다. 이것만 보면, 시진핑 방한 문제는 한국 측이 중국에 제기한 것이고, 그에 대해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통상 국가지도자의 외국 방문과 관련해 양국이 합의하면 ‘중국이 동의했다(中方同意)’는 표현을 쓰거나, 가령 ‘장차 5월 중순에 방문한다’처럼 구체적인 방문 시기를 밝힌다. 신화통신 보도에는 그런 표현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왕 위원이 시 주석 답방을 재차 확인했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시진핑 방한’ 한국 움직이는 ‘당근’
   
   중국 관영 매체는 최고지도자의 동정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나 ‘공식적으로 예정된 것’이 아니면 이름을 거명해 보도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언론사 사장의 목이 달아날 각오를 해야 한다. ‘고위층 교류’라고 표현한 것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화통신 보도문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외교부 사이트에서 ‘왕이-정의용 전화통화에 관한 공식 발표문’을 보았더니, 두 문서가 한 글자의 오차도 없이 100% 일치했다. 신화통신이 중국 외교부 발표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정부의 공식 입장에 조금의 가감(加減)이나 해석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에 언론자유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도 ‘시진핑’의 이름이나 ‘시진핑 방한’이란 표현은 없다. 정부 공식 발표문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현재까지 시진핑 방한은 ‘확정된 것’도 ‘공식적으로 예정된 것’도 아니다. 방문을 기정사실화 해놓고 양국이 일정을 협의하는 차원에도 이르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중국은 ‘시진핑 방문’만 거론하고 있을 뿐 아무것도 확정하지 않은 상황이다. 방한할 의사가 실제로 몇%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한국에 대한 일종의 ‘유인용 당근’으로 시진핑 카드를 활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이 한국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왕이 부장이 정의용 장관과의 통화에서 했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왕이는 “중국은 이데올로기로 진영을 나누는 것에 반대한다”거나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특수한 역할(獨特作用)’을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 바이든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반중(反中) 전선을 구축하고 거기에 한국이 가담하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외면하고 미국 진영에 본격적으로 가담한다면 앞으로 시진핑 방한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내기 위해 ‘시진핑 방한’ 카드를 계속 흔들고 있다. 한국을 움직일 이 유용한 카드를 중국이 금방 써먹을 이유가 없다. 문재인 정부만 몇 년째 ‘시진핑 방한’을 학수고대하며 김칫국만 들이켜고 있는 셈이다.
   
   시진핑 방한이 문재인 정부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이런 외교적 불균형이 발생하는 것일까. 시진핑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 차례(2014년 7월) 한국을 공식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에는 한 번도 한국에 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말 중국을 첫 공식 방문한 데 대한 답방(答訪)조차 없다. 명백한 외교적 결례이자 한국에 대한 무시이다.
   
   
   문재인 정부 때 방한하지 않은 시진핑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가지도자의 해외 방문이 어려워졌다고는 해도, 2018~2019년 사이에 답방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 시진핑은 중국 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1월에도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 적이 있다. 중국이 한국을 미얀마만큼도 중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시진핑이 내년 5월까지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정부는 역대 한국 정부 중 대중 관계에서 가장 굴욕적인 대접을 받은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2017년 말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 측의 식사 초대가 없어 한국 방문단끼리 밥을 먹는 ‘혼밥’에다 중국 경호원이 한국 수행기자를 폭행하는 굴욕까지 겪은 적이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한국의 국격(國格)이 그렇게까지 땅에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런 굴욕을 겪었기 때문인지 문재인 정부는 시진핑 방한에 더 집착하는 것 같다. 시진핑을 반드시 서울에 불러와야만 그동안 비판받았던 ‘저자세 외교’ ‘비굴 외교’를 일거에 만회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남북관계 돌파구, 중국이 해결사 될까?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방한을 간절히 원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중국의 도움을 받겠다는 소망이다. 외교, 국방, 경제, 부동산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는 유일하게 남북문제에서 4차례 김정은을 만난 것을 업적으로 내세운다. 이를 통해 남북 간 전쟁을 방지했다는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2022년 5월 임기 내에 한반도의 분단 구조를 깨는 획기적 성과를 거두겠다는 것이 현 집권 세력의 생각인 것 같다. 이 목표에 따라 미 트럼프 정부와 북한 김정은 사이에서 협상 기회를 마련해 비핵화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고, 그것을 기점으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차례로 끌어내려 했던 것 같다. 미·북 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에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며 국민을 설득해 ‘1국가 2체제’를 위한 개헌(改憲)을 단행하고 남북 연방제 통일로 나아가려 한 것 같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이런 문제에 대해 비밀주의로 일관한다. 정권 핵심부가 국가 운명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정권 출범 후 지금까지 추진해온 대북정책과 대미·대일·대중 외교를 종합해볼 때, 현 정부 내 핵심인 586세력이 이러한 구상을 치밀하고 집요하게 추진해왔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중국의 노골적 무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방한에 그토록 매달리는 것은, 이런 대담한 대북 구상과 연결지을 때만 설명 가능하다. 놀랍게도 586 핵심 집단은 ‘남북 연방제’ 방식으로 통일된 한국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 듯하다. 만약 그것이 김정은의 핵무력 속으로 한국이 흡수되는 상황, 즉 사실상 ‘북한의 한국 접수’가 되어도 586 집단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
   
   연방제 통일 방안의 대담한 구상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로 무산되었다. 그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는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대북 제재 틀을 돌파하는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는 듯하다. 그 계획의 존재 여부나 내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단편적 정보들로 추론해 보면, 그것은 남북이 직접 담판하여 ‘북한의 비핵화 약속’과 ‘한국의 획기적 대북 지원’을 주고받는 큰 그림인 듯하다. 이 대담한 구상이 성공하려면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고, 북한을 설득하려면 중국의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보는 것 같다. 또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틀을 일정 부분 깨는 데도 중국의 ‘뒷배’가 필요하다고 현 정부는 믿는 듯하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움직이려는 청와대
   
   중국에 기대어 남북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내 청와대를 지배했다. 정권 첫해인 2017년 중반, 사드(THAAD) 갈등을 해결해 보겠다고 중국에 ‘3불(不) 약속’을 해주었다. 중국이 싫어하는 사드 추가배치, 미국 MD(미사일방어)체계 가담,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전직 고위 외교관은 “우리가 생존을 위해 대북 미사일 방어망을 갖추는데 왜 중국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며 “3불 약속은 을사보호조약(1905년) 이래 가장 굴욕적인 외교 참사”라고 혹평했다. 문 정부는 우리의 군사주권까지 양보하고도 중국의 경제보복을 4년 내내 받아왔다. 또 이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해야 한다는 국내 여론도 무시했다. 문 정부는 2020년 중국인의 한국 입국을 막지 않아 우한(武漢)발 코로나19 확산을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최근에도 중국과 관련된 사안이면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중국 공군기가 카디즈(KADIZ·한국 방공식별구역)를 넘어 우리 영공을 제 하늘처럼 휘젓고 다녀도,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안선 부근까지 접근해 싹쓸이 조업을 해도 정부는 강력한 항의 한번 제대로 못 한다.
   
   중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은 일본에 대한 날 선 대응과 대조된다. 2018년 12월 동해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함정과 일본 초계기 사이의 ‘화기 통제용 레이더 발사’ 논쟁은 한동안 양국의 심각한 외교 갈등으로 번졌다. 전직 4강 대사는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하는 것처럼 중국에도 따질 것은 철저하게 따진다면 중국으로부터 그렇게 무시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의 방한을 막는 5가지 요소
   
   지난 4년간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공을 들인 한국 정부의 바람대로, 시진핑은 과연 올해 안에 한국을 방문할까? 이는 한국 정부가 중국에 어떤 ‘카드’를 내미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문 정부가 파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같은 빅카드를 내민다면, 중국도 시진핑 방한을 서두를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국제 환경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시진핑 방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은 크게 5가지다. 첫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민주주의 연합 진영의 대중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시진핑으로선 미국과의 갈등을 해결하기에도 벅차다.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인 한국 정부의 대북 구상에 끼어들어 미국과 또 하나의 전선을 만들 여유가 없다.
   
   둘째, 시진핑이 방한해서 얻을 실익과 한국에 줄 선물이 별로 없다. 한국은 최근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타결했다. 중국이 바라는 ‘한·미 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철수’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양국은 사드 기지를 보강하는 조치에도 합의했다. 사드에 그토록 분노했던 시진핑으로선 경제보복 해제라는 선물을 한국에 줄 기회도 놓쳐버렸다.
   
   셋째,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데는 북한과의 협력 강화가 더 유효하다. 만약 북한이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일에 손을 내민다면 중국에는 큰 타격이 된다. 지난 3월 23일 시진핑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구두친서를 통해 “두 나라(중국과 북한) 인민들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 줄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도 북한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이다. 북한을 포용해야 하는 시진핑이 서울에 와서 얼굴을 바꾸어 ‘북한 비핵화’를 거론한다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넷째, 시진핑 방한이 임기 말 문 대통령의 정치쇼에 이용당할 가능성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폭등과 LH사태 등으로 최근 급격히 민심을 잃고 있다. 이런 시기에 시진핑이 방문한다면, 중국은 얻는 것도 없이 한국 측의 정권 홍보에 이용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국의 황제로서 크게 체면이 상하는 일이다.
   
   다섯째, 중국 공산당 내 권력투쟁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심각하다. 만약 시진핑 방한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다면, 당내 경쟁 세력의 따가운 비판을 각오해야 한다. 이는 시진핑의 장기집권 구상과 후계자 선정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진핑으로선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많은 한국 방문을 굳이 감행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시진핑 주석이 올해 서울에 올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판단된다.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한 국립대 교수는 “만약 ‘베팅’을 해야 한다면, 나는 시진핑이 한국에 오지 않는다는 쪽에 베팅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저자세 외교’나 ‘비굴 외교’로 움직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머리를 조아리는 나라’는 짓밟지만, 베트남처럼 당당히 고개를 드는 나라는 오히려 두려워한다. 베트남이 중국에 당당하다고 해서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경제는 필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중국을 움직이는 방법은, 중국이 두려워하는 카드를 많이 갖는 것이다. 중국이 한국의 움직임에서 두려움과 아쉬움을 느낄 때, 중국은 한국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시진핑을 서울로 부르고 싶다면 한·미·일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를 자주 만나면, 중국 주석은 부르지 않아도 서울로 달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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