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함, 두려움, 식은 땀, 빠른 심장박동 그리고 패닉. 불안감이 나를 덮칠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진짜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종종 잘못된 원인으로 인해 시도 때도 없이 불안감에 시달린다. ‘현실적인 위험’이 없는데도 불안감이 심해지고 반복되면서 일상생활에까지 지장을 준다면 ‘불안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불안장애는 이유없이 불안을 느끼거나 불안의 정도가 지나쳐 일상생활에 장애를 일으키는 정신질환이다. 불안장애는 생각보다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보건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불안장애 유병률은 9.3%(2016년)에 달했다. 2006년 이후 불안장애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올해 발표될 수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의 발발로 인한 불안감 확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불안장애 상담 건수는 1만8931건으로 2019년 동기 대비 44.8%가 증가했다.

불안감을 촉발하는 ‘트리거’는 사람마다 다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불안감을 유발하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존스홉킨스 의대 불안장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우나 맥캔 박사는 건강전문지 ‘헬스’에 “불안장애는 누군가의 삶에 정말로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무엇이 불안감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지를 아는 것은 불안감이 장애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맥켄 박사와 정신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불안장애를 일으키는 13가지 요인’이 있다. 이 요인들을 찬찬히 살피며 자신의 불안감의 주요 ‘트리거’는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1. 건강염려증

‘가슴 통증이 있는데 심장마비 증세일까?’‘피부 발진이 생겼는데 암에 걸린 걸까?’ 불안감은 종종 과도한 건강염려증에서 시작한다. 맥캔 박사는 건강에 대한 걱정은 누구나 하지만, 성격에 따라 신체적 증상만으로도 전면적인 불안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작은 증상에서 시작한 지나친 걱정이 불안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2. 사랑하는 연인, 가족에 대한 지나친 걱정

어떤 사람들에게 불안감은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걱정에서 온다. 맥캔 박사는 사람들이 그들의 자녀, 가까운 가족, 또는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일에 대해 걱정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나쁜 일이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걱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전국간병인협회의 2020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 본인보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의 불안증상 유병률이 높았다.

3. 재정적 스트레스

현대사회에서 돈은 생존과 직결된다. 미국 뉴욕의 정신과 전문의 클로에 카마이클 박사는 “돈은 사람들에게 안전과 안보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자원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이 그들의 생존이 매우 원시적인 차원에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4. 수면 부족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성인들은 하루에 적어도 7시간의 양질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 권장 수면 시간만큼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도 불안감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불안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수면이 부족하면 불안수준이 높아진다는 사실! 수면 부족과 불안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연구해온 맥캔 박사는 헬스지에 “수면 부족은 불안감을 야기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불안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5. 커피와 같은 각성제

커피는 걱정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 클리블랜드 클리닉 여성건강센터의 수잔 보울링 의사는 자신의 연구에서 커피 두 잔에 해당하는 카페인(200밀리그램)이 불안과 공황, 발작 가능성을 증가시켰음을 확인했다. 보울링 박사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몸이 뜨거워지며, 호흡수가 증가하는 것 등은 카페인의 자연적 효과지만 불안감을 모방하는 모든 감각들을 자극할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이것이 불안감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각성제들도 불안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 불안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마리화나를 긴장을 풀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위와 같은 원리로 마리화나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의 지도가 없이 각성제를 통해 스스로 긴장을 풀려는 노력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6. 약물 복용

어떤 약들은 그 자체가 각성제로, 특정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와 기면증의 치료에 사용되는 암페타민과 메틸페니데이트, 항우울제나 항천식제로 사용하는 부프로피온과 벤라팍신은 일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

7. 잘못된 식습관

식습관은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불안치료연구센터 릴리 브라운 소장에 따르면 잘못된 식생활이 불안감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는 가공한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불안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8. 완벽주의

완벽주의는 불안의 주요 원인이다. 브라운 소장은 “사람들은 때때론 자신의 완벽주의 성향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며 “평소 자신이 ‘모든 것이 준비될 때 일을 시작할 수 있다’‘모든 준비가 끝난 뒤에 뭔가를 하는 것이 더욱 쉽고 효율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면 완벽주의임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9. 인간관계에서 오는 마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때때로 다른 사람과의 논쟁이나 의견 불일치가 불가피하다. 인간 관계 속 갈등은 슬픔이나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10. 소셜미디어로부터 오는 정보과잉

소셜미디어로부터 오는 지나친 정보들 역시 불안의 도화선이 된다. 센샤 에어리얼 등 미국 의학연구진이 ‘미국건강습관저널’에 기고한 최근 연구논문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4개 이상 사용하거나, 하루 1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경우, 혹은 일주일에 30회 이상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소셜미디어 사용에 중독된 듯한 느낌이 드는 것 모두 불안장애의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1. 분리불안

사랑하는 존재 혹은 보호자와의 분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에서 흔히 보이는 불안장애 유발요인이지만, 성인에게서도 종종 불안감 유발 요인이 된다. 미 국립정신보건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와 떨어져 있는 동안 그들의 애정전선에 뭔가 문제가 생길까 걱정한다. 이러한 두려움이 애착 대상과 분리되는 것을 피하게 만든다. 누군가와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촉발한 불안감은 이별하거나 이별이 예상될 때 신체적 증상을 유발한다.

12. 대규모 재해 및 재앙에 대한 공포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자연재해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대규모 자연재해는 ‘환경염려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환경염려증은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로 인해 나쁜 일이 벌어질까 봐 걱정하는 상태로 비교적 최근 등장한 용어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발발한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공포증’‘코로나 블루’도 등장했다. 코로나 공포증, 코로나 블루 역시 지구를 덮친 대재앙에 대한 염려로 촉발된 것이다. 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코로나19와 관련된 걱정이 더 많은, 더 강한 불안감을 초래했음을 확인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은 ▲바이로스 종식 및 변이에 대한 불확실성,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관행에의 적응, ▲바이러스에 감염된 유명인사들의 소식으로부터 주로 촉발된다.

13.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무력감

코로나19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무력감과 불안감을 안겼다. 사람들은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리거나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 맥켄 박사는 헬스지에 “우리는 통제력을 가지고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 때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 바이러스로 인해 삶의 통제력을 상실하는 것은 극심한 불안감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자신의 불안감을 촉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지 예측할 수 있다면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장애 촉발 요인을 식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불안 유발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방법으로 ‘일기 쓰기’를 추천한다. 브라운 소장은 “평소 불안감을 느꼈던 각각의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또 몸에서 무슨 증상이 일어났는지, 증상이 나타났을 때 어디에 있었는지 등을 적는 것이 자신의 패턴을 파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며 “불안장애가 악화되기 전에 스스로의 활동을 돌보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불안감이 이미 통제 불능이라고 느낄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고, 자신의 주변에 이를 알려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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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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