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 솥바위 ⓒphoto 조용헌
남강 솥바위 ⓒphoto 조용헌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돈을 벌려고 노력하지만 노력에 비례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돈은 눈이 9개 달렸다. 노력도 필요하지만 아이디어, 세상의 흐름을 읽는 눈, 천재지변, 귀인의 도움 등등 여러 가지 변수가 총합적으로 작동한다. 거기에 덧붙여 운도 작용한다. 미국의 록펠러에게 사업성공의 비결을 물었을 때 록펠러의 대답이 걸작이다. “첫째도 운, 둘째도 운, 셋째도 운이다.” 운은 논리적 분석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어떤 지점에 있는 힘이다. 개인의 사주팔자에 재복이 있는 것도 필요하다. 팔자에 재복 없는 사람이 돈 버는 것 못 봤다. 개인의 사주팔자도 있지만, 땅이 가지고 있는 기운을 받는 일도 필요하다. 이른바 명당의 덕이다.

유럽에도 가보니까 돈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터는 있었다. 유럽에도 풍수지리가 적용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이 풍수지리라는 표현을 안 써서 그렇지, 땅이 가지고 있는 작용에 대해서 몰랐던 것은 아니다. 풍수에 대해서 깡통이 아닌 것이다. 유럽의 인물들이 태어났던 터도 대개 명당이고, 기념비적인 건물이나 비중 있는 성당, 수도원의 터들도 풍수지리에 부합하는 명당에 있다는 점을 필자는 확인한 바 있다. 유럽의 도사들도 기운이 솟는 명당을 알았다는 증거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풍수에서 재물과 관련 있는 요소를 꼽는다면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물이다. 터에 물이 있어야 한다. 이때의 물은 강물이 될 수도 있고, 호수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바다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는 강물이 감아 돌아나가는 형태이다. 반원을 그리면서 그 터를 감아 돌아가면 그 터에는 돈이 모인다고 본다. 서울의 한강도 압구정동과 한남동을 감아 돌아 흘러간다. 우연히도 여기가 부촌 아니던가. 물은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을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저장하는 효과라고나 할까. 물이 감아돌지 않으면 땅의 기운이 흩어져 버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그렇다. 메소포타미아라는 말 자체가 ‘두 강의 사이에 있다’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이 양쪽에서 감아 주는 곳이 메소포타미아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이다. 물론 강물은 물류에 편리하다는 점도 있다. 배를 타고 물건을 옮길 수 있다. 그 외에 농작물의 농업용수로도 사용되고 인간의 식수로도 사용된다. 아프리카도 강물 옆이 다 명당이다. 여기에 동물이 모여산다.

베네치아도 물의 도시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운하로 만들었다. 운하가 실핏줄처럼 도시 곳곳을 적셔준다.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대운하는 그 모양이 S 자처럼 생겼다. 직선 형태가 아니라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직선이 효율적일 텐데도 일부러 대운하의 모습을 곡선형으로 만들었다. 곡선으로 감아 돌아야 묘용이 생긴다는 것을 감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베네치아 운하 설계자들은 도사급들이었다. 도사가 동양에만 있는 게 절대 아니다. 베네치아는 서기 7~8세기부터 돈을 벌기 시작해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기 전까지 지중해 무역을 장악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나라이다. 이게 다 물과 돈의 연관성을 말해준다.

터키의 이스탄불을 보면 돈과 물의 함수관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이스탄불은 두 개의 바다를 연결하는 고리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흑해와 마르마라해(海)이다. 크게 보면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지점에 이스탄불이 있다. 중동과 유럽을 잇는 지점이기도 하다. 330년에 동로마제국의 수도가 되면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대의 도시로서 기능하였다. 왜 로마는 이탈리아 땅에 그대로 있지 그 수도를 이스탄불로 옮겼을까? 이유가 있었다. 입지조건이 이탈리아 로마보다 훨씬 좋았기 때문이고, 그 좋은 점은 바로 바다와 바다의 연결지점이었다는 점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조선 후기 한 도사의 예언

경남 의령군과 함안군 사이를 남강이 흘러간다. 남강의 다리를 건너가다 보면 중간 지점쯤에 바위가 하나 보인다. 강물 속에 반쯤은 잠겨 있는 바위이다. 이게 ‘솥바위’이다. 밖에서 볼 때 솥단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가 다시 이름을 붙인다면 ‘재벌바위’이다. 삼성, 금성, 효성의 창업자들이 이 솥바위, 재벌바위 근처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병철, 금성(지금은 LG가 되었다)의 구인회, 그리고 효성의 조홍제가 이 바위로부터 반경 20리 이내에서 태어났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조선 후기에 어떤 도사가 이 남강을 지나가다가 솥바위를 보았다. 남강의 의령군 쪽에는 정암루(鼎巖樓)라는 누각이 있는데, 이 누각의 풍광이 아주 시원하다. 특히 그 누각이 자리 잡은 바닥은 암반으로 되어 있다. 암반도 시루떡처럼 층층이 쌓여 있다. 쌓여 있는 암반의 높이가 10m 이상 된다. 이처럼 두꺼운 시루떡처럼 쌓인 암반에는 당연히 기운이 짱짱하다. 시루떡처럼 쌓인 암반 터는 그냥 보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반드시 그 자리에 서서 20~30분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기운이 들어온다. 그 짱짱한 기운을 맛보기 위하여 옛날부터 도사들이 이 암반터에서 놀았을 것이다. 그 터에 조선 중기부터 누각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남강을 지나가던 도사라면 반드시 이 누각에 들러 경치를 감상했을 것이다. 망우당 곽재우도 이 누각터를 좋아하였다. 도가적인 연단술(鍊丹術) 가운데 하나인 벽곡(辟穀·생식을 하는 것)을 직접 수련하였던 망우당이 어찌 이런 터를 그냥 지나쳤겠는가.

아무튼 조선 후기에 어떤 도사가 이 솥처럼 생긴 바위 위에 올라가 한소끔 낮잠을 잔 후에 예언을 남겼다. “이 솥바위 반경 20리 내에서 나라를 먹여살리는 큰 부자 3명이 나올 것이다.” 왜 하필 3명인가? 솥의 다리가 3개인 탓이다. 솥은 다리가 없는 가마솥이 있고, 다리가 있는 솥이 있다. 다리가 3개 있는 솥을 가리켜 정(鼎)이라고 부른다. 이 솥바위를 한문으로는 정암(鼎巖)이라고 부른다. 솥바위의 다리가 3개 있으니 부자 3명이 나온다고 예언했던 것이다.

솥은 무엇인가? 밥이다. 고대에는 밥이 돈이다. 중국의 박물관에 보면 다리가 3개 달린 크고 작은 사이즈의 정(鼎)이 전시되어 있다. 정은 황제권력의 상징이므로 귀물(貴物)이었다. 황제가 다음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겨줄 때는 이 정을 넘겨 주었다. 밥을 상징하고 돈을 상징하는 심벌이다. 강물이 바로 돈이고, 그 강물 속에 솥바위가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따따블’로 돈이다. 과연 그 예언 덕이었을까. 솥바위 근처에서 삼성과 LG, 효성이 나왔다. 삼성(三星)이라는 작명도 이 솥바위의 다리 3개에서 유래했다고 보인다. 아마도 솥바위의 전설을 알고 있었던 이병철이 그 전설을 의식해서 별 성(星) 자를 넣어서 회사 이름을 지었던 것 같다. ‘스리 스타’. 솥바위가 스리 스타이다. 한국의 재벌도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신탁과 풍수도참의 지원을 받고 나온 것이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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