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조용헌의 영지 순례]  문선명이 통일교 세계 본부를 가평 장락산 자락에 둔 이유
  • facebook네이버 밴드youtubekakao 플러스친구
  • 검색
  1. 문화/생활
[2624호] 2020.09.07
관련 연재물

[조용헌의 영지 순례]문선명이 통일교 세계 본부를 가평 장락산 자락에 둔 이유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는 장락산 자락에는 통일교 세계본부가 들어서 있다.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해서 10끼 정도 먹다 보면 질리게 되어 있다. 글쓰는 대상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메뉴를 바꾸어야 한다. 불교 사찰만 계속해서 쓰니까 약간 질린다는 느낌이 왔다. 한국의 영지는 불교가 독점하고 있단 말인가? 사찰 말고 다른 데는 영지가 없는가? 어찌 없겠는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찾아본 산이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과 강원도 홍천군 경계에 걸쳐 있는 장락산과 보리산이다.
   
   먼저 장락산을 보자. 우선 한자 지명을 ‘長樂山’으로 그동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장락산 북쪽 자락에다가 ‘살롱인문’을 짓고 여기서 고전 연구와 풍류도를 즐기고 있는 박재희(57) 선생의 설명에 의하면 ‘張洛山’이라고 한다. 한문 고전에 조예가 깊은 박 선생의 설명대로 ‘張洛山’이 맞는다면, 이 지명은 얘기할 건더기가 많아진다. ‘洛(낙)’은 후천 세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동양사상에서 하도(河圖)는 선천세계를 뜻하고 낙서(洛書)는 후천세계를 뜻한다. 10만년의 시간을 한 주기로 본다면 전반부 5만년이 선천이고 후반부 5만년이 후천에 해당한다. 따라서 ‘張洛’이라는 지명은 후천세계 5만년의 대운을 펼쳐 보여주는 산이라는 뜻이 된다. 산의 높이는 627m.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다.
   
   그런데 이 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통일교 고(故) 문선명 총재가 아주 좋아했다는 점 때문이다. 통일교의 세계본부에 해당하는 천정궁(天正宮·박물관)을 바로 이 장락산 자락에다가 지어놓았다. 건물의 크기나 대리석 규모가 압도적이다. 미국의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을 합쳐 놓은 듯한 스케일의 석조건물이다. 대리석 기둥 하나의 크기가 어른이 두 팔로 껴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근래에 지은 석조건물로는 세계적인 규모인 것 같다.
   
   
   장락산 자락의 통일교 천정궁
   
   장락산의 장점은 바위가 많이 돌출되어 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청평호수가 산에서 내려다보인다는 점이다. 바위산은 영기의 원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적 성지는 바위산에 자리 잡고 있다. 기도발은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바위는 화기(火氣)이자 살기(殺氣)이기도 하다. 살기를 기도로 녹여서 법제(法製)를 시키면 신의 은총으로 변한다. 법제를 시키지 못하는 보통 사람이 바위산에 살면 살기로 작용함은 물론이다. 살기는 곧 화기이기도 한데, 청평호수의 수기가 이 화기를 감싸면서 균형을 잡아준다. 불대포만 있으면 사람이 조열(燥熱)해진다. 물대포가 있어야 느긋하고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2009년 문선명 총재가 90세로 생존해 있을 때 필자는 이 천정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문 총재가 한번 보자고 해서 간 것이다. 문 총재는 이쪽에서 만나자고 면회를 신청한다고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총재 쪽에서 만나자고 해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통일교 신도도 아니고 인터뷰어의 입장이기도 하였다. 정신계의 고단자를 만날 때는 만나자마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정석이다. 자질구레한 인사는 생략이다. “선생님, 천정궁을 짓는다고 이 산의 암반 터를 너무 깎아서 산신령의 보복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내가 상주(常住)하고 있어야 해. 3년 정도는 상주하고 있어야 터를 누르지.” “그래도 보복이 있을 것 같은데요?” “내가 여기 와서 첫날 보니까 비몽사몽간에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더구만. 꿈보다 해몽이 어려운 것이오.”
   
   그동안 나는 많은 불교 사찰이나 도교의 도관을 답사하면서 건물을 지을 때 바위 맥을 끊거나 깎아서 지으면 그 후 이상하게도 사건·사고가 발생하곤 하는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나는 그것을 지령(地靈)의 보복이라고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산신령의 보복이다. 터를 훼손해서 건물을 짓고 나면 그 공사의 책임자나 주체가 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거나, 중병이 들거나, 아니면 무슨 소송사건으로 감옥에 가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터를 깎았더라도 도력이 높은 방장이나 조실스님은 타격을 피해갈 수 있다고 해도, 그 밑에 있는 주지나 기획실장에 해당하는 급의 인물은 비명횡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이론이 아니다. 실전에서 겪어보아야 지령의 보복을 무섭게 생각한다. 터널을 뚫거나 도로를 낸다고 바위 맥을 폭약으로 폭파시키거나 훼손한 사람들은 뒤끝이 좋지 않다. 지나고 보니 서울의 남산터널을 뚫은 건설회사들도 거의 다 망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석산(石山)을 개발하는 업자들도 관찰해 보니까 거의 뒤끝이 좋지 않았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책임을 맡았던 장군이 공사 끝나고 나서 억울하게 어떤 모함을 받아 사형을 당하게 되었다. 사형장에서 그 장군은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단 장성을 쌓으면서 산천의 지맥을 끊은 죄는 있다. 그 죄로 내가 이렇게 억울하게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 같다”라는 소회를 남긴 바 있다.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보리산 전경. photo 조용헌

   “조 선생, 꿈보다 해몽이 어려운 것이야!”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으니 문 총재를 만났을 때 곧바로 ‘산신령의 보복’을 꺼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90세 되는 종교단체의 수장이자 지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결례일 수도 있다. 결례를 무릅쓰고라도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 인터뷰어의 숙명이다. 터부(금기)의 1㎜ 밑에까지 바짝 접근해야만 이야기가 나오고 콘텐츠가 형성된다. 하여간 그 검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비몽사몽 이후로 몇 달 있다 문 총재가 타고 있던 헬기가 장락산 상공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보통 헬기사고가 나면 공중에서 수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90%가 사망하고 만다. 그러나 문 총재는 헬기가 고목나무 위로 떨어져서 별로 다치지도 않았다. 그 헬기에 동승했던 다른 사람들도 인명피해가 없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이 사고에서 죽었어야 맞는다. 그러나 문 총재는 죽지 않았다. 검은 먹구름은 바로 이 헬기사고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먹구름 꿈을 접했을 당시에는 헬기사고인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흉몽이라는 사실은 알았다. 그래서 문 총재가 필자에게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조 선생, 꿈보다 해몽이 어려운 것이야!”
   
   고대 그리스의 델피신전에서 무녀(巫女)들은 암반 틈에서 나오는 천연가스를 흡입하고 최면상태에서 신탁을 내뱉는다. 그러나 그 신탁 내용은 난해해서 무슨 말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아테네에는 신탁해석가라는 직업이 따로 있었다. 무녀들의 예언을 일상 언어로 알기 쉽게 해석해 주는 일이 이 신탁해석가들의 업무였다. 고액연봉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꿈보다 해몽이 어렵다. 대개는 지나 봐야 안다.
   
   2012년 문 총재가 사망한 이후로 부인이었던 한학자 총재가 현재 천정궁에서 살고 있다. ‘후천개벽의 낙서(洛書)가 펼쳐지는 산’이라는 장락산의 의미는 여성 지도자의 의미를 품고 있다. 통일교에서 문선명 총재를 이은 한학자 총재는 ‘독생녀(獨生女)’로 인식되고 있다. 독생자에 이은 독생녀의 등장은 페미니즘 연구자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콘텐츠가 아닌가 싶다. 한국에서 가장 장대하고 비싼 건물인 천정궁에서 사는 한학자 총재는 전생에 어떤 복을 지었길래 이런 궁궐에서 사는가? 귀와 복은 우연히 오지 않는다. 한국의 재벌가 오너 열 집을 모아놓아도 천정궁에 비하면 그 레벨이 족탈불급이다. 그야말로 석조 궁궐이다.
   
   한학자 총재 외가 쪽 조상들의 적선공덕이 크다. 조선 후기에 외가 쪽 선조인 조한준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평안도 정주에 달래강이라는 강이 있었고 여기에 돌다리를 설치하는 공덕을 쌓았다. 중국 사신들이 오면 이 달래강을 건너가야만 하고, 다리가 낡고 허물어져 없으니까 추운 날씨에도 지역 사람들 100여명이 찬 물속에 들어가 사신 일행과 물품들을 옮길 수 있도록 인간 다리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 고통스러움을 목격하곤 했던 조한준이 전 재산을 털어서 제대로 된 돌다리를 놓았다. 돌다리를 만드는 데 전 재산을 다 바치고 엽전 세 푼을 주머니에 남겨 놓았다고 한다. 다음 날 다리 준공식에 참석할 짚신을 사기 위해서였다. 그날 밤 조한준의 꿈에 수염이 하얀 할아버지가 나타나 예언을 하였다. “한준아, 네 공이 크구나. 그래서 너희 가문에 천자를 보내려 했는데, 남겨 놓은 엽전 세 푼이 하늘에 걸려서 공주를 보내겠노라.” 엽전 세 푼마저 남기지 않고 다 썼으면 중국의 천자로 태어났을 터인데, 세 푼을 남겼기 때문에 공주를 보내겠다. 그 공주가 바로 ‘한학자’라는 이야기이다. 꿈에서 깬 조한준은 달래강가로 달려가 보았다. 강 언덕 위에 이제까지 없던 돌미륵이 하나 생겨나 있었다. 그 돌미륵이 얼마나 영험한지 누구든지 말을 탄 채로는 그 돌미륵 앞을 지나갈 수 없었다. 말에서 내려 공손하게 절을 하고 지나가야만 하였다고 한다. ‘평화의 어머니’(김영사)라는 책에 나온 내용이다. 조선 민초들의 토속신앙이 그대로 묻어나는 역사이자 전설이다.
   
   
▲ 보리산에 있는 한컴 김상철 회장의 오하산방. photo 조용헌

   보리산의 오하산방
   
   천정궁이 장락산에 있다면 그 반대쪽에 있는 산이 보리산(菩提山)이다. 불교용어이다. 지혜, 깨달음을 뜻한다. 이 보리산에는 한컴그룹(한글과컴퓨터) 김상철(67) 회장의 오하산방(梧河山房)이 있다. 한컴그룹 직원 연수원과 강당들이 그 산방 밑으로 들어서 있다. 필자가 흥미를 느낀 부분은 장락산과 보리산의 해발 높이가 똑같이 627m라는 사실이다. 10m 오차도 나지 않고 높이가 완전히 같다. 완벽한 쌍둥이 산이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장락산이 바위가 돌출된 골산(骨山)이라면 보리산은 흙으로 뒤덮인 육산(肉山)이라는 점이다. 골산이 영기와 기도발이라면 육산은 돈과 먹을 것을 상징한다. 골산이 종교인에게 맞는다면 육산은 사업가에게 맞는다고도 볼 수 있다. 서울의 남산이 서울 주변의 산들 가운데 유일하게 육산이다. 이 육산 주변에 돈이 되는 명당들은 삼성의 이병철이 일찌감치 찜을 해 놓았다. 신세계, CJ 인재개발원 터, 태평로 본관 터들은 모두 육산인 남산 자락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아무튼 음산과 양산이 이렇게 나란히 대조를 이루면서 서 있는 경우는 드물다. 같은 높이의 두 산이 나란히 서 있는 풍광은 그리스에서 본 적이 있다. 기원전 1500년경에 축조된 미케네의 왕궁터를 가본 적이 있는데, 트로이를 공략하였던 왕 아가멤논이 살았던 궁궐이다. 이 미케네 왕궁의 뒤로 두 개의 산이 마치 말의 양쪽 귀처럼 쫑긋 서 있었다. 대략 300m 높이로 보이는 이 2개의 산봉우리가 한국에서 온 풍수가에게는 매우 흥미로웠다. 높이가 거의 같은 두 봉우리의 기운이 합해져서 가운데로 뭉친 지점에 미케네 왕궁터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한 개의 봉우리는 예언자의 뜻을 지닌 봉우리였고, 다른 하나는 제왕의 의미를 지닌 산이었다. 풍수학에서는 이러한 2개의 봉우리를 태을(太乙)과 천을(天乙) 봉으로 해석한다. 아주 상서롭다는 뜻이다. 전북 진안에도 마이산이 있는데,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있다. 이성계가 왕이 되기 전에 이 마이산에서 하늘의 신인으로부터 꿈에 금척(金尺)을 받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제왕이 된다는 징표를 받은 셈이다.
   
   물각유주(物各有主)라! 물건에는 제각기 주인이 있다. 장락산과 대구를 이루는 보리산에 198만㎡(60만평)의 터를 갖게 된 한컴의 김상철 회장과 인연이 된 것은 내 책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내가 쓴 ‘사주명리학 이야기’ 애독자였다. 출판된 지 20년 다 돼가는 책이다. 여러 권을 사서 비치해 놓고 사무실에서도 읽고, 화장실에도 놓고 읽는다고 했다. 이 책에 나오는 영발과 여러 도사의 이야기, 그리고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여러 용어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는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인간의 팔자와 도사들의 이야기에 왜 흥미를 느끼는가? 이거 다분히 미신스럽고 잡술에 관련한 이야기들 아닌가. 기업가가 이런 이야기에 너무 빠지면 사업에 지장 있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체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인 1995년쯤에 중국 항저우의 어느 호텔 로비에서 우연히 중국의 노스님을 만나게 되었다”라며 김상철 회장이 풀어놓은 이야기이다.
   
   
   중국 노승의 예언
   
   회사 월급쟁이로 있을 때 중국 항저우에 출장을 갔다가 호텔 카운터에서 체크아웃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 70대로 보이는 어느 중국 노스님이 누리끼리한 승복을 입고 호텔 문을 들어오더니만 곧바로 김상철에게 다가왔다. 그 노스님이 어떤 상서로운 서기(瑞氣)를 느껴 그 서기를 쫓아서 와 보니 호텔 로비에 서 있던 김상철에게서 나오는 것이었다. 김상철에게 ‘너는 앞으로 큰 부자가 될 것이다. 너는 물이 마르지 않는 샘물 3개를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나왔다. 월급쟁이 하지 않고 너의 간판을 걸게 될 것이다. 사업 종목도 미래를 선도하는 사업을 할 것이다. 자식도 몇이고, 그 자식 중에서 막내가 의사를 할 것이다’ 등등의 예언을 해주었다. 2시간 동안 호텔 로비에 있는 커피숍에 들어가서 생전 처음 본 중국 노승으로부터 미래에 벌어질 운명에 대해 듣게 된 것이다. 마침 같이 있던 일본 업체 이시바의 부사장이 중국어를 잘했으므로 통역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명함 하나만 건네주고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그 이후로 중국 노승의 예언이 모두 들어맞았다고 한다. 월급쟁이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IMF 난리통에도 오히려 돈을 벌어 대박을 터트렸고, 한컴을 인수하면서 흑자 기업으로 올려 놓았다. AI·블록체인·드론·로봇·포렌식과 같은 미래산업, 즉 IT 업종을 하게 된 것도 예언에 있었다고 한다. 김상철은 보리산 오하산방에 앉아서 ‘팔자란 과연 정해져 있단 말인가?’ 하는 질문을 하늘에 던져 보는 게 일이라고 한다. ‘企業人天下之大本(기업인천하지대본)’이라는 비석 글씨도 있다. 장락산은 종교인에게 영발을 주고 보리산은 기업인에게 사업 아이템을 주는 산이다. 기업가도 영발 경영이 필요하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