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사태로 여론이 계속 들끓고 있습니다. 쏟아져 나오는 관련 기사에 달리는 댓글들이 험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벼락 거지’ 걱정에 시달리는 2030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LH 직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올린 논란성 글에 더욱 폭발하고 있습니다. ‘부러우면 이직하든지’ ‘왜 우리한테만 지X하는가’ 등등의 글을 접하고 젊은이들은 ‘이게 나라냐’며 ‘썩을 대로 썩은 공기업 사회’라고 질타합니다.

사람들의 분노가 향하는 종착지는 결국 이 정부의 무능인 듯합니다. 이 정부는 지난 2·4 대책까지 무려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집값을 잡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공공’을 잔뜩 앞세운 부동산 대책은 실상을 알고 보니 공무원들과 정치권 인사들의 주머니만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치솟는 집값과 여기에 속수무책인 정부의 무능에다가 공복이라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까지 LH 사태는 보궐선거를 앞둔 정부 여당을 궁지에 몰 만큼 민심 이반의 요소를 두루 갖췄습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 정부 들어 러시를 이룬 ‘공공’이 불러온 저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의로만 포장돼 있던 공공의 민낯이 이번 사태로 까발려진 셈입니다. 경제학자나 행정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론 중에 공공선택론(public choice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개인이 정치행동을 하는 경우에도 경제행동을 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가정하고, 정치행동을 하는 주체들, 즉 정치인, 관료, 이익집단의 행태를 분석한 이론입니다.

공공선택론은 개인이 경제활동을 할 때는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행동하지만 정치행동을 할 때에는 이기심이 아닌 공공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기존 이론이 틀렸다고 봅니다. 이러한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이 이론의 주창자이자 198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M 뷰캐넌은 “정치인과 관료 등 공공 종사자가 공공선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담당자 개인의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고 단언합니다. 그에 따르면 “개인의 목적을 위해 주어진 권력을 남용하리라고 전제하는 게 타당하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공공을 선한 대상이 아니라 탐욕의 주체로 보고 정책을 수립하라는 주문이기도 합니다.

이번 LH 사태를 보면 뷰캐넌의 이론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전문가 뺨치는 투기 수법을 보인 LH 직원들은 왕버들 등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하던 수종을 자신이 사들인 땅에 빽빽하게 심어놓았습니다. 이식비가 많이 나온다는 왕버들 자체가 이들이 탐욕에 따라 움직였다는 증거입니다. 이번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신도시로 지정될 택지를 미리 사놓는 것이 왜 남다른 돈벌이인지 알았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현금보상뿐 아니라 대토 등 최근에 늘어난 보상 혜택을 LH 투기 직원들은 철저하게 개인의 목적을 위해 활용했습니다.

독점이 부패를 낳는다는 것은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LH의 공공개발은 사실상 독점이고 민간재건축은 경쟁 구조입니다. 아파트 재건축 수주전을 벌이는 민간업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면서 소비자들을 향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런데도 이 정권은 왜 공공개발에만 집착해 왔을까요. 그 이유를 알 듯 모를 듯합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청와대가 비서관급 이상 투기 의심자가 전무하다는 발표를 하네요.

뷰캐넌의 이론이 틀린 걸까요.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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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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