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날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돌연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정의당 선대위는 “심상정 후보는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 ‘심각한 상황’이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저조한 지지율 탓 아니겠느냐는 추측만 나돌고 있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와 당을 좌지우지하는 건 당연히 지지율입니다. 여론조사 수치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 사태에서 보듯 후보 지지율이 정치적 갈등의 빌미가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느냐 마느냐도 다 지지율의 마법에 달려 있습니다.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린 안철수 후보와 달리 심상정 후보의 최근 지지율은 저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월 8〜10일 전국 18세 이상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본선 돌입 후 최저 수준인 2.2%를 기록했습니다. 정의당에 쇼크인 것은 당시 심 후보의 지지율이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3.2%)보다도 1.0%포인트 낮은 수치였다는 점입니다. 19대 대선에서 심 후보가 올렸던 득표율(6.17%)과 비교하면 3분의1 토막 수준입니다. 이번 대선을 완주하더라도 허경영 후보에게 진짜 득표율이 밀리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정의당과 심 후보는 정치적 부도나 다름없는 위기를 맞는 셈입니다.

심각한 심상정 후보와 달리 허경영 후보를 보고 있자면 대선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인인지 엔터테이너인지 사업가인지조차 모호한 캐릭터로 대선판을 누비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에게 지지율은 덤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알리기에 대선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테니까요.

사실 대선 출마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듭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부터 전체 기탁금의 20%인 6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끝까지 완주했다가 10% 이상을 득표하지 못하면 전체 기탁금 3억원을 날리게 됩니다. 10~14%를 득표하면 절반을 찾아가고, 15% 이상을 득표해야 기탁금을 다 돌려받습니다. 만약 정당 경선까지 치르고자 한다면 돈이 훨씬 많이 듭니다. 경선 기탁금이 국민의힘은 3억원, 더불어민주당은 4억원이나 됩니다. 자신이 당을 만들어 출마하든지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그나마 경선 기탁금이라도 아끼는 셈입니다.

이렇게 돈이 드는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는 인기 폭발입니다. 언론에 매일 등장하는 지지율 상위권의 몇몇 후보를 훨씬 능가하는 숱한 군소 후보들이 지금도 나름대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대선 예비후보 등록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마감날 등록돼 있는 예비후보 숫자가 무려 26명이나 됩니다. 이 중에는 손학규, 이건개, 김경재 등 정치권의 올드보이들을 비롯해 김재연(진보당 대표), 황장수(미래경영연구소장), 최대집(전 의사협회장), 김유찬(‘이명박 리포트’ 저자) 등 나름 낯익은 인물들도 보입니다. 이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26명의 예비후보 중 전과가 하나도 없는 사람은 딱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전과가 타인의 인생을 재단할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보통사람’은 아닌 듯 보입니다. 예비후보자 모두 이번 대선에서 건투를 빕니다. 독자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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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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