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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2호]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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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을 하며]삼중수소와 ‘탈과학’의 망령

정장열  편집장  2021-01-15 오후 12:13:57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지난 4·15 총선 후보자 때 과거 발언으로 잠시 주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환경운동가 출신인 양이원영 의원이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비현실적”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300억원이 넘는 정부 관련 예산 삭감을 요구했었다는 겁니다.
   
   총선 과정에서 여당 국회의원 후보자의 이런 과거 발언을 접하고 황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우리나라 핵융합의 산실인 대덕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찾아가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사실 핵융합은 양이원영 의원의 말대로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태양의 99%를 차지하는 섭씨 2억도가 넘는 플라스마 상태를 인공적으로 구현해 여기서 핵융합을 일으키자는 겁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을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의 강한 운동에너지를 얻어 발전 등에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핵융합은 핵분열 원리를 이용한 원자력 발전과는 달리 이렇다 할 핵폐기물도 나오지 않을 뿐 아니라 원료를 구하기도 용이합니다.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 무진장 있고, 삼중수소는 바다와 지표면에 1500만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된 리튬에서 추출하면 됩니다. 핵융합은 핵분열에 비해 발생 에너지도 4~5배나 많습니다. 또 원자로가 꺼져도 연료봉이 핵반응을 계속 일으키는 기존 원자로와 달리 핵융합 원자로는 연료를 주입하지 않으면 바로 꺼져버립니다. 기존 원자로와는 전혀 다른 원리와 이런 장점 때문에 탈핵 시대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이 핵융합 발전입니다.
   
   당시 제가 만났던 국가핵융합연구소 과학자들은 이 꿈의 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까지 연구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상용화 이전 최대 난제인 플라스마 지속 경쟁에서 우리는 세계 최초로 60초 벽을 돌파했는데 곧 중국이 100초를 달성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는 겁니다. 당시 만났던 과학자들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완공된 우리의 핵융합 실험로인 ‘케이스타’와 중국의 실험로인 ‘이스트’는 세계에서 단 두 대밖에 없는 첨단 초전도 장치라고 자랑했습니다.
   
   우리 과학자들은 진짜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려고 덤벼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라 예산을 끊자’는 주장은 ‘탈과학’을 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없습니다. 비현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과학적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자는 주장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핵융합의 원료인 삼중수소는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권으로 들어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월성원전 부지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며 노후 원전의 총체적 문제를 다시 이슈화하면서입니다. 문제가 된 삼중수소 검출량이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라는 반박은 일단 제쳐놓더라도 여당의 삼중수소 관련 주장에는 비과학적 주장이 섞여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삼중수소는 인공 방사성물질”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완전히 허구입니다. 삼중수소가 자연 속에도 있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입니다. 우리 땅에 떨어지는 자연 삼중수소만 해도 130TBq(테라베크렐)에 달한다고 합니다. 여당의 문제 제기를 보다 못한 과학자들은 “이제 탈원전도 모자라 탈과학에 나선 것이냐”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여당 머리 위에 맴도는 ‘탈과학’의 망령이 언제쯤 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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